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71)
168 귀국(2)
띵동.
양 리리를 안내하기 위해 함께 움직였는지 이대한, 문수원, 김세혁, 송아연, 그리고 양 리리와 블랙 나이트가 동시에 연구실에 도착했다.
“……음? 왜 장비를 착용하고 계세요?”
한율이 블랙 나이트, 아니 문장현에게 물었다.
“아직 인지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입고 있습니다.”
“…….”
참 이해 못할 답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한율은 남성 헌터들은 자신이 앉아 있는 소파에 앉고, 여성 헌터들은 배희연이 앉은 소파에 앉자 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실드.”
소파에 앉아 있는 헌터들을 보호하는 돔 형태의 실드.
한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나를 끌어올려 탐지 마법까지 사용한 후에 마탑 소속 헌터들을 바라봤다.
“이야기를 들으신 분이 계실 테고, 듣지 못한 분이 계실테니 처음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3개월 후.”
이미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다. 하지만 한율은 습관처럼 중요한 부분에서 잠시 말을 끊은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국가 회의를 열 겁니다. 주제는 게이트, 그리고 제 능력입니다.”
“능력? 마법이요?”
문수원이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질문을 던졌다.
“이제 와서 밝히는 거지만 사실 내가 각성한 능력은 마법이 아니야.”
“그러면요?”
“차원 거래.”
“……?”
“다른 차원의 사람과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차원의 사람과 문자 형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지.”
“…….”
***
짧은 침묵이 찾아왔다.
다른 차원의 사람과 거래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차원의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
듣도 보도 못한, 일반적인 헌터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신기한 능력.
“……그걸 밝힌다고요?”
오랜 침묵 끝에 문수원이 다시 묻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헌터들도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한율을 바라봤다.
“감추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시끄러워질 거 같은데.”
“어, 그건 알고 있어. 그래서 처음 차원 거래 능력을 각성하자마자 마법이라고 속인 거니까.”
“그런데 지금 그 사실을 밝힌다?”
“이유는 지금 설명할 거야.”
한율이 답변을 미루고 헌터들을 한 명씩 바라보며 그들의 시각, 그리고 청각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A급 게이트의 생성 주기가 빨라졌지. S급 게이트도 분명 생성될 거고.”
A급 게이트와 S급 게이트.
헌터들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지금 헌터들의 실력으로는 S급은커녕 A급 게이트를 소멸시키는 것도 매우 힘들다는 거야.”
A급 게이트 소멸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한 이들 중 S급 헌터이든, A급 헌터이든 최소 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S급 게이트가 언제 나타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 아랫단계인 A급 게이트 소멸 작전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헌터들의 무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S급, A급 헌터들의 무력을 강화시키고, B급 이하 헌터들에게 새로운 전투술을 가르쳐 그들의 성장 속도를 높인다.
“그리고 전 헌터 강화를 고민하면서 떠올린 것이……. 거래창.”
말끝을 흐린 한율이 헌터들 앞에서 거래창을 입에 담았고, 직사각형 홀로그램이 눈앞에 떠오르자 바로 손을 뻗어 미리 위로 올려 둔 서적을 터치했다.
툭, 툭, 툭.
허공에 나타나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서적들.
“무공.”
“……응? 무공?”
“무공.”
“어, 잠시만요.”
빠르게 손을 들어 한율의 설명을 멈춘 문수원이 무공서를 힐끔 훔쳐보고 물었다.
“형은 판타지, 그러니까 마법과 관련된 차원의 사람과 거래를 하는 거 아니었어요?”
“응, 그거 아냐.”
“아니에요?”
“어, 헌터들도 성장을 하며 각성한 능력이 강화되잖아. 차원 거래 능력도 마찬가지야. 뭐, 헌터의 성장에 따라서가 아닌 차원의 균열이 커질수록 성장하지만.”
차원의 균열?
한율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하는 헌터들에게 레스트, 그리고 에리얼과 함께 몇 가지 실험을 걸쳐 완성시킨 가설을 알려 줬다.
게이트, 차원의 벽, 그리고 A등급 게이트에서 확보할 수 있는 차원의 조각.
“정체불명의 조각의 원래 이름은 차원의 조각이었군요.”
이번에는 배희연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다른 사람들은 감정을 하면 정체불명의 조각이라고 나오지만 저는 게이트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공간, 차원을 뛰어넘으며 시공간의 뒤틀림이 발생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런 건지 차원의 조각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잠시만요. 시공간이요? 공간이 아니라?”
“소멸 횟수.”
“……아.”
공간이 이동한 것이라면 게이트의 중심인 핵을 파괴하는 순간 게이트가 소멸해야 한다. 하지만 게이트는 몇 차례나 반복해 게이트의 핵을 파괴해야 소멸한다.
차원을 뛰어넘으며 시공간이 뒤틀어진 세상, 게이트.
배희연이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자 한율은 거래창에서 꺼낸 비급을 헌터들 앞으로 밀어내며 다시 설명을 이어 갔다.
“게이트의 변화는 두 번 일어났고, 게이트의 변화에 맞춰 차원 거래 능력도 성장해 현재 마법 문명이 발달한 차원, 정령계, 그리고 흔하게 말하는 무협 세계관의 차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허어, 정령계와 무협계(?)라.”
이대한이 혼잣말을 뱉으며 한율이 자신의 앞으로 밀어낸 비급을 바라봤다.
“마법이 공개되고 원거리 각성 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마법을 배우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원거리 각성 능력자들은 근접, 그리고 제작 계열 각성 능력자들보다 빠르게 성장을 했고요.”
증거?
송아연이 있다.
얼음 계열 마법을 습득한 A급 헌터 송아연은 마법과 이능력을 조합해 자신의 능력을 강화했고, 그 결과 S급 헌터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근접 전투 능력을 각성한 헌터죠. 그들은 열심히 마법을 배워도 마법과 이능을 조합해 자신의 능력을 강화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공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그 공개 방법을 아무리 생각해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
“게이트에 몰래 놓아두는 건?”
이대한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협 소설에서 흔히 나오지 않나. 숨겨진 무공이라는 이름으로.”
“야.”
“그래, 파트너.”
“한글이야. 한글.”
“……아하.”
언어의 문제.
“그래서 사실을 밝히는 거군.”
“물론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밝힌다면 매우 골치 아플 것 같아서 국가 회의를 열어 각국의 대표들, 그리고 헌터들에게만 사실을 밝힐 거지만.”
무공을 통해 헌터들을 강화하기 위해.
“원거리 각성 능력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보법이나 경공술도 공개할 생각이니 무공을 통해 원거리 각성 능력자들도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지.”
어깨를 으쓱이며 무공을 통한 전 헌터 전력 강화 사실을 동료들에게 밝힌 한율이 손가락으로 무공서를 가리켰다.
“어쨌든 그 사실을 밝히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건넨 무공은 여러분들에게 딱 맞는 무공입니다.”
언소월 차원의 언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한 한율은 언소월과 상담해 마탑 소속 헌터들에게 어울리는 무공을 먼저 확보해 번역에 들어갔다.
한율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돌려 테이블 위에 있는 비급을 바라봤다.
“아, 참고로 대한아.”
“그래, 파트너.”
“방패술은 없더라.”
“예상하고 있었다. 권법이냐?”
“정확하게는 권각술.”
고개를 끄덕인 이대한이 비급을 들었다. 다른 헌터들도 차례대로 비급을 들었을 때, 한율이 가볍게 손바닥을 마주치고 말을 마쳤다.
“그럼 이야기는 끝입니다. 아, 당연히 3개월 후에 진행될 회의까지는 비밀로 해 주시면 됩니다.”
***
“차원 거래라…….”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려 퍼지는 이대한의 목소리.
“마법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아니라고 의심하셨어요, 형?”
문수원이 이대한의 중얼거림을 듣고 그에게 물었다.
“그래.”
“언제부터요?”
“파트너가 마법을 공개한 직후부터.”
“……어.”
문수원이 마법을 공개할 당시에 한율을 떠올렸다.
참 어색한 모습으로 마법을 설명하고, 마나를 설명하던 한율.
“의심할 부분이 있었어요?”
“마법은 이능력이 아닌 기술이다.”
“……아.”
기술.
마법은 기술이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뭐, 기술과 같은 이능력을 각성한 헌터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심을 지웠지만.”
제작 계열 각성 능력자 중에는 마법처럼 노력을 하면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포션 조제.
문수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대한이 입을 다물고 비급을 보관하고 있는 아공간 주머니를 다시 한 번 확인할 때, 힐끔 배희연을 훔쳐본 김세혁이 그녀에게 물었다.
“청일 그룹 측도 의심하고 있었습니까?”
“한율 님이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까?”
“네.”
“의심은 했습니다. 이대한 헌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걸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지웠습니다.”
“이유는요?”
“굳이 파고들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없다?
분명 이득이 될 텐데?
고개를 갸웃했던 김세혁은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바로 이해한 표정을 지었다.
본관 입구를 통과하는 세 여인.
“이유리 아가씨 때문이군요.”
“네.”
청일 그룹의 이유리는 한율의 제자다.
당연히 한율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유리 또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일 그룹은 의심을 지우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보를 조작했습니다.”
소속은 다르다. 하지만 같은 편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마탑 소속 헌터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배희연이 허리를 살짝 숙였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약속은 지켜 주실 겁니까?”
3개월간 비밀로 해 달라는 약속.
김세혁이 그 비밀을 언급하자 천천히 허리를 편 배희연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네.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문책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만?”
“선물의 도움을 받으면 S급 헌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문책은 없을 것이다.
피식 실소를 터트린 김세혁은 허리를 살짝 숙여 작별 인사를 건넸고, 똑같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은 그녀가 떠나자 바로 헌터들을 바라봤다.
“그럼 다시 엘리베이터에 탈까?”
“……예?”
“내려가야지.”
허리에 찬 아공간 주머니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하는 김세혁.
짧은 탄성을 흘린 마탑 소속 헌터들은 김세혁을 따라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 무공을 습득하기 위해 지하 수련장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