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37)
034 한율의 계획(2)
이상민이 바로 대답하지 못할 때, 이상남이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
“녀석은 계룡대에서 복무했으니까.”
“계룡대?”
“아! 대전 브레이크 사건!”
2년 전, 대전에서 발생한 동시 브레이크 현상.
각성 범죄자가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게이트의 신비 중 하나였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D급, C급, 그리고 B급 게이트가 동시에 폭주할 조짐이 나타났다는 것과 세 개의 게이트를 동시에 막기에는 헌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선택했지. 수호 길드를 B급 게이트, 무소속 헌터들은 C급 게이트로 보내기로.”
“……D급 게이트는요?”
“군대.”
“일반인들을요?”
“그래. 물론 각성했음에도 직업 군인을 선택한 이들이 있었지만, 일반인들이 D급 게이트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다른 지역의 헌터?
그들이 도착하는 것보다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하는 게 더 빨랐다. 그래서 당시 D급 게이트는 군인들이 담당했다.
뉴스에서는 큰 피해 없이 브레이크를 막았다고 했다.
하지만.
군인들은 큰 피해 없이 막은 것이었다.
피해 없이 막은 것이 아니라.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짜 엘리베이터에서 생각한 거야?”
“일반인들도 몬스터를 상대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지.”
“…….”
힐끔힐끔 훔쳐보는 동생의 행동에 한율은 피식 웃었다.
“아, 참고로 너는 마법에 재능이 없더라.”
타악.
한유라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조금 늦게 걸음을 멈춘 한율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응? 사 갈 거 있어?”
“나도 가르치려고 했어?”
“말했잖아. 일반인들도 몬스터를 상대할 방법이 있었으면 했다고.”
“……그럼 아빠도 했겠네?”
“그러려고 했는데. 배우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으셔,”
“큿!”
“그래서 마법 부여한 장비 만들면 드리려고.”
한유라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럼 나한테도 마법 부여 장비를 줄 거야?”
“그래야지. 아쉽지만.”
정말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한율의 모습에 한유라가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리고 물었다.
마법사 양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서 끝.
“정말 한 달이면 치료할 수 있어?”
“응.”
“부작용은 없고?”
“없어. 환자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마나를 조금씩 흡수해서.”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래서 마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뭐, 유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냥 흡수만 했겠지만.”
이유리였기에 이후의 문제까지 고려해 마법 습득을 제안한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능력을 지킬 힘을 쌓을 때까지 계속 만나 마나 드레인으로 마나를 흡수하는 방식을 사용했을 것이다.
“……반했어?”
“야!”
“아냐?”
“아냐. 유리는 청일그룹 사람이잖아.”
“아하.”
이유리에게는 청일그룹이라는 마법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는 힘이 있고, 위험에 처하면 마법을 사용해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
“유라야.”
“응?”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 먹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한율. 한유라는 방향을 바꿔 편의점으로 향했다.
쭈쭈바를 물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한유라는 은근슬쩍 한율에게 물었다.
“길드를 만들면 말이야.”
“어. 길드를 만들면.”
“그 사람들도 들어와?”
그 사람들?
열심히 쭈쭈바를 빨던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그 사람들?”
“캡과 라이트닝.”
푸른 가죽 갑옷과 방패가 특징인 캡.
노란 쫄쫄이와 빠른 스피드가 특징인 라이트닝.
“……안 들어와.”
“진짜?”
“어. 저번에는 우연, 아니 악운이 겹쳐서 만나게 된 거야. 다시는 만날 일 없으니까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
“……진짜 안 만나는 거지?”
“어. 다시는 안 만나.”
***
제작 기간은 사흘.
사흘간은 강화된 전역복을 입고 활동해야 했던 한율은 거실을 장악하고 있던 한유라가 화장실로 향했을 때 집을 나왔다.
D급 헌터는 C급 게이트에서 활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음에도 답십리 공원을 찾아야 했다.
“하아…….”
익숙한 답십리 공원 입구에 서서 한숨을 내쉰 한율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게이트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모여드는 사람들의 시선.
“윈드 워리어 떴다. 윈드 워리어.”
“캡이랑 같이 있어서 윈드 워리어가 떠올랐던 것 같네. 따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게이트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들려오는 사람들의 수군거림.
여기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재밌어하며 더 짓궂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래서 한율은 귀를 닫고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
딱 게이트가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만.
“……이런 씹!”
걸음을 멈춘 한율이 인상을 찌푸렸다.
게이트 근처에 설치된 벤치.
푸른 가죽 갑옷을 착용한 사내가 벤치에 앉아 새하얀 천으로 방패를 닦고 있었고, 노란 쫄쫄이 갑옷을 착용한 사내가 벤치 옆에 서서 몸을 풀고 있었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훔쳐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화를 나누고, 큰 소리로 웃고, 누군가를 찾듯이 주위를 둘러보는 두 사람.
“……!”
“……!”
캡과 눈이 마주쳤다.
“파트너!”
저벅, 저벅, 저벅.
“윈드 워리어!”
미래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반응하는 그 순간부터 저들과 한 세트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그러니 무시해야 한다.
한율은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협회 직원 앞에 섰다.
“레온 길드가 허락했습니다. D급 헌터, 한율입니다.”
“윈드 워리어…….”
“아닌데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아니, 딱 봐도 기사에 나온 윈드 워…….”
“아니라고요.”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처럼 기계적으로 부정한 한율은 강제로 출입 기록부를 가져왔고, 작성을 마치자마자 펜을 내려놓고 게이트로 향했다.
쉬이익!
뒤에서 불어온 바람에 눈을 깜빡였던 한율이 오른쪽으로 한 걸음 이동한 후, 다시 앞으로 걸었다.
“형님.”
누가 형님이냐!
아……. 대꾸할 뻔했다.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했던 한율이 라이트닝의 부름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쉬이익!
푸욱!
하늘 위에서 뚝 떨어진 원형 방패가 바닥에 박혔다.
한율이 이번에는 왼쪽으로 한 걸음 크게 내디딘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파트너!”
라이트닝이 낫다.
“친구여!”
영화와는 다르게 빨간 쫄쫄이 갑옷이 아닌 노란 쫄쫄이 갑옷을 입었고, 상의 중앙에 번개 문양도 그려져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캡은 다르다.
쟤는 그냥 따라 한 거다. 그래서 라이트닝이 의외의 호칭을 불렀을 때, 순간적으로 반응할 뻔했던 것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무시할 수 있었다.
“계속 무시할 거냐! 하루 종일 할 수도 있다!”
저 명대사는 여기에 쓰여서는 안 된다.
자신도 모르게 반응할 뻔한 한율이 더욱더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게이트를 통과했다.
“형님.”
“친구여.”
출입 기록부를 작성했음에도 게이트 밖에서 대기했던 것인지 바로 따라 들어오는 캡과 라이트닝.
성큼성큼 걸어 게이트 입구에서 멀어진 한율이 멈춰 섰다. 거칠게 몸을 돌린 그가 몸을 흠칫 떠는 두 사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뭐냐? 너네는.”
“캡.”
“아, C급 헌터, 스피드 강화 능력을 각성한 문수원입니다.”
예상대로다.
캡은 따라 했고, 라이트닝은 방어구와 능력 때문에 라이트닝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 놈은 무시하고, 한 놈은 받아 줘야 할까?
아니다. 우연이어도 일단 사람들에게 ‘라이트닝’이라 불리고 있다.
“그래서 뭔데.”
“친구여. 함께하자.”
손을 내미는 캡.
“아, 저번에 함께 활동했을 때, 엄청 편해서 혹시 파티를 맺을 수 있을까 해서요.”
정중한 말투로 제안하는 라이트닝.
한율이 캡이 아닌 라이트닝을 바라보며 물었다.
“쟤랑 너랑 나랑?”
“네.”
“……넌 뉴스 안 보니?”
“…….”
대답은 없다.
그러고 보니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라이트닝이다.
“으음. 미안한데 몇 살인지 물어봐도 될까?”
“열여덟이요.”
“…….”
열여덟.
고등학교 2학년생.
중2가 아닌 고2.
“계속 물어봐서 미안한데.”
“괜찮아요. 파티를 맺기 전에 상대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거니까요.”
한다고 한 적 없는데…….
“감정해도 될까?”
“제 갑옷이요?”
“어.”
“네. 괜찮아요.”
“감정.”
허락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한율이 감정 시스템을 사용했다.
대체 왜 중2가 아닌 고2가 쫄쫄이를 입고 다니는 걸까.
이름: 문수원의 보디 슈트(300).
설명: 문장현이 만든 보디 슈트.
효과: 피해 20% 감소. 신체 강화 마법 효과 15% 증가.
‘존나 좋네. 시바.’
피해 감소 20%에다가 신체 강화 마법, 아니 신체 강화 능력 15% 증가.
“왜 하필 보디 슈트지?”
“그 장현 삼촌이, 아니 장비 제작자가…….”
“라이트닝 팬?”
“네에…….”
“…….”
잠깐의 침묵, 그 끝에 한율이 문수원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길 때, 푸른 가죽 갑옷의 캡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 두들겼다.
“감정해 봐라, 파트너.”
“…….”
싫다. 진심으로 싫다. 하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갑옷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라는 것도 있다.
자연스럽게 갑옷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 한율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감정이라는 단어를 뱉었다.
이름: 캡의 가죽 갑옷(250).
설명: 김지현이 만든 가죽 갑옷.
효과: 피해 15% 감소. 염력 계통 마법 효과 10% 증가.
‘얘도 좋네. 역시 C급이라는 건가.’
다시 한번 문수원의 보디 슈트와 캡의 가죽 갑옷 정보를 번갈아 확인한 한율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전역복을 보았다.
‘이게 분명…….’
이름: 대한민국 육군 군복(30) / 귀속.
설명: 장비 강화 마석을 흡수한 대한민국 육군 군복.
효과: 피해 5% 감소.
“……난 아직 갑옷이 없으니까.”
괜찮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율이 두 개의 정보창을 닫는 순간, 문수원이 물었다.
“그럼 같이 움직여도 될까요?”
“아니.”
“네?”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