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65)
162 무공(2)
대초원 게이트 소멸.
3차 게이트의 변화로 인해 큰 위기를 느꼈던 중국은 22만 마리가 서식하는 B등급 게이트가 소멸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소멸 작전이 실행되기 전에는 게이트는 물론 헌터들이 머무르고 있는 도시를 방문하지도 않던 고위직 인사들이 방문했고, 해외로 도망쳤던 자본가들이 귀국했다. 아니, 귀국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헌터들이 머무르는 도시를 방문했다.
하지만 고위급 인사들도, 부자들도 헌터를 만나지 못했다.
중국 헌터 협회, 그리고 국방부가 감사의 의미로 방문한 고위급 인사들과 자본가들의 접근을 미리 차단한 것이었다.
물론 완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주일 후에 호텔을 빌려 파티를 열 것이니 참가해 달라는 말을 전달했지만 말이다.
“끄으응.”
하루에 2시간씩.
녹음기와 언어책을 이용해 언소월 차원의 언어를 습득하던 한율이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책을 덮었다.
자연스럽게 거래창을 열어 언어책을 회수한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와 문을 번갈아 보는 것도 잠시, 그는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아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열어 보니 대초원 게이트와 관련된 뉴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중국 영토에 생성된 게이트였지만 중국이 게이트를 소멸시키지 못한다면, 중국이 브레이크를 막아 내지 못하면 대한민국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한국 또한 게이트 소멸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었다.
상단에 위치한 뉴스를 클릭한 한율은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헌터들을 촬영한 사진, 정확하게는 크게 확대해서 자신과 채현수만 촬영한 사진이 눈에 들어오자 바로 인터넷을 끄고 메모장 어플을 켰다.
“어디 보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무공서 번역.
“문제는 번역이 끝난 후인데.”
무공서를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
자연스럽게 하단에 나타난 키보드를 터치해 새로운 업무를 작성했던 한율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했다.
어떻게 번역한 무공서를 공개하느냐.
처음 언어책을 받았을 때, 한율은 바로 언소월 차원의 언어와 중국어를 비교했다.
언소월의 차원이 무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소월 차원의 언어는 중국어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며 바뀌는 경우가 있어 과거에 사용하던 언어도 조사하고 다른 나라의 언어도 조사했지만 역시 아니었다.
“공개해야 하나.”
이번 전투로 마법 숙련도가 높아졌다.
아주 소량이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몬스터를 토벌해 경험치를 쌓았는지 신체 능력도 성장해 6서클의 벽이 보였다.
하지만 아직 5서클 마법사였다.
“상관없으려나?”
실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명성이 있다.
헌터로서의 무력만 보면 자신보다 뛰어난 헌터 두 명이 자신의 아군이다.
“일단 완성하고 생각해 보자.”
언소월에게 구입할 무공서는 수십 권이다.
권법, 도법, 검법, 부법, 보법, 외공 등등.
전부 번역하려면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 안에 공개할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뭐, 못 찾으면 그냥 공개할 수밖에.’
못 찾으면 그냥 공개하자.
1서클 마법사였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자신의 보물(능력)을 지킬 힘이 있고, 명성이 있으니까.
***
대초원 게이트가 소멸하고 일주일.
작전에 참가한 헌터들이 헌터 협회가 빌린 호텔을 방문했다.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은 물론 자국의 헌터들을 지키기 위해 황급히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각국의 정치인들도 호텔을 찾았다.
그들은 정말 쉬지 않고 움직였다. 헌터들을 귀화시키기 위해, 헌터들의 귀화를 막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정치인들도 파티장 어느 장소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파티 참가의 이유 중 5할, 아니 7할을 차지하는 인물이 자리한 테이블이었음에도 정치인들은 그 테이블에 다가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러시아의 S급 헌터, 알렉스.
인도의 S급 헌터, 아흐만.
한국의 S급 헌터, 채현수.
중국의 S급 헌터, 타이런.
마지막으로 한국의 A급 헌터, 한율.
이 다섯 명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고, 인도와 러시아, 그리고 협회 또는 길드에 소속된 중국의 A급 헌터들이 주변 테이블에 둘러싸 다가오는 이들에게 압박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기에 A급 헌터들이 접근을 막고 있는 것이고, 무슨 대화를 나누기에 S급 헌터들과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헌터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일까.
곁눈질로 다섯 헌터가 자리한 테이블을 살펴보던 한 정치인이 주먹을 말아 쥐고 걸음을 옮겼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A급 헌터들의 시선이, A급 헌터들이 은밀하게 전하는 마나로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정치인은 계속해서 걸어가 A급 헌터들 바로 뒤편 테이블에 앉아 귀를 기울였다.
테이블에서 정치인을 훔쳐보던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호위를 맡은 헌터와 함께 걸음을 옮겨 그나마 다섯 헌터가 자리한 테이블과 가까운 테이블에 앉았다.
“실드를 만들까요?”
“아닙니다. 뭐, 들어도 문제가 없으니까요.”
갑갑한지 넥타이를 풀고 미리 가져온 칵테일을 한입에 털어 넣은 알렉스가 오른손을 들어 잘 정리된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고 한율을 바라봤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묻고 싶은 게요?”
“예. 일단 첫 번째는 아공간 아티팩트 공급 시기입니다만.”
아공간 아티팩트.
칵테일이 마음에 안 드는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술과 잔을 꺼낸 알렉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각성 능력, 그러니까 각성자가 제작한 아공간 장비와 마법사가 제작한 아공간 아티팩트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각성자의 아공간 능력이 부여된 장비는 무게 제한이 있고, 마법사가 제작한 아공간 아티팩트는 공간 제한이 있습니다.”
“저번 회의에서 말씀하셨지요. 제작하는 마법사의 경지에 따라 아공간의 크기가 달라진다고.”
“예.”
“한율 님의 아공간 정도 되는 아티팩트 제작이 가능합니까?”
“……게이트 소멸 작전에 병기를 도입하실 생각이시군요.”
“효과를 봤으니까요.”
효과를 봤다. 최소 4할, 최대 6할의 피해로 소멸시킬 것으로 예상한 22만의 몬스터가 서식하는 B등급 게이트를 2할의 피해만으로 게이트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
그것도 헌터와 일반인을 포함한 총 인원의 2할.
“연구를 통해 게이트의 입구를 늘리는 것보다 아공간 아티팩트를 이용해 병기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죠. S급 아공간 능력자가 탄생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빠르고 말입니다.”
“으음, 일단.”
“예.”
“오래 걸립니다.”
“올해 안으로 판매가 가능합니까?”
“현재 병기를 입고하고 출고할 수 있는 아공간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아공간 아티팩트 또한 제가 사용하는 아공간보다 작아서 게이트 소멸 작전에 병기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다섯 개가 필요합니다.”
“다르다는 것은.”
“제가 사용하는 아공간은 스킬이거든요. 마법이 아니라.”
“……그렇다면 한율 님이 제작한 아공간 아티팩트는 탱크 몇 대분을 보관할 수 있습니까?”
“열 대 정도?”
무게의 제한이 아니라 공간의 제한이다.
눈을 반짝인 알렉스가 상체를 살짝 숙였다.
“제작에 걸리는 시간을 알 수 있겠습니까?”
“아공간 마법진은 다른 마법진보다 더 복잡하다 보니까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아공간 아티팩트 하나를 제작하는 데 말입니까?”
“네.”
일주일에 탱크 열 대를 입고할 수 있는 아공간 아티팩트 하나.
“넉넉하게 잡아서 일주일입니까?”
“네. 다른 일이 없고, 실수가 없으면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알렉스가 한율을 향해 씨익 미소를 그렸다.
“아티팩트에 대한 설명으로 주제가 자연스럽게 넘어갔습니다. 아공간 아티팩트. 올해 안에 판매가 가능합니까?”
“으음.”
무공서 번역이라는 업무가 추가된 상황에서 아공간 아티팩트 제작이라는 업무가 추가된다.
“너무 힘든데…….”
“하시는 일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두 개. 한 달에 두 개 정도는 제작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아공간 아티팩트를 제작해도 러시아에 판매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봅니다만.”
“중국이 흔들립니다. 미국 또한 A급 게이트가 생성된 것은 아니지만 30개 이상의 B급 게이트가 생성되어 골머리를 앓고 있지요. 뭐, 인도 쪽이 걸리기는 하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차를 마시고 있는 아흐만을 힐끔 훔쳐본 알렉스가 다시 한율을 바라봤다.
“하나 정도는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끄으응.”
아공간 아티팩트.
헌터의 피해를 최소화한 상태로 게이트를 소멸시킬 수 있는 물건이다. 그래서 바로 거절하지 못한 한율은 하루 일과를 이리저리 조정하기 시작했다.
처음 말했던 대로 일주일에 한 개 정도 생산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달부터 제작에 들어다 다다음 달부터 청일 그룹에 위탁 판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알렉스는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한율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두 번째 대화 주제는…….”
말끝을 흐린 알렉스가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몬스터 오크가 착용하고 있던 장비입니다.”
“몬스터의 장비요?”
“네. 감정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감정.”
이름: 오크의 갑옷.
설명: 인간의 갑옷에 오크의 마나를 부여한 상태로 부수고, 녹이고, 붙여서 만들어진 갑옷.
효과: 피해 15% 감소.
이름, 설명, 효과.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 알렉스가 내민 오크의 갑옷을 확인한 한율이 설명란에 적혀 있는 첫 번째 단어를 확인하고 홀로그램을 치웠다.
“실드.”
파아앗!
반투명한 돔 형태의 마나 실드가 다섯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주변에 자리를 잡은 헌터들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고개를 홱 하고 돌렸지만 손을 번쩍 들어올리는 S급 헌터들의 만류에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를 알고 계시는군요.”
“3개월 내에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장비를 숨…….”
조금씩이지만 게이트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공간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 주는 증거들이 게이트 내부에서 확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크의 갑옷이라는 인간의 흔적이 남은 몬스터의 장비를 숨길 필요가 있을까.
“3개월.”
“예?”
“자세한 내용은 3개월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