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23)
120 정령 소환 마법?(2)
이제는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현실 세계인지 판타지 세계인지 헷갈렸다.
“아니지. 게이트와 몬스터가 등장하면서 현실이 판타지가 되었으니 이상한 것도 아닌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김환성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모였다.
중요한 회의 도중에 전화가 왔고, 김환성은 잠시 회의를 멈추고 그 전화를 받아 ‘통화’를 했다.
전화를 받고 나중에 통화를 하자고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통화’를 했다. 당연히 회의 중이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았다.
“협회장님?”
“아, 미안하네. 중요한 전화여서. 그럼 다시 회…….”
회의를 진행해야 하나?
김환성이 고민에 잠겼다.
‘어디 보자.’
화면에 한율의 이름이 떠서 전화를 받았다.
한율에게 정령 소환 마법이라는 능력이 생겼으며, 그 능력으로 김세혁 동생들의 능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내게 그 사실을 알렸지. 왜 알렸지?’
왜 알렸을까?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
‘지는 않군.’
협회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지만, A급 헌터 김세혁은 공식적으로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헌터다.
여기서 끝이냐?
아니다. 제주도 방어전이 생중계로 방영되며 더욱더 유명해진 한율이 정령의 힘을 빌려 무소속 A급 헌터 김세혁의 동생들을 치료하고자 한다.
조용히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손을 살짝 들어 다시 마이크 앞에 서서 입을 여는 협회 직원의 입을 막고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네. 왜요?
“율아.”
-네. 말씀하세요.
“공개하려고?”
-감추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마법사를 육성하는 것도 모자라 정령사도 육성할 수 있다.
아니, 육성한다는 말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5서클에 오른 한율에게 생긴 마법은 정령 계약 마법이 아닌 정령 소환 마법이기 때문이다.
“공개 날짜는?”
-애들 치료하고 나서?
“확신하는구나.”
-김세혁 헌터분의 동생들이 빛의 마나, 어둠의 마나의 축복이라는 능력을 각성한 게 아니라 빛의 축복, 어둠의 축복이라는 능력을 각성했으니까요. 분명 정령과 관련되었다고 생각해요.
“……치료는 언제 할 건데?”
-이번 일 끝나면 바로 가서 해 보려고요.
이번 일?
아, 마나와 생명력을 흡수하는 땅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일.
“……한마디로 이번 주 안에 하겠다고?
-그래야죠. 저 바빠요.
까드득!
한율이 대답을 듣고 김환성이 이를 갈았다.
알고 있다.
한율이 무척 바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한율이 벌이는 일 하나하나가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까지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이다.
분명 정령 소환 마법을 공개하면 마법사 육성 사실을 듣고 사람들을 보낸 것처럼 다시 한번 수많은 국가에서 사람을 보낼 것이다.
“일단 계약은 아니지?”
-정령을 소환해서 물어봤어요.
“언제?”
-오늘 아침에요. 신기해서 살펴보다가 사용했거든요.
“……근데?”
-정령한테 물어보니까 가능하대요. 자신의 마음에 들면.
소환에서 그치지 않고 계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또 한 번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만들게 분명한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지 않은 손으로 이마를 꾹꾹 누른 김환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았다. 그럼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 아니다. 내가 금방 찾아가마.”
-네. 고생하세요.
김환성은 인사를 받지 않고 빨간 버튼을 눌러 통화를 끝내고 고개를 들었다.
“회의 주제를 바꿔야겠네.”
“…….”
아주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 골치가 아픈지 이마를 꾹꾹 누른 김환성이다. 거기다 계약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그래서 모두가 긴장하고 있을 때,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댄 김환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율이 5서클에 오르며 정령 소환 마법이라는 것이 생겼다고 하네.”
“……마법사가요?”
“그래. 마법사가. 그래서 정령 계약 마법이 아니라 정령 소환 마법이라는 이름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
“…….”
정령.
초능력에 이어 마법,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정령.
“그리고 그 정령 소환 마법을 공개한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한 번 사용해서 정령과 대화를 나눠 봤다고 하는데.”
정령과 대화를 나눴다.
점점 상상조차 어려워져 눈만 껌뻑일 때, 김환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정령이 마음에 들면 계약도 가능하다고 하더라.”
“……좋은 일 아닙니까?”
회의에 참석한 협회 직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물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던 김환성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좋은 일이지. 좋은 일이야.”
“그런데 왜…….”
“마법사 육성 소식 들었을 때 어땠냐?”
“아…… 씁!”
질문을 하던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각성을 하지 않아도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헌터가 늘어나는 소식이었기에 왜 한숨을 내쉬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
“빌어먹을.”
“젠장. 또 야근하겠네.”
한율이 마법사 육성 사실을 공개한 직후, 헌터 협회 직원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야근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국내 헌터 길드의 연락을 받고.
국외 헌터 길드의 연락을 받고.
인력 부족으로 자신들에게 떠넘긴 헌터 인사 비서관실 때문에 외국 정치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수백, 수천 명이나 되는 마법사 지망생들이 동시에 모여 그에 따른 문제 발생을 예측해 준비를 하고.
마법사 지망생들 정도는 아니지만 수십, 수백 명이 넘는 헌터들도 입국하는 탓에 헌터들 간의 다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국내 헌터 길드에 연락을 취해 헌터들을 모집하고.
“어, 언제 공개한다고 합니까?”
“치료할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들을 치료하고 나서.”
“치료요?”
“세혁이 동생.”
세혁이 동생을 치료하고 정령 소환 마법진을 공개한다?
“어, 세연이하고 세후가 정령사였습니까?”
“그런 거 같다. 아니면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 인간이 또 일을 저지를 리가 없으니까.”
***
“……뭔가 간만이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한율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김환성이 약속한 날짜에 자연의 마석을 보내와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한 지 5일 만에(사흘은 마법진 제작, 하루는 마석 설치, 남은 하루는 짐 꾸리기) 서울로 돌아와 김세혁과 함께 마탑으로 이동했다.
일을 계속해서 미루었다가는 일거리가 한 번에 몰려와 지금보다 더 바쁘게 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김세혁이 버튼을 눌러 멍하니 정면만 바라보며 도착을 기다리고.
띵동.
도착 알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한율이 자신을 따라온 국가, 협회, 그리고 청일 그룹의 헌터들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까 3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으면 1층에서 기다리셔도 돼요. 치료가 끝나면 연락드릴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헌터들이 엘리베이터 앞, 비상구 앞, 그리고 거대한 유리 창문 앞에 서서 주변을 경계했다.
휴식 시간을 주었음에도 일을 하는 헌터들을 바라보던 한율이 김세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가죠.”
“안내하겠습니다. 아마 지금 시간이라면…….”
앞서 걸어가던 김세혁 헌터가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도착한 곳은 사이버 강의실.
예상도 못 한 장소에 고개를 갸웃했던 한율이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김세혁 헌터를 따라 강의실 안으로 이동했다.
사이버 강의실 중앙.
소년과 소녀가 컴퓨터 앞에 앉아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지겨워어어.”
“…….”
소녀는 의자에 편히 기대앉아 천장을 바라보며 지겨움을 달래고 있고, 소년은 아무 말 없이 교육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김세연, 김세후입니다.”
공부하는 동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지 김세혁 헌터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설명하자 한율도 그를 따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세연이가 빛의 축복, 세후가 어둠의 축복이죠?”
“반대입니다.”
“……네?”
“세후야. 우리 그냥 땡땡이치자.”
빛의 축복을 받은 소녀, 세연이가 어둠의 축복을 받은 세후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땡땡이를 제안했다.
“……누나.”
“엉.”
“공부해.”
“재미없어.”
“누가 공부를 재밌어서 해.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한 세후가 다시 교육 방송을 시청하자 입을 삐죽 내민 세연이가 다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어, 음. 세연이가 빛의 축복, 세후가 어둠의 축복 맞죠?”
“……반대입니다.”
어둠의 축복을 받은 세연이는 활발하고 빛의 축복을 받은 세후는 얌전하다.
능력과는 반대되는 성격.
그래서 한율은 또 한 번 물었고, 김세혁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한번 ‘반대’라는 대답을 하자 고개를 돌려 다시 세연, 세후 남매를 바라봤다.
‘……진짜네.’
마나가 아닌 정령력을 끌어올려 확인하니 정말 활발한 세연이에게서는 어둠의 정령력이 느껴지고 세후에게서 빛의 정령력이 느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천장을 올려다보며 멍때리던 소녀, 김세연이 무언가를 느낀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
김세혁 헌터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김세연, 그녀가 작게 손을 흔드는 친오빠를 확인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오빠, 선물 뭐 사 왔어!”
“다시 한번 물을게요. 세연이가 빛…….”
***
1월 23일.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TV를 틀고 옷을 벗을 때, 배달한 음식을 먹으며 예능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TV는 켰지만 커다란 TV 화면이 아닌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광고’에 집중했다.
-어, 또 뵙네요.
익숙한 사람이 나왔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헌터.
A급 게이트의 가디언을 상대로 압도적인 힘을 선보여 더욱더 유명해진 헌터.
-제가 5서클에 오르며 새로운 마법을 배웠습니다.
마법?
초능력과는 다르게 모두가 배울 수 있는 기술, 마법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욱더 화면에 집중했다.
-마법명은 정령 소환.
“……에?”
파로 감싼 순살 치킨을 입으로 가져가던 사람들이 입을 크게 벌린 채로 화면을 바라봤고, 양말을 벗고 잠시 고민하다가 양말 냄새를 맡던 사람들이 양말을 얼굴 앞에 가져다 댄 상태로 화면을 바라봤다.
-정령 계약 마법이 아닌 정령 소환 마법입니다. 하지만 아티팩트를 이용했든 주문서를 이용했든 마법진을 이용했든 정령 소환 마법의 대상이 된 사람이 정령의 마음에 들면 계약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TV를 시청하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이 방송국 광고판에 나오는 한율 그리고 그가 공개하는 정령 소환 마법에 집중했다.
-다른 나라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나라는 내일부터 헌터 협회에서 정령 소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 돈은 안 받아요. 그리고 저는 정령사가 아닌 마법사여서 정령사의 수련법을 모르니 물어보시지 말고. 그리고 또 뭐 있지?
“…….”
-아,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시청, 또는 협회 지부에서 정령 소환 마법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뚝.
끊겼다.
정확하게는 끝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멍하니 새로운 광고가 나오는 TV 화면을 바라봤다.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망부석처럼 굳어진 채 광고가 나오는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