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211)
208 회의(2)
지구의 게이트화 1일.
수도를 잃은 국가는 없다. 하지만 몬스터 토벌에 실패해 도시를 잃어버린 국가는 있다.
멸망한 국가도 있다. 하지만 운이 나빠 일어난 결과였다.
몽골, 아공간에서 몬스터들이 더 이상 걸어 나오지 않았다.
몽골, 초원을 가득 채운 몬스터 발아래에 설치되어 있던 이동 마법진이 멈췄다.
지구의 게이트화 2일 새벽 2시.
네크로맨서 리치의 공격을 받은 국가가 움직였다. 어느 나라는 현대식 병기 중 최강이자 최악이라 불리는 핵을 사용해 처리했고, 어느 나라는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공격했다.
핵을 선택한 국가는 성공했다.
핵이 아닌 헌터를 선택한 국가는 실패했다. 다행히 판타지 차원에서 보급한 이동 마법 주문서의 도움을 받아 전멸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헌터들이 부상을 입었다.
지구의 게이트화 2일 새벽 6시.
8시간 작동하고 정지했던 이동 마법진이 활성화, 다시 세계 곳곳에 키메라, 언데드가 소환됐다.
“8시간 작동하고 16시간 멈춘다. 이유가 뭘까요?”
자동차를 타고 헌터 협회를 가기에는 장안동의 차도가 너무 복잡한 상황이다. 키메라 습격도 습격이지만, 계속해서 몰려드는 피난민들로 인해 차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꽉 막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헌터 협회를 방문하기 위해 옥상으로 향하던 한율, 그의 물음에 언소월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나 보충을 위해 16시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동 마법진을 사용하는 존재가 거대한 마나를 품은 몬스터라는 것,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이동하는 몬스터의 숫자가 많으니까요. 아, 거리도 있군요.”
“즉, 이동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의 숫자가 줄어들면 이동 마법진이 활성화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율이 몽골에 나타난 거대한 흑성, 그 앞에 주둔한 몬스터 군단을 떠올렸다.
“8시간 고정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네요. 따로 지성을 가진 마법형 언데드가 조작하지 않는 이상.”
“예.”
눈으로 세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몬스터가 아공간에서 걸어 나와 흑색 거성 앞에 자리를 잡았다.
달칵, 끼이익.
다시 이동 마법진이 활성화되면서 헌터, 그리고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헌터 협회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총 두 명이었다.
한율, 언소월.
레스트도 판타지 차원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헌터 협회의 초대를 거부했다.
이동 마법진이 없어도 대규모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높이 도약해 옥상을 찾은 이가 있었고, 단거리 이동 마법을 사용해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옥상에 도착하는 이가 있었다.
한율이 눈인사를 건네고 이동 마법진 위로 오르는 이들을 한 번 보고 언소월과 함께 헌터 협회로 이동하는 이동 마법진 위에 섰다.
작동?
옥상에 대기하는 마법사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옥상에 이동 마법진을 설치한 사람이 한율이었기 때문이다.
파앗.
언소월을 한 번 바라본 한율은 마법진을 작동시켰고, 빛의 폭발이 일어나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던 그는 공기가 달라지고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자 바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헌터 협회 훈련장.
한율은 아직 적응이 끝나지 않아 비틀거리는 헌터들을 한 번, 헌터들과 대화를 나누는 협회 직원들을 한 번 바라보고 언소월과 함께 이동 마법진 위에서 걸어 나왔다.
“소속 길드 또는 지역과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헌터 협회를 방문하는 이, 그것도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헌터 협회를 방문하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는지 협회 직원이 태블릿 PC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마법사의 탑의 한율, 그리고 차원 지원군의 언소월입니다.”
“……!”
협회 직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는 한율, 그리고 언소월과 눈이 마주치자 바로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회의실은요?”
수도에서 활동하는 헌터들만 참가하는 회의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헌터 길드의 대표, 또는 지역을 대표하는 헌터들이 대거 참석하는 회의였으니 회의장도 바뀌었을 가능성이 컸고, 그 추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1층 대강당입니다. 안내가 필요하십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넨 한율이 언소월과 함께 훈련장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당연히 엘리베이터의 도착을 기다리던 헌터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에게 향했지만 두 사람, 한율과 언소월에게 말을 거는 헌터는 없었다.
띵동.
도착 알림과 함께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언소월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한율, 그가 열림 버튼을 누른 채 탑승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헌터들에게 말했다.
“얼른 타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
어색한 미소를 그렸던 한율이 닫힘 버튼을 누르고 다시 전방을 바라봤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헌터들이 탑승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힐끔힐끔 자신을 훔쳐봤기 때문이다.
먼저 말을 건다?
분명 아무것도 아니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아니면 죄송하다는 대답이 나올 것이고. 그래서 한율은 헌터들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정면만 바라봤고, 도착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언소월과 함께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겨 그들과 멀어졌다.
“후우. 진짜 어색하네.”
“한율 님은 유명하시니까요.”
“…….”
어색한 미소로 언소월의 말을 받은 한율이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회의는 9시.
마탑에서 출발한 시간은 8시.
이동 마법진을 이용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 대강당으로 향했다.
“8시 10분.”
이동 마법이 얼마나 편리한 마법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
고개를 들어 활짝 열려 있는 대강당 내부를 바라본 한율이 언소월에게 제안했다.
“자판기?”
“시간은 충분합니까?”
“네. 충분해요.”
“그럼 바로 이동하죠.”
딱 3시간 수면을 취했다. 전투는 없었지만 대피한 민간인들과 관련된 업무, 이후에 벌어질 전투를 대비하는 업무, 드래곤의 이동 마법진 연구 지원 등과 같은 업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뭐 마실래요?”
“저는 식혜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식혜와 콜라 캔 음료를 뽑아 자판기 옆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다시 대강당 입구를 바라봤다.
한율도 언소월도 먼저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한율은 멍하니 전방을 응시하며 콜라를 마셨고, 언소월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선물받은 스마트폰을 조작하며 식혜를 마셨다.
‘가능하려나.’
문득 떠올랐다.
모두가 전력을 다해야, 그리고 피해를 입을 것을 감수해야 쓰러트릴 수 있다는 크라이스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대체 얼마나 강해야 골드 드래곤, 판타지 차원에서는 중간계의 수호자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종족에게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뭐,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거 같고.”
“예?”
자신의 혼잣말을 듣고 고개를 드는 언소월.
고개를 살짝 흔든 한율이 다시 콜라를 마시며 시간을 때울 때였다.
“안녕하세요.”
매우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여성의 목소리.
휴식을 취하기 위해 머리를 비운 채 콜라만 홀짝홀짝 마시던 한율, 스마트폰을 조작해 정세(情勢)를 살피던 언소월이 고개를 들었다.
아름다운 여인이 아름다운 여인들을 대동한 채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언소월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한율은 이들을 알고 있었다. 몇 차례에 걸쳐 함께 작전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양이 불러 드릴까요?”
“커피도요!”
가장 앞에 서 있는 여인이 아닌 그 뒤에 서 있던 여인의 외침.
한율은 발키리 길드의 요청에 정령, 하양이와 커피를 소환했다.
윤기 나는 갈색 털의 고양이, 커피는 발키리 길드원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작고 귀여운 하얀 강아지는 발키리 길드의 길드장, 이연희의 품에 안겼다.
품에 안긴 하양이를 귀여워해 주는 것도 잠시, 몸을 살짝 튼 이연희가 커피 캔 음료를 하나 구입하고 한율의 옆에 앉았다.
“안 들어가세요?”
“아직 시간이 남아서요. 이연희 길드장님은 안 들어가셔도 되는 건가요?”
“일찍 도착해 봤자 다른 길드의 길드장, 아니면 길드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게 뻔해서요.”
헌터 길드, 발키리.
발키리 길드는 여성 헌터들로 이루어진 길드라는 것도 있지만 뛰어난 무력을 갖춘 A등급 헌터 길드로 유명했다.
전 세계가 몬스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이 상황에서 뛰어난 무력을 갖춘 헌터 길드와의 교류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
그녀의 말대로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먼저 회의장에 도착해 자리를 잡으면 수많은 길드의 길드장, 또는 길드 대표들이 찾아와 인사를 건넬 게 분명했다.
“마탑도 같은 상황이어서 여기에서 쉬고 계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 마탑은 조금 독특……. 특수해서 오히려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아요. 그냥 전투 끝나고 회의, 회의 끝나자 바로 헌터 협회 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은 각국의 마법사들이 가입되어 있는 헌터 길드이자,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 선택한 임시 거주 길드.
일이 잘 풀린다면 모를까,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친분을 쌓기 위해 다가오는 길드는 많지 않았다.
실제로 마법사의 탑이 창설되었을 때, 그때 수많은 사람들이 접근했지만 헌터 협회의 비호, 청일 그룹과 국가의 지원에 의해 모두 포기했다.
“뭐 하냐?”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
한율, 언소월, 이세연이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헌터 협회를 이끄는 협회장, 김환성.
한율이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 있는 언소월,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힐끔 훔쳐봤다.
8시 55분.
오래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닌데 벌써 문자를 통해 확인한 회의 시간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아뇨. 조금 쉬고 있었어요.”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한율, 그가 언소월, 그리고 발키리 길드와 함께 회의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