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214)
211 이동 마법 봉인진(1)
타다닥.
부우웅!
세 걸음 옮겨 듀라한의 검을 회피한 한율이 자세를 잡았다.
목표는 듀라한의 뒤, 스켈레톤 나이트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는 로브를 뒤집어쓴 스켈레톤 메이지.
한율이 방아쇠를 당기자 K-99가 불을 뿜었다.
일반적인 몬스터 전용 총알이 아니다. 연금술사가 개발한 내부가 텅 빈 마석, 그 마석을 신성 연합의 도움을 받아 신성력을 주입해 성석으로 바꾸고, 그렇게 바꾼 성석을 일반 마석을 대신해 재료로 사용해 생산된 신성탄.
K-99이 불을 뿜으며 성탄을 발사하니 목표가 된 스켈레톤 나이트, 그리고 스켈레톤 메이지의 육체에서 새하얀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상극의 기운이 육체를 헤집었으니 비명이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성탄의 목표가 된 몬스터는 스켈레톤.
비명은 없었다. 그저 몸을 이리저리 비틀 뿐이다.
‘보법’을 밟아 듀라한의 공격을 피하고 ‘K-99’를 사용해 후방에 자리 잡은 스켈레톤 메이지를 공격한 한율, 그가 몸을 홱 돌린, 다시 검을 휘두르려고 하는 듀라한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커피야.”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 것이 전부였지만 자신의 신체를 작게 만든 갈색 고양이, 상의 가슴 주머니 안에 숨어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던 커피는 계약자의 요청에 따라 정령술을 사용했다.
쿠웅.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듀라한의 발밑, 정확하게 오른발 아래에 구덩이가 생겼다. 듀라한은 갑작스레 발밑이 꺼진 탓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고, 그 순간 한율이 보법을, 그것도 바람의 정령, 하양이의 도움을 받은 상태에서 보법을 밟아 듀라한에게서 멀어졌다.
옆으로 물러서 적과 거리를 벌린 것이 아니다. 뒤로 물러서 적과 거리를 벌려 한율의 시야로 듀라한, 스켈레톤 나이트, 스켈레톤 메이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 키메라, 몬스터의 뼈로 만들어진 스켈레톤도 보였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함께 토벌 작전에 투입된 헌터들의 몫이었기에 한율은 다시 자신의 적을 바라보며 마나를 움직였다.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는 것에서 그치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진 듀라한.
성탄이 몸에 박혀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스켈레톤 메이지와 스켈레톤 나이트.
상대는 언데드다.
물, 바람, 땅 속성의 힘보다는 화염 속성이 가장 효과가 좋다.
이왕이면 자신의 적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적들도 함께 공격하고 싶지만 광역 마법은 적아를 구분하지 않고 발동 지역에 위치한 모든 존재에게 피해를 입힌다.
“파이어볼.”
한율이 파이어볼 마법을 사용했다.
저서클 마법으로 분류되는 파이어볼이었지만 그의 머리 위에 생성된 파이어볼은 하나가 아닌 열다섯 개.
적에게 접근, ‘보법’을 사용해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정령술’, 그리고 적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신성력이 담긴 ‘총알’을 통해 놈들의 움직임을 봉인한 한율이 ‘6서클 마스터’로서 만들어 낸 열다섯 개의 화염구를 적에게 쏘았다.
퍼버버버버벙!
***
헌터, 한율.
그는 아주 애매한 능력자였다.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데 특화된 보법을 배웠고,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경공을 배웠다. 하지만 권법, 검법 등 적을 제압 또는 사살하는 무공은 배우지 않았다. 무인으로 보면 이동 및 후퇴만 배운 어정쩡한 무인이라는 것이다.
마나를 조종해 자연의 힘을 빌리는 기술, 마법을 배웠다. 하지만 한율은 6서클 마스터였다.
물론 높은 경지인 것은 맞다. 문제는 지구를 대표하는 마법사라고 하기에는 6서클 마스터라는 경지는 너무 낮은 경지라는 것이었다.
지팡이가 아닌 총기를 무기로 사용하기에 정식 마법사라고 볼 수도 없었다.
정령술을 배웠다.
두 속성, 바람과 땅의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였지만 그 정령들의 등급은 중급.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갖춰 상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들이 존재하니 두 정령과 계약했다고 해도 등급이 ‘중급’에 불과해 한율은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정령사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다재다능.”
후방에 배치되어 아군을 지원하고 적군의 추가 지원을 막아 내는 역할을 맡고 있던 레스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헌터, 한율.
그는 다재다능한 능력자였다.
보법, 경공으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능력을 갖춘 무인.
적을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헌터.
멀리 떨어져 있는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6서클 마법사이자, 마법의 파괴력을 높이거나 아군 및 자기 자신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고 적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중급 정령사였기 때문이다.
정상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할 것이다. 헌터, 한율은 ‘정령과 계약’한 ‘마법’과 ‘무공’을 배운 헌터였으니까.
하지만 몬스터 한정, 헌터 한율은 S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너무나 다양한 기술 및 능력을 사용해 상대하는 적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골라 사용할 수 있는 헌터이니까.
다양한 기술을 동시에 사용해 스켈레톤 무리를 토벌하는 헌터 한율.
그의 전투를 지켜보던 레스트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 달려드는 적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적에게 접근해 무기를 휘둘렀고, 누군가는 적에게서 멀리 떨어져 마법 또는 이능을 사용했다.
전투 도중에 부상을 입은 이들도 보였지만 그들은 빠른 이동이 가능한 무인들의 도움을 받아 후퇴하는 중이었다.
쓰러트려야 하는 몬스터는 수십만.
그리고 그 수십만의 몬스터를 쓰러트려도 트리플 S급에 해당되는 하이시스라는 리치가 남았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전쟁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
“블링크.”
파앗.
단거리 이동 마법을 사용해 지상으로 내려온 레스트가 거대한 마법진을 둘러싸고 있는 마법사들에게 물었다.
“발동이 가능합니까?”
“예. 가능합니다.”
“엘프 마법사.”
“준비에 들어가겠습니다.”
레스트의 부름에 후방에 배치되어 있던 엘프 마법사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일렬로 선 후, 동시에 지팡이를 들었고, 동시에 입을 열어 주문을 외웠다.
“어스 골렘.”
엘프 마법사들이 최전방에 흙으로 이루어진 골렘을 소환했다.
최전방에 위치한 헌터와 무인, 그리고 기사.
그들은 골렘의 도움을 받아 눈앞에 있는 적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들은 소환된 골렘이 몬스터와 싸우기 시작하자 빠르게 살기를 줄이고 마나를 회수한 후,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골렘의 뒤에 숨어 천천히 물러났다.
단 한 번의 전투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전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투 도중에 후퇴하는 작전도 준비해야 했다.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적이었기에 가능한 후퇴 작전.
천천히 뒤로 물러나다가 어느 순간 속도를 높여 후퇴하는 아군 전사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던 레스트가 몸을 홱 돌려 뒤를 돌아봤다.
거대한 마법진을 둘러싸고 있는 상위 등급 마법사들.
“준비하세요.”
레스트의 명령에 따라 거대한 마법진을 둘러싸고 있던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워 마법진을 활성화시켰다.
마법진 내부에서 빛이 폭발하는 순간, 마법진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마법사가 빛을 가리는 어둠 속성 마법을 사용해 적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빛의 폭발을 감췄다.
마법진 위에 나타난 사람들.
레스트가 마법진 위,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대마법사와 기사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넸다.
선두에 서 있던 두 사람은 물론 그 뒤에 서 있던 사람들까지 레스트의 인사를 받아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마법진 위에서 걸어 나왔다.
마법사들은 후방으로.
전사들은 전방으로.
동시에 적을 상대할 경우, 전투 도중 갑작스레 적이 사라지는 것에 지성을 갖춘 언데드, 그리고 키메라들이 적들을 찾아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 초원을 배회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지구와 다른 차원의 지원군은 시간을 정해 교대를 해 가며 적들을 소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1조. 전부 도착했습니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한율의 목소리.
레스트는 자기 자신, 그리고 헌터 한율이 소속된 삼백 명의 능력자들을 확인하고 마법진 위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바로 후퇴,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
몽골.
하이시스가 자리 잡은 흑색 거성에서 멀리 떨어진 군사 기지.
의자에 앉아 실시간으로 전장을 확인하는 모니터를 바라보던 한율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진짜 안 움직이네.”
첫 번째 전투에서는 리치, 그리고 인간과 같이 행동하고 사고(思考)하는 언데드들도 전투에 참가했다.
두 번째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세 번째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네 번째 전투가 시작된 이후, 인간과 같이 행동하고 사고하는 언데드들은 후퇴했다. 놈들은 자신들이 조종하는 언데드, 그리고 키메라만 전투에 참전시켰다.
후퇴한 지성을 갖춘 언데드들은 그럼 전투를 지켜만 보았느냐.
그건 아니다.
놈들은 이동 마법진이 활성화하는 것을 기다렸고, 하늘을 장악한 드래곤들이 허점을 보일 때마다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다른 전장으로 이동했다.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며 하루에 이동하는 언데드, 키메라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놈들의 무력 수치는 등급으로 따지면 S등급이다.
한율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는 레스트를 돌아봤다.
“봉인진 상황은요?”
“사흘 정도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약속했던 연구 시간은 이미 지난 상태였다.
“하이시스가 뛰어난 마법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드래곤들조차 하지 못했던 차원 이동을 최초로 성공한 마법사입니다. 그것도 이후, 가장 큰 차원의 돌을 이용해 더욱더 강력한 힘을 얻었죠.”
“후우.”
SS등급이 아닌 SSS등급 몬스터, 하이시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 한율이 다시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전장을 가리키는 화면이 아닌 하이시스가 자리를 잡은 흑색 거성을 보여 주는 화면.
바로 앞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아주 조용한 흑색 거성.
한율이 흑색 거성과 성벽 사이, 그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공터로 시선을 돌렸다.
리치와 데스 나이트, 그리고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대형 키메라가 아닌 리치, 데스나이트와 비슷한 신장의 키메라가 보였다.
한율이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모니터 책상, 그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리모컨을 가져왔다.
리모컨을 조작해 화면을 확대하니 소형 키메라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저건 웨어울프죠?
“예. 늑대인간이라 불리는 웨어울프를 주재료로 삼아 제작된 키메라로 보입니다. 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재료는 리자드맨, 그리고 사자 종족 동물형 몬스터로 추측됩니다.”
두 발로 서 있는 리자드맨의 꼬리가 달린 사자, 늑대 머리의 키메라.
“저건 오크고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몬스터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핏줄이 선명하게 보이고 최초 탐색을 확인하기 위해 접근해 공격했을 당시, 드래곤의 마법에 휘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신체를 재생한 것으로 보아 트롤 또는 오우거가 섞인 키메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