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72)
169 국가 회의(1)
처음 한국에서 국가 회의를 제안했을 때, 그것도 국가의 대표는 물론 국가를 대표하는 헌터가 참가하는 국가 회의를 제안했을 때, 수많은 국가가 그 제안을 무시했다.
마법사 한율.
그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헌터라고 해도 대한민국 자체가 국가 무력 순위로 따지면 중하위권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 한율이 직접 부탁한 국가 회의이며 그 주제가 ‘전 헌터 전력 강화’라는 설명에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 한율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마법사 한율이 전 헌터 전력 강화를 위해 무언가를 진행하고 있다.
A급 게이트의 생성 속도가 빨라졌다. S급 게이트 또한 아직 생성되지 않았지만 분명 생성될 것이다. 그러니 헌터들의 무력 상승을 고민하고 있는 국가의 대표들은 대한민국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12월 5일.
한율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변경되어 12월 2일, 회의까지 사흘을 앞두고 대한민국을 찾은 40대 중반의 사내, 미합중국의 제인 워스 대통령이 함께 차량에 탑승한 S급 헌터에게 물었다.
“바로 호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아뇨. 마탑으로 가죠.”
“오호.”
미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 중 한 명, 알렉스의 말에 씨익 미소를 그린 제인 워스 대통령이 입을 다물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한민국이라.”
오랜만에 방문한 대한민국이다.
마법사, 한율에 의해 가장 먼저 마법이라는 기술을 전수받은 국가.
A등급 게이트, 아룡의 대지 게이트를 소멸시킨 국가.
“작지만 강한 나라.”
마법사, 한율이 등장하기 전부터 S급 헌터가 두 명밖에 없었지만 대한민국은 헌터만으로 순위를 매긴 국력 순위에서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S급 헌터, A급 헌터의 수는 매우 적지만 B등급, 그리고 C등급 헌터가 5할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것도 과거의 일이지.’
마나 호흡법이 도입되고 마법이 전파되자 A등급 헌터가 늘어났고, B등급 헌터가 늘어났다.
S급 헌터도 한 명 추가되었다.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에 소속된 얼음 여왕, 송아연.
“각하.”
S급 헌터, 알렉스의 부름에 제인 워스가 고개를 돌렸다.
“예. 알렉스 헌터.”
“그 목적지를 변경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처음부터 호텔이 아닌 마탑으로 향할 생각이었습니다.”
“…….”
“후원을 하고 있으니 견학 정도는 가능할까 싶어 출발 전에 마탑에 연락을 취해 견학 요청을 했고, 한율 헌터가 받아들였죠.”
“아.”
목적지를 변경하지 않아 당황해하던 알렉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S급 헌터의 반응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던 제인 워스가 다시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엘렌 마법사가 3서클이었나요?”
“예.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 번째로 3서클 경지를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세 번째라…….”
미국을 대표하는 마법사가 세 번째로 3서클에 올랐다.
불만은 없다. 하루, 이틀 차이로 3서클에 올랐다는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첫 번째로 3서클 경지에 오른 이가.”
“중국의 마법사 대표, 류페이입니다. 두 번째로 3서클 경지에 오른 마법사는 일본의 류노스케라고 들었습니다.”
“류페이와 류노스케. 그 두 사람이 엘렌 양의 라이벌이군요.”
“아, 그건 아닙니다.”
“……예?”
앞서 3서클 경지에 오른 두 사람이 라이벌이 아니다.
제인 워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엘렌이 말하기를, 굳이 라이벌이라 부를 사람을 꼽는다면 김덕배라는 마법사라고 들었습니다.”
“…….”
김덕배?
제인 워스가 머릿속에 저장한 마탑 소속 마법사들을 떠올렸다.
“아, 농업 마법사.”
11월 10일.
대한민국은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한 가지 놀라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
마법을 통한 농업 발전.
오랜 연구와 실험 끝에 마법 농업이라는 연구를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다.
작물의 영양을 5할 증가시키고, 수확까지 걸리는 기간을 3할 단축시킬 수 있다.
굳이 마법사가 농사일을 도울 필요도 없었다.
필요한 것은 마탑에서, 정확하게는 김덕배 마법사가 개발한 아티팩트를 설치하면 일반인들도 마법 농업을 통해 질 좋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인지 김덕배 마법사가 개발한 아티팩트는 대한민국 전역에 퍼졌고, 연구 성공을 알리고 단 보름 만에 다른 나라까지 마법 농업이 전파되었다.
“아직 2서클이지만 그 이유가 마법 농업 연구 때문이었다고. 마음만 먹으면 가장 빠르게 3서클에 올랐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호오.”
형식상으로 전달받는 보고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즉, 한율, 그리고 그의 첫 번째 제자인 이유리 마법사를 제외하면 가장 뛰어나다는 건가.’
고민에 잠겨 있던 제인 워스가 바로 눈앞에 S급 헌터인 알렉스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김덕배에 대한 생각을 지워 버렸다.
제인 워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S급 헌터, 알렉스와 친분을 쌓기 위해 그는 엘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알렉스?
그는 아주 밝은 미소와 함께 여동생을 자랑했다.
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제인 워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알렉스의 여동생 자랑을 들었고,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넣거나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그의 호감을 쌓아 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도착했습니다.”
제인 워스, 그리고 알렉스가 운전 중이던 헌터의 보고에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장벽에 둘러싸인 ‘⊓’ 형태의 건물.
“마법사의 탑이군요.”
알렉스와는 다르게 마탑을 방문한 적이 없던 제인 워스가 수많은 인파로 둘러싸인 입구를 확인하고 비서에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나?”
전부 카메라 또는 사진기를 들고 있었다.
“아닙니다. 다른 국가의 대표들도 방문하여 방송국, 그리고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국가 회의 전에 전부 만날 수도 있겠군.”
실소를 터트린 제인 워스가 실외 훈련장을 가득 채운 검은 리무진을 바라봤다.
***
어느 국가의 견학 제안을 받아들이니 다른 국가의 제안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저 나라는 되는데 왜 우리나라는 안 되냐는 말이 나오면 답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받아들인 거군요.”
입구에 서서 미국 대통령과 친오빠를 기다리던 엘렌의 물음에 한율이 어깨를 으쓱이고 핫바를 입에 물었다.
미국 대표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연구실을 나온 것이 아니었다. 배가 고파서 편의점을 들렀을 때, 입구에 서 있는 엘렌을 발견해 그녀의 옆에 서 있는 것이었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핫바.
적정 시간은 40초였지만 한율은 60초를 돌려 약간 터진 핫바를 선호했다.
한 손에는 핫바를, 한 손에는 사이다 캔을 들고 번갈아 먹고 마시던 한율이 엘렌을 돌아봤다.
엘렌 또한 한 손에는 핫바를, 다른 손에는 사이다를 들고 있었다.
“오늘 방문하는 국가가 어디였죠?”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요.”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국가들이네요.”
재밌는 우연이다.
같을 날에 한국에 도착하고 같은 날에 견학을 하는 네 국가.
“인도 측은 이미 견학을 하고 있었고.”
인도의 헌터들은 마법사 대표들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고, 인도의 대표는 다른 인도의 마법사들의 안내를 받아 마탑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한율의 중얼거림을 들은 엘렌이 사이다를 한 모금 마시고 그의 말을 받았다.
“중국은 실내 수련장에 있어요. 류페이랑 같이.”
“미국은 지금 도착했고.”
입구를 통과하는 검은 리무진.
미국 국기가 달린 리무진을 보며 중얼거린 한율이 마지막 국가, 일본을 떠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마법사, 사카이자와 류노스케.
“그쪽은 참 힘들겠다.”
“콜록! 콜록!”
사이다를 마시던 도중에 웃음이 터진 엘렌이 기침을 토하자 한율이 핫바를 입에 문 채로 그녀의 등을 두들겼다.
“죄송합니다.”
“아, 아뇨. 그럼 가 보겠습니다.”
“네.”
한율은 빠른 속도로 가족에게 달려가는 엘렌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TV에서 보았던 미국 대통령과 눈이 마주치자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넸고, 미국 대통령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자 바로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모 국가는 견학을 허락했는데 왜 우리나라는 안 되느냐고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모 국가의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 다른 모 국가의 대표와도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다.
한율은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엘리베이터에 올라 4층이 아닌 5층으로 향했다.
4층 연구실과는 달리 5층은 가정집.
마탑 견학은 허락했지만 가정집 방문까지는 허락하지 않았기에 각국의 대표들을 피해 5층으로 피난한 것이었다.
“대통령님 오셨다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말에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한유라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 옆에 유세희가 축 늘어져 TV를 시청하고 있었고, 소파 아래에 이유리가 앉아 과자를 먹고 있었다.
“어, 전 헌터 전력 강화라는 주제 때문인지 대통령님이 오셨더라.”
“과연 회의 주제 때문일까.”
“…….”
한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고, 한숨을 푹 내쉬는 한유라를 애써 무시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캔 콜라, 주스, 민트 초코맛 우유와 물이 있다.
이미 사이다를 마신 상황.
한율이 냉장고 문을 닫고 냉동고 문을 열었다.
커피맛 캔디 하나를 꺼낸 한율이 다시 거실로 돌아와 이유리 옆에 앉았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마탑.
그리고 손을 흔드는 국가의 대표.
“야.”
“어.”
“내일도 와?”
“어.”
“…….”
한유라가 입을 다물었다.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꾹꾹 누른 그녀가 다시 뉴스를 시청하다가 한율을 불렀다.
“야.”
“어.”
“모레도 와?”
“어. 모레도 와. 아니, 정확하게는 모레까지 견학이 있다고 봐야겠네.”
“회의가 끝난 다음에도 와?”
“…….”
“야. 왜 대답이 없냐?”
“몰라. 그때 가 봐야 알아.”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한유라가 때마침 입구를 통과하는 일본 대표와 헌터를 확인하고 리모컨을 들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멈춘 채널은 예능 재방송이 편성된 채널.
한율과 엔젤트윈스는 바로 아래 각국의 대표들, 그리고 유명한 S급 헌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예능을 시청하며 실실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 그런데 있잖아.”
“응.”
“아빠는 괜찮은 거야?”
“…….”
“…….”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