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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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광란의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온 한율이 게시판에 미리 준비한 알림문을 붙이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새벽 6시.
카운터 앞에 자리한 사람은 없었지만 한율은 당당하게 들어가 숙취 해소 음료를 꺼내 직접 바코드 스캐너로 찍어 계산을 마치고 본관을 나왔다.
춥다.
하지만 괜찮다.
이틀 연속 광란의 술 파티를 벌인 탓인지 추운 날씨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럽게 뚜껑을 연 한율이 숙취 해소 음료를 한 번에 들이켜고 멍하니 전방, 야외 훈련장 너머로 보이는 길드 입구를 바라봤다.
사람은 없었다.
전날이 공휴일인 것도 있지만 지금 시간이 새벽 6시라는 것도 있다.
멍하니 입구를 바라보던 한율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인터넷에 들어갈까, 너튜브에 들어갈까, 그것도 아니면 하양이와 커피를 위해 설치한 별그램에 들어갈까.
많은 고민 끝에 한율이 별그램 어플을 눌렀다.
“……음?”
한 사람의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진짜 재밌게 논다.
⤷저게 바로 롹스피릿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개빵터졌다!
⤷엘렌은 술에 취해도 예쁘다. 사랑스럽다. 아! 름! 답! 다!
⤷와, 초청 그룹이 인기 아이돌 식스센스야 ㅋㅋㅋㅋ
동영상. 그리고 그 아래 수백을 넘어 수천 개의 댓글.
한율이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동영상을 확인했다.
30분.
참 길다. 하지만 재미없는 동영상이 아닌 재밌는 동영상이었다.
기타를 치는 자신이 있고 소리를 지르는 엘렌이 있다. 마법사들의 구호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하는 아이돌이 있고, 우는 헌터들이 있다.
열심히 선물을 나눠 주는 재벌 아가씨가 있고, 초원, 아니 파티장을 누비는 한 마리의 순록이 있다.
동영상을 끝까지 시청한 한율이 게시글 주인을 확인했다.
[SHlove123]“에스에이치러브하나둘셋……. 아니, 일이삼.”
누구지?
고민하던 한율이 닉네임 왼쪽 사진을 클릭했고, 아주 익숙한 여동생 친구가 보이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2차 파티에서…….”
12월 25일 파티.
유세희는 한 손에 민트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파티장을 돌아다녔다.
“초상권 침해 아닌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는 것도 잠시, 한율이 다시 영상을 시청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뭐? 영상? 찍어! 할 일도 무지 많네! 난 언제 쉬냐아아아!
칠 줄도 모르는 기타를 열심히 쳐대며 군가를 부르는 한율이 촬영을 허락했다.
-쏴리 질러! 안 질러! 빨리 질러! 어? 촬영! 찍어어어! 대신 쏴리 질러!
엘렌도 허락했다.
-왈! 왈! 크르르르. 와르르르! 컹! 컹!
-순록이 왜 개처럼 울어?
-……끼에에엑!
개처럼 울다가 유세희의 물음에 고블린처럼 우는 순록도 허락했다.
“다 허락했네.”
이것이 친화력 최강자 유세희의 힘인가.
한율이 별그램을 끄고 인터넷에 들어갔다. 게이트, 또는 몬스터와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럼 열심히 놀았으니까.”
이제 일해야지.
“……아.”
일해야 하는데.
“하기 싫다.”
파티의 영향인지 일하기 싫었던 한율은 1시간 동안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일하기 싫었던 한율은 아침을 먹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나 호흡법을 돌리고 해독 마법을 사용해도 절대로 숙취에서 벗어나지 못할 마법사들을 위해 마법사들에게 휴가를 연장했지만 한율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수업이 없어서 아침부터 마나 컴퍼스 마법진을 연습하던 한율이 12시가 찾아오자 작업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재 기타리스트 율이다!
-락스피릿 율이다!
파티가 있던 날.
12월 25일의 파티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김세혁은 동생들과 함께 피난을 갔다.
너무나 조용해 찝찝함을 느꼈던 한율은 화이트와 초코의 인사에 찝찝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고 두 정령에게 말했다.
“잘 쉬었냐?”
-응! 놀이동산 다녀왔어!
-사람 많아서 힘들었지만!
“그래그래.”
-율이도 재밌었어?
-율이도 잘 놀았어?
“뭐, 잘 놀기는 했지.”
그게 잘 놀지 못한 거면 대체 뭐가 잘 논 것일까.
피식 실소를 터트린 한율이 제자리에서 반 바퀴 회전한 두 정령이 자신의 계약자에게 향하자 바로 마탑의 이글아이, 김세혁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쉬셨어요?”
“네. 한율 님도 잘 쉬셨습니까.”
“재미는 있었죠.”
기억은 잘 안 난다. 하지만 영상이 있으니 재밌어서 미쳐 버렸던 것이 분명했다.
“식사는?”
“아직입니다.”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죠.”
한율의 제안에 김세혁과 그의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율은 순대국밥.
김세혁은 샐러드.
동생들은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았는지 시리얼을 선택했다.
“게시판을 보니 오늘은 수업이 없는 것 같던데.”
“네. 숙취가.”
“아.”
김세혁이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그럼 한율 님도 휴식입니까?”
“아뇨. 일거리가 하나 더 생겨서.”
“……괜찮은 겁니까?”
어깨를 한 번 으쓱인 한율이 다시 식사를 이어 갔다.
이제는 3분의 1은커녕 5분의 1도 남지 않아 그릇을 받침대 위에 비스듬하게 세울 때였다.
우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그릇을 들어 남은 국밥을 처리한 한율이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
“안 받으십니까?”
“아니, 또 일이 늘어날 거 같아서.”
“협회장님이시군요.”
한율에게 의뢰를 하는 사람은 김환성이 전부였다. 다른 길드가 지원을 요청할 때도 있었지만, 그 경우에도 김환성이 대신 요청을 받고 그 요청을 마탑에 전달했다.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한율이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무슨 일이세요?”
-왜 이렇게 늦게 받냐?
“밥 먹고 있었어요.”
-아, 벌써 점심시간이군. 그리고 동영상 잘 봤다.
“어, 감사합니다?”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서 한율이 감사 인사를 전하자 김환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미친놈.
“그래서 무슨 일이신데요.”
-너 6서클에 올랐다며.
“올랐죠.”
-그래서 각국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할 거고.
“맞아요. 비행기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으니까.”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텔레포트 마법진은 왜요? 도와주시게요?”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본론은 그게 아니다.
“의뢰?”
-아니. 6서클이라며.
“네. 6서클.”
-그럼 재조정 심사 받아야지.
사건이라고 해야 할까?
김환성이 송아연이 S급에 올랐음에도 등급 재조정 심사를 받지 않았던 일을 언급하자 한율이 아직 남아 있는 부추를 숟가락으로 퍼서 입에 넣고 물었다.
“그거 꼭 해야 해요?”
-안 하게?
“S급 되면 그 S급 헌터들이 가입하는 헌터 연합인가 뭔가 하는데 가입해야 하잖아요.”
-그렇지.
“저 바빠요.”
-알았다.
“……음?”
-왜?
“아니,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이셔서.”
-내가 네가 하는 일을 아는데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수면, 식사, 그리고 짧은 휴식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헌터로서 살아가는 한율이었다.
-S급 헌터가 되면 혜택이 있으니까. 일단 오기나 해.
“네. 2시? 2시쯤에 출발할게요.”
-그래. 올 때 술 냄새 제거하고 오고.
알겠다는 대답을 끝으로 통화를 마친 한율이 김세혁, 그리고 그의 동생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사람은 5층, 가정집으로 이동했고, 한율은 4층 연구실로 이동했다.
“얘는, 아니, 얘네는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세 명의 소녀가 담요를 덮은 채 소파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얘네…….”
예쁘고 귀여운 소녀들이다. 대학생이지만 한율에게는 여전히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 예쁘고 귀여운 소녀들.
“이제 어떻게 하냐.”
한유라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유세희, 이유리는 다르다.
술에 취한 유세희는 촬영 허락을 맡기 위해 애교란 애교는 다 부렸다. 이유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술에 취해 선물을 뿌렸고, 선물이 부족하자 편의점으로 돌진해 선물을 사서 나눠 줬다.
그리고.
-산타 여신 왔어요옹!
라고 애교까지 부렸다.
“와. 얘네 진짜 어떡하냐.”
***
“아주 재밌게 놀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니라 본 거죠. 정확하게는.”
동영상으로 파티를 지켜봤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웃음을 터트린 김환성이 결제를 잠시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아 한율을 마주봤다.
“그래서 등급 재조정 심사는?”
“게이트 활동 기록은 이미 프리패스고 마나량도 충분합니다.”
“헌터증 재발급만 하면 끝이겠군.”
“네. 그런데…….”
말끝을 흐린 한율이 천천히 다리를 꼬고 앉아 김환성을 바라봤다.
“그거 때문만이 아닌 거 같은데.”
“의뢰는 없다.”
“진짜요?”
“그래. 하지만 그래서 마음에 걸린다.”
조용하다. 그래서 마음에 걸린다.
“폭풍전야(暴風前夜) 같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지. 꼭 이렇게 갑작스레 조용해질 때마다 사건이 일어났으니까.”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내 예감이 맞을 수도 있지.”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맞다. 하지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뭘 부탁하려고요.”
“아공간 아티팩트 제작 속도를 높여 줄 수 있겠냐?”
“불가. 지금 제가 뭐 하고 있는지는 알고 계시죠?”
“알지. 하지만 끝난 거 아니었냐?”
무공 번역.
김환성이 회의가 끝나자마자 각국의 대표들에게 무공서를 선물하던 한율을 떠올리고 물었다.
“그건 삼류와 이류 무공이고요. 일류는 아직도 번역 중이에요.”
“흐음. 마법사로 따지면?”
“기초 마나 호흡법과 초급 마나 호흡법 번역 끝냈다고요. 아직 중급 마나 호흡법이 남았고.”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