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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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안식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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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지막’이란 말을 꺼낸 적이 없다. 그가 이번 전쟁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던 것은 조금 전 임유진과 속내를 터놓았을 때가 처음이다.
그러나 여자의 육감은 무섭다. 그녀들은 직감적으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하긴, 임유진만 봐도 그랬다. 그가 마지막이라 말했을 때, 그녀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녀들은 노구덕의 사소한 표정, 안색, 행동거지와 분위기를 보고 그의 각오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
부부란 본디 그런 거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신소율의 몸짓은 필사적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다가올 전쟁은 그의 마지막 출진이고, 마지막 고비며, 그밖에도 많은 것들의 마지막이 될 공산이 높다. 그 막이 어떻게 내리든, 필연적으로 끝맺음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신소율의 행위는 너무 격렬했다. 한순간에 몸을 불사르는 불나방처럼, 한 번에 담긴 물을 털어내는 바가지처럼. 신소율은 할 수 있는 전부를 쏟아내며 노구덕에게 봉사했다.
이게 신소율이란 여자다. 이런 날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따스하게 감싸준 임유진과는 다르다. 임유진과 같은 온후함은 없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다. 덩달아 사내의 마음에도 불을 댕기는, 전염성이 아주 강한 불이다.
“앙, 앙! 아앙! 아으응…!”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육체가 크게 출렁일 때마다 간드러지는 신음이 새어 나온다. 볼록하게 들어간 신소율의 등줄기는 끊임없이 굽이치며 사내의 온정을 갈구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껴안은 채 앉아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노구덕의 거체에 신소율의 몸이 폭 파묻힌 모양새다. 꼭 반쯤 깨진 녹색 껍질에 둘러싸인 하얀 달걀 같았다.
남자와 여자의 나신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한 가운데, 쉬지 않고 열심히 움직이는 건 여자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뿐이다.
“응, 아으, 아으….”
사이가 활짝 열린 채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는 엉덩이 사이, 검게 비치는 거대한 육괴(肉塊)엔 되다 만 반죽 같은 백태가 끼어 있다. 그와 그녀, 두 사람의 애액과 체액이 엉겨 굳어진 찌꺼기들이다.
그때였다. 바지런히 위아래를 왕복하며 사내의 사타구니를 찍어 누르던 엉덩이가 돌연 암녹색 기둥의 중간 지점에서 멈추었다. 꼬치에 꿰인 고기처럼 움찔움찔, 어찌 할 바를 모르던 엉덩이는 이내 무섭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아흐으으윽–!”
절규와도 같은 애달픈 흐느낌.
단단한 허벅지에 선명한 근육이 잡히는가 싶더니, 중간에 멈춰있던 신소율의 엉덩이가 반사적으로 위로 튕겨 올랐다.
그러나 육괴로부터 벗어나려는 그녀의 시도는 금세 수포로 돌아갔다. 어느샌가, 허리에 둘러져 있던 두 개의 손이 양 어깨를 강하게 짓눌렀기 때문이다.
“안 돼.”
“……!”
눈을 부릅뜬 신소율은 무섭게 도리질을 했다. 입술을 꾹 깨문 채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이 꼭 오줌 마려운 강아지 같다. 절절한 그녀의 눈빛은 제발 어깨 좀 놔 달라고, 더 이상 찔리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구덕은 용서가 없었다. 그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위로 벗어나려 애쓰는 그녀의 몸을 도로 아래로 끌어내렸다.
“히이이잉–!”
간신히 귀두 끄트머리만을 물고 있던 양 갈래의 꽃잎이 단숨에 한계치까지 벌어졌다. 규격 밖의 육괴를 뿌리까지 집어삼킨 신소율은 이내 몸을 미친 듯이 들썩이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힉! 히익! 히이잉…!”
노구덕은 심하게 몸부림치는 신소율이 진정될 때까지 그녀의 몸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 외의 다른 행동은 할 수 없었다는 게 맞다. 남근을 감싸다 못해 터뜨려버릴 것만 같은 엄청난 질압 때문에 그녀에게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 차례의 거센 폭풍우가 잦아들고, 꼴딱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리던 신소율의 숨소리도 점차 원래대로 돌아왔다. 물 먹은 솜처럼 몸을 축 늘어뜨린 그녀는 앞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노구덕을 향해 원망스런 눈길을 보냈다.
“나쁜 아저씨. 하지 말라니까는…!”
“안된다니까. 충분히 오래 했잖냐.”
“하지만… 더 오래 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래도 좋았지?”
“…응. 잠깐만 이대로 있어요, 우리.”
“그러자꾸나.”
앙탈을 부릴 땐 언제고, 이젠 배부른 암고양이처럼 고로롱 소리를 내는 신소율이다. 노구덕은 땀에 흠뻑 젖은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십여 년 전의 드래프트, 그때와 비교해 여전히 변함없는 아름다운 단발이다.
그의 손길에 호응하듯, 신소율의 동체가 더욱 깊숙하게 안겨온다. 살짝 부어오른 불두덩과 그 위를 덮은 가슬가슬한 음모가 질척질척 마찰하며 물기 젖은 소리를 냈다.
여느 때였다면 여기서 바로 2차전에 돌입했을 테지만, 지금의 두 사람에겐 그런 낌새가 없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질펀하게 판을 벌여댔으니, 이제는 속에 담아두었던 얘기를 나눌 시간이다.
“…희지 언니, 요새 많이 힘든가봐요.”
노구덕은 잠시 말이 없었다. 신소율이 뜬금없이 꺼낸 화두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순간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윤희지. 한때는 같은 울타리 안의 동료였지만, 지금은 숙적의 여인으로서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현재 리베르타의 사절로서 제네시스에 머무르고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
별안간 노구덕의 눈가에 냉랭한 한기가 감돌았다. 윤희지가 혹시 신소율에게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의심이 된 탓이다.
“희지가 네게 무슨 얘기를 하더냐?”
“아뇨. 별로 그런 건 없었어요. 희지 언니랑 길게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난 머리가 나쁘니까, 그 언니랑 얘기하면 괜히 말려들기만 하잖아요.”
“네 머리가 나쁜 게 아니다. 네 호의를 이용하는 그 녀석이 영악한 거지. 하여튼, 갑자기 희지는 왜?”
“그냥… 내가 줄을 잘 탔다 싶어서요.”
“줄을 잘 타?”
다람쥐 같은 몸뚱이가 또 한 번 꼼지락거린다. 뭔가 조금 부끄러운 듯하다.
“희지 언니는 정인 오빠를 선택하고, 난 아저씨를 선택했잖아요. 그때는 누가 봐도 정인 오빠가 벤츠였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뭐야? 그럼 나는? 나는 똥차냐?”
“아이잉, 왜 그래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거죠. 나한테는 아저씨가 페라리라고요. 안 그러면 아저씨 옆에 남았겠어요?”
금세 쪽쪽 볼에 뽀뽀를 하며 아양을 떠는 꼴을 보니, 화를 낼 기분도 들지 않는다. 어차피 이런 뻔한 농담에 성을 낼 노구덕도 아니었지만.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건가 봐요. 정인 오빠, 그럴 사람으로는 안 보였는데.”
“…그놈도 그놈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물음에 답하는 노구덕의 음성은 어쩐지 착잡했다.
“사정이 있어도 그러면 안 되죠. 아저씨는 나중에 그러면 안 돼요? 나랑 언니들 독수공방시키고, 애들한테 신경 끊고… 그러면 진짜 미워할 거야.”
“네가? 나를 미워한다고?”
“어어, 못할 것처럼 보여요? 무슨 자신감이래?”
“귀여운 녀석.”
그녀를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눕힌 노구덕은 천천히 일어났다. 나가기 전에 대충 몸이라도 씻을 요량이었다.
“아저씨.”
“응?”
“괜찮…겠죠?”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불분명한 질문이다. 그러나 그런 부연 설명 없이도 노구덕은 그녀의 말뜻을 정확히 이해했다. 둘은 부부니까. 육감은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괜찮을 거다.”
“정말이죠…?”
“그래. 다 잘 될 거야.”
비스듬히 돌아 누운 신소율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져나간다. 신소율이 원한 것은 단지 밤잠을 이루기 위한 위안이다. 지금의 그녀에겐,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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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주인님.”
한밤중의 손님을 맞이한 소피아는 뜻밖에도 잠옷도 드레스도 아닌 평상복 차림이었다. 늦게까지 업무를 보았는지, 그녀의 몸에선 옅은 종이 냄새가 났다. 서류더미의 곰팡내라면 이젠 질색하는 노구덕이었지만 그녀의 체취와 적당히 버무려진 이 냄새는 왠지 싫지 않았다.
“의외인데. 문 열자마자 요란하게 달려들 줄 알았더니만.”
“우후훗. 그것도 좋지만, 오늘은 모처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이번에도 예상이 엇나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우후훗, 그러면 바라는 대로 해 드릴까요?’ 같은 멘트를 날렸어야 할 그녀가 오늘따라 상당히 소극적이다.
조용히 웃고 있지만, 밤공기처럼 가라앉아 있는 얼굴빛. 노구덕은 그걸 모를 정도로 둔한 사내가 아니다.
그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좌우에 두 개의 양초를 세워둔 테이블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과 약간의 과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밤의 다과라… 어쩐지 운치가 있는걸. 미녀와 함께라서 그런가?”
“어머머, 과찬이세요.”
그래도 싫지는 않은지, 배시시 눈웃음을 친 소피아는 조신하게 그의 앞에 마주 앉았다. 미약한 불빛 사이로 일렁이는 루비색의 눈동자가 보석을 빼다 박은 듯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래, 우리 소피아가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지… 어디 한 번 들어볼까?”
노구덕이 주도권을 넘겨주었음에도, 소피아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열린 건, 영문 모를 침묵에 지루해진 노구덕이 막 과자 하나를 집어들었을 때였다.
“주인님께서도 아시겠지만….”
“…….”
“…소냐, 그 아이가 주인님을 좋아해요.”
갑자기 목이 메었다. 음료도 없이 과자를 꿀꺽 넘겨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아이가 네게 얘기했구나?”
“네.”
노구덕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소피아가 진중한 분위기를 잡을 때부터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골치 아픈 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언제부터?”
“주인님보다 앞서 칼립스에 복귀했을 때요. 낌새를 알아차린 건 그보다 훨씬 더 전이지만요.”
“그랬군…. 그렇다면 내가 거절했다는 것도 알고 있겠구나.”
“그 아이, 받아들이실 수는… 없으신가요?”
노구덕은 퍼뜩 눈을 들어 소피아를 쳐다봤다. 소피아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그다.
“소피아,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그 아이는 내….”
“친딸은 아니죠. 엄밀히 말하면, 가희 같은 수양딸도 아니고요. 그 아이는 제 딸이 아니라 조카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냐.”
“주인님, 그 아이는 가희와는 달라요. 소냐는 주인님을 단 한 번도 아버지로 여긴 적이 없어요. 언제나 이성으로서 봐 왔죠. 그 아이가 지금까지 왜 대부님이란 호칭을 고수했는지… 이젠 아시잖아요?”
‘아빠’라고 거리낌 없이 부르는 임가희와는 달리, 소냐는 여태껏 노구덕을 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다. 그저 ‘대부님’이란 형식상인 호칭을 사용해왔을 따름이다.
그를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임가희는 언제나 스스럼없이 그에게 다가온다. 떼를 쓰기도 하고, 아양을 떨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를 아버지라고, 그렇게 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냐는 아니다. 소냐는 항상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가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해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나름대로 선을 그어버림으로써, 부녀(父女)가 되어버리는 걸 경계한 거다.
물론, 노구덕도 이제는 그 의도를 안다. 그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지르며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단칼에 그녀의 요구를 잘라버리기엔, 그녀의 얼굴이 너무 간절했다.
“소냐가 네게 부탁이라도 한 게 아니라면….”
“아니요. 그 아이는 제게 따로 부탁을 하진 않았어요.”
진심이다. 그걸 알아차린 노구덕의 얼굴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럼 대체 왜? 난 네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
“주인님, 저는 아이가 없어요. 앞으로 아이를 가질 희망도 없죠.”
“음….”
노구덕은 깊게 침음했다. 그녀가 저토록 간절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불임이다. 욘에게서 들은 바, 그녀는 절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이미 죽어버린 몸을 기적으로 되살린 부작용이다.
“제 유일한 핏줄은 그 아이뿐이에요. 전… 그 아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소피아. 내게 온다고 해서 그 아이가 행복해지진 않아. 그런 보장은 없다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누구보다 그 아이가 강하게 원해요. 무엇보다 주인님과 소냐는… 같은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나요? 그 아이가 주인님에게 끌리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겠죠. 운명이 아닌 상대와 짝지어진 그 아이가 정말로 행복해지리라 생각하시나요?”
소피아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노구덕은 애꿎은 찻잔 손잡이만 문질러댔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소피아의 불임 건이라면 괜스레 한없이 약해지는 그였다.
결국, 그는 답변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주인님…!”
“…나중에, 이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 보자. 지금은… 도저히 내 결심이 설 것 같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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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고달팠던 전자책 검수 주간이 끝났습니다. 저는 왜 그렇게.. 수많은 떡씬을 넣었던 것일까요? 수정분량이 장난 아니네요. 새삼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할당량이 끝난 고로 다음 분량을 받을 때까지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번 주는 다시 연재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밤에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데모나까지 끝내고 전쟁 에피소드 시작되겠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