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6)
016 한유라(2)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병원에서 생활했다고 하더라고”
“……다리 때문에?”
“으음. 조금 달라.”
다른 병이 있던 걸까.
자신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한유라를 확인한 한율이 다시 이유리를 바라봤다.
작은 상자를 무릎 위에 올린 이유리가 최일현과 함께 돌아오고 있었다.
“오빠!”
“그게 내가 살 물건이야?”
“네. 천만 원이나 깎았어요.”
“…….”
5천만 원짜리 영약이었다.
1천만 원이나 깎았다는 말에 헛웃음을 터트리고만 한율이 이유리에게 건네받은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갈색 환약.
청심환을 연상시키는 갈색 환약.
“감정.”
이름: 허윤성의 환약(150).
설명: 각성자, 허윤성이 제조한 영약.
효과: 신체 강화(1~7%).
“……범위가 넓어서 그런가.”
7%면 5천만 원이 넘어야 했지만, 1%부터 시작해서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보였다.
“마음에 드세요?”
“엄청. 그럼 계산은…….”
“아, 이쪽으로 오십시오.”
최일현, 이유리와 조금 떨어져 있던 사내가 공손히 말했다.
한율은 사내를 따라 카운터 앞에 서서 카드를 내밀었고, 카드를 긁자마자 날아오는 문자를 확인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럼 수고하세요.”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똑같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는 사내.
한율은 그런 사내와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고 몸을 돌렸다.
“4천으로 7%라.”
마나 호흡법이 있으니 복불복이 아니다.
실수해도 5~7% 상승.
한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걸음을 옮겼지만, 이내 대화를 나누는 두 소녀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흐음.’
대한민국 5대 그룹 중 하나인 청일그룹.
자신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한율은 이유리가 밝은 미소로 손짓하자 웃으며 다가갔다.
아이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백화점에 들어선 양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야.”
백화점 앞에서 이유리와 헤어진 한율,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가 앞에 앉아 있는 한유라를 불렀다.
“다음에…….”
“다음에 뭐.”
“으음. 아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다음 주 주말에 시간 좀 내라.”
“어. 유리랑 약속 잡을게.”
한유라가 바로 대답했다.
“…….”
자신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다시 말하기도 전에 이유리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대답했다.
“……치료 마법에 기대한 거냐?”
“아직 유리가 시도해 보지 못한 게 마법이니까.”
“…….”
자신의 오빠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친구를 위해서 만남을 주선했다.
“화났어?”
자신의 의사도 묻지 않고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 미안했던 것일까?
한율은 힐끔힐끔 자신을 올려다보는 한유라의 모습에 실소를 터트리고 그녀의 정수리를 가볍게 두들겼다.
“아니. 그리고 걱정 말고.”
“가능할까?”
“모르지. 하지만 방법은 있다고 생각해.”
마법 치료로도 다리를 고치지 못한다면?
‘차원 거래.’
레스트는 말했다. 지구의 영초, 영약으로 자신의 차원에서 구할 수 있는 영초, 영약으로 치료하지 못한 자신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그렇다면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
5월 23일. 월요일.
느긋하게 지하철역을 나와 느티나무 공원으로 향하던 한율이 고개를 숙여 허리에 매단 석궁을 바라봤다.
“……역시 총이 낫지.”
석궁은 돈이 없어서 선택한 것이다. 솔로 플레이, 그것도 윙 스네이크라는 D급 몬스터 중 고가에 판매되는 몬스터를 토벌하며 처음부터 큰돈을 벌고 있었으니 총을 구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김치.”
자동 소총은 많다. 하지만 역시 손에 익은 것은 군대에서 사용하던 김치, 몬스터 전용 자동 소총인 K-7.
“탄띠도 필요하고.”
총을 구매할 생각이니 당연히 탄창을 끼우는 탄띠도 있어야 한다.
“……이거 백화점이 아니라 총포점을 가야 하는 건가.”
마법 효과를 높여 주는 마법 구슬은 레스트에게 구매하면 된다.
필요한 모든 걸 백화점이 아닌 총포점에서 구입할 수 있어서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게이트, 그리고 그 앞에서 열심히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사내를 발견하고 머리를 비웠다.
그러고는 사내 앞에 서서 슬쩍 화면을 훔쳐봤다.
게임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르지 않다. 제목이 ‘6인팟 블랙드래곤 공략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화면을 터치해 동영상을 멈춘 사내가 웃으며 한율을 반겼다.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그러게요. 내일부터였나요?”
“네. 오늘부터 레온 길드가 마지막 조사에 들어가고요.”
“마지막 조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지금 안에 레온 길드가?”
“네. 어제, 아니 금요일에 만나신 분들.”
“아하.”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출입 기록부를 작성하고 펜을 놓았다.
“그럼 다녀올게요.”
“옙. 수고하세요.”
한율이 대답 대신 엄지를 치켜들고 게이트에 들어갔다. 제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잠시,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탐지.”
화아아악.
12시 방향 세 마리.
3시 방향 다섯 마리.
9시 방향 열일곱 마리.
“열일곱?”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물끄러미 9시 방향을 바라보던 그는 조사를 시작했다는 협회 길드원의 말을 떠올리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이동 시간은 짧았다. 그는 어느 순간 멈춰 서서 마나 홀에 가득 차 있는 마나를 하반신에 집중시켰다.
타악!
“실드.”
높이 도약한 한율이 뒤늦게 생성한 실드 위에 착지해 전방을 확인했다.
지면의 진동으로 상대의 위치를 확인하던 것일까.
잠시 주변을 경계하던 윙 스네이크 세 마리가 방향을 틀어 9시 방향으로 이동했다.
“……쯧.”
홀로 게이트를 찾았을 때와는 다르다. 제자리에 멈춰 서서 주변을 경계하는 것과는 다르게 진동을 느끼고 이동한다.
한율은 바로 실드 위에서 뛰어내렸고, 커다란 땅 울림을 감지한 윙 스네이크 세 마리가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쉬이익! 푸욱!
화살은 윙 스네이크가 아닌 지면에 박혔다. 하지만 화살을 쏜 이유가 자신의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해서다.
샤아아악!
예상대로 윙 스네이크 세 마리가 울음을 터트리고 빠른 속도로 기어 왔다.
‘방법은…….’
기둥 생성 마법, 폴 마법을 사용해 거리가 아닌 높이를 벌린 후에 매직 미사일을 난사해 처리할 수 있고, 1서클 마법은 디그를 사용해 윙 스네이크를 구덩이에 빠트린 후에 매직 미사일을 난사해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떠오르는 모든 작전이 ‘윙 스네이크 무리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에 사용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한율은 뒷걸음을 치면서 주문을 외웠고, 세 마리가 동시에 입을 쩍 벌린 상태로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영창을 끝냈다.
“매직 미사일!”
푸른 화살 두 발이 공중으로 튀어 올라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두 마리의 머리에 박혔다.
남은 한 마리?
“흡!”
퍼어억!
양팔에 마나를 집중시킨 채로 석궁을 휘둘러 날려 버렸다.
유일하게 생존한 윙 스네이크는 그대로 나무와 충돌했다. 큰 충격은 아니었는지 바로 머리를 들고 울음을 터트렸지만 한율은 미소를 그렸다.
샤아아악!
그에게 윙 스네이크 한 마리를 상대하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매직 미사일.”
쉬이익! 푸욱!
매직 미사일만으로 윙 스네이크 세 마리를 토벌.
자연스럽게 건빵 주머니에서 20L짜리 일반 쓰레기봉투를 꺼낸 한율이 윙 스네이크 사체를 집어넣고 다시 탐지 마법을 외웠다.
“탐지.”
화아아악!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마나.
북쪽에 하나.
동쪽에 다섯.
서쪽에 열일곱.
“……엥?”
사냥 시간이 길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윙 스네이크 세 마리를 찾기 위해 이동한 시간이 있다.
게이트에 들어올 때와 변하지 않은 서쪽의 상황.
걸음을 멈춘 한율은 상체를 비틀어 서쪽을 바라봤고, 조금 전보다 기척이 가까워진 것을 깨닫고 다시 주문을 외웠다.
“폴.”
쿠구궁!
기둥 생성 마법, 폴.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른 한율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쪽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어제 게이트 앞에서 만난 레온 길드 소속 헌터는 일곱 명.
한율이 안구에 마나를 집중하고 다시 서쪽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열 마리의 윙 스네이크였고, 그 후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열심히 달리는 여섯 남녀와 정신을 잃었는지 동료에게 안겨 있는 축 늘어진 남성이었다.
***
타다다다다.
“허억, 허억, 허억.”
윙 스네이크.
독을 사용하는 몬스터로서 D급 몬스터 중에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몬스터였지만 레온 길드는 자신 있었다.
그들은 C등급 게이트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이었기 때문이다.
타다다다다.
“중기 아저씨!”
한 청년의 외침에 가장 후방에서 도주하던 레온 길드 3팀 팀장, 강중기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던 그가 몸을 날리는 세 마리의 윙 스네이크를 향해 양팔을 크게 흔들었다.
콰아아앙!
윙 스네이크 세 마리가 튕겨 나갔다. 나무와 충돌하며 멈춰 선 세 마리가 바닥에 축 늘어진 것도 잠시, 놈들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빠른 속도로 기어 왔고, 그 모습에 강중기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몸을 돌렸다.
매뉴얼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윙 스네이크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공격이 아님에도 자폭했다.
이유?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다른 윙 스네이크가 숲속에서 튀어나왔을 때 알게 되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공격이 아님에도 자폭을 선택한 윙 스네이크는 어린 윙 스네이크라는 것을 말이다.
타다다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도주를 선택했다. 그래서 지금 자신들이 도주하는 방향의 끝에 게이트가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도주를 멈추고 방향을 확인하는 순간, 새끼를 잃어 분노한 열 마리의 윙 스네이크에게 둘러싸인다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아, 아저씨…….”
원거리 능력자.
가장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소녀의 부름에 강중기는 고민했다.
소녀를 안고 함께 도망친다?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윙 스네이크 무리를 상대해 시간을 번다?
“지원 갑니다아아아아!”
누군가의 외침.
시간을 들여 점점 거리를 벌린 후, 완전히 멈춰 서서 윙 스네이크 열 마리를 상대하기로 마음먹은 강중기와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도주하던 헌터들이 고개를 들었다.
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군복을 착용한 사내.
한쪽 무릎을 꿇고 전방에 석궁을 겨누고 있는 사내.
“탱커는 제 앞에서! 체력 있는 딜러는 양옆에서 보좌!”
“도망치십시오!”
군인의 외침에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사내가 외쳤다.
한 마리도, 두 마리도 아닌 열 마리다.
윙 스네이크 열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내의 선택이 옳았지만, 군인은 오히려 혀를 차고 중얼거렸다.
“도망치라고!”
선두에 서 있던 사내가 다시 외쳤다. 그리고.
“파이어볼!”
군인이 뒤이어 외쳤다.
화르르륵!
군인의 머리 위에 생성된 작은 태양.
작은 태양이 날아갔다. 레온 길드 3팀의 머리 위를 지나친 작은 태양은 그대로 곡선을 그리며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윙 스네이크에게 떨어졌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
“…….”
온몸이 땀에 젖은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작은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돌렸던 강중기가 침을 꿀꺽 삼켰다.
작았다.
사람 머리통만 한 작은 태양이었다.
하지만 작은 태양은 윙 스네이크 세 마리를 동시에 태워 버렸다.
“워메. 시벌.”
다시 들려오는 군인 아저씨의 목소리.
“뭐 이리 쎄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