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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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사냥의 계절
116# 사냥의 계절
거울의 숲, 늑대왕의 주둔지에서 칸다무어로 파견된 사울로와 투르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로건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슬로터’의 행방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지 이틀째. 그 이후로 두 사람이 보내오던 소식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에, 원래는 그 두 사람의 후발대로서 칸다무어로 가려 했던 로건은 계획을 보류하고 거울의 숲에 남았다.
칸다무어는 위원회와 반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도시다. 도시의 지리적 위치가 상당히 애매한 탓도 있었지만, 예전 늑대왕 가리발디와 검왕 김정인의 충돌로 도시 자체가 반파되어, 기존의 물동량이 반 이하로 떨어진 칸다무어는 전력 출혈을 감수하고 손에 넣을 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는 아니었다.
그러나 깃발만 꽂지 않았을 뿐이지, 로건은 칸다무어 내부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구축해 놓은 정보망이 건재하게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칸다무어뿐 아니라 영지와 인접한 모든 도시에 그물 같은 정보망을 구축하여 엄밀한 감시망을 펼쳐놓고 있었다.
만일 사울로와 투르칸의 신변에 어떤 이상이 생겼다면 당장 칸다무어에서 소식이 날아왔어야 정상이다. 헌데, 두 사람이 감감무소식이 된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칸다무어 쪽에서는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말인즉슨, 무슨 일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사울로와 투르칸이 당했다는 건가?’
미간을 좁힌 로건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움직여, 습관처럼 딱딱 소리를 냈다. 무심결에 힘이 들어간 것인지, 손가락으로 두드릴 때마다 테이블 표면이 움푹움푹 파이고 있었지만, 로건 본인은 그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상정할 수 있는 상황은 일단 세 가지다. 사울로와 투르칸에게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칸다무어의 정보망에 문제가 생겼거나, 혹은… 둘 다 문제가 생겼거나.’
‘칸다무어에 사울로와 투르칸을 위협할 수 있는 헌터가 있었나?’
그 두 사람은 프라임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베테랑들이다. 대륙 어디에 놔두어도 충분히 제몫을 할 강자들이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칸다무어에는 그들을 대적할 만한 자가 없었다. 전쟁이 일어나고, 늑대왕과 검왕의 맞대결로 도시가 파괴된 이후, 칸다무어는 상주하던 클럽들이 반수가 넘도록 떠나버려 그 수준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오죽하면 그 이전까지 만년 중위권에 머물던 클럽이 현재 도시의 맹주 역할을 하고 있을까. 고일성 같은 양아치가 멋대로 날뛸 수 있는 것도 그런 사정이 있어서였다.
‘그런 곳에 사울로와 투르칸을 상대할 놈이 있을 리 없지.’
‘하지만, 명백히 문제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투르칸은 몰라도 사울로가 내게 하는 보고를 잊을 리 없어.’
‘애당초 그 두 사람이 칸다무어에 간 것은 그곳에서 ’슬로터‘가 발견됐다는 정보가 입수되었기 때문이다.’
‘정보를 제공한 것은 내가 거느리고 있는 정보처의 요원들…….’
별안간, 잠잠히 가라앉아 있던 로건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리며 용솟음쳤다.
“함정이라면? 만약,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계획된 함정이라면?”
침묵을 고수하던 입을 뚫고 무서운 가정이 세워졌다. 투르칸과 사울로, 그 두 사람이 향한 칸다무어에 처음부터 적들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이 설명 가능했다.
만약… 정말로 그 두 사람의 연락두절이 함정에 의한 것이라면…….
로건은 문득 모골이 송연해졌다. 어둠 속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칼날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비로소 알아차린 것이다.
“주인님을… 노리고 있는 건가?”
빠각! 급작스럽게 가해진 손마디의 힘을 이기지 못한 테이블 귀퉁이가 흙더미처럼 부서졌다.
“대체 누가? 위원회인가? 혹시 검왕? 아니, 그는 아니겠지. 최근 출타했다는 보고가 전혀 없었던 데다, 명분이 약해. 그렇다면… 역시 위원회란 소린데…….”
로건의 낯빛이 바위처럼 무거워졌다. 상대가 위원회라면 늑대왕의 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주인은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연계하고 있는 주변의 반군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주인님께서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니…….”
“누가 위험에 처한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로건의 몸뚱이가 벼락에 맞아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그의 바로 뒤에서 소슬한 바람과 함께 서슬 퍼런 음성이 들려온 탓이다.
반사적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납작하게 엎드렸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로건, 일어나라.”
귀신처럼 나타난 왜소한 체구의 남자, 늑대왕 가리발디는 야성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거친 숨결을 토해냈다. 발레기우스가 주최한 모임에 참석했던 그가 지금에서야 영지로 복귀한 것이다.
기분 탓일까. 그의 명에 따라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로건은 어쩐지 주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평소보다 더욱 흉험하고 난폭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님, 회합은…….”
“로건. 설명해라. 방금 그 말, 무슨 뜻이냐?”
…기분 탓이 아니었다. 회합에서 복귀한 가리발디는 마치 야수화하여 본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말 끝마디마다 짙은 살기가 배어 있었다. 평소에도 호전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 감안하면, 필시 회합에서 그의 심기를 건드린 어떤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예. 그게…….”
로건은 왠지 모를 으스스한 불길함이 식은땀처럼 척추뼈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그간 있었던 일을 주인에게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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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로와 투르칸 일당을 사로잡은 노구덕은 우선 그들을 칸다무어에 마련된 비밀 안가의 지하에 가두어놓았다.
사울로와 투르칸 같은 자들은 즉석에서 심문한다고 해서 정보를 토설할 자들이 아니다. 그런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예컨대 다양한 사이즈의 송곳, 적당히 녹이 슨 줄톱, 예리한 식칼, 못이 박혀 있는 글러브 같은 것들이다. 노구덕은 여차하면 정말로 그들을 산 채로 포를 뜰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리스가 머물고 있는 안가에는 고문을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쓴 적이 없는 듯 깔끔한 모습이었지만, 그 중 몇몇 도구들은 최근에 핏물을 묻힌 듯 벌겋게 물이 들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저기 보이는 작두 비슷한 물건이 그랬다.
연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찌르는 것이 한두 번 사용된 게 아닌 듯했다. 원래 용도라면 마소의 먹이를 써는 데에나 쓰여야 할 물건이지만, 아마도 저것은 볏짚이나 여물 대신 사람의 팔다리를 자르는 데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패터슨, 이놈. 꽤 험하게 살았구나.”
고문실을 둘러보던 노구덕은 낮게 혀를 찼다. 이 방만 보아도 패터슨이 얼마나 독하게 세력을 확장시켰는지 알 수 있었다. 별다른 기반도 없이 이만한 세력을 일구어낸 만큼, 숱한 피도 뿌려댔으리라.
“…가급적 이런 수단은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불가피할 때도 있더군요. 죄송합니다.”
패터슨은 면목 없다는 듯,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나 노구덕은 도리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탓하는 게 아니다.”
“예?”
“세력을 키우다 보면 늘 알력 다툼이 벌어지는 법이고, 필연적으로 힘의 개입이 일어날 수밖에 없지. 그 과정에서 피가 튀기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보다는… 네게 좀 더 충분한 지원을 해주지 못한 게 안타까워서 그런다.”
시들하게 떨군 머리를 치켜든 패터슨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백부님께서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주셨는데요.”
“내가 해준 게 뭐 있다고……. 늘 네 녀석에게 신세를 지니, 미안할 따름이다.”
“신세라니요! 어차피 전부 다 백부님 것인데요.”
“이놈아, 네가 키운 게 왜 내 것이 되는 거냐?”
“백부님! 제가 외딴 곳에 있다고 아이리스에서 내치시는 겁니까? 이러시면 정말 섭섭합니다.”
노구덕은 패터슨의 밉지 않은 능청에 피식 입매를 터뜨렸다.
“예끼! 이놈. 네 부모한테나 잘해라.”
“하하. 저야 항상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노구덕의 앞에서 순박하게 웃음 짓는 이 젊은 청년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칸다무어의 암흑가를 석권한 조직의 수장이라는 것을.
멜릭의 아들 패터슨. 그런 인재와 좋은 인연을 맺은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행운이었다.
기실, 살롱의 관리인을 맡고 있던 패터슨이 자청해서 동부로 떠날 때만 하더라도, 걱정을 했으면 했지, 그가 정말로 어떤 위업을 이룰 것이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던 노구덕이었다. 설령 재능을 발휘해 사업을 일으킨다 해도 최소한 몇 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허나 패터슨은 그의 예상을 멋지게 뒤집어버리고, 단기간에 칸다무어에서 제일가는 정보조직을 일구어냈다.
물론 패터슨이라고 실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이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시기적인 행운도 크게 작용한 덕분이었다.
누구나 그러하듯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패터슨은 당초, 도움을 청하러 온 네리아와 어떻게든 끈을 만들어, 사슴뿔 부족의 죄인들과 적대 부족들을 노예로써 상품화하려는 사업을 구상했었다. 거울의 숲이 늑대왕의 영지로 넘어가고, 그가 거울의 숲을 철저히 통제하는 바람에 칸다무어에서 아인종 노예의 씨가 말라버렸으니, 제대로만 된다면 떼돈을 벌 수 있으리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 야심찬 계획은 제대로 실행해보기도 전에 수포로 돌아갔다. 노구덕이 사슴뿔 부족의 보물을 빼앗고, 그와 끈이 이어져 있던 네리아와 황기종의 목숨을 앗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차기 족장이 될 네리아와 연계하여 사업을 시작하려던 패터슨으로서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겪었지만, 패터슨은 굴하지 않았다. 비록 네리아와의 관계는 끊어졌지만, 그 대신 노구덕에게 위로금조로 받은 막대한 자금이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늑대왕 가리발디와 검왕 김정인의 대결로 칸다무어의 기존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은밀히 세력을 기르며 때를 엿보던 패터슨은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 과감히 뛰어들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기존 세력들을 단숨에 눌러버리고 야시장의 숨은 지배자가 되었다.
지금이야 이렇게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하지만, 당시 패터슨이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응원군으로 와 준 나타샤와 안세영, 헨더슨 등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의 도약은 어쩌면 실패로 끝났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패터슨은 항쟁의 승리자가 되었고, 칸다무어 암흑가의 숨은 주인이 되었다.
…이 고문실에 남아 있는 도구들도, 그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서 비롯된 흔적들이었다.
“네가 일찌감치 늑대왕 그놈의 수족들을 걸러내지 못했다면, 이 방법도 쓰진 못했을 거다.”
“거울의 숲에서 파견된 첩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언제고 한 번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고 벼르고 있었지요.”
“맹랑한 녀석.”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만, 늑대왕이 가진 정보조직을 처부순다는 건 범인의 배짱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네가 기대에 부응해줬으니, 이번엔 내 차례구나.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네 사업을 족히 두 배는 키울 수 있을 거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백부님,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상대가 상대이니까요.”
“오냐, 걱정마라.”
짧게 답한 노구덕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늑대왕. 십존의 일인인 그 괴물을 상대하는데 어떻게 무리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남자는 할 때는 해야 하는 법이지.’
생각해 보면 참 여러 가지로 얽힌 악연이었다. 퀸즈가든에서부터 시작해서, 와일드팽, 그리드, 거울의 숲……. 직접 대면한 적은 적었지만, 그가 가는 곳에는 크든 작든 늑대왕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 정도면 지긋지긋하다는 말도 모자랄 정도다.
몇몇 도구들을 대충 챙겨 넣은 노구덕은 심호흡을 하는 것처럼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이제 질긴 인연에 종지부를 찍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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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아침화 투척합니다! 상쾌한 하루 보내세요!
저녁화에 더해서, 여유가 되면 3연참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