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33)
030 관종, 아니 관종들(2)
푸욱! 쾅!
군복을 방어구로, 무기로 총기를 사용할 뿐이다.
한쪽 팔이 강철로 된 것도 아니고, 신체 강화 능력을 각성한 것도 아니다.
관통 후 폭발 효과를 가진 매직 애로우로 골든 베어 한 마리를 처치한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
“…….”
“……윈드 워리어?”
“난 너와는 달라!”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친 한율이 다시 주문을 외우고 무언가 고민이 생겼는지 캡이 잠시 제자리에 서서 고민할 때, 상황을 변화시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콰아앙!
김준수의 대검과 포이즌 골든 베어의 앞발이 부딪쳤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둘이었지만,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다시 일어서는 골든 베어와는 다르게 김준수는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피를 토했다.
내상에서 그쳤으면 다행이지만, 김준수는 일어서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
정신을 잃었는지 바로 앞에 적이 있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김준수.
쿠어어엉!
승리의 포효를 하는 포이즌 골든 베어.
B급 헌터가 패배했다는 사실에 당황한 나머지 긴장한 표정으로 골든 베어를 바라볼 때, 한율이 소리쳐 물었다.
“지원 도착 시간!”
“……!”
평범하게 목소리를 크게 한 것이 아니다. 한율이 마나를 섞어 소리치자 정신을 차린 레온 길드 소속 헌터가 바로 시간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15분입니다!”
15분.
더럽게 긴 시간이다.
“스으읍! 후우우…….”
크게 숨을 고른 한율이 건빵 주머니에서 탄창을 꺼냈다.
일반 탄알에 비해 3배는 비싼 마석 가루를 섞은 탄알이 가득 차 있는 탄창이다.
탄창 세 개를 꺼내 두 개를 탄띠에 걸고 하나를 장전한 한율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두!
가죽만 찢었던 총알이 속살을 파고들었다.
쿠어어엉!
포이즌 골든 베어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역시 돈값을 하는구나.”
효과가 있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율이 이번에는 앞으로 걸어가며 방아쇠를 당겼다.
15분이라는 시간.
그 시간 동안 포이즌 골든 베어의 목표를 자신에게 고정하기 위해서 거리를 좁히는 것이었다.
달칵. 달칵.
낭비를 막기 위해 아주 잠깐씩 텀을 둔 채로 방아쇠를 당겼음에도 30발을 소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
한율이 이동을 멈추고 탄창을 교체했다.
그사이 고통을 호소하던 포이즌 골든 베어가 살기를 흘리며 움직였다.
쿵! 쿵! 쿵!
커다란 땅울림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포이즌 골든 베어.
한율이 고개를 살짝 들어 상대와의 거리를 확인했다.
매우 좁혀진 거리.
정비에 집중하는 순간, 놈의 공격을 허용할 정도의 거리였지만, 한율은 탄창을 교체하는 것에 집중했다.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순간, 몇몇 헌터들이 한율의 미끼 작전을 파악하고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쉬이익! 콰앙!
옆에서 날아와 정확히 머리를 가격하는 원형 방패.
공중으로 아주 살짝 떠오른 포이즌 골든 베어가 바닥에 착지하기가 무섭게 한율, 그리고 캡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렇게 누구를 노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볼 때, 또 다른 사내가 포이즌 골든 베어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쉬이익! 콰앙!
머리가 뒤로 젖혀진 포이즌 골든 베어, 놈이 뒤늦게 앞발을 휘둘렀지만, 라이트닝은 이미 잔상을 남기고 사라진 상태였다.
“……왜 이쪽으로 옵니까?”
삼각대형으로 포위해서 적을 교란해야 하는데 양옆에 서서 포이즌 골든 베어를 노려보는 두 사람.
한율이 자신의 옆에서 다시 나타난 라이트닝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후, 똑같은 질문을 다시 한번 던졌다.
“그쪽도요. 왜 이쪽으로 옵니까?”
양옆에 선 히어로들.
라이트닝 쫄쫄이가 먼저 대답했다.
“어, 뭔가 이쪽으로 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이해할 수 있는, 하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은 대답에 한율이 잠시 침묵할 때, 이어 캡이 대답했다.
“캡과 윈드 워리어는 파트너.”
“누가 윈드 워리어냐! 누가!”
신체 강화 능력자도 아니고, 한쪽 팔이 강철로 만들어진 의수도 아니다.
쿠어어어엉!
울음을 터트려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포이즌 골든 베어.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후우. 15분만 버티면 되는 거죠? 윈드 워리어.”
“누가 윈드 워리어냐고! 누가!”
바로 핀잔을 날렸지만 달리기 위해 자세를 잡는 라이트닝.
“하루 종일 할 수도 있다.”
“……적당히 하시죠. 적당히.”
바로 핀잔을 날렸지만, 복면을 바로잡으며 다시 자세를 잡는 캡.
한율은 그런 두 사람 사이에 껴 있는 자신의 상황에 한숨을 내쉬고 다시 K-7을 들었다.
***
게이트를 통과한 헌터 수십 명이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골든 베어 게이트를 관리하는 헌터에게서 좌표를 미리 확인한 상태다.
“움직인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사내, 김건우가 땅을 박찼다.
“다행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네.”
브레이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게이트 관리 임무를 맡은 헌터들을 제외하고 모든 헌터들이 길드에 남아 서류 작업, 또는 보상 전달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고 발생과 동시에 움직일 수 있었고, B급 헌터 수십 명이 동시에 출동할 수 있었다.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독 속성력이 생긴 골든 베어라고 합니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헌터의 보고에 김건우가 귀를 기울였다.
“신장은 두 배. 육십 명, 그중 원거리 능력자가 스무 명이나 되는데도 헌터들의 공격을 홀로 버텼다고 합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독을 품은 마나를 주변에 퍼트려 중독시킨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처리하기 힘들겠네.”
마나독을 주변에 퍼트려 접근을 막는다. 또한, 퍼트리는 마나는 액체가 아닌 기체다.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니 접근하지 않아도 중독될 수가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무 명이나 되는 원거리 능력자들의 공격에 버틴 것을 보아 본능적으로 마나를 전신에 퍼트리는 기술을 터득해 방어력을 높였을 것이라 추측된다.
“……사망자는?”
독 속성력을 얻은 골든 베어를 상대하는 것이다.
골든 베어는 속성의 힘을 가지지 못한 동물형 몬스터였으니 해독제를 준비하지 못한 헌터가 많았을 터.
“30분 전에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상자는 있어도 사망자는 없다?
정면을 바라보며 달리던 김건우가 고개를 돌렸다.
“없다고?”
“예. 마법사가 이곳에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각성자, 초능력자, 헌터가 아닌 마법사.
“한율 님?”
“예.”
“……진심으로 헷갈리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한율이 골든 베어 게이트에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활동하는 게이트에서 사고가 일어났으니 청일그룹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었다.
“속도 높여!”
버럭 소리친 김건우가 속도를 높이자 뒤를 따르던 헌터들도 마나까지 사용해 뒤에 따라붙었다.
……쿠어엉!
희미하지만 분명히 들려오는 골든 베어의 울음소리.
……콰앙!
희미하지만 분명히 들려오는 폭발 소리.
그리고…….
……윈드 워리어!
“윈드 워리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김건우가 미간을 모은 채로 달렸다.
“응?”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김건우는 기존 헌터들을 후퇴시키는 것도 잊고 전투를 바라보고 말았다.
“흐읍!”
짧은 기합과 함께 방패를 던지는 파란 가죽 갑옷과 복면 형태의 푸른 투구가 아주 인상적인 헌터.
쾅!
방패에 담긴 힘이 매우 컸는지 공중으로 살짝 떠오른 포이즌 골든 베어가 비틀거리며 바닥에 착지했을 때.
“흐아압!”
커다란 기합과 함께 포이즌 골든 베어 앞에서 나타난 노란 쫄쫄이 헌터가 주먹을 휘둘렀다.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담아 내지른 주먹이다.
포이즌 골든 베어가 주르륵 뒤로 밀려나자 노란 쫄쫄이 헌터가 잔상과 함께 사라졌다.
“왜 세계관이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있냐?”
자신도 모르게 후배에게 묻는 김건우에게 후배는 대답하지 못했다.
“윈드 워리어!”
튕겨 나온 방패를 회수한 캡의 외침.
“누가 윈드 워리어냐고!”
한 사내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방아쇠를 당겼다.
군복을 착용한 사내, 총기를 다루는 사내.
“캡이랑 같이 있어서 그런가. 아닌 게 분명한데도 바로 떠오르네.”
***
B급 헌터도 모자라 A급 헌터, 김건우까지 지원을 왔다.
물러서라는 김건우의 외침.
그 외침에 바로 뒤로 물러선 한율이 나무 밑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멍하니 전투를 지켜보던 그가 양옆에서 드리우는 사람의 그림자를 확인하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드디어 만났다.”
“……?”
“윈드 워리어.”
“누가 윈드 워리어냐고!”
반복해서 윈드 워리어라 부르니 말을 놓아 버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캡. 그리고 윈드 워리어.”
“아니 씹! 사람 말 좀 들어라, 이 관종들아.”
털썩.
캡이 옆에 앉았고.
털썩.
라이트닝이 옆에 앉았다.
“……아, 좀 꺼지라고.”
“힘들었네요.”
“아니, 썅.”
한율의 말을 아주 깔끔하게 무시하는 라이트닝.
“하루 종일 할 수도 있었는데.”
명대사를 다시 한번 중얼거리는 캡.
“……하아아.”
깊은 한숨을 내쉰 한율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어차피 하루에 불과했다. 함께 활동하는 것은 하루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기로 한 것이었다.
***
“……뭐지?”
1위 캡.
2위 라이트닝.
3위 윈드 워리어.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던 한유라가 ‘영화가 새로 나왔나?’ 하고 혼잣말을 뱉으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온 캡을 터치했다.
게이트 입구.
푸른 가죽 갑옷과 푸른 복면을 착용한, 그리고 중앙에 초승달 문양이 붙어 있는 원형 방패를 든 캡이 게이트에서 나오고 있었다.
“…….”
중요한 것은 캡의 옆, 노란 쫄쫄이가 특징인 라이트닝이 있다는 것.
멍하니 캡의 사진, 라이트닝의 사진, 그리고 캡과 라이트닝이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는 사진을 바라보던 한유라가 스크롤을 내렸다.
“……에?”
캡과 라이트닝을 먼저 보아서 그런가.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모습과는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윈드 워리어를 연상시키는 사내.
띠링.
마침 날아오는 코코아톡.
양옆에 캡과 라이트닝을 두고 게이트에서 걸어 나오는 한율 사진이 첨부된 톡.
브레이크 사건 이후, 전교생이 자신의 오빠를 알고 있는,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한유라는 조용히 톡을 끄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