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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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이이제이(以夷制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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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욘이 직접 손을 댄 완전무결한 심신(心身).
교황각인을 손에 넣음으로써 극에 달한 심령차력술.
발아래 굴종한 수천수만의 영혼에서 비롯된 무한대의 영력.
삼위일체를 이룬 노구덕과, 그를 따르는 벌레교단의 시너지는 가히 천지를 진동시켰다.
“으으, 으아아악!”
“악마! 악마들이다!”
벌레교단의 전력이 세 갈래로 분산되었음에도 론다리온의 사제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했다. 좌측과 우측, 중앙. 어느 방향에서도 비등한 양상을 가져가는 전투는 없었다.
초전박살이다. 겁도 없이 날아든 계란이 박혀 있던 바위를 으스러뜨리고 말았다.
노구덕의 막대한 영력을 등에 업은 병사들은 개개인이 열 배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세인트 오렌에 난입한 병사들은 겨우 7천에 불과하지만, 실상 그 전력을 수치화한다면 7천의 열 배, 스무 배에 달한다.
과연 누가 믿을까? 대륙의 모든 교단 중 제일 호전적이며, 가장 막강한 전력이라 평가받는 전쟁교단이 일방적으로 짓밟히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방적인 도살극은 두 세력 간의 현저한 전력 차이를 잔인할 정도로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신심으로 가득한 머리가 일순간 텅 비워질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 하나 전쟁교단의 신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속절없이 퇴각에 퇴각을 거듭하던 사제들은 시가지 가운데에 모여 다시 방어선을 재구축했다.
그 중심엔 전쟁교단을 대표하는 3인의 대사교(大司敎)가 있었다.
천둥의 대사교, 성뢰(聖雷) 라잔.
조화의 대사교, 성혼(聖魂) 그루야.
전쟁의 대사교, 성벌(聖罰) 투란.
이들 삼 인의 대사교는 벌레교단의 전술을 빠르게 간파했다.
“놈들은 기세에서 우위를 점한 뒤, 우왕좌왕하는 형제들을 각개 격파할 속셈이다.”
“부대를 나눈 건 혼란을 더욱 크게 야기하려는 술책일 게야.”
“이대로는 희생만 늘어날 뿐이다. 형제들은 한 곳에 집결하라!”
과연 전쟁교단은 전쟁교단이었다. 사방이 난전으로 혼잡해진 판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잡은 대사교들이 소집령을 발동하자 삽시간에 이만이 넘는 머릿수가 시가지 중앙으로 운집했다. 물론 그들 중 상당수는 전투원이라 볼 수 없는 일반 시민들이긴 했지만.
배수의 진을 친 전쟁교단의 무리들이 사방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있을 무렵, 좌측에서 먼저 까만 그림자가 몰려들었다. 좌측으로 빠진 벌레교단의 2천 병력이었다.
“놈들이 온다.”
“내가 나서겠다.”
잿빛 수염을 배꼽까지 늘어뜨린 매부리코의 노인이 법복을 휘날리며 성큼 앞으로 나섰다. 들끓는 격노로 숨을 씨근덕거리는 노인의 이름은 론다리온의 천둥이라 불리는 최고위 사제, 성뢰 라잔이었다.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온 라잔의 눈에서 새빨간 불똥이 튀었다. 이윽고 풍성한 소맷자락이 미친 듯이 펄럭이며 사방에 옅은 어둠이 드리웠다. 전장 상공에 때 아닌 먹구름이 나타난 것이다.
“피에 굶주린 마귀놈들! 신벌이다!”
파츠츠츠! 하늘을 떠받치듯 들어 올린 두 손에서 푸른 스파크가 일었다. 하늘을 가득 뒤덮은 먹구름 사이로 번쩍거리는 뇌운(雷雲)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라잔의 정수리에서 솟아오른 신성력의 파장이 후광처럼 번쩍였다. 이어, 고리눈을 부릅뜬 라잔은 노쇠한 나이답지 않게 쩌렁쩌렁한 외침을 토해냈다.
“너희에게 론다리온의 분노를 보여주리라!”
그때였다. 라잔을 서포트하기 위해 엄숙히 주문을 읊고 있던 조화의 대사교, 그루야의 눈매가 크게 찢어졌다.
“라잔—!”
“천둥 망…!”
양팔을 높이 치켜든 라잔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위엄을 떨치며 앞으로 나섰던 그는 끝내 주문을 완성시키지 못했다.
대사교 라잔의 얼굴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포알을 코앞에서 직격당한 것처럼 머리가 통째로 날아간 것이다. 주름진 목 위에는 끔찍하게도 아래턱의 일부만이 잔해로 남아 덜렁덜렁 흔들리고 있었다.
털썩.
무게중심이 무너진 라잔의 시체가 벌러덩 뒤로 넘어갔다. 쓸려나간 목 위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핏물이 부채꼴 모양으로 번지며 새하얀 법복을 질척하게 물들였다.
두 명의 대사교와 그 휘하의 사제들, 그리고 일반 신도들까지. 분을 뒤집어쓴 것처럼 새하얗게 질린 사람들은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접하고 나니, 머릿속이 일순 백지가 되어버린 거다.
그리고, 텅 비어버린 백지를 스멀스멀 까맣게 덧칠하는 건 형언할 수 없는 공포였다.
겁에 질린 그들의 시선은 온통 라잔의 시체 앞에 나타난 거구의 사나이에게 향해 있었다.
돌덩이 같은 근육을 감싼 칠흑의 갑주는 마왕의 그림자처럼 거대하고, 투박한 입술 아래 삐죽하게 돋아난 송곳니는 당장이라도 목의 살점을 물어뜯을 것처럼 흉흉하다. 론다리온의 신도들에겐 그가 마치 지옥에서 현신한 악마처럼 보였다.
“괴…물…!”
“노, 노구덕…!”
론다리온 진영의 분위기는 스러진 잿불처럼 참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강자 중 한 명인 대사교 라잔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다른 두 명의 대사교들도 변변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가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은 두 명의 대사교는 라잔이 쓰러졌을 때부터 이미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홀리 프리즈!”
“죽어랏!”
그루야가 일으킨 지독한 한기가 그의 발목을 붙들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투란이 신성력으로 만들어낸 초대형 철퇴로 노구덕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콰앙!
우그러진 지반이 밑으로 꺼지며 가도에 깔려 있던 대리석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하지만 정작 가공할 일격을 떨쳐낸 투란의 표정은 참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응당 피곤죽이 되었어야 할 상대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오히려 비명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끼아아아아악!”
갈까마귀가 우짖는 것 같은 비명은 대사교 그루야의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그녀를 향해 눈을 돌린 투란은 눈앞이 깜깜해진 듯 가는 신음을 흘렸다.
바람구멍이 뚫려버린 배를 부여잡고 꺽꺽거리는 그루야의 앞엔 그가 놓쳐버린 노구덕이 장승처럼 서 있었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흘러내린 창자를 주워 담는 그루야를 내려다보는 노구덕의 얼굴은 마치 때를 기다리는 저승사자처럼 으스스해 보였다.
턱. 애써 배를 덮으려던 얇은 팔뚝이 힘을 잃고 떨어진다. 죽음을 직감한 그루야는 사그라드는 숨결과 함께 비통한 절규를 내뱉었다.
“론…다리온, 흐어어어… 론다리온이시여어어…!”
그녀의 흐느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고개를 떨군 채 서늘하게 식어가는 그루야의 시체를 본 투란은 생애 처음으로 신심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길 수 없다.’
“번개에, 오라에, 전투 특화인가? 에드가를 세 조각으로 쪼개 놓은 것 같은 놈들이군.”
‘이길 수 없어….’
“이제 너만 남았다.”
“우아아아아아아!”
발작적으로 포효하는 투란의 주위로 백 개가 넘는 빛의 칼날이 생겨났다. 무수한 빛줄기로 이루어진 칼날의 포진은 순백의 물결을 보듯 장엄한 광경이었으나, 그 가운데 선 투란의 얼굴은 새까만 공포로 죽어가고 있었다.
“론다리온의 이름 아래 절멸하리라!”
신벌을 알리는 호령이 떨어지자, 넓은 그물망을 형성한 빛의 칼날이 첨예한 빛을 발하며 노구덕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전쟁교단이라고? 쯧. 석년의 유진이만도 못한 수준이군.”
노구덕은 아예 투란의 공격을 피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는 오히려 공격이 빗발치는 정면, 투란이 있는 곳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펑! 펑! 펑!
투란의 신성 주문은 너무나도 무력했다. 그가 만들어낸 신성 칼날(Holy blade)는 노구덕의 주먹, 심지어 살가죽도 베지 못하고 닿는 즉시 진눈깨비처럼 사라져버렸다.
공포심이 골수까지 치민 투란은 제 자리에 못 박힌 채 시끄럽게 비명을 질러대며 신성 주문을 난사했다. 허옇게 뒤집혀진 눈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듯했다.
“우아아! 으아아아아!”
“늙은이. 꽥꽥대지 마라.”
“끄르륵…!”
금세 그의 앞까지 도달한 노구덕은 돼지처럼 비명을 질러대는 투란의 목을 마른 나뭇가지 꺾듯 꺾어버렸다.
투란의 장대한 체구가 비실거리며 아래로 늘어진다. 완전히 쓰러지지도, 그렇다고 서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 여전히 그의 목줄을 틀어쥔 노구덕은 입매를 비틀며 진득하게 조소했다.
“론다리온? 전쟁교단? 그래, 이렇게나 허접한 것들이었군.”
주춤거리는 무리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두려움에 질린 와중에도 노골적으로 신을 모독하는 노구덕의 말에 수치심을 느낀 거다.
“너희들은 죽으면 하늘에 있는 만신전(萬神殿)으로 돌아간다 믿는다지? 그럼, 이건 어떨까.”
비웃음을 띤 노구덕의 주먹을 꾹 움켜쥐자, 투란의 목 줄기가 처참하게 터져버리며 혈색 잃은 머리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 잔인한 행동은 잔뜩 움츠러든 전쟁교단 신도들의 전의에 오히려 불을 붙이는 결과를 낳았다. 아무리 적의 무위에 압도되었다지만, 대사교들의 시신을 저토록 훼손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잔학무도한 악마 같으니! 우리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전쟁교단은 최후의 한 사람까지…! 허억!”
용감하게 선두로 나선 고위 사제의 얼굴이 갑자기 해쓱해졌다. 튀어나올 듯 불거진 그의 망막엔 노구덕의 손에 붙들린 투란의 시체가 보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투란의 시체가 아니다. 목을 잃은 투란의 시체 위로 떠오른 희끄무레한 ‘무엇’이었다.
-흐으으으으…!
울부짖는 투란의 얼굴이 몸으로부터 쑥 뽑혀져 나와 노구덕의 손바닥 속으로 녹아든다. 희뿌연 영체는 미친 듯이 몸을 뒤틀며 저항하지만, 끝내 노구덕의 손이 발하는 인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찢어져라 비명을 내질렀다.
-끼야아아아아—!
-흐아아아아!
그게 끝이 아니었다. 먼저 죽어 나자빠진 그루야와 라잔의 시체에서도 투란의 영체와 비슷한 얼굴들이 뽑혀져 나와 우악스런 손아귀 속으로 빨려들었다. 노구덕은 영혼들의 고통스런 울음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어떻게든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영체들을 무자비하게 욱여넣었다.
세 대사교의 영혼을 갈취한 노구덕은 히죽 웃으며 한발을 내딛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영혼을 뽑아버리겠다는 듯, 손을 왕왕 움직이면서.
그러자 밀집하여 그를 에워싼 론다리온의 무리들이 썰물처럼 뒤로 물러났다.
방금 전의 그 끔찍한 과정을 보고도 그 손놀림을 단순한 위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노구덕과 눈이 마주친 자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이를 딱딱 부딪쳤다.
“안타깝지만 대사교들은 만신전에 들지 못했군.”
“으, 으….”
“왜 그러지? 좋은 일이잖나. 천당에 세 자리가 비었으니까. 아니면 싸울 맘이 사라졌나?”
공기는 싸늘했다. 뒷걸음질 친 사제들도, 신도들도 대사교들의 시체를 욕보인 것에 대한 분노는 벌써 사라진지 오래다.
남은 건 사후의 자유마저 박탈당한 패배자들 뿐.
“힉! 주, 죽을 수 없어! 나는 만신전에 들어야 된다고!”
론다리온의 자랑이던 굳건한 신심이 철저히 와해되기 시작한다. 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전을 각오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사후를 책임지는 ‘만신전’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만신전에 이르는 길이 막혀버린 지금, 신도들을 지탱할 버팀목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론다리온이시여…!”
백발이 성성한 노사제가 눈물을 흘리며 탄식했다. 대사교들이 죽은 현재, 그는 신도들을 통솔하는 최고위 사제였다.
이대로 전원 옥쇄할 것인가, 아니면 굴욕적인 항복을 할 것인가. 선택은 그의 몫이었다.
노사제는 짓무른 눈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대사교들의 시체를 딛고 선 노구덕의 뒤에는 칠천에 달하는 군세가 흉흉한 포위벽을 이루고 있었다. 물러날 때를 놓쳐버린 것이다.
‘싸운다면 무조건 전멸이다. 만신전에 들지도 못한다. 론다리온이시여, 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그때, 그의 마음속 짐을 덜어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안을 하나 하지. 이대로 레그나토르의 일원으로 참전해라. 그럼 적어도 개죽음은 당하지 않을 거다.”
“…우리더러 항복하라는 거요?”
“이대로 모조리 죽여도 나쁠 건 없다만.”
“…….”
평생 몇 번 숙여본 적 없었던 노사제의 뻣뻣한 목이 구부정하게 늘어졌다. 어차피 그가 골라야 할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항전을 다짐한다 해도 몇 명이나 명에 따를지 의문이었다.
“항복… 하겠소.”
전투를 시작한지 불과 한 시간.
세인트 오렌의 전쟁교단이 신위를 드러낸 무신의 손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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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후에 볼일을 좀 보느라 좀 늦었습니다.
좋은 주말 되셨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