Hunter Club RAW - chapter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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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into the trap
115# into the trap
“싫다!”
“아니, 제 말 좀.”
“내가, 내가 왜 그런 짓을……!”
“…그게 아니라.”
“결국 밥값이 문제더냐? 그래서 이 몸을 팔아넘기겠다는 것이냐아…? 어허어어엉…….”
차디찬 바닥에 주저앉은 백금발의 소녀, 브리트라는 샛노란 눈을 흠뻑 적시더니, 기어코 울음을 터뜨리며 대성통곡을 했다. 어찌나 서럽게 앙앙 울어대는지, 지나던 사람들이 쑥덕거리며 나지막이 혀를 찰 정도다.
“쯧쯧. 동생한테 밥 한 끼 정도는 사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이곳이 뭐 얼마나 비싼 식당이라고…….”
“그러게 말이에요. 저렇게 귀여운 아이를 울리다니….”
졸지에 밥값 때문에 불쌍한 동생을 울려버린 신소율과 소피아는 아연한 얼굴이 되어 서로를 마주보았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진행하려고 인근에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 데려왔더니,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이게 생겼다.
‘언니잖아? 그 잘 돌아가는 머리로 뭐라도 좀 해 봐.’
‘애 보는 재주는 없는데…….’
‘그래서 언제까지 이렇게 둘 셈이야?’
‘어휴우…….’
빠르게 눈빛을 교환한 두 여인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마지못해 나선 사람은 그래도 연륜이 있는 소피아.
“자아… 브리트라 님?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일단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훌쩍… 인적이 드문 곳에 데려가서 또 무얼 시키려는 속셈이냐!”
“꼭 뭘 시킨다는 건 아니고요, 우선 얘기를 좀…….”
“싫다! 거부한다! 보나마나 이 몸을 팔아넘기려는 수작이겠지!”
브리트라가 더는 듣지 않겠다는 듯 팩 고개를 돌려버리자, 여전히 웃는 낯을 유지하고 있는 소피아는 보이지 않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서부에서 손꼽히는 책략가이자, 협상의 달인인 그녀도 말귀를 들어먹지 않는 어린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주변 이들의 눈빛이 점점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었다. 브리트라가 자꾸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나불거렸기 때문이다.
“어머, 들었어? 저 아이를 팔아 넘긴대.”
“어쩜 그럴 수가… 자매가 아니었던 거야? 혹시 인신매매범?”
“척 봐도 미인인 사람들이 왜 저런 짓을?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우후… 우후후후…….”
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여유를 잃지 않는 소피아의 하얀 이마에 짙푸른 색의 십자 혈관 마크가 새겨졌다. 차라리 그냥 매도당하면 억울하지나 않지, 지금까지 장정 열 명은 배불리 먹일 만한 음식을 처먹은 주제에, 불쌍한 피해자인 양 눈물을 찔끔거리고 있으니 억울해서 복장이 뒤집힐 노릇이었다.
‘휘유우. 나도 성질이 많이 죽었어. 예전 같았으면 그냥 콱…….’
잠시 라이오넬 시절을 상기하며 속을 가라앉힌 소피아는 입가에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매달며 브리트라를 달래었다.
“브리트라 님. 어디 먼 곳을 데려가는 게 아니에요. 요 밖에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답니다. 늦으면 혼이 날지도 몰라요?”
움찔. 과연, 노구덕의 이름을 대자 바로 반응을 보이는 브리트라다.
“주, 주인이 근처에 와 있다고? 정말이냐?”
귀찮은 어린애를 다루는 데에는 무서워할 만한 것을 들먹이면 된다. 그녀에게는 귀신이나 도깨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노구덕이었다. 역시 영리한 소피아 다운 방법이었다.
“그렇답니다. 지금도 꽤나 늦었어요. 슬슬 화가 나셨을지도 모르죠.”
“으, 으… 하, 하지만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머, 고작해야 주인님의 종복이 된 지 1년도 되지 않았으면서, 무려 사. 년. 가까이 주인님의 종복으로 살아온 저보다 확실한 감지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건… 아, 아니다. 어서 가도록 하자.”
고집스럽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브리트라는 결국 꾸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눈앞의 이 백발 여인이 그의 주인인 노구덕과 피의 권속이란 계약으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딱히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겨우겨우 생떼를 쓰던 브리트라를 설득한 신소율과 소피아는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주위의 이목을 의식했다. 아직도 오해(?)는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어휴. 변장하지 않았더라면 귀찮은 구설수가 생길 뻔했네.”
“혹시 우릴 알아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빨리 나가도록 하자.”
“알았어. 언니.”
냉큼 대답한 신소율은 이번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브리트라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더니, 소피아가 브리트라를 데리고 나가는 동안 카운터에 들러 계산을 했다.
“여기 계산이요. 얼마죠?”
“예. 총 열두 그릇… 60실버 되겠습니다.”
“으휴우… 저 식충이 같으니라고.”
아이리스의 헌터인 신소율에게 있어 이 정도 지출은 너른 바다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내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미미한 양이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기분의 문제였다. 매번 엄청난 양의 음식을 걸신들린 것처럼 먹어대는 브리트라를 보자니, 괜히 주는 거 없이 밉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말이나 잘 들으면 밉지나 않지.’
자존심은 또 더럽게 세서 노구덕과 임유진을 제외한 주변 이들을 아래로 깔아보는 것은 물론이요, 참다못해 인상이라도 쓸라치면 그게 또 서럽다고 빼애애액 울어 젖히니 이게 다섯 살배기 어린애인지, 아니면 지능이 유아 수준인 뱀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속으로 투덜거린 신소율은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투명망토를 뒤집어썼다. 아이리스 내에서 굉장히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투명망토는 평소엔 거의 그녀 전용의 장비로써 쓰이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길을 몇 번 돌고 돌아, 사전에 약속한 장소에 당도하자 사이 좋은 자매처럼 손을 잡고 있는 소피아와 브리트라를 찾을 수 있었다.
“나 왔어요.”
“얼마 나왔니?”
“60실버.”
“많이도 나왔구나. 몇 그릇이라고?”
“열두 그릇.”
“…큭.”
누구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는 뻔하다. 퉁퉁 부어오른 눈가를 팍 샐그러뜨린 브리트라는 잡고 있던 소피아의 손을 홱 뿌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들어라! 옛말에 한낱 개도 밥 먹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보니 너희들은 이 몸을 개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고 있었던 게로구나!”
“…그거, 좀 틀린 말 아닌가요? 앞뒤가 바뀐 것 같은데….”
“으응. 내가 알기로는 분명… 밥 먹을 땐 개도 안 때린다고…….”
“이이익! 쓸데없이 초점을 흐리지 마라! 그리고 주인은 어디 있느냐! 소피아, 그대가 분명 이곳으로 오면 주인이 온다고…….”
“브리트라. 왜 그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냐.”
브리트라의 칭얼거림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뚝 불평불만을 그치며 합죽이가 된 브리트라는 골목 어귀에서 비치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더니, 제 손으로 뿌리쳤던 소피아의 손을 무심결에 맞잡았다.
“주, 주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낸 노구덕은 두려움에 벌벌 떠는 브리트라의 모습에 쩝 입맛을 다셨다.
“뭐야. 저번에 며칠 굶겼다고 아직도 삐쳐있는 거냐.”
“그, 그건… 아니다…. 제발 굶기지만 말아다오…….”
“그러게 왜 유진이에게 자꾸 들러붙어? 아무리 유진이가 해 주는 음식이 맛있어도, 배 나온 산모에게까지 그러는 건 좀 아니잖아.”
“내가 잘못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그건 면목이 없었던지, 브리트라는 자라목이 되어 고개를 수그렸다.
아이리스의 군식구가 된 브리트라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임유진이 직접 차려준 특제 요리였다. 아니, 실상은 임유진이 솜씨를 부린 모든 음식을 좋아한다는 말이 맞았다. 임유진이 손수 차린 음식을 맛보는 건 브리트라가 누리는 몇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임유진이 임신을 하고,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는 산모가 되면서 브리트라의 즐거운 취미생활도 당분간 끝을 고하고 말았다.
그렇게 몇 달을 참고 참다가, 결국 한계에 다다른 브리트라는 남의 눈치를 피해 임유진에게 몰래 요리를 해 줄 것을 부탁했다. 마침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임유진은 흔쾌히 그녀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였고, 메마를 대로 메말라 있던 브리트라의 혀는 몇 달 만의 단비를 맛볼 수 있었다.
문제는, 지나가던 노구덕이 그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벌써 몇 년을 임유진과 살을 맞대고 산 노구덕이 마누라의 음식 냄새를 못 알아볼 리 없었다.
당연히 노발대발한 노구덕은 브리트라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이틀 동안 한 사람 분의 식사만 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끼니 당 열 명치의 식사를 해치우는 브리트라에게 있어 그건 굶기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죽상을 한 그녀를 보다 못한 임유진이 만류하고 나섰지만, 노구덕의 의지는 확고했다.
…브리트라가 노구덕을 보자마자 벌벌 기는 이유. 그 내막에는 이런 가슴 아픈 사연이 얽혀 있었다.
“참, 아저씨도 유난이에요. 산모라고 무슨 매일 꼼짝없이 누워만 있어야 하는 줄 알아요? 유진이 언니도 은근히 답답해한다고요. 까짓 밥 한 번 해주는 게 뭐 어때서 그래요?”
“험. 주방에 위험한 물건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그리고 이게 무슨 유난이야? 이 녀석 식사량을 몰라서 그래? 다른 사람이 요리를 부탁했으면 내가 말을 안 한다. 그때 이 녀석이 먹은 양이 얼만 줄 알아? 자그마치 십오 인 분이 넘었다고. 그 정도면 요리가 아니라 중노동이지, 중노동.”
“…십오 인 분? 그렇게나 많이 처먹… 으흠, 흠! 뭐, 그럴 수도 있겠네.”
그나마 편을 들어주는 듯했던 신소율마저 눈을 내리깔고 몸을 돌려버리자, 그렇잖아도 힘이 실려 있지 않은 브리트라의 어깨가 더욱 무겁게 늘어졌다.
노구덕은 기가 죽어 있는 브리트라의 정수리를 톡톡 건드렸다.
“브리트라.”
“왜, 왜 그러느냐?”
“확실히 먹었겠지?”
“…….”
사색이 된 브리트라가 대답을 않자, 그녀의 옆에 있던 두 여인이 대답을 대신했다.
“응. 먹었어요.”
“아주 배불리 먹였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주인님.”
“우으으으으…….”
브리트라의 다물린 입에서 앓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들이니, 뭐니 달콤한 말로 꼬셔내서 맛있는 것을 사줄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방금 좋다고 먹었던 게 자기 제사상이었던 셈이다. 돼지도 도축할 때에는 배불리 먹인다고 하더니 지금이 딱 그 꼴이었다.
“토, 토해내면…….”
“걱정 마라. 토해낸 만큼 다시 입에 우겨넣어 줄 테니까.”
“어흐으…….”
이제는 정말 도망갈 곳이 없었다. 노구덕은 망연자실, 자포자기한 브리트라의 가느다란 목에 손수 목걸이 하나를 걸어주었다. 예전, 사슴뿔 부족의 공주였던 네리아가 착용하고 다니던 달의 모양을 본뜬 목걸이, ‘후계자의 증표’였다.
“얘기는 들었겠지만, 부탁 하나만 하자. 할 수 있겠지?”
부탁의 허울을 뒤집어 쓴 명령이다. 이미 목줄이 꽉 채워진 브리트라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할 수 있다….”
“네가 뭘 염려하는지는 안다. 하지만 네 걱정처럼 발레기우스가 나타나는 일은 없을 거다. 만약 놈이 나타난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빼내 주겠다.”
나름대로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었지만, 그다지 효력은 없었다. 발레기우스의 능력은 누구보다 잘 아는 브리트라이니만큼, 아무리 노구덕이 강하다 해도 그의 말이 무리라는 걸 잘 아는 탓이다.
노구덕도 그냥 형식상 해 본 말이었는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끼가 되어줘야겠다. 널 간절히 원하는 놈이 있거든.”
“이… 이 몸을 원한다고?”
“그래. 아주 흉포한 늑대가 있어. 넌 그놈을 꾀어내기 위한 미끼역할이다.”
씨익 웃음 짓는 노구덕의 얼굴이 무척이나 음험하게 다가왔다. 그로부터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을 받은 브리트라는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늑대 사냥의 시작입니다…
일단 올리고, 바로 리리플 달도록 하겠습니다.
수없는씨박 / 추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라이거나이트 / 아마 늑대왕 잡으면 뭔가 관련 실마리를 접하지 않을까 싶네요!
월병인 / 일단 쥔공을 만난 이상… 결과를 지켜보면 되겠네요!
니오그타 / 점점 보스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발레기우스!
무협소설광 / 서로가 미지수이니 어떻게 될지는…
은신설야 / 항상 감사합니다~!
김도리131 / 이제 더 이상 커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ㅋㅋㅋㅋ
Velos / 네 드디어 그 순간이 왔습니다!
트릭스타 / 타이의 대모험.. 하하.. 진짜 추억의 작품이네요.
asd메이지 / 사실 눈치 채기가 더 힘들지 않나요? ㅎㅎ;;
코카콜라중독 / 그 정도 포스는 있어야 보스로서의 위신이 있지요!
창파 / 현재 스퀘어대륙은 관리자에 의해 격리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원대륙과 스퀘어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상황이죠.
모그퐁 /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가식적썩소 / 언제나 스피드웨건 역할을 맡아 주시는 발레기우스 센세…
속박의사슬 / 하하.. 과연 어떻게 꾀어냈을지? 일단 미끼 1은 브리트라네요.
북치네 / 아가레스트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ㅠㅠ
다크체리 / 왜 살아 있는 사람을 마음대로 버리고 그러세요! 저 그렇게 잔인한 사람 아닙니다!
벌레 / 과연 발레기우스가 브리트라를 노리는 이유는?
출언필고행 / 그건 늑대왕 때려잡고 나면 나올 듯하네요..
stigma / 구더기가 가리발디를 뭘로 꾀어낼지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