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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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래프트(Draft)
2# 드래프트(Draft)
하태경은 짜증어린 목소리로 경고했다.
“한번만 더 난리를 치면 조에서 배제할 겁니다.”
“뭐, 뭐라구요?”
언제 이정한의 손아귀에서 탈출했는지, 최나연이 바락 대들었지만 하태경은 그녀를 무시하고 전방으로 향했다. 저런 여자를 상대하며 굳이 심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램프를 가진 하태경이 가까워지자 어두웠던 선두의 모습이 드러났다. 박정환이 발목을 부여 잡고 쓰려져 있었고 그 옆에서 황기종이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 김정인과 김규식은 주위를 살피며 경계하는 중이었다. 김규식의 발밑에는 박정환이 들고 있었던 램프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얼핏 봐도 기름이 다 쏟아져 제구실은 못할 듯싶었다.
‘이제 남은 램프는 2개. 벌써부터 이런 실수를 하다니. 멍청한 놈.’
박정환을 내려다보는 하태경의 눈에 순간 경멸의 빛이 스쳐지나갔으나,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진 못했다.
“무슨 일입니까?”
“덫에 걸린 것 같은데…….”
상세를 살피던 황기종은 말끝을 흐렸다.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직감한 하태경은 좀 더 가까이 가서 환부를 살폈다.
“끄으으으… 내 바아아알…….”
박정환이 당한 것은 올무의 일종이었다. 손가락 한 마디 두께의 쇠올가미가 복숭아뼈 위쪽 발목을 꽉 죄고 있었는데, 올가미가 어찌나 깊게 파고 들었는지 그 부분은 발목 두께가 절반이 넘도록 줄어 있어 절단되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단순히 죄기만 해서는 저 정도로 깊게 파고들 수 없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하태경은 황기종을 돌아보았다.
그 의도를 짐작한 황기종이 부연 설명을 했다.
“올가미 안쪽에 날붙이 같은 게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응급처치는요?”
“최대한 지혈을 하긴 했는데, 워낙 출혈이 심합니다. 일단 저 올무를 제거해야 합니다. 최악에는…… 발목을 절단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뭐? 이, 이런 씨발… 야! 이 새끼야! 누구 발을 잘라? 죽고 싶어!”
쓰러져 있던 박정환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악을 쓰듯 욕지거리를 해댔다. 그런 그의 음성에는 숨길 수 없는 불안감과 절망감이 묻어 나왔다. 그도 아는 것이다. 발목을 자르는 건 차치하고, 이대로 버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일어설 수 있어! 싸울 수 있다고! 제기랄… 끅!”
“정환아, 꼴사납게 왜 이러냐. 좀 자고 있어라.”
김규식의 수도(手刀)에 뒷목을 강타당한 박정환은 눈을 허옇게 까뒤집은 채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대수롭지 않은 말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박정환과는 성향이 비슷해 금방 의기투합해서는 형님, 아우하던 사이였던지라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구석에서 그걸 지켜보던 노구덕도 꼴깍 마른 침을 삼켰다. 그 눈은 선혈이 낭자해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박정환의 발목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그게 그럴진대, 다른 이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 여자들은 완전히 기가 질렸는지 개중 몇몇은 박정환이 단말마와 함께 기절할 때 자기도 모르게 ‘악!’소리를 내며 펄쩍 뛰었다.
첫 번째 희생자.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드디어 피부에 와 닿은 것이다.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전투불능에 해당하는 중상이다. 그것도 한 순간 발밑을 살피지 못해서, 어처구니없는 함정에 걸려 생긴 피해였다. 이건 보나마나 최하위다. 아니,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얼른 치료를 하지 못하면 드래프트가 끝나고 나서도 평생 병신으로 살지도 몰랐다.
그럼 이제 박정환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의미를 담은 시선들이 하태경에게로 쏠렸다.
“지금으로서는 박정환 씨를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박정환 씨는 입구 쪽에 두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그쪽이 안전할 테니까요.”
“…버리고 가자는 말이에요? 여기 그냥 두면 죽을 수도 있어요!”
윤희지가 화난 얼굴로 말했으나, 하태경은 여전히 냉랭했다.
“그건 감수해야죠. 다들 그러기로 한 것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꼭 죽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최소한 계단을 올라오기 전까지는 어떤 위험요소도 없었으니까요.”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어요.”
“황기종 씨가 최대한 출혈은 늦췄다고 했습니다. 드래프트가 끝나기 전까지 버티길 바라야죠.”
“당신… 어떻게 그런 말을…!”
윤희지는 씩씩대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켜보는 노구덕도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박정환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좀 더 나서서 윤희지를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렇게 심정적으로는 윤희지를 응원했지만 한편으로는 얄미운 하태경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그럼 윤희지 씨가 박정환 씨를 데려갈 겁니까?”
“네?”
“박정환 씨는 당장 걸을 수도 없습니다. 누가 그를 부축할 겁니까? 또 그렇게 하면, 그로 인한 전력 손실을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그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하면요? 이것도 윤희지 씨가 책임질 겁니까? 무슨 수로?”
“아, 그, 그…….”
속사포처럼 쏘아붙이는 하태경의 언변에 윤희지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막연히 버릴 수 없다고만 생각했지, 그 이상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 이전에는 이 이상 고려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부와 명예를 모두 쥐고 있었으니, 말 한마디면 모두가 알아서 해 주었을 테니까.
숨을 죽이며 두 사람의 말싸움을 지켜보던 모두는, 윤희지가 말문이 막히자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박정환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두 번, 세 번 생각해봐도 하태경의 논리가 더 정연했다. 대책도 없는 인도주의에 기대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했다.
그러나, 그것은 윤희지의 신념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짓씹은 그녀는 무언가 결심이 선 듯 단호한 눈빛으로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제가 여기 남겠어요.”
“예? 지금 뭐라고 했지?”
어지간한 하태경도 충격을 받았는지, 무심결에 반말이 튀어나왔다. 윤희지는 눈을 지그시 한번 깜박이고는 한결 편안해진 음성으로 재차 말했다.
“어차피 저는 단발성 전력이에요. 당장 도움이 되긴 어려우니 여기 남아 박정환 씨를 보살피겠어요. 말을 꺼낸 것도 저니까, 책임을 지겠단 거죠.”
“하.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눈을 부릅뜬 두 사람이 막 2차전에 돌입하기 직전.
-스아아아아아! 쉬시시시싯!
어찌 들으면 바람 빠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혹은 누군가 부는 휘파람 소리가 같기도 했다. 일행은 서로 마주보며 너도 들었냐?하는 눈짓을 교환했다. 상대적으로 감각이 예민한 안혜미는 심각하게 굳은 낯빛으로 소리가 들려 온 방향인 어두컴컴한 복도 너머를 응시했다. 확실한 건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자연적인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다시금 당겨진 실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태경도 어느새 본래의 페이스를 회복했는지 후방조의 신소율에게 전방으로 합류할 것을 지시했다. 박정환의 일이 있어서인지 신소율은 조금 꺼려하는 눈치였지만 애초 예비대 1번으로 편성된 만큼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결국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램프를 들고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 와중 김정인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귀를 가져다 댔다. 난데없는 행동에 옆의 김규식이 퉁명스럽게 핀잔을 주었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이봐, 어서 일어나.”
“발소리… 여섯, 아니 일곱. 일곱이야.”
“뭐, 뭐? 구라치는 거 아냐?”
“아마 맞을 거예요. 그 사람, 감각이 뛰어난 것 같거든요. 그리고 희미하긴 하지만… 저도 실루엣이 보여요. 최소 다섯 이상으로.”
잔뜩 인상을 쓰며 눈에 힘을 주고 있던 안혜미가 김정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감각이 뛰어나다고 한 건 박정환이 덫을 밟기 전, 김정인이 경고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김규식도 더는 뭐라 하지 못하고 커다란 메이스의 머리 부분만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제는 다른 사람들도 확연히 들을 수 있었다.
-슈아아아아……
스산함을 한가득 품은 기괴한 바람 소리를. 간간이 바람 소리에 뒤섞여 희미하던 인기척 또한 점차 선명해졌다.
턱. 턱. 턱. 턱. 턱.
텁텁한 지하의 적막을 깨뜨리며, 딱딱한 무언가가 번갈아가며 돌바닥을 밟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심장도 덩달아 빠르게 뛰었다. 흡사 다가오고 있는 미지의 적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납처럼 무거운 공기에 압도당한 것일까, 일행 중 몇몇은 기가 눌린 것처럼 꽉 깨문 이 사이로 앓는 소리를 냈다. 특히 최나연은 아까 하태경에게 대들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안쓰러울 정도로 달달 떨고 있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여럿인 무언가가 접근하는 소리가 이제는 바로 코앞에서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일행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 제각기 섞인 시선으로 캄캄한 어둠 속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얼마 뒤, 램프의 빛이 닿는 가시거리 끝에서 느릿느릿 걸어오는 그것들을 볼 수 있었다.
“…해골?”
“끼야악! 엄마야!”
더는 견디지 못한 최나연은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윤희지의 팔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것들을 정체를 확인한 윤희지도 너무 놀란 나머지 석상처럼 굳어 있어, 최나연이 팔을 잡고 매달리는데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비단 윤희지뿐만이 아니었다. 어둠 속을 가르며 복도 건너편에서 걸어 온 존재들. 그것이 다름 아닌 살점 하나 남아 있지 않은 해골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일행은 이 비현실적인 광경을 일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전부 망부석처럼 굳어 있었다. 이론과 실제는 이처럼 달랐다. 아무리 머리로는 ‘괴물’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어도, 현대의 틀에 박힌 상식으로는 살아 움직이는 해골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괴리에서 오는 혼란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일행의 머릿속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았다.
허나,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전방! 정신 차리고 공격!”
하태경의 날카로운 외침에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전방조원들이 무기를 들어 올리는 동안, 별안간 불쑥 튀어나간 그림자가 쏜살같이 해골들의 정면을 덮쳤다.
스각!
삽시간에 멍청히 서 있는 선두 해골의 목을 베어버린 김정인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급히 몸을 숙여 가슴을 베고 들어오는 공격을 피해냈다. 목이 날아간 해골이 그 와중에 반격을 한 것이다. 뭉툭한 박도(朴刀)가 아슬아슬하게 등허리를 스쳐지나가자, 김정인은 숙인 자세 그대로 용수철처럼 몸을 튕기며 해골의 가슴팍에 묵직한 드롭킥을 먹였다.
쿠당탕탕!
성인 남자의 체중이 실린 드롭킥에 정통으로 맞은 해골은 그대로 뒤의 해골들과 함께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나뒹굴었다. 그렇게 세 구의 해골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한 김정인은 금세 기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다른 해골의 공격을 막으며 소리쳤다.
“이놈들, 머리를 날려도 공격하는 것 같으니 조심하세요!”
“봐서 알아! 우랴아아아!”
전방조원들도 김정인의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에 감탄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명색이 헌터로 스카우트된, 기본 소양은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나 전방조는 그 중에서도 근접전에 자신 있는 자들만 모아놓은 조. 김규식은 우렁찬 기합을 내지르며 거대한 메이스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무지막지한 힘이 담긴 쇳덩이는 해골의 물렁한 갈빗대를 우수수 부러뜨리며 그대로 반대편 갈빗대마저 작살내버리며 지나갔다.
“으하하하! 이놈들, 종잇장이구만!”
단 일격에 해골 하나를 짓이겨버린 김규식은 자신감을 얻었는지 크게 포효한 뒤 해골들 사이로 뛰어들어 메이스를 풍차처럼 돌려댔다. 김규식이 해골에 정신이 팔려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마구잡이로 휩쓰는 통에, 함께 싸우던 신소율은 해골들보다 오히려 눈먼 메이스를 피하기 급급했다. 실수로라도 한 대 맞는 날엔, 뼈도 제대로 못 추릴 게 분명했다.
김규식은 그간 억눌려 있던 무언가를 폭발시키듯 굉장한 완력을 선보였다. 그의 메이스가 짓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곱게 다져진 뼛가루만 그득했다. 육중한 메이스가 해골들의 이 빠진 무기들를 죄다 튕겨내며 골통을 부수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되려 해골들이 불쌍할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해골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샤아아아아!
사이한 괴성을 시작으로 2차 웨이브가 밀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열 넷, 다섯… 스물이 넘는데.”
저편에서 넘실대는 검은 물결을 헤아리던 김정인의 낯빛이 침중해졌다. 반면 김규식은 가슴을 탕탕 치며 메이스를 둘러멨다.
“까짓 거! 오라 그래! 밀가루로 만들어 줄 테니까!”
“…다 좋은데, 나까지 빻진 말아줄래요?”
입은 투덜거리지만, 능청스레 칼에 묻은 뼛가루를 탈탈 털어내는 신소율의 행동에도 처음과는 달리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최전방이 든든하게 버텨주니 나머지 일행들도 금방 패닉에서 벗어나 제 할 일을 했다. 윤희지와 최나연은 하태경과 함께 완드를 곧추세우며 언제든지 전방을 지원할 만반의 준비를 했고, 안혜미는 화살을 일발장전 해 놓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이정한은 변함없이 후방을 지켰다. 그리고 노구덕은 황기종과 함께 의식을 잃은 박정환을 들어 입구까지 옮겨 놓는 중이었다.
“어이구! 허리야… 이 친구 왜 이리 무거워?”
안 그래도 몸집이 있는 박정환인데,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져 있으니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드는 데도 꽤 애를 먹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무슨… 이런 거라도 해야지. 그나저나 해골이 살아서 움직이다니. 살면서 별 꼴을 다 봤지만 저런 꼴은 처음 보는구만. 나 원 참….”
“드래프트에서 출현하는 괴물들은 그다지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이 정도는 약과겠죠.”
황기종은 신경질적이고 강퍅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였다. 노구덕은 그래도 어른 대접을 해주는 이 청년이 마음에 들어, 아까부터 궁금했던 몇 가지를 물어봤다. 전황이 무난하게 흘러 달리 할 일이 없었던 황기종도 싫은 티를 내지 않고 묻는 족족 답을 해주었다.
“여기 있는 괴물들을 다 없애면 드래프트인지 뭔가가 끝나는 건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다른 유형의 시험도 있었다고는 하는데, 대부분은 괴물들을 다 잡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어, 그런데 자네나 저기 저, 세 사람이 들고 있는 작은 막대기는 뭐지?”
“완드라고 하는 겁니다. 마법, 이능에 관련된 재능을 지닌 자는 초기 발현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 몫을 하는 무투 계열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드래프트에서 불리하죠. 완드는 그 차이를 좁혀주는 도구입니다. 일단 재능과 정신력만 있으면 완드에 충전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죠. 제 완드는 충격파(Shock wave)를 쓸 수 있습니다.”
“오오……. 비장의 한 수, 뭐 그런 거구만.”
그제야 윤희지가 말했던 ‘단발성 전력’의 의미를 이해한 노구덕은, 완드를 든 사람들이 뒤에서 서 있기만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완드 사용자들은 당장 전투에 가용할 순 없지만 한 방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카드였다.
황기종은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전방조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이 비장의 카드지 이런 전투에서는 별 도움도 못되니까요. 다른 무기도 챙겨두긴 했는데, 하태경 씨가 마법은 최대한 아껴 놓는 게 좋다고 해서… 괜히 나섰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게 더 손해니까요.”
“하긴, 그거야 그렇지.”
-솨아아아아아아……
“…또야? 이놈들, 계속 오는군.”
“…아니요. 저 쪽에서 난 소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1층으로 이어져 있는 계단 쪽을 쳐다봤다. 신소율이 램프를 가지고 간 탓에 후방에는 비치된 램프가 없어 어두운 계단 너머를 제대로 살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턱턱거리는 해골 특유의 발걸음 소리는 오소소 소름이 돋을 만큼 선명하게 잘 들렸다. 노구덕의 목울대가 꿀꺽하고 움직이며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 된 거야? 1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박정환 씨를…”
-샤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