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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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안식의 밤
이것이 노구덕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였다.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한 소피아의 입술이 또다시 달싹이려는 찰나, 노구덕은 서릿발 같은 음성으로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 얘긴 그만하자. 소피아, 난 너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날 선 그의 목소리에 절로 움츠러든 소피아. 일순,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노구덕의 눈이 진한 안타까움으로 얼룩졌다.
‘불쌍한 녀석. 그렇게 똑똑한 녀석이, 왜 자길 위할 줄은 몰라.’
그리드, 비트레이, 라이오넬, 아이리스, 레그나토르, 노구덕. 이제는 소냐다. 돌이켜보면, 그녀의 지난 삶에서 그 자신이 주역이 되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 살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지나온 삶의 굴곡이 새겨놓은 악습이다. 노구덕은 그런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다.
오늘, 이와 같은 자리의 의미를 모르진 않을 터인 그녀가, 그 기회를 빌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가슴이 찢어지도록 가여웠다.
“이제는 네 얘기를 하자.”
“제… 얘기요?”
“그래. 가끔은 네가 소율이처럼 떠드는 걸 듣고 싶구나.”
“소, 소율이처럼….”
어벙벙한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영 맥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노구덕은 좀 더 사족을 덧붙였다.
“뭐라도 좋아. 개인적인 얘기, 주변 얘기, 애들 얘기. 중요한 건 네 경험과 느낌이다. 넌 언제나 다른 사람 얘기만 하니까.”
“제가… 그랬나요?”
“뭐,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노구덕이 대놓고 나서서 물길까지 터줬지만, 소피아는 멍하니 찻잔을 들고 있기만 할 뿐 좀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평소의 그 청산유수 같은 언변이 다 어딜 갔는지, 완전히 고장나버린 모습이다. 이따금 열없이 입술을 우물거리기만 하는 걸 보면, 내세워서 말할 개인사 같은 게 딱히 생각나지 않는 듯했다.
‘평소에 생각 없이 떠들 때에는 잘만 쫑알대더니. 이건 좀 풀어줘야겠군.’
진지한 분위기가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쯔쯔 혀를 찬 노구덕은 성큼성큼 걸어가 소피아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는 그녀의 양 가슴을 덥석 쥐어 잡았다.
“앗! 주, 주인님?”
“흠….”
말캉말캉한 젖가슴을 떡처럼 주물러대는 노구덕의 표정은 귀중품을 품평하는 심사위원처럼 엄숙했다. 이윽고, 당황하는 소피아에게서 손을 뗀 노구덕은 신중한 얼굴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까진 긴가민가했는데, 이젠 확실히 알겠다. 넌 데모나보다 가슴이 작구나.”
“…네?”
되묻는 것도 잠시, 놀란 토끼눈을 그리던 눈매가 매서운 갈고리 모양으로 일그러졌다.
“제, 제 가슴이 그 마녀보다 작다고요? 설마요!”
소피아는 버럭 역정을 냈다. 상대가 노구덕이 아니었다면 당장 뺨이라도 후려쳤을 기세다. 그도 그럴 게, 노구덕의 비교 발언은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건 여자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깔아뭉개는 몰상식한 말 아닌가.
솔직한 말로, 데모나와 그녀의 차이는 육안으로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미세하다. 사이즈도 같은 C. 심지어 밑 둘레도 같다. 하지만 소피아는 언제나 자기가 조금은 더 크다고 생각해왔다.
그 근거? 근거 따위는 없다. 그냥 확신이다. 자신이 성질머리 더러운 마녀보다 뒤질 까닭이 없지 않은가!
그런 만큼, 노구덕의 확정 발언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데미지는 실로 엄청났다.
“키는 확실히 작잖아. 소율이보다도 작지. 그러고 보니 키는 네가 제일 작구나.”
“으그그… 그, 그건 그렇지만! 그게 가슴 사이즈하고 무슨 상관인가요! 다시 만져 보세요! 다시 만져 보시라구요!”
겉옷을 휙 벗어던진 소피아가 팽팽한 앞가슴을 불쑥 앞으로 내밀었지만, 노구덕은 앞에서 출렁이는 두 개의 살덩이가 아닌 전혀 다른 곳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어디 보자…. 역시 엉덩이는 유진이를 못 당하고.”
“아, 아니! 그건 체급 차이가 워낙…!”
“피부도 데모나가 더 하얗고.”
“그쪽은 창백한 거죠!”
“각선미는 소율이 쪽이 더 살아있는 것 같은데.”
“걔는 다리가 생명인데…!”
“그래? 허리가 잘록한 걸로 따지면….”
“주인님!”
거듭되는 가혹한 품평에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던 표정이 마침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아무리 사실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당사자 앞에서 저토록 냉정하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무자비함이다.
기어코 빽 소리를 내지른 소피아는 꺼이꺼이 목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흑… 왜, 왜 그러시는 거예요…? 이런 비교는 너무해요…! 가슴이랑 엉덩이로 유진이 언니를 어떻게 이기라고… 흐윽, 흐아아앙….”
‘글쎄, 가슴 크기로는 유진이를 이기는 사람이 둘이나 있던데…. 이크, 이럴 때가 아니지.’
아가레스트와 퀸젤. 엉뚱하게도 두 여인의 묵직한 사이즈를 떠올려버린 노구덕은 얼른 입맛을 다시며 소피아를 달랬다. 철저한 이성으로 무장한 소피아가 추행당한 어린애처럼 엉엉 울어버리는 걸 보면, 역시 원초적인 인신공격이야말로 여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무기임에 틀림없었다.
“제, 제가 질리신 건가요? 흑… 제가 일만해서… 그래서 매력이 떨어져서……. 흐극….”
“그럴 리가 있나. 소피아, 네 매력이 뒤떨어질 리 없잖아.”
“…가슴도 엉덩이도 작고, 허리는 통짜에, 퉁퉁 불어터진 무다리로 걸어 다니는 땅딸보의 어디가 매력이 있단 말씀이세요?”
“…아니, 잠깐만.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데.”
“결국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거잖아요.”
말에 시퍼런 칼날이 빼곡하게 돋아 있는 듯하다. 더 이상 진화를 지체하면 뒷수습이 매우 힘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다. 내심 식은땀을 흘린 노구덕은 재빨리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들였다.
“생각해 봐라. 요렇게 품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에, 가슴까지 튼실하지. 엉덩이도 탱탱하고, 허리는 한 줌이잖아.”
“흥. 어차피 이도저도 아닌 후순번일 뿐이죠. 이제 와서 그러셔도 소용없어요. 저 같은 패배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시잖아요.”
“밸런스도 좋은데,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매력포인트는 요 빨간 눈이지. 예전부터 느꼈지만, 꼭 인형 같다니까. 양 갈래 머리였을 때에는 걸어 다니는 토끼 인형이 따로 없었지.”
“돼, 됐어요.”
“가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형태로 따지면 네가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알았으니 그, 그만해주세요.”
뻔뻔한 칭찬 폭격에 제대로 직격당한 소피아의 얼굴이 금세 벌겋게 익어버린다. 보통 때라면 유들유들하게 넘겨 버릴 법한 말들인데도, 이런 때 들으니 손발이 꽈배기처럼 꼬이면서 새삼 기분이 이상야릇해졌다.
“거 봐라. 네 몸만 한정해도 할 얘기가 이렇게 많은데, 왜 아무 말도 못해?”
“…….”
소피아의 기가 찬 듯한 시선을 느낀 노구덕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커흠, 난 그냥 네가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 같길래… 상처 받았다면 미안하다. 농담이었다.”
“…정말.”
지그시 한숨을 지은 소피아는 이내 쿡! 하고 맑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긴 했지만, 이런 언행 하나하나가 그녀를 위한 것임을, 소피아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거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데모나와의 비교 발언은 역시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래서…”
“으응?”
“가슴 쪽은 제가 더 큰 게 맞죠? 네? 농담이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으음.”
노구덕은 난처한 듯 턱을 긁적였다. 밋밋하게 있는 소피아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그냥 해 본 말이었는데, 역시 너무 민감한 곳을 건드린 듯했다.
“…모르겠다. 나중에 욘에게 물어보도록 하마.”
“주인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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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어.”
“…미안하다.”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아, 오만하게 팔짱을 낀 데모나의 눈빛은 만년설보다 차가웠다.
벌써 새벽이 거의 다 지나간 시간이다. 한 시간이 넘도록 그녀를 바람맞힌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을까. 하물며 화를 푼 소피아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다, 그대로 발정해서 육체의 향연을 벌였다고는 죽어도 말하지 못할 일이다.
“누구 몸에 정신이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임유진? 신소율? 강아지?”
“그게 말이다….”
“됐어. 네가 구제불능의 수퇘지라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까.”
“끙, 수퇘지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이왕 짐승에 빗댈 거면 차라리 종마라고 해라.”
나름대로 발끈해서 항의를 해 보지만, 데모나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다..
“종마? 네 씨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구더기 주제에.”
“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아란이가 누구 씨로 태어났는데.”
“흥. 네가 기여한 게 있다고 생각해? 마녀가 일군 밭은 호박씨로도 수박 싹을 틔울 수 있어.”
“…….”
노구덕은 일순 말문이 막혀버렸다. 분명 상식적으론 말이 안 되는데, 데모나가 가진 수많은 정체불명의 씨앗들을 감안하면 어째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디 그녀의 이명은 숲의 마녀가 아니던가.
화난 데모나와 말싸움을 하면 언제나 손해다. 이번에도 본전 하나 찾지 못한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멈춰. 그대로 돌아서 나가버려. 타임오버니까. 이제 잘 시간이야.”
“같이 자면 되지. 부부잖아?”
“더 가까이 오면 네 눈을 옹이구멍으로 만들어버리겠어.”
“잘 됐군. 나중에 거기서 무슨 싹이 나나 보면 되겠네.”
데모나의 더러운 성깔에는 이미 만성면역이 된 노구덕이다. 이 정도 협박으로 발길을 돌릴 리 없었다.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다가간 노구덕은 넓은 침대 위에 그녀를 쓰러뜨렸다. 그러자 해초처럼 검은 머릿결이 크게 출렁이며 시트 위에 먹물방울이 번진 것처럼 활짝 펼쳐졌다.
의외로 데모나는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흑요석 같은 눈을 번뜩이며 그윽이 그를 쏘아보았을 따름이다. 그 깜찍한 저항에 픽 웃음을 터뜨린 노구덕은 데모나의 가운을 풀어헤치며 그 위에 몸을 실었다.
“…아니면 지금 또 밭에 심어볼까? 수박이 날지, 호박이 날지?”
“이 멍청이. 씨앗은 상관없다고 말했잖아.”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나며, 뾰족한 송곳니가 목덜미를 세게 파고든다. 노구덕은 느닷없이 앙칼지게 목덜미를 깨무는 데모나의 귓불을 살살 어루만졌다. 목 언저리에 번지는 그녀의 숨결이 서서히 가빠졌다. 귓불은 그녀가 특히 예민한 곳 중 하나다.
안달이 나기는 노구덕도 마찬가지다. 벌써 세 개의 관문을 거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원기는 아직도 왕성했다. 일찌감치 대가리를 껄떡이는 남근은 비옥한 옥토에 언제든지 씨앗들을 쏟아낼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데모나. 그건 얼마나 완성됐지?”
“구 할…. 얼마 남지 않았어.”
“다행이군. 제때 써먹을 수 있겠어. 클라리스는?”
“언제든지….”
두 남녀는 긴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어두운 창가에 서서히 어슴푸레한 빛이 번지고 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이래서야 오늘 자기는 글렀군.”
“건방져. 잘 생각이었어?”
“그럴 리가.”
“아하…!”
옥으로 빚은 듯, 눈부신 나신을 드러낸 데모나. 그녀의 흐드러진 허벅지가 그의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알몸이 된 두 남녀는 교미하는 민달팽이처럼 끈적하게 얽힌 채, 서로의 맨 살결을 애무했다.
“말했지. 오늘 아란이 동생을 만들어준다고.”
“흥. 네 비루먹은 씨앗이 과연 그럴 힘이나 있을까?”
“어디 보자고.”
“흐우우웃…!”
데모나의 유려한 턱이 살짝 치켜 올라가며, 다급한 신음이 흘렀다. 까슬까슬한 음모를 기습적으로 파고든 손가락이 깊은 골짜기의 어딘가를 불쑥 파고든 것이다.
허술하게 벌어졌던 양 허벅지가 반사적으로 당겨진다. 잔뜩 힘이 들어간 데모나의 잇새도 뚜렷하게 잡힌 다리의 근육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으니까 신음과 숨을 함께 참는 거다. 아마 저 독한 성질머리는 죽을 때까지 고칠 수 없을 터다.
그러나 한 발 앞서 수풀 속의 옹달샘을 점거한 노구덕에겐 귀엽기만 한 모습이다. 하물며 비좁은 골짜기 안에 이미 다량의 온천수가 콸콸 흘러내리고 있는 걸 확인한 마당이니.
“들어간다.”
“…….”
이를 악물고 있는 데모나에게 대답이 들려올 리 없다. 그런데, 장난기 어린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던 노구덕이 별안간 돌발행동을 취했다. 빳빳하게 성이 난 남근을 뒤로 물리고 데모나의 가슴 한복판, 몽실몽실한 두 개의 융기에 얼굴을 가져다 댄 것이다.
다가올 난폭한 돌입에 대비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던 데모나로선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
“구더기, 너! 히읍…!”
잠깐 벌어졌던 입술이 금세 다물린다. 데모나의 동공에 커다란 파문이 일어남과 동시에, 그녀의 고운 손이 젖가슴을 빨고 있는 노구덕의 민대머리를 붙들었다.
우둘투둘한 혓바닥이 가련하게 떨고 있는 분홍색 젖꼭지를 가지고 놀 듯이 빙빙 돌리더니, 연한 빛깔의 유륜을 좌우로 빗질하는 것처럼 부드러이 쓸어댄다.
왼손 또한 놀고 있지는 않았다. 혀가 부지런히 젖가슴을 희롱하는 사이, 작게 벌어진 겨드랑이 속으로 미끄러진 노구덕의 왼손은 묘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한쪽 겨드랑이와 가슴 밑 부분을 자극했다. 공략하는 모든 요소요소가 데모나의 취약한 성감대다.
“그만… 그만해! 이 비겁한… 아! 아, 앙! 히그으으…!”
마침내 흥겨운 노랫가락이 들리기 시작한다. 굳게 닫혀있던 궁성의 입구가 드디어 활짝 열린 모양이었다.
“암, 씨를 뿌리기 전엔 밭을 제대로 골라놔야지.”
“너, 그만하라 했잖… 하아아악–!”
역정을 내던 데모나의 말이 턱 막힌다. 질펀하게 자궁구를 끝까지 찔러오는 육중한 중량감에 그만 혼이 달아나버린 것이다.
노구덕은 그 틈에 데모나의 몸뚱이를 벌렁 뒤집어버렸다. 의식이 혼미해진 그녀를 침대 위에 암캐처럼 엎드리게 한 그는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여체 속으로 다시 한 번 작살을 깊숙하게 꽂아 넣었다.
그러자.
“어흐, 어흐으… 흐어허어어엉…!”
데모나의 목울대에서 흡사 짐승의 흐느낌 같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치명적인 급소를 연달아 공략당해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버린 그녀는 이미 능숙한 조련사의 손에 목줄을 맡긴 발정난 암캐나 다름없었다.
‘어쩐지 겨드랑이 근처에만 가도 도끼눈을 뜨더니만…. 이거, 나중에 살해당하는 거 아닌지 몰라.’
울부짖는 데모나를 위에서 짓누르고 있는 노구덕의 표정은 굉장히 애매했다. 기습으로 데모나를 굴복시킨 것까진 좋은데, 역시 뒷일이 걱정되었던 탓이다. 힘겹게 하나하나 알아낸 급소를 동시에 공략하는 건 또 처음이었는데, 이토록 효과가 좋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그… 겨드랑이가 이렇게 취약할 줄이야. 정확히는 겨드랑이와 밑가슴 사이였지만.
그래도, 절경은 절경이다. 하얗게 떠오른 만월 같은 둔부가 그의 율동에 따라 열심히 방아질을 하고 있다. 탐스런 육질 사이에서 꾸물대는 분홍색 국문(菊門)도, 욕망에 휩쓸린 채 비명을 질러대는 데모나도, 평소라면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장관이다.
‘그래, 지금이 아니면 언제 즐겨 보겠어.’
노구덕은 결심했다. 곧 다가오는 아침, 그전까지의 마지막 정사를 장렬히 마무리하기로.
철썩!
흥이 오른 노구덕은 투실투실한 엉덩이를 세차게 두들겼다. 그러자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흐느끼던 데모나의 머리가 홱 돌아가며 대번에 살벌한 눈총이 쏟아졌다.
“너, 너엇!”
“여기, 여기냐!”
“잠깐! 흑! 히익! 히야아아앙…!”
겨드랑이의 위력은 굉장했다. 이미 뱃속에는 흉악한 이무기가 단단히 똬리를 튼 상황. 거기에 지극히 민감한 성감대까지 희롱당하는 마당이니, 이 이중공세에는 천하의 검은 마녀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노구덕이 데모나를 완벽히 함락시킨 역사적인 그날.
훗날의 대주술사, 노아란에겐 여섯 살 터울의 남동생이 생기게 된다.
그 이면에는 딸아이에게 친동생을 만들어 주기 위해 생명의 위험마저 기꺼이 감수한 어느 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세상엔 결코 알려지지 않을 비화였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휴식 파트 끝.
아직 밖이 어둡지요? 험.. 밤 맞습니다. 분량이 조금 늘어지다 보니..
내일도 점심 저녁 사이에 한편 올라가고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밤사이에 또 한편 올라갈 예정입니다.
메인 스토리 다시 진행해야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