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223)
220 하이시스(4)
쉬이익!
슈슈슉!
빠르게 마나를 퍼트려 주변을 확인하고 보법을 밟아 날아오는 레이스를 피하고 검은 뼈의 스켈레톤이 휘두른 검을 피한 언소월이 다시 한 번 세 가지 마법을 동시에 사용해 적을 제압하고 하이시스를 관찰했다.
리치, 하이시스는 호위를 소환하고 유도 기능을 갖춘 공격 마법의 영창을 마치자 다시 크라이스를 공격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하이시스가 경계할 존재는 9서클 경지에 오른 골드 드래곤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성수…….’
성수를 이용한, 신성력을 이용한 공격은 대량의 언데드를 소환해 접근을 막음으로써 봉인했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는 언데드.
신성력에 매우 취약한 몬스터인 언데드.
보법을 밟아 적의 공격을 피하고, 동시에 세 가지 마법을 사용해 적을 제압하거나 소멸시키던 언소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율 님, 레스트 님, 그리고 에리얼 님.”
***
언소월은 한율, 레스트, 에리얼을 불렀다. 하지만 공용 주파수를 이용했기에 그의 말은 하이시스와 싸우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었다.
‘가능하냐. 불가능하냐.’
빛 속성 공격 마법으로 하이시스를 공격하던 크라이스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언소월의 작전.
가능하다.
아니,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패를 해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해야 한다. 그래서 크라이스는 한율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할 수 있겠냐?
보법을 밟아 적의 공격을 피하고 성탄을 쏘아 언데드를 토벌하고 있는 한율.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빼앗기는 차원의 힘이 늘어난 탓에 다른 이들보다 많은 언데드를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령술과 마법, 무공, 마지막으로 언데드는 예측조차 못하는 현대식 무기로 위험에 처해 대마법사의 도움을, 정령왕들의 도움을 받은 횟수는 매우 적었다.
빠르게 몸을 움직여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피한 직후, 바로 이동 마법을 사용해 거리를 벌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한율의 눈이 크라이스에게 향했다.
-해야죠.
-그럼 준비해라.
고개를 끄덕인 한율, 그가 오른팔에 차고 있던 팔찌를 풀어 거래창에 던져 넣고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위치는 대전 밖.
차원의 힘을 쫓아 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공격하던 언데드였다. 다른 이들보다 경지가 낮아 지성을 갖춘 데스나이트, 듀라한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한율을 노리던 언데드는 바로 몸을 돌려 레스트, 언소월, 그리고 에리얼을 공격하기 위해 이동했다.
크라이스가 다시 하이시스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아직 메시지 마법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대전 밖으로 몸을 숨긴 한율에게 물었다.
-차원의 힘을 완전히 흡수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입니다.
-모든 차원의 힘을 빼앗…….
슈우우욱!
9서클과 9서클 마스터의 대결이다.
촤아악!
자신의 감각을 피해 날아온 어둠의 칼날.
하이시스가 칼날에 베여 바닥에 떨어지는 왼팔을 확인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다시 메시지 마법을 이용해 한율에게 말을 전했다.
-힘을 빼앗는 것과 동시에 시작한다. 신호는 네가 보내라.
-네.
작전 준비에 집중하는지 대답만 들려왔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한율의 짧은 대답을 바랐기에 크라이스는 메시지 마법을 취소하고 다시 하이시스에게 집중했다.
***
정상에 오른 뛰어난 무인과 마법사들이었지만 오랫동안 전투가 이어지면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아무리 거대해도 대전이라는 공간의 제약이 있는 전장에서 수백이 넘는 언데드를 상대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작은 상처를, 누군가는 팔이 잘려 나가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그 누구도 후방으로 물러나지 않았다.
언데드를 공격했고, 기회가 오면 언데드 무리를 돌파해 하이시스를 노렸다.
콰아앙!
1시간 30분.
작전 실행까지 30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일어난 폭음.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폭음에 몸을 흠칫 떨었던 크라이스가 마나를 퍼트렸고, 후방에서 폭음을 일으킨 이의 정체를 확인하고 다시 하이시스에게 집중할 때, 세 남성이 그의 곁을 스쳐 가 언데드 무리를 돌파, 하이시스를 공격했다.
전방,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푸른 강기가 씌워진 도.
우측, 붉은 강기가 씌워진 주먹.
좌측, 좌에서 우로 이동하는 흑색 강기가 씌워진 검.
파앗.
하이시스가 방어 마법을 외웠고, 아슬아슬했지만 방어 마법을 통과하지 못하고 검은 실드를 공격한 세 사람이 뒤로 날아가 바닥에 착지했다.
세 사람은 평범하게 착지하지 않았다.
사방에 강기를 부려 근처에 있는 언데드를, 위기에 처한 아군을 구하며 착지하고 하이시스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바깥 상황은?
-끝났소.
끝났다.
초원에 가득했던 언데드, 키메라.
무너진 성벽을 넘어 뒤늦게 전투에 참가한 언데드, 키메라.
그놈들이 전부 토벌됐다.
-이야기는 바깥에 있던 한율 경에게 들었소. 신호만 주시오.
청각이 아닌 마나를 타고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전음이라는 기술.
크라이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세 명의 무인과 호흡을 맞춰 마법을 영창했다.
세 무인의 마법 지원?
대마법사에게 맡겼다.
한율이 전장에서 물러나고 1시간 40분.
바람의 정령왕을 제외한 모든 정령왕이 세 명의 무인, 그리고 크라이스를 도와 하이시스를 공격했다.
한율이 전장에서 물러나고 1시간 45분.
대전에 가득했던 모든 언데드가 소멸, 큰 부상을 입은 이부터 작은 부상을 입은 이들이 하이시스를 공격했다.
1시간 55분.
-흡수가 끝났습니다!
예상보다 빠르다.
하지만.
-준비 끝났습니다!
한율도 예상보다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하이시스의 외침.
***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대마법사들이었다.
파앗!
이동 마법을 사용해 하이시스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는 포위망을 형성한 대마법사들이 남은 마나에 절반을 주입한 레이저 마법을 사용했다.
파아앗!
전후좌우는 물론 대각선에서도 날아오는 레이저.
언데드를 잃은 하이시스는 방어 마법으로 막는 대신 오랜 전투를 통해 완성한 어둠의 마법을 영창했다.
“다크 레이저.”
수십 개의 흑색 거울이 쏘아 낸 레이저가 대마법사들의 레이저와 충돌했다.
다음으로 하이시스를 공격한 이들은 무인, 그리고 오러 마스터였다.
그들은 레이저와 다크 레이저가 충돌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하지만 하이시는 이번에도 방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바인드.”
상대의 실력에 따라 마나 소모량이 달라지는 마비 마법을 사용했다. 상대가 화경, 그리고 오러 마스터 경지에 오른 이들이었기에 마나 소모량이 매우 컸지만 하이시스는 바인드 마법을 사용해 달려오던 무인과 오러 마스터를 막았다.
“크윽.”
누군가가 신음을 흘렸다. 바인드 마법을 풀기 위해 억지로 움직인 탓에 큰 고통이 있었지만 그들은 바인드 마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나를, 내공의 절반을 사용했다.
대마법사.
무인과 오러 마스터.
그다음 하이시스를 노린 것은 정령왕이었다.
불, 물, 땅의 정령왕이 하이시스의 머리 위에 나타나 자연의 힘이 담긴 검을 생성해 떨어트렸다.
정령력의 절반을 사용해 만든 자연의 검.
신성력보다, 빛 속성 공격 마법과는 다르게 상극(相剋)이 아니다. 하지만 자연의 검을 만든 이는 정령왕이었기에 하이시스는 떨어지는 자연의 검 아래에 방어 마법을 펼쳤다.
대마법사.
무인과 오러 마스터.
그리고 정령왕.
크라이스가 남았다. 그래서 하이시스가 고개를 돌려 아직 자신을 공격하지 않은 크라이스에게 향하는 순간,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불의 검.
물의 검.
대지의 검.
검 한 자루가 비었다. 그래서 대전을 가득 채운 자신의 마나를 움직여 움직이지 않은 유일한 정령왕을 확인하는 순간, 백색 불꽃의 눈동자가 푸른색 불꽃으로 바뀌었다.
자연의 검을 만들지 않은 바람의 정령왕, 그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미약한 힘을 가진 이들도 달려오고 있었다.
누구일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그들이 자신의 힘을 빼앗은 이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하이시스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듯 마법을 영창했지만 그의 마법이 완성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온 이들의 말이 먼저였다.
“차원의 문, 진.”
화아악!
후방, 그리고 좌측과 전방.
“차원의…… 문?”
마법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수련을 위해, 그리고 최초로 이동한 차원의 힘이 갑작스레 나타난 문에서 흘러나와 영창을 멈춘 하이시스가 눈앞에 나타난 차원의 문을 바라보는 순간, 후방에 생성된 차원의 문에서 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
준비를 마치고 차원의 문을 넘어 차원, 차원의 벽으로 이동해 세 사람이 만든 차원의 문을 기다리고 있던 한율은 ‘차원의 벽’의 도움을 받아 바로 앞에 나타난 세 개의 문 중 하이시스의 후방에 생성된 차원의 문을 넘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검은 로브.
“거래창.”
한율이 거래창을 열고 손으로 터치하고 염동력 마법으로 거래창을 터치하자 그의 앞에 성수가 담긴 유리병이 나타났다.
입구가 개봉된 유리병.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가 물의 검을 없애고 입구가 개봉된 유리병에서 성수를 꺼내 놈의 몸에 부었다.
차원 이동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하이시스.
갑작스레 나타난 차원의 문(진)은 놈의 집중력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실드.”
한율이 자기 자신에게 실드 마법을 사용했다. 하이시스의 마법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하이시스의 마법을 막기 위해 실드 마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한율이 다시 손가락으로, 염동력 마법으로 거래창을 터치했다.
이번에 소환된 것은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수류탄.
하지만 하이시스를 상대하기 위해 신성력을 부여한 안전핀을 제거한 수류탄.
콰과과광!
***
“……음?”
빛의 폭발이 일어나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던 한율이었다. 천천히 눈을 뜬 그는 차원의 문, 그리고 차원 거래를 이용한 기습의 결과가 아닌 익숙한 문이 보이자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엥?”
대전이 아니었다.
다른 차원, 차원의 벽이었다.
[차원의 벽: 폭발에 의한 피해는 없지만 바로 눈앞에서 일어난 폭발에 의해 날아가 다시 차원의 문을 통과한 것 같습니다.]“아. 아하.”
문을 통과하는 것과 동시에 수류탄을 소환해 폭발시켰다. 언데드가 아니기에, 그리고 실드 마법을 사용했기에 피해는 없지만 수십 개의 수류탄이 동시에 폭발하며 발생한 폭발에 의해 날아가는 것은 실드를 사용해도, 언데드가 아니어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개를 끄덕인 한율, 그가 아직 눈앞에 열려 있는 차원의 문을 향해 한 걸음 떼는 순간이었다. 한쪽 발만 집어넣은 그가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차원의 벽: 직접 확인하십시오.]“…….”
잠깐의 침묵 끝에 작게 실소를 터트린 한율이 차원의 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바로 차원의 문 안쪽에서 머리만 쏙 내밀어 다시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수고하셨어요.”
[차원의 벽: 수고하셨습니다.]221 에필로그
호송차 앞.
“…….”
한율은 거래창을 열어 의자를 꺼내고 그 의자에 앉아 멍하니 흑색 거성을 바라봤다.
리치, 하이시스는 수십 병이나 되는 성수가 온몸을 적셨음에도, 강력한 신성력 폭탄을 바로 눈앞에서 직격당했음에도 소멸하지 않았다.
신체가 성수, 그리고 신성력 폭탄에 의해 소멸했을 뿐, 라이프 베슬은 여전히 고체화된 마나에 보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신체를 잃고 라이프 베슬만 남은 리치, 하이시스는 마지막, 작전이 실패할 것을 대비하고 있던 크라이스가 처리했다.
“만약에요.”
멍하니 흑색 거성을 바라보고 있던 한율이 입을 열자 그 옆에 의자를 꺼내고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레스트, 언소월,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퍼먹던 에리얼이 숟가락을 입에 문 채 한율을 돌아봤다.
“차원의 문이라는 스킬이 생성되지 않았다면 지구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야…….”
멸망했을 것이다.
한율이 마법을 공개하고 무공을 공개했다. 하지만 뛰어난 스승을 두지 못한 지구의 헌터들은 하이시스는커녕 그의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침략한 언데드, 키메라도 막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아주 만약이지만 영상기기를 이용해 원거리 가르침(?)을 받아 지금의 힘을 얻었다고 해도 역시 힘들었을 것이다.
등급으로 분류하면 S등급도 아닌 SS등급에 해당되는 오러 마스터, 대마법사가 함께하지 않으니 이동 마법 봉인진을 완성할 수가 없고 최소한의 피해로 침략한 키메라를 쓰러트리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아주 만약이지만 이동 마법을 봉인하는 이능력자가 각성해 바로 SS등급 게이트 퀘스트에 참가하더라도 홀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동 마법 봉인 능력을 펼쳐야 했으니 수개월, 아니 언데드와 키메라의 침략이 이어지는 국가가 있으니 하이시스 토벌 작전을 펼치는 데 수년은 걸렸을 것이다.
만약, 아주 만약이지만 일이 정말 잘 풀려 하이시스 토벌 작전을 펼쳐도 문제다. 뛰어난 실력자가 매우 부족한 헌터들은 초원을 정리하고, 성벽 안쪽에 있는 몬스터를 정리하고, 그 후에 하이시스를 상대하며 또 몇 년이나 시간을 소비했을 것이다.
“운이 좋아 일이 다 잘 풀려 지금처럼 진행해도 기습 작전도 실패했겠죠.”
기습 작전도 실패했을 것이다.
하이시스는 자신의 꿈이었던 차원 이동을 6서클 마법사, 7서클 마법사, 그리고 마법을 모르는 정령왕이 사용했다는 것.
평생을 걸쳐 숙원(宿願)을 이룬 자신의 꿈을 자신보다 낮은 이가 실현시켰다는 것에, 마법을 모르는 정령이 실현했다는 것에 놀라고 절망하고 이해를 하지 못해 틈을 만들었다.
만약 한율이 홀로 차원의 문을 이용한 습격 작전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하이시스는 빈틈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세 명이 자신의 숙원을 이뤘다는 것과 한 명이 ‘이능’이 존재하는 다른 차원에서 자신의 숙원을 이뤘다는 것이 전해 주는 느낌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지구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퀘스트였네. 이거.”
“그래서 차원의 문이라는 스킬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렸던 한율이 옆에서 들려오는 언소월의 말에 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 거래 대상이 늘어나는 쪽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차원 거래 능력은 차원의 문으로 진화했다.
다른 차원의 도움을 받아야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라는 것을 알려 주듯이 말이다.
“아, 몰라. 일단 끝났으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한율이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댄 채 하늘을 올려다보자 양옆에 앉아 있던 레스트와 언소월이 피식 실소를 터트렸고, 에리얼이 다시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펐다.
“그런데 한율 님.”
“네?”
“언제 시작하실 겁니까?”
“응? 시작이요?”
시작?
뭘?
한율이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자 질문을 던졌던 레스트도 고개를 갸웃하며 상대를 바라봤다.
“차원의 도시 계획.”
“……아.”
SS등급 게이트를 클리어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다.
SS등급 게이트라는 퀘스트가 진행되기 전부터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던 계획.
차원의 도시.
차원의 벽에 생성된 게이트가 지구로 넘어오기 전에 소멸시켜 지구를 안전하게 만드는 계획.
차원의 도시 계획.
멍하니 레스트를 바라보던 한율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한 달.”
“예?”
“딱 한 달만 쉬고 시작하죠.”
***
SS등급 게이트라는 이름의 퀘스트가 시스템 ‘퀘스트’에서 사라지고 한 달.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한율은 다시 움직였다.
헌터 협회를 방문하고, 청일 그룹을 방문하고.
스킬, 차원의 문(진)이 아닌 스킬, 차원의 문을 이용해 레스트를 만나 차원의 도시 계획에 관심을 가진 국가의 대표를 만나고, 언소월의 도움을 받아 각파(各派)의 맹주들을 만나고.
오전에는 마탑의 대표로서 마법사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협력자들과 함께 차원의 도시 계획을 진행하고.
이게 사는 건가…….
직접 계획하고 진행하는 일이기에 그런 말을 매일매일 입에 담았지만 한율은 멈추지 않았다.
***
지구 최악의 위기라 불리었던 SS등급 게이트가 소멸하고 1년.
일찍 퇴근한 이들이 치킨을 먹으며 예능 방송을 시청할 때.
야근이 있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오른 회사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만지며 집으로 향할 때.
게이머들이 일찍 사망해 게임창을 최소화하고 인터넷에 접속해 시간을 때울 때.
필요한 것이 있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인터넷에 들어가 쇼핑몰을 찾을 때.
그때,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일이 벌어졌다.
예능 방송이 끝나고 광고가 시작해 리모컨을 들었던 이들이 리모컨을 다시 내려놓았다.
인기 급상승 영상에 익숙한 얼굴이 나와 사람들이 그 영상을 클릭했다.
즐겨찾기에 추가된 쇼핑몰을 클릭하려던 사람들이 유명 포털 사이트 배너에 익숙한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 광고가 보여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이 그 광고를 클릭했다.
광고 시청 방법은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광고를 시청했다.
[어,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법사, 한율입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영상을 올립니다. 아, 광고라고요? 근데 광고할 필요가 있나요? 아, 있다고요. 자꾸 대답하지 말라고요. 알았어요. 알았어.]마법을 공개할 때, 무공을 공개할 때를 떠올리는 영상.
피식 실소를 터트린 사람들이 다시 정면을 바라보는 한율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영상에 집중했다.
[제가 오늘 전달하는 이야기, 아니 광고는 SS등급 게이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준비한 것입니다. 차원의 도시라는 계획인데 일단 영상을 시청하고 다시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