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17)
114 제주도 방어전(2)
“약해지는 거 맞냐!”
오우거, 토벌한 몬스터의 마석을 복용하면 몬스터로 변신하는 변신 능력자인 채현수가 큰 목소리로 외치며 깍지를 낀 주먹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콰아아앙!
오우거와 드레이크의 충돌.
“…….”
크르르르.
정확하게 놈의 머리에 오우거의 힘이 담긴 주먹을 내려쳤다.
하지만 놈은 데미지가 없는지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친.”
욕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고개를 번쩍 든 드레이크가 입을 쩍 벌리자 인상을 찌푸린 채현수는 깍지를 풀고 놈의 머리를 붙잡았다.
쿠구구구구궁!
힘겨루기?
그딴 건 없었다.
오우거의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현수는 뒤로 주르륵 밀려났고, 드레이크는 입을 쩍 벌린 채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힘을 풀고 피한다?
최악의 방법이다.
힘을 푸는 순간 놈의 입, 놈의 날카로운 이빨이 자신의 신체에 박힐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현수가 뒤로 밀려나고 있음에도 억지로 힘겨루기를 이어 가고 있을 때 이강현이 움직였다.
쉬이익!
대검 위에 올라선 이강현이 기회를 노렸다.
공중을 돌아다니며 적의 공격을 피하고 검을 조종해 공격하던 그가 놈의 시선이 채현수에게 집중되는 그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주변에 둥둥 떠 있던 검을 잡고 대검 위에서 뛰어내렸다.
목표는 눈.
S급 헌터의 공격에도 피해를 입지 않는 드레이크 가디언이었기에 무리해서 비늘로 둘러싸인 부위를 공격하는 것보다 보호되지 않는 부위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감각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가디언 드레이크의 오른쪽 눈동자는 채현수에게, 왼쪽 눈동자는 이강현에게 향했다.
“흡!”
채현수가 황급히 아래쪽 입을 잡고 있던 손을 움직여 왼쪽 눈동자 쪽으로 이동시켰고, 왼손을 뻗어 바로 옆에 떠 있는 검을 붙잡았다.
공중에서 위치를 바꾼 이강현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황급히 놓았다가 다시 잡았다. 다시 잡는 순간 손목을 비트는 것은 물론 능력을 사용해 검을 회전시켰다.
푸우욱!
이강현의 오른손, 역수로 쥐어진 롱소드가 가디언 드레이크의 오른쪽 눈동자에 박혔다.
오우거로 변신한 채현수는 물론 치명상을 입힌 이강현도 승기를 잡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였다.
가디언 드레이크가 가진 강력한 힘 때문에, 그 어떤 공격도 튕겨 내는 가디언 드레이크의 방어력 때문에 급하게 일을 치른 것이다.
드레이크, 와이번과는 달리 놈은 약해지지 않았다.
화아아악!
비명은 없다. 한쪽 눈을 잃은 드레이크는 아무런 신음도 내지 않고 살기를 섞은 마나를 개방했다.
쿵!
온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중압감.
오우거로 변신한 채현수가 무릎을 꿇었다. 양팔도 아래로 떨어졌고 그 결과…….
콰직!
“크아아아악!”
한쪽 눈을 잃은 드레이크가 아닌 어깨가 씹힌 채현수가 비명을 지르는 일이 일어났다.
채현수뿐만이 아니다.
살기가 섞인 대량의 마나가 드레이크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자 이강현이 꼼짝도 못 할 때, 그의 앞으로 대량의 마나가 주입된 푸른 구체가 나타났다.
퍼어엉!
구체의 폭발.
황급히 마나를 돌리고 마나를 주입한 검을 정면으로 이동시켰지만 바로 눈앞에서 일어난 폭발이었다.
이강현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
“크아아아악!”
채현수의 비명은 방어전에 참가한 모든 헌터들의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
김환성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드레이크가 있었기에 다른 헌터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그도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쿠구구궁!
가디언 드레이크의 왼쪽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김환성이 무릎을 꿇었다.
“미친…….”
초능력처럼 인지하는 순간 찾아오는 중압감.
자신도 모르게 바닥을 내려다보며 욕설을 뱉은 김환성이 고개를 들었다. 신체 능력 강화에 마나를 집중해야 들 수 있을 정도로 무겁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전황을 살폈다.
“너무 서둘렀구나…….”
화상을 입은 이강현이 후회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 그의 주변에 둥둥 떠 있는 검도 세 자루가 전부였다.
“하아… 하아…….”
채현수는 더 심각했다. 황급히 변신 능력을 풀어 인간으로 돌아온 채현수는 오른쪽 어깨가 뜯겨 나간 채 피를 콸콸 쏟고 있었다.
게이트를 빠져나온 몬스터의 힘은 강해진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강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재앙.
말 그대로 폭주한 A급 게이트의 몬스터는 재앙이었다.
‘아니, S급 몬스터라고 불러야겠군.’
게이트의 가디언은 게이트 등급보다 한 단계 위.
그러니 S급 몬스터는 재앙이라는 말이 옳다는 생각을 할 때, 김환성이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퀘스트창.”
이름: 정체불명의 조각.
설명: A급 게이트부터 게이트의 핵을 파괴할 시 정체불명의 조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A급 게이트를 소멸시켜 정체불명의 조각을 획득해 납품하십시오.
보상: 게이트 생성 속도 감소.
A급 게이트부터 게이트 핵을 파괴하라는 퀘스트.
여기서 중요한 것은 A급 게이트‘부터’라는 설명이다.
“…….”
후퇴해야 한다.
하지만 점점 더 감당하지 못하는 재앙이 찾아온다는 예지에 가까운 시스템의 지원으로 인해 미련이 남은 김환성은 후퇴 명령도 내리지 못했다.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김환성은 무전기를 착용하고 있었고, 명령을 내리기 위해 수신 버튼을 켜 놓은 상태였다. 당연히 그의 지원 시스템 호출은 헌터들의 귓속에도 파고들어 A급 게이트‘부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물론 모든 헌터들이 절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S급 헌터, 그리고 A급 헌터 몇 명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상황이 최악이었기에 전의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였다.
화아악!
가디언 드레이크가 다시 마나를 개방했다. 그러자 사방으로 흩어졌던 레드 드레이크 그리고 레드 와이번이 가디언 드레이크의 주변으로 모였다.
A급 헌터들의 활약으로 살아남은 드레이크는 세 마리, 와이번은 두 마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디언 드레이크와 합류했다.
“현수야.”
“어떻게든 만들어 볼게.”
이강현의 부름에 이를 악문 채현수가 다시 오우거로 변신하려고 했다.
억지로라도 길을 열어 이강현이 가디언 드레이크를 공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전투의 여파로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이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하지만 채현수는 변신하지 못했다.
파아아아앗!
후방에서 일어난 푸른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드레이크의 무거운 마나가 아닌 상쾌한 마나가 몸을 감쌌다.
채현수와 이강현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절망하고 있던 헌터들도 숲은 연상시키는 마나를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
한 사내가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후방에 배치된 모든 헌터들이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단 한 사람만은 제자리에 꼿꼿이 서서 푸른빛을 내뿜고 있었다.
“하아…….”
푸른빛을 내뿜던 사내, 눈을 감고 있던 사내가 작게 숨을 뱉자 빛이 사라졌다.
“시벌.”
욕설?
“이게 이렇게 되네.”
***
반경 1km짜리 초대형 마법진을 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조정과 조정, 그리고 조정을 반복하자 조금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아, 마나는 이렇게 다루는 거구나.
아, 신체의 마나를 이용해 자연의 마나를 컨트롤할 수 있구나.
아, 이렇게 마나가 움직여 상대의 마나를 흡수하는 거구나.
아, 마나 드레인 마법은 흡수하고 저장하는 마법이구나.
아, 마법진은 이런 원리구나.
아, 마법은…….
아, 마나는…….
“시벌.”
욕설을 뱉은 한율이 눈을 떴다.
“이게 이렇게 되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가 옷을 잡아당겨 왼쪽 가슴을 확인했다.
다섯 개의 고리.
5서클을 뜻하는 다섯 개의 고리.
한율이 고개를 들었다.
한쪽 눈을 잃은 가디언 드레이크 한 마리.
레드 드레이크 세 마리.
와이번 두 마리.
5서클 마법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5서클 마법을 배우지 않았다고 해서 5서클 마법사의 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율은 빠르게 전황을 살폈다.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은신한 채 기회를 노리고 있는 김세혁이 눈에 들어왔다.
“약점은요?”
-제가 보이십니까?
“네. 그러니까 약점이요.”
-물입니다.
한율이 다시 가디언 드레이크를 바라봤다.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가디언 드레이크가 마나를 개방하는 순간이었다. 놈의 움직임에 맞춰 한율도 입을 열었다.
“메모라이즈.”
4서클 경지에 오른 마법사가 저장할 수 있는 마법은 네 가지.
그래서 한율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네 개의 마법 중 두 개의 마법을 물 속성 4서클 마법으로, 두 개의 마법을 방어 마법으로 저장했었다.
“아쿠아 랜스.”
촤아아악!
헌터들이 흘린 피, 땅속에 숨어 있는 지하수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하나의 창이 되었다.
“메모라이즈, 아쿠아 랜스.”
쉬이이익!
하늘에서 투명한 창이 떨어져 피와 지하수로 이루어진 아쿠아 랜스 옆에서 멈춰 섰다.
쉬이익!
빠른 속도로 날아간 두 자루의 창이 드레이크를 향해 날아갔다.
가디언 드레이크가 감지하고 몸을 움직였지만, 아쿠아 랜스가 먼저였다.
푸우욱!
“…….”
S급 헌터의 공격조차 튕겨 내던 가디언 드레이크가 인간의 공격을 허용했다.
어떤 헌터는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경지에 오른 한율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어떤 헌터는 희망이 다시 찾아왔다는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시간!”
“……?”
소름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떨었던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고, 희망을 붙잡아 작은 미소를 그렸던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새로운 물로 이루어진 창을 만들고 있는 한율.
“깨달음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힘이 강해진 겁니다! 1시간이 지나면 가디언 드레이크를 죽이지 못합니다!”
헌터들이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가디언 드레이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헌터 한율을 보호하고, 헌터 한율을 보조하라!”
“안심하고 프리딜을 넣을 수 있게 진형을 갖춰!”
“필사적으로 막아라!!”
김환성은 바로 명령을 내렸고, 헌터들은 망설이지 않고 한율의 곁에 모여 다시 자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