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02)
099 게이트 폭주(1)
“새로 생성된 게이트는?”
“확인 결과 30일이었습니다.”
“어제……. 아니, 어제가 맞나?”
“어제저녁 11시 58분에 일어난 현상이니 어제가 맞습니다.”
“그럼 어제까지 발생한 모든 게이트의 폭주라고 단정할 수 있겠군.”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게이트의 폭주였다. E급, D급 게이트의 폭주라고 할지라도 자칫 잘못하면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게이트의 폭주였기 때문에 헌터, 일반인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끼이익.
드르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회의실에 먼저 도착해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헌터, 협회장 김환성이 사람들의 인사에 똑같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예, 알겠습니다.”
김환성을 따라 모두가 의자에 착석할 때, 유일하게 착석하지 않은 게이트 관리팀 팀장이 빔프로젝터에 레이저 포인트를 쐈다.
“E급, D급 게이트의 폭주는 05시에 종료되었습니다. 오늘 자로 생성된 E급, D급 게이트를 확인한 결과 폭주까지 남은 시간이 30일 이상이기 때문에 E급, D급 게이트와 관련된 설명은 넘어가고 바로 C급, B급 게이트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종합 보고서에 가까운 글자만 가득한 화면이 대한민국 지도로 바뀌었고, 이내 관리팀 직원이 컴퓨터를 조작하자 평범했던 지도가 게이트의 위치가 작성된 지도로 바뀌었다.
“폭주까지 남은 시간이 단축된 C급 게이트는 여든다섯 개, B급 게이트는 쉰다섯 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상세 설명에 들어가겠습니다. 경기도입니다.”
대한민국 지도가 경기도 지도로 바뀌었다.
“경기도에는 총 15개의 C급 게이트와 5개의 B급 게이트가 존재합니다.”
위치와 출현 몬스터, 남은 게이트 소멸 횟수까지.
관리팀 팀장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렇게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마지막으로 제주도와 울릉도까지 대한민국에 생성된 모든 C급 그리고 B급 게이트에 관해 설명하고 김환성을 바라봤다.
“여기까지입니다.”
“수고했네. 그럼 인사 팀장.”
“예.”
관리팀 팀장이 자리로 돌아가고 인사팀 팀장이 앞으로 나왔다.
“길드, 기업, 그리고 국가와 협력해 가능한 한 많은 게이트를 소멸시킬 생각입니다.”
“길드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게이트는 큰 이득을 가지고 온다. 그렇기에 협력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것을 아까워하는 길드가 없을 리가 없다.
“일반적으로 게이트를 관리하는 길드는 상위 길드, 그리고 수호 길드입니다. 여기서 수호 길드는 국가, 그리고 협회의 결정 아래에 게이트를 관리하게 되었으니 그들이 협동 소멸 작업을 거부할 리가 없습니다.”
“상위 길드는?”
수호 길드는 아니지만, 등급이 높은 헌터가 다수 가입되어 있어 게이트 관리 업무를 맡은 상위 길드.
“거부한다면 그들에게 맡깁니다.”
“그들이 실패하면?”
“폭주까지 6시간이 남았을 때 헌터들을 파견할 생각입니다.”
“설득은 하지 않는다는 건가?”
“설득을 통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3일 후에 일어날 대규모 브레이크 현상(폭주 현상)이다. 설득을 위해 시간을 소모하는 대신 그들에게 게이트를 맡기고 협력에 찬성한 길드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게이트 소멸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았다.
“상위 길드, 수호 길드, 그리고 국가 소속 헌터들과 잡아 둔 회의까지 몇 시간 남았지?”
김환성이 자신의 비서, 임지혜에게 물었다.
“3시간 남았습니다.”
“1시간 전에 알려 주고.”
“예.”
김환성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인사팀 팀장을 바라봤다.
“그럼 계속…….”
“……?”
“잠시.”
다시 고개를 돌린 김환성이 임지혜에게 손을 흔들었다.
“율이도 부르게.”
“한율 씨도 말입니까?”
“길드로서의 무력은 낮아도 개인으로서의 무력은 강하니까.”
***
운전 시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그리고 통화를 하는 것에 큰 제한이 온다. 그래서 한율은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음에도 차를 구입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후, 헌터로서의 실력이 향상해 큰돈을 벌었을 때도 차량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헌터로서의 실력이 향상되었을 때에는 이미 청일 그룹과 관계를 맺은 후였기에 어디를 가야 할 때마다 청일 그룹에서 자동차와 운전자를 파견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청일 그룹도 불렀어요?”
“상위 길드로 분류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잠시 배희연과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하양이를 바라봤다.
소환하면 일단 배희연의 품에 뛰어드는 하양이였고, 그런 하양이를 처음과는 다르게 아주 익숙하게 안아 주는 배희연이었다.
처음에는 죽을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는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한율이 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E급, 그리고 D급 게이트의 폭주를 시작으로 연속해서 일어나는 게이트의 폭주로 인해 전 세계가 시끄러웠다.
인터넷에서는 게이트 이후 잠시 보이지 않던 종말론이 등장했고, 방송국에서는 게이트 및 몬스터와 관련된 과학자를 대거 초빙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방송과 헌터들의 활약을 담은 방송을 계속해서 보여 주었다.
헌터들은 장비를 강화하기 위해 헌터 백화점으로 향했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큰 위기감을 느꼈는지 통조림을 구입하고 라면을 구입했다.
누군가는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총포상으로 향했고, 누군가는 마법 주문서를 구입하기 위해 청일 백화점으로 향했다.
또 누군가는 지하 벙커로, 또 누군가는 게이트 지도를 이용해 게이트가 생성되지 않는 지역을 찾아 그곳으로 떠났다.
“……아, 배희연 님.”
“네, 한율 님.”
“1차 합격자들에게 전해 주세요. 2차 면접은 없을 거라고.”
“…….”
상황이 상황이다. 2차 면접을 취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취소입니까?”
“네. 1차 면접 합격자들에게…….”
12월 12일 11시 58분이다. 그러니 그냥 12월 15일 0시 1분으로 보고 생각하면 A급 게이트의 폭주는 1월 14일, 또는 15일에 발생한다.
“2월 1일에 기숙사에 들어오라고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배희연이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자 한율은 다시 스마트폰에 띄운 게이트 지도를 확인했다.
캐나다, 일본을 시작으로 모든 국가는 아니지만 몇몇 국가의 영토에 A급 게이트가 생성됐다. 그리고 그 몇몇 국가에는 대한민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름: 붉은 아룡의 대지 게이트(0/8).
등급: A-.
서식 몬스터: 드레이크, 레드 드레이크, 레드 와이번 외 12종.
폭주까지 남은 시간: 712:18:22.
게이트, 붉은 아룡의 대지.
위치는 제주도.
‘제주도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직접 입 밖으로 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속으로 중얼거린 한율이 거래창에서 마법서를 꺼냈다.
벼락치기를 한다고 해서 5서클에 오르지는 못하겠지만, 마법을 이해하고 마나를 이해할수록 마법의 위력이 강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남은 시간 동안은 공부하며 지내기로 한 것이었다.
“도착했습니다, 한율 님.”
“…….”
크고 높은 건물, 헌터 협회 본부다.
“주차장으로 이동할까요?”
상위 길드, 그리고 수호 길드의 대표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들은 것인지 방송국 기자, 그리고 신문사 기자들이 입구에 모여 있었다.
“네, 부탁드릴게요.”
한율은 부탁했고, 다시 이동한 차량이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그제야 마법서를 회수하고 차에서 내렸다.
“오셨습니까.”
한율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한율이 고개를 살짝 숙여 협회 소속 헌터의 인사를 받아 주고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했다.
“협회장님은요?”
“회의 중이십니다.”
“……응? 제가 너무 늦게 도착했나요?”
“아뇨. 협회 회의입니다. 길드, 국가 관계자가 참가하는 회의는 아직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협회 소속 헌터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협회 소속 헌터가 안내한 곳은 회의실이 아닌 강의실로 쓰이는 대강당이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은 한율은 협회의 배려인지 바로 옆에 청일 그룹이라는 명패가 보여 긴장을 덜어내고 다시 마법서를 꺼냈다.
10분, 20분.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대강당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먼저 도착한 사람들을 살피던 이들이 한율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거나 반가운 척을 했지만, 한율은 오로지 마법서를 읽고 마법서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집중했다.
다시 10분, 20분, 30분.
“한율 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집중력이 깨진 한율이 고개를 들었다.
단상과 가까운 문을 통과한 김환성이 보였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단상 위에 오른 김환성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C급, B급 게이트를 소멸시켜도 이후 A급 게이트의 폭주라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협회와 국가는 C급, B급 게이트 소멸 작업에서 일어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동해서 소멸 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회의를 진행한다. 헌터이기에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니 정신적으로는 피로가 쌓였는지 김환성이 잠시 설명을 멈추고 물을 마시는 순간, 어느 길드의 대표가 손을 들고 물었다.
“게이트 소멸 작업을 통해 얻는 수익은 어떻게 됩니까?”
“나눕니다.”
“협동 작업, 거부할 수 있습니까?”
“있습니다. 하지만 거부한 이후, 게이트 소멸 작업이 실패해 게이트가 폭주할 경우, 그에 따른 피해는 전적으로 협동 작전을 거부한 길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 책임이란 재산 피해를 말하는 겁니까?”
“재산 피해, 인명 피해. 그리고 세간의 비난. 게이트 폭주에 따라 발생할 모든 피해를 말합니다.”
“…….”
“자신의 이익 때문에 발생한 피해입니다. 그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몇몇 이들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딱히 반론을 표하는 이는 없었다.
“그럼 다시 회의를 이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