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54)
051 주문서(1)
경매장 습격 사건은 대한민국에서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물론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등, 수많은 국가가 각성 범죄자 집단의 습격을 받아 장비를 잃었다.
“전부 경매장을 공격했네.”
“게이트가 변화해서 그런 거 아냐?”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경매장 습격 사건이 발생했다.
영초를 이용해 치료를 끝냈지만, 정확한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퇴원을 못 한 한율이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찾았다.
하지만 사과를 깎는 유라의 대답은 담담했다.
“엉?”
“게이트가 변화했잖아. 정확하게는 위험이 커졌다고 해야 하나?”
게이트는 변화했다. 몬스터의 등급이 더욱더 세분화되는 것은 물론, 기존 몬스터의 힘도 상승했다.
“그럼 그 변화에 맞춰 장비를 바꿔야 할 거 아냐.”
“그렇지.”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장비다.
장비빨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각성 범죄자들은 정석적인 방법으로 장비를 구할 수 없잖아.”
암시장이 있다. 하지만 암시장에서 활동하는 장비 제작자는 너무나 적었다.
장비 제작자가 부족하면?
당연히 판매되는 장비의 숫자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매장을 습격해 장비를 확보했다?”
“아니라고 생각해?”
한유라가 내민 사과를 한율이 받아먹었다.
아삭.
“흐음……. 그럼 위험해지겠네.”
헌터 협회가 감시하고, 국가가 감시해도 각성 범죄자들은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살기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만 목적을 두었던 각성 범죄자들이 또 다른 목적, 살아남기 위해 움직인다.
‘게이트 밖은 물론 게이트 내부에서도 조심해야겠네.’
헌터 협회 직원이 게이트 출입을 막고 있다고 해도 빈틈은 존재한다. 그러니 각성 범죄자들은 빈틈을 파고들어 게이트에 진입할 것이고, 헌터의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동료를 확보하기 위해 헌터들에게 접근할 것이 분명했다.
“하양이.”
한유라의 갑작스러운 요청.
“하양이 소환.”
한율은 당황하지 않고 바로 하양이를 소환했다.
파앗.
침대 위에서 소환된 하양이는 한율을 올려다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다가, 자신을 끌어안은 사람의 손길에 고개를 홱 돌렸다.
“안녕?”
앙!
하양이가 한유라의 뺨에 머리를 비볐고, 한유라는 그런 하양이가 귀여워 강하게 끌어안았다.
“흐음……. 넌 변화가 없네?”
앙!
“아, 많이 부족하다고?”
앙!
“그래. 그래. 더 빡시게 돌아보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대답하는 하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한율이 한유라를 바라봤다.
청일 그룹이 말했고, 길드 협회가 말했다.
각성 범죄자들은 보복을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 말만 믿고 동생과 아버지의 안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쓰읍! 아티팩트라…….’
필요한 것은 갑옷과 무기가 아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티팩트.
“만들 수 있을까?”
“뭐?”
“아무것도 아냐. 아, 내일 오전에 퇴원하니까 내일은 안 와도 돼.”
“알았어.”
“그리고…….”
아직 아티팩트는 없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한유라의 품에 안겨 있는 하양이를 빤히 바라봤다.
“하양아.”
앙!
“얼마나 떨어져 있을 수 있냐?”
끼잉. 끼잉.
잘 모르겠다는 듯이 끙끙거리던 하양이가 귀를 쫑긋 세우고 다시 울었다.
앙앙!
“오, 그래?”
눈을 동그랗게 뜬 한율이 하양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우우우웅.
한율의 마나가 하양이에게 전이됐다.
3서클도 아닌 4서클.
한율은 마나 홀을 꽉 채운 자신의 마나 중 절반을 하양이에게 전이한 후에 한유라에게 말했다.
“델구 가.”
“……어? 뭐라고?”
“델구 가. 학교에도 델구 가고.”
“에? 그래도 돼? 아니, 그게 가능해?”
“미니 마나를 흡수시켜 주면 상관없다고 하더라. 송환하는 순간, 전이한 마나가 전부 소멸하지만.”
“…….”
“아티팩트를 제작하고 싶은데, 아직 제작 능력은 얻지 못했고. 능력을 얻어도 제작하는 게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때까지는 하양이랑 같이 다녀.”
“활동 안 하게?”
“…….”
가족이 다쳐서 돌아오는 게 보기 힘들었던 것 같았다.
한율은 대답을 기다리는 한유라를 향해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건 어렵지.”
“…….”
“아티팩트 제작이 익숙해질 때까지 휴식.”
돈은 충분하다.
인질을 구출한 덕에 길드 협회가 포상금을 지급했고,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이 감사의 의미로 돈을 보냈다.
물론 직접적으로 건네받은 것이 아닌, 청일 그룹을 통해 전달받은 것이지만 말이다.
“이제 가 봐.”
“응. 그런데 있잖아.”
“어.”
“……역시 안 되지?”
헌터 활동.
“어렵지. 아니, 이제는 불가능하지. 네가 말한 것처럼 각성 범죄자가 변화에 맞춰 움직인 것처럼, 헌터 협회도 변화에 맞춰 움직일 게 뻔하니까.”
“…….”
“그리고 내가 저번에 말했잖냐.”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 한율이 손바닥으로 한유라의 정수리를 가볍게 두들기면서 퀴즈를 냈다.
“지구는 몬스터와 게이트의 위협으로?”
“…….”
“지구는 몬스터와 게이트의 위협으로?”
“하아.”
“위협으로?”
재촉하는 한율.
한유라는 깊은 한숨을 내쉰 후에 대답했다.
“지구는 몬스터와 게이트의 위협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
대한민국 헌터 협회.
각성 범죄자 집단이 게이트의 변화, 즉 세계의 변화에 맞춰 경매장 습격을 통해 장비를 확보해 놓은 것처럼, 헌터 협회 또한 세계의 변화에 맞춰 바꿔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늦었다?
아니다. 헌터 협회는 각성 범죄자 집단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문제는 각성 범죄자 집단과는 다르게 다양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래도 예상보다 빠른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중반.
검은 양복을 착용한 아름다운 여성의 말에 중년의 사내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며 서류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 빠른 건 맞지. 하지만 일이 벌어진 후에 빠르게 진행되면 뭐하냐. 그리고 진행이잖아. 허락이 떨어진 게 아니라.”
게이트의 변화를 확인한 김환성은 바로 헌터 지원부에 연락했다.
요청한 것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법률 개정.
각성을 했음에도 헌터로 활동하지 않는 각성자들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훈련을 시켜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해야 하니 군인들처럼 예비군 제도를 만들자.
열 명이 각성하면 그중 여섯 명이 헌터가 된다.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생명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는 변했다. 그것도 위험한 쪽으로 변했기 때문에 김환성은 예비군 제도를 헌터들에게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추가 지원.
게이트를 관리하고, 경매장을 관리하고, 수호 길드와 함께 도시를 순찰하고, 수호 길드가 이름에 맞게 활동하는지 조사를 하고, 각성 범죄자들을 추적하고.
헌터 협회는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 반면, 활동하는 헌터들의 숫자가 매우 적었다. 그래서 김환성은 국가의 이름을 빌려 길드들을 압박해 길드 소속 헌터들을 지원받으려고 했다.
그게 어렵다면 헌터들을 등용하기 쉽게 지원금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내가 길드원 두 명씩만 보내면 충분하다고 했잖아. 그것도 B급도 아닌, C급 이상으로. 그런데 허락은 안 해? 분명 돈 받았을 거야.”
“협회장님.”
“분명 받아 처먹었어. 그리고 지원금도 삥땅 쳤을걸. 지혜야, 내기할까?”
“…….”
마나 감지 능력으로 게이트의 위치를 찾고, 몬스터의 위치를 찾는 데 특화된 C급 헌터, 임지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환성의 말대로 정치권과 각 길드 사이에 유착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헌터 협회의 요청을 거부할 리가 없었으니까.
“진정하세요, 협회장님.”
“하아아…….”
만약 정치권에서 헌터 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경매장 습격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C급 헌터들을 순찰로 돌리고, 각성 범죄자들의 습격 가능성이 큰 경매장에 높은 등급의 헌터들을 배치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설령 습격이 있었어도 막아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치권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결과 경매장 습격 사건이 일어나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이 사망했다.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던 김환성이 책상 위에 올려놓은 서류 봉투, 길드 지원 요청서를 바라봤다.
예비군 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인 자식 중에 각성자가 있어서, 그리고 대기업 회장님들 자식 중에 각성자가 있어서 정치권은 예비군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급 상황 시, 모든 헌터가 전투에 참가해야 한다는 내용 때문에 말이다.
대신, 두 번째 요청인 길드 지원은 허락이 떨어졌다.
물론, 진행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을 뿐이었고, 매일매일 말을 바꾸는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내일 아침이라도 어려울 거 같다는 말로 거부할 것 같지만.
“수호 길드 새끼들도 바꿔야 해. 무서워서 대기 탈 거면 ‘수호 길드’라는 이름 떼 버려야지.”
수호 길드도 문제다.
경매장을 습격한 이들이 각성 범죄자 조직, 아크럼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두려움에 벌벌 떨며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아. 그리고 걔는 어때? 깨어났대?”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김환성이 손가락으로 협회장실에 설치된 TV를 가리켰다.
CCTV 화면.
경매장에서 확보한 CCTV 화면.
김환성은 자연스럽게 리모컨을 들고 재생 버튼을 눌러 두 헌터의 대결을 지켜봤다.
백색 가면을 착용한 헌터가 방패를 든 헌터를 압도하고 있었다.
실력 차이가 매우 컸던 것인지 한쪽은 공격, 한쪽은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었지만, 김환성은 그 장면을 보고 감탄했다.
“어떻게 한 달도 안 된 애가 A급 헌터를 상대로 버틴 거지?”
“정확하게는 한 달하고도 보름입니다.”
“두 달은 아니잖아.”
어깨를 으쓱한 김환성이 다시 리모컨을 들어 화면을 정지시키고 임지혜에게 물었다.
“그래서 정보는?”
“이름은 한율, 5월 1일에 각성했습니다.”
임지혜가 대답과 동시에 서류철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내 김환성에게 내밀었다.
“음? 마법?”
“예. 다중능력자입니다. 마법이라는 능력을 각성했습니다.”
“파이어볼?”
“……네.”
“오오! 이런 애를 왜 몰랐지?”
“인사부에서 그를 스카웃하기 위해 정보를 감추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디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