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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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Term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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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육중한 대검이 힘없이 땅바닥에 늘어졌다. 우두커니 선 콜트레인은 대검을 놓쳐버린 것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바보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확장된 동공은 제네시스의 성문 아래 피떡이 되어 널브러져 있는 시신에 못 박혀 있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이모탈이란 별명으로 만인의 두려움을 샀던 거한이, 길가의 음식물 쓰레기보다 못한 꼴로 죽어버렸다.
“저, 저…!”
“주, 죽었어! 진짜 죽었어!”
“이모탈이 죽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경악어린 외침들이 정지한 그의 사고를 일깨웠다.
“보, 보셨습니까?”
“…보았네.”
콜트레인은 멍청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는 도일의 얼굴도 혼비백산한 기색이 가시지 않은 기색이다. 늘 유들유들한 그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표정이다.
그럴 만도 하다. 콜트레인은 충분히 도일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 자신도 놀라 자빠질 것 같은 심정을 겨우 억누르고 있는 참이니까.
노구덕의 호언장담은 되도 않는 허풍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말을 실현시켰다. 불과 2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제일관의 수문장, 이모탈을 옆구리 터진 순대 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터무니없는 기술을 사용한 것도, 굉장한 투기나 마력이 느껴진 것도 아니다. 물론 평야에서 성벽까지 순식간에 도약한 그 속도는 경이적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이모탈을 죽일 수 없다. 이미 앞서 임유진이 보여주지 않았던가.
도대체 방금 본 게 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노구덕이 무슨 마법을 부렸든 간에, 이 시점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어리숙한 늙은이에게 생각지도 못한 답을 내려주셨군. 노구덕 의장!’
콜트레인은 재빨리 놓쳐버린 대검을 붙잡았다. 경력의 황혼을 맞이한 노장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한 혈색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사춘기 소년의 얼굴을 한 백전노장이 대검을 위로 치켜든 찰나, 그 위로 눈부신 태양이 치솟았다. 불타오르는 진홍색 화염 기류를 온몸에 휘감은 임유진은 등 뒤의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크게 소리쳤다.
“전군! 돌격하라—!”
“오오오오오오오오—!”
천지가 진동하는 함성이 한순간에 전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의장님을 따르라!”
“뒤쳐지면 놓고 간다!”
“어서 달리기나 해요!”
최고조에 달한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젊은이든 늙은이든, 남자든 여자든, 하나 같이 번들거리는 짐승의 눈을 한 별동대는 천둥벼락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전방을 향해 내달렸다. 이미 그들의 눈에는 제네시스의 저 성벽 위에 천신처럼 강림한 노구덕의 넓은 등판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저기만 보고 달리면 된다. 가로막는 건 모두 쳐부수면서, 일직선으로 적의 심장부를 돌파한다.
정확히 150명. 레그나토르의 최정예들을 끌어 모은 별동대는 쐐기 모양의 진을 이루어 삽시간에 제네시스의 성문으로 들이닥쳤다.
그 쐐기의 촉은 검은 짐승으로 화한 이두식이었다.
“크아아아아아—!”
뭉그러진 이모탈의 시체를 짓밟으며 훌쩍 뛰어오른 이두식의 동체가 검은 포탄처럼 쏘아지며 성문에 작렬했다.
콰아앙!
성문 전체가 무너질 듯 요동치며 들썩였지만, 역시 대도시의 정문답게 단번에 박살나지는 않았다. 온갖 강화주문과 아다만티움 겹판으로 구성된 성문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성문의 저항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어디 이것도 견디나 보자!”
“허어어업!”
대전사 콜트레인의 몽둥이 같은 대검과 소드브레이커 윤기호의 톱날검이 무식한 두께의 투기를 발산하며 성문을 두들겼다. 거기에 이두식의 난폭한 주먹질이 더해지니 제아무리 아다만티움이 더해진 성문이라 할지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콰쾅!
넝마가 된 성문이 마침내 지속되는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조각조각 비산하는 잔해들을 헤치고 거침없이 성 내부로 진입한 삼인의 전사는 동시에 얼굴을 찡그렸다.
뿌옇게 일어난 먼지 속에서 시퍼런 인광을 발하는 백여 쌍의 눈동자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새 성문 아래에는 백 명이 넘는 괴인들이 겹겹이 벽을 치며 포위진을 이루고 있었다.
“크르르….”
“콜트레인 님, 어떡합니까? 여기서 발목이 잡히면….”
이두식과 윤기호의 눈길을 받은 콜트레인은 도리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한 웃음이었다.
“생각할 게 뭐 있나?”
“예?”
“우리 뒤에 아무도 없는 걸 보면 모르겠나? 그냥 옆으로 빠지게.”
말을 마친 콜트레인은 잽싸게 성문 옆으로 물러났다. 그런 콜트레인을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쳐다보던 두 사람은, 불현듯 뒤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열기에 안색이 급변하여 허둥지둥 좌우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가리를 탐욕스럽게 벌린 불꽃의 용이 성문 아래를 포위하고 있었던 괴인들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쿠르르릉–!
인페르노(Inferno). 임유진이 날려 보낸 지옥의 불길은 제네시스의 외성 한복판에 수백 미터 크기의 이무기가 기어간 듯한 흔적을 남겨 놓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 열기는 마법적 처리가 된 성벽을 새까맣게 녹여버린 것도 모자라, 그 앞을 가로막는 괴인들을 흔적도 없이 모두 쓸어버렸다.
명불허전. 과연 레그나토르 군의 총사령관 다운 실력이었다.
콜트레인은 임유진이 선보인 가공할 위력에 주춤하고 있는 두 사내의 어깨를 툭 쳤다.
“뭘 넋 빼고 있나. 길이 뚫렸는데. 선봉의 자리를 양보할 셈인가?”
-히히힝!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벽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날아올랐다. 수 미터에 이르는 날개를 곧게 펼친 천마(天馬), 페가수스였다. 페가수스의 안장 위에는 말끔한 인상의 중년 사내가 기다란 빛의 창을 꼬나들고 있었다.
페가수스를 타고 성벽을 거뜬히 뛰어넘은 사내는 빠르게 창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 들린 랜스가 창날을 번뜩일 때마다, 지상으로 푸르스름한 뇌전이 내리꽂혔다.
“크아아악!”
“컥!”
괴인들의 잔당 일부를 여유롭게 처리한 심준호는 아래에 남아 있는 세 사내를 힐끔 내려다보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보는 입장에선 굉장히 얄밉게 느껴지는 웃음을 지으면서.
“먼저 가겠습니다. 나이도 있으신데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따라오십시오. 하하하!”
-푸르릉! 키히힝!
그 주인에 그 말이라고, 투레질을 하는 페가수스의 눈초리도 어째 세 사람을 비웃는 것만 같다. 평소의 무게감은 어디다 던져버렸는지 굉장히 들떠 보이는 심준호였다.
멀어지는 심준호의 뒤로 모습을 보인 이는 에테르 윙을 펼친 박승찬이었다. 그 다음에는 와이번, 그리폰, 바람의 정령 등 저마다 전용 탈 것에 몸을 맡긴 헌터들이 훌쩍 성벽을 뛰어넘으며 선두그룹의 꽁무니를 쫓았다.
뒤에 남겨진 뚜벅이 세 사람의 얼굴이 휴지장처럼 일그러진 것은 당연한 일.
“저, 저놈의 말뼈다귀가…!”
“젠장! 어디 자가용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가시죠. 크릉.”
졸지에 선봉 역할을 빼앗겨버린 세 사람은 혀를 차며 앞으로 내달렸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두 번째 관문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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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로 제일관을 통과한 레그나토르의 별동대가 막 두 번째 관문에 이르렀을 즈음, 노구덕은 이미 세 번째 관문을 돌파하고 네 번째 관문에 이르러 있었다.
종횡무진 전진을 거듭하는 노구덕의 기세는 농민군 사이를 휘젓는 전차와도 같았다. 무자비하게 휘둘러지는 그의 주먹은 괴인들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았다. 말단이든, 지휘관이든 공평하게 모두 한 방. 죽창처럼 내지른 주먹은 결코 같은 상대를 두 번 가격하는 법이 없었다.
제일관의 이모탈이 일격에 머리가 날아갔고,
제이관과 제삼관의 수문장 역시 몇 초를 견디지 못하고 고혼이 되어버렸다.
일격일살(一擊一殺).
녹색의 거한이 지나간 자리엔 어김없이 피떡이 되어버린 육체가 나뒹굴었다. 각 관문을 돌파하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미처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괴인들은 이렇다 할 대응도 하지 못하고 속속 죽어나갔다.
당연한 일이다.
괴인들의 능력이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시스템에 기반한 이상, 시스템의 잔재를 흡수하는 노구덕의 능력을 거스를 순 없었다.
괴인들이 얼마나 강하든 그건 중요치 않다. 일단 접촉한 순간, 괴인들의 능력은 사라져버리고 말았으니까. 능력을 상실하여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괴인들이 노구덕의 주먹을 맞고 멀쩡할 리 없지 않은가.
바꿔 말해서, 괴인이 아닌 강자라면 노구덕의 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리고 노구덕이 당도한 네 번째 관문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바로 그런 자들이었다.
처형자 최훈과 하얀악마 김인성.
거침없이 나아가던 노구덕의 걸음을 처음으로 제지한 이들이었다.
두 자루의 쌍검을 든 꽁지머리의 중년인과, 하얀 로브를 걸친 곱상한 외모의 사내. 성벽 위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두 사람을 올려다 본 노구덕은 툭 한마디를 내뱉었다.
“비루한 똥개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군.”
“이놈…!”
“노구덕!”
냉랭한 최훈과 예쁘장한 김인성의 얼굴이 동시에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특히, 노구덕을 노려보는 김인성의 눈빛은 짙은 원한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르슬라, 바이올렛과 함께 발레기우스의 추종자로 악명을 떨친 최훈은 노구덕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 그러나 하얀악마 김인성은 다르다. 그는 노구덕의 개입 때문에 주군인 플랑기스를 잃었으며, 갈 곳 없는 도망자가 되어 이곳에 이르렀다. 그 증오가 뿌리 깊은 건 당연했다.
‘생각보다 대응이 빠르군.’
전방을 주시하는 노구덕의 눈매가 깊게 가라앉았다.
최훈과 김인성의 주위에는 기백이 넘는 병력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 그들 중 괴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정확한 원리까지는 모를 테지만, 노구덕이 괴인들에 한해 비정상적인 힘을 발휘하는 걸 눈치 챘다는 의미다.
그가 이모탈을 죽이고 이곳 제사관까지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오 분. 그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까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놀라운 일이다.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테지만.
‘여기만 넘으면 바로 내성인가.’
노구덕의 안색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지금쯤 뒤따라오는 별동대가 각 관문에 남아 우왕좌왕하는 괴인들을 처리하고 있을 터. 그렇다면 외성에 퍼져 있는 일반 시민들이 전쟁에 휘말릴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가 알고 있기로, 제사관 뒤에 있는 내성에는 체스터의 심복들을 비롯한 괴인들뿐이었으니까.
그의 차분해진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시퍼런 날을 빛내는 쌍검을 교차한 최훈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날뛰는 건 여기까지다.”
“노구덕! 이 자리를 네 무덤으로 만들어주겠다!”
최훈을 따라 덩달아 짖어대는 김인성까지.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본 노구덕은 어깨를 가볍게 돌리며 몸을 풀었다.
“자신 있나?”
“자…신…?”
“네까짓 놈들이 날 막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일순 두 사람의 얼굴에 어처구니없는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저 무슨 오만불손한 발언이란 말인가?
처형자 최훈은 십존과 수준을 나란히 하는 강자고, 하얀악마 김인성 또한 그보다는 못해도 플랑기스의 오른팔로서 이름을 떨친 실력자다. 게다가 그들 주위에는 도미니온의 최정예 헌터들과 구 투르의 병사들이 있었다.
이만한 전력에 후방에 대기하고 있는 괴인들까지 더해지면 십존 두세 명이 쳐들어와도 거뜬히 자웅을 겨룰 수 있다.
그런데, 그만한 병력을 앞에 두고 함부로 말을 지껄이다니. 기가 막힌 최훈은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어이가 없군. 네놈이 무슨 검왕이라도 되는 줄 아나? 아니면 뒤에서 오고 있는 레드레인과 파멸의 현자를 기다리고 있는 거냐? 만약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넌 그들이 오기 전에 죽을 거다.”
“그건 동감이다.”
“…뭣?”
“나도 마누라가 오기 전에 네놈들을 치워버릴 생각이었거든.”
담담하게 말한 노구덕은 날갯짓하듯 천천히 양팔을 들어올렸다.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팔뚝. 그 위에 새겨진 여섯 개의 반점이 섬뜩한 핏빛 광채를 발했을 때.
네 번째 관문에 녹빛 사신이 강림했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새벽에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이번엔 진짜라구요.
댓글 달아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코멘으로 질의주신 분들께 답변 남겨놓습니다!
라포르테 / 하유라는 지금 외눈입니다! 그래도 따지고 보면 바이올렛이 조금 밀렸다고 보는게 맞겠네요! 구더기 휘하에서 넘버원이라면 실력으로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지위로 말씀이신가요?
실력으로 따지자면 아가레스트가 제일 강하고, 영향력이나 지위로 보면 임유진이 이인자가 되겠네요!
라덴씨, 쌈커 / 무릴로의 생사에 대해서는 아직 비밀입니다!
조민군주2 /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 ㅎㅎ;; 그건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슈리온 / 그렇잖아도 이번에 제대로 무쌍을 찍을 예정입니다!
호야[虎夜] /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