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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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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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 이번화 후기에는 상당한 스포일러가 섞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고 싶은 분만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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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레스트가 하혈을 시작하자, 당황한 노구덕은 급히 클럽 홀에 대기하고 있는 의사를 호출했다. 방 안에 있는 네 명의 남녀 중 이런 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의사라면 안세희도 있었지만 그녀는 산모를 대해 본 경험이 전무했기에,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산모나 아이를 여럿 대해본 경험 많은 의사가 제격이었다.
이후 헐레벌떡 뛰어온 의사가 도착하자 노구덕은 현장을 소피아와 신소율, 브리트라에게 맡긴 뒤 김정인과 함께 방을 빠져나왔다.
방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멀리 나가지 않고 바로 방문 앞에서 대기했다. 아무래도 남자가 있을 곳이 못되는 것 같아 안에서 나오긴 했지만, 방 안의 아가레스트가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유산이라니…….”
노구덕은 끄응 신음하며 이마를 짚었다.
브리트라의 말로는, 두 개로 나뉘어졌던 의식이 하나로 융화되는 과정에서 그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유산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제 속에 가두어놓았던 의식 속에는 발레기우스나 가리발디로부터 받은 학대와 고문의 기억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 노구덕이 생각하기에도 일리가 있는 의견이었다.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아가레스트의 의식을 회복시킬 계획을 짰을 때만 하더라도 유산의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노구덕과 소피아는 그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판단했다.
로건 등 사로잡은 라이칸스로프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가레스트는 그 위원회의 인물답게 의지가 강한 여인이었다. 여성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굴욕을 수개월 간 버텨냈을 뿐만 아니라, 한계에 내몰린 상황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금제를 가했을 만큼 강단이 있었다.
그런 굳은 정신력을 가진 여인이니만큼, 본래의 의식을 회복한다면 어떻게든 충격을 극복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속편한 계산에 불과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직 유산이 확정된 건 아니니까요.”
“음….”
김정인이 옆에서 위로랍시고 하는 말을 들은 노구덕은 조용히 속으로 반문했다.
‘걱정이라고?’
우스운 얘기다. 아가레스트의 상황은 유감이지만, 그가 걱정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애초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아가레스트를 깨운 이유가 무엇이던가? 그녀가 끌어안고 있는 문제들… 예컨대, 뱃속의 아이에 관한 일들을 그녀 자신에게 맡기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그 아이는 늑대왕 가리발디의 자식일 공산이 매우 큰 아이였다. 아이에게 죄는 없다지만, 노구덕은 적의 혈육까지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도량이 넓은 위인이 못되었다. 임유진, 임가희 모녀와는 다른 문제다. 아가레스트와 그 사이에는 어떤 접점도 없었으니까. 예전 소피아의 제안을 거절한 데에는 그런 까닭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김정인 앞에서 굳이 그런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그래. 고맙다.”
“아니요. 오히려 제 쪽이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응?”
“그 여인… 발할라의 실전된 신기를 몸속에 지니고 있더군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제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가볍게 목례를 하는 김정인. 어리둥절해진 노구덕은 엉겁결에 그의 감사를 받으면서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입니다. 지구의 음양론에 입각해서 말씀드리자면 그녀의 기운은 양(陽), 제 기운은 음(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뭔 말인지 자세히는 모르겠다만, 치료를 하면서 진전이 있었던 것 같구나.”
“그렇습니다.”
“…축하한다.”
축하는 개뿔. 말을 건네는 노구덕은 덤덤한 얼굴과는 달리 속이 아프다 못해 지지고 볶듯이 쓰라려서 위장약이 필요할 지경이었다.
‘염병할. 또 이놈만 콩고물을…….’
누구는 매번 일이 꼬여서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누구는 도랑치는 김에 가재까지 잡았단다. 신이 있다면 그놈의 멱살을 잡고 한번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저놈만 저렇게 잘 나가냐고.
‘역시 행운이다. Lv5의 행운 재능… 그게 저놈에게 자꾸 선물을 안겨주는 거야.’
그렇게 따지면 노구덕 역시 Lv2의 행운 재능이 있었지만,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옛말처럼 그런 사소한 것은 일찌감치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그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도 김정인에게 빚으로 지워두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옹졸한 짓이었다. 그걸 김정인이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고. 결국 노구덕은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홀로 삭이며 달랠 수밖에 없었다.
딸칵.
노구덕이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그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브리트라와 소피아, 신소율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열린 문 틈 사이로 힐끔 방 안을 살핀 노구덕은 늙은 여의사가 아가레스트를 진맥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뒤, 소피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환자의 상태는?”
“…혼수 상태예요. 자세한 설명은 브리트라 님이.”
소피아에게서 역할을 넘겨받은 브리트라는 어울리지 않게 침중한 얼굴로 턱을 까딱였다.
“의식의 동화는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혼수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 충격을 감안하면 적어도 며칠은 있어야 깨어날 것으로 보이는구나. 그리고 아이는…….”
브리트라는 불편한 얼굴로 뒷말을 삼켰다. 그 옆에 있는 소피아와 신소율의 표정 또한 장대비라도 내릴 것처럼 우울한 걸 보니, 굳이 듣지 않아도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결국 그렇게 되었군.”
“유감입니다.”
“흐음…….”
털썩 밖에 빼놓은 의자에 걸터앉은 노구덕은 듬성듬성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가레스트가 아이를 유산한 일이 과연 그녀에게 있어 잘 된 일일까? 정신을 차린 아가레스트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생각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답답해진 가슴을 뒤로하고 머리를 든 노구덕은 재차 브리트라에게 사실을 확인했다.
“환자가 깨어나려면 적어도 며칠은 걸린다고?”
“그렇다. 이 몸이 보건대, 아무리 빨라도 사나흘은 있어야 될 게다.”
직접 그녀와 정신적 교감까지 나눈 브리트라의 말이니 믿을 만한 정보였다. 하긴, 그런 확신이 있으니 아가레스트를 혼자 두고 세 명이 다 같이 나온 것이리라. 머리를 끄덕인 노구덕은 근처에 멀뚱하니 앉아 있는 김정인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하니, 정인이 너는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환자를 두고 계속 여기에 머무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니까.”
“…알겠습니다.”
김정인은 조용히 노구덕의 말에 수긍했다. 기실, 아가레스트의 의식을 회복시키는 일 자체는 성공했으니 그가 아이리스에 더 머무를 명분은 없었다.
“정인 오빠, 가는 거야?”
“그래야겠지. 클럽을 오래 비울 수는 없으니까.”
“음, 어쩔 수 없네. 소냐가 아쉬워하겠다.”
“소냐?”
“오빠 얼굴 한번 보고 싶어 하는 맹랑한 꼬맹이가 있거든. 우리 가족 같은 애야.”
신소율이 무심코 던진 말에 의문을 표한 김정인은 이내 알겠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강자를 동경하는 어린아이들. 라이오넬이 근거지를 두고 있는 라스바덴이나 살타에서도 여러 번 겪었던 일들이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그럴까?”
신소율과 김정인, 두 사람의 대화에서 소냐의 이름이 언급되자, 노구덕과 차후 일을 의논하고 있던 소피아의 길쭉한 귀가 쫑긋하게 곤두섰다.
“소냐… 그러고보니 소냐가…….”
평온하게 가라앉아 있던 소피아의 표정에 금세 거센 격랑이 일었다. 아가레스트 쪽의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서 소냐를 미처 잊고 있었던 것이다.
검의 천재로 명성이 자자한 검왕 김정인을 직접 보기 위해 모처럼 시간을 내서 온 그 아이가, 검왕이 복귀했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실망할지……. 마음이 급해진 소피아는 노구덕에게 양해를 구하며 부탁을 했다.
“주, 주인님. 혹시 권도현 헌터나 메이슨 오너에게로 통하는 핫라인, 가지고 있으세요?”
“음? 그거라면… 여기 있긴 있는데. 왜 그러냐?”
“소냐에게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아서요. 혹시 그 아이가 아직 거기 있는지…….”
“알았다. 잠깐만 기다려라.”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쾌히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인 노구덕은 늘 가지고 다니는 수정 묶음을 뒤적였다. 모고르의 자하드, 동부의 패터슨, 긴트의 황석문, 북왕 아이벤, 악시밀리온의 체스터 등 굵직굵직한 그의 연줄 및 가신들에게 직접 통할 수 있는 핫라인들이 모여 있는 주머니였다.
“어디 보자… 메이슨이 이거였나?”
푸른 빛깔을 띤 통신용 구슬을 집어든 노구덕은 곧장 마력을 주입해 구슬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불과 몇 초도 되지 않아 곧장 답신이 날아왔다.
-매, 맹주님! 오랜만에 연락을 다 하시고, 어쩐 일이십니까?
“오, 메이슨. 잘 지내고 있나? 다름이 아니라 우리 소냐 때문에 말이야. 그 아이, 아직 거기 있나?”
-예? 소냐라면 한참 전에 클럽 홀을 나갔는데요.
“뭐라고? 언제?”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봐, 권 단장. 소냐가 나간 게 언제였지? 음, 그래? 그, 그러니까 두 시간도 넘었습니다.
“…….”
처음에 크게 성이 난 것처럼 부릅떠졌던 눈매가 금세 시린 서리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
“혼자 나갔나? 아니, 알았네. 내 곧 가도록 하지.”
“주, 주인님…?”
뚝. 심상치 않은 표정이 된 노구덕이 통신을 끊자, 괜히 불안감이 치밀어 오른 소피아는 안절부절못하며 그에게 다가왔다.
“…소냐가 이미 두 시간 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네에?”
토끼눈이 된 소피아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근처에 있는 김정인과 신소율까지 깜짝 놀라서 돌아볼 정도로 크게 언성을 높인 그녀는 반사적으로 복도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더니 까득 손톱을 깨물었다
“두… 두 시간 전이라니….”
“왜 그래, 언니?”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신소율이 다가와 질문을 던졌지만, 극도의 초조함에 휩싸인 소피아는 그녀의 물음에 답할 정신조차 없어 보였다. 대신 나선 것은 노구덕이었다.
“소냐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엑?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자기 걔가 왜…….”
“블랙랩터에선 두 시간 전에 나갔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소냐가 말없이 사라질 아이도 아니고.”
두 시간. 근처 저자에서 실컷 군것질로 배를 채우다가 와도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신소율의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졌다.
“그럼 그 애가….”
“…그래. 납치됐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겠지.”
“…아아…….”
노구덕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는 소피아를 서둘러 부축해 일으키면서 바쁘게 염두를 굴렸다.
‘대체 누가 소냐를 노린 거지? 그 아이의 재능은 아직 밖에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만약 그녀가 정말로 납치되었다면, 그건 소냐 자체가 아니라 아이리스나 노구덕 그를 표적으로 한 인질 확보일 가능성이 컸다.
‘아니, 그게 누구든, 뭘 위한 짓거리든 고민할 시간은 없다.’
판단을 끝낸 노구덕은 이 중 가장 발이 빠른 신소율에게 지시를 내렸다.
“칼립스와 딕툼의 인근… 이 지방 전체에 비상령을 선포해라. 소냐의 인상착의를 전파하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확보해. 그리고 이 시간부로 딕툼과 칼립스를 잇는 워프게이트를 제외한 모든 워프게이트를 봉쇄한다.”
막 달려 나갈 자세를 잡던 신소율은 마지막 말에 이르러서 정말이냐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직 납치가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하루에도 수천의 인구가 이용하는 워프게이트를 봉쇄한다는 건 엄청난 초강수였기 때문이다.
“정말요?”
“그래. 내 이름으로 무조건 밀어붙여라. 책임은 내가 진다. …아니군. 그럴게 아니라 내가 직접 각 도시에 전파하마. 혹시 모르니 긴트에도 협조를 구해야겠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소냐의 납치만은 막아야 한다. 마음을 굳힌 노구덕은 기력을 잃은 소피아를 의자에 앉혀두고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은 불금이라 가게가 바쁜 관계로 한편 정도가 끝일 것 같네요..
내일 2연참, 시간 넉넉하면 3연참으로 스토리 진도 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리리플 대신 여러분의 불만(?)을 조금 진화시키는 의미에서, 조금 길게 후기를 남기고자 합니다.
1. 김가놈은 왜 고난이 없고 쌩으로 처먹나요?
왜냐면 김정인은 그 존재가 죽을고생을 하고 피똥싸며 강해지는 노구덕과 대비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널 정보에서도 알수 있듯이 특성마저 ‘영웅(Hero)’이죠.
이 작품의 히든보스 혹은 진보스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 비중은 발레기우스보다도 높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 커지겠지요.
김정인의 고난이라고 한다면, 그건 결국 노구덕입니다.
물론 그 과정이 묘사되는 와중에 불만이 있으실 수도 있겠지만.. 작가를 믿고 기다려주시면 언젠가 달콤한 결실을 맛볼 수 있으실 겁니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와 적대한 세력과 인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비호감 최상위권을 달렸건 가리발디가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상기해주셨으면 하네요.
어떤 것이든,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을 보게 되실거라 장담해 드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김가놈 안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작가는 매우 만족스럽네요. 김정인에게 착하면서도 이중적인 면모를 부각시킨 건, 나중에 있을 일에 대비해서 최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정말 착한놈이면, 죄책감이 들잖아요..
크흠.. 더이상은 스포 냄새가 아주 진해지므로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가레스트.. 특히 소냐쪽은 정말 의외의 결말이 날 지도 모릅니다. 소냐의 성격도 그렇고.. 잊혀졌던 그분이 등장할 예정이거든요.
한번에 아가레스트와 소냐, 두 가지 이슈를 진행하려니 스토리가 조금 꼬이는 느낌이지만 편하게 봐주셨으면 하네요.
즐거운 금요일 되시고! 주말도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