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59)
056 등급 재조정(2)
브레이크 사고로 부모를 잃은 김세혁은 두 동생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탈출한 후, 그러니까 부모를 잃은 직후, 각성을 했다.
물론 능력을 얻었다고 해도 하위 헌터인 만큼 브레이크 사고 현장에서 부모님을 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세혁은 달랐다.
그의 능력은 은신.
스킬 사용자는 물론 사용자가 원하면 그 주변까지 스킬 효과가 작용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A급 헌터가 된 이후, 김세혁의 과거를 알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의 불운은 부모님을 잃은 직후에 각성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함께 도주한 두 동생이 순차적으로 각성을 한 것이다.
6살이었던 남동생이 각성을 하고, 한 달 뒤에 4살밖에 안 된 여동생이 각성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각성이니 좋은 일이다?
아닌 것 같았다.
헌터 협회는 두 사람의 능력을 확인하자마자 각성 능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끝?
아니다. 헌터 협회는 김세혁과 두 동생의 거주지를 헌터 협회 본부로 바꿨고, 그래도 불안했는지 경호원을 붙였다.
그것도 A급 헌터 경호원을.
‘흐음, 마나와 관련되면 유리처럼 할 수 있을 텐데.’
공식적으로 청일 그룹의 이유리가 한율의 마법으로 장애를 치료하고 있고, 장애의 원인이 마나 때문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대기업 또는 상위 헌터들은 이유리가 회복 중이며, 장애 원인이 마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감춘다고 해도, 최초로 치료를 시작한 것이 헌터 백화점, 푸드 코트라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즉, 능력과 관련된 문제라는 건데.’
자신도 모르게 힐끔 고개를 돌려 김세혁을 훔쳐본 한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도 나중에 돕는다.’
할 일이 많아서 김세혁 동생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해결 방법을 찾지 않는 것이 아니다.
주문서라는 것이 등장하며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사건을 터트린다?
보물(능력)을 빼앗아 가라고 광고하는 꼴이 된다.
돕더라도 윈드 워리어, 억울한 군저씨가 아닌, 헌터 한율로서 사람들이 기억할 때.
돕더라도 헌터 협회, 그리고 청일 그룹이 자신의 뒤를 받쳐 줄 때.
그때 해야 한다.
‘시간은.’
김세혁이 브레이크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것은 3년 전,
김세혁의 두 동생이 각성을 한 것도 3년 전.
3년이 흐른 지금도 두 동생과 관련된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으니 시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궁금하기는 하네.”
헌터 협회가 직접 나서서 감추고 있는 두 동생의 능력이 뭘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고리를 돌린 한율이 회의실에 들어섰다.
기다란 책상 뒤에 자리를 잡은 다섯 명의 헌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율 씨?”
“예.”
“구슬 위에 손을 올려 주세요.”
한율이 중앙에 앉아 있던 안경을 쓴 헌터의 말에 따라 천천히 걸어가 구슬 위에 손을 올렸다.
접촉과 동시에 좌우로 흔들리는 구슬.
한율은 투명한 유리구슬이 보라색으로 물들고, 바로 보라색에서 남색으로, 남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헌터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헌터 협회는 물건을 하나 만들었다.
접촉자의 마나 홀의 크기,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나량을 확인해 색상으로 알려 주는 능력 감별 구슬.
흑백빨주노초파남보.
우웅.
진동이 멈췄다.
“초록색…….”
“허허, 분명 기록상에는 60일도 채 안 된 것으로 나오는데.”
“그러니 미치광이랑 싸워서 살아남았겠죠.”
흑색은 SSS등급.
보라색은 F등급.
각성한 지 60일도 채 되지 않은 헌터가 벌써 C등급이라는 것에 놀라워할 때, 중앙에 앉아 구슬을 살피던 남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초록색은 초록색인데…….”
“……?”
남성이 장갑을 착용한 후에 구슬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손목을 비트니 초록색 구슬 바탕에 노란색 원이 존재하는 구슬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C+로 작성해야 하나?”
“아뇨.”
이번에도 남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심사관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는 순간, 한율에게 물었다.
“최근에 깨달음 같은 것을 얻으셨습니까?”
“네. 사흘 전이었나?”
사흘 전에 깨어나 플로네 화이트를 복용해 치료를 했고, 그다음 날 만약을 대비해 검사를 했고, 그다음 날 협회장, 김환성을 만나 퇴원을 했다.
그리고 오늘 등급 재조정 심사를 위해 협회를 방문했고.
“아직 깨달음이 전부 녹아내리지 않았군요.”
“네. 맞아요.”
“그렇다면 B-등급인가.”
60일도 채 지나지 않아 B-등급.
너무나 빠른 성장이다.
질문을 던진 사내가 고민에 잠겼다. 다른 심사관들도 마찬가지였다.
타국의 헌터 협회, 또는 길드가 한율에게 관심을 보이기에는 충분했다.
심사관들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 중앙의 남성이 다시 한율을 바라봤다.
“한율 님.”
“네.”
“60일도 지나지 않아 B등급 헌터가 되면 분명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겁니다. 그래서 C+등급을 주고 싶습니다.”
“……네?”
“아, 물론 한율 님께서 원하신다면 공식적인 결과로 그대로 등록 재조정에 들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길드는 물론 외국 길드, 심지어 국가도 한율 님에게 관심을 보일 겁니다.”
자신이 등급을 낮추는 것을 불쾌하게 여겨 반문했다고 생각한 건지, 중앙의 남성이 바로 빠른 성장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했다.
“아, 등급을 낮추는 게 불쾌해서가 아니라요.”
“예. 말씀하시죠.”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등급 심사의 결과를 바꿀 정도의 능력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중앙의 남성이 한율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를 그렸다.
“예. 괜찮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7층, 가상 전투 훈련장으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헌터 활동 기록에 대한 확인?
필요 없다.
게이트 활동 기록 보고서가 있기 때문이다.
중앙의 남성은 문 앞에서 멈춰 선 한율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자 똑같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받아 줬고, 문고리를 돌린 그가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실소를 터트리며 다른 심사관들을 바라봤다.
“소문은 들었지만 정말 엄청난 속도네요.”
심사 시작 전, 정확하게는 경매장 습격 사건 이후, 헌터 협회 소속인 상위 헌터들은 인사 기록부를 찾아가 한율에 관한 정보를 확인했다.
A급 각성 범죄자를 상대로 생존, 그것도 인질들을 구출한 업적까지 세웠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분명 청일 그룹과 관계가 있다고 했죠?”
중년의 남성 헌터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릴 때, 안경을 쓴 여성 헌터가 중앙의 남성에게 물었다.
“예. 그래서 협회장님께서 직접 찾아가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하더군요. 뭐, 심사 시작 전에 협회장실을 찾아가 살펴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아 거절은 당했지만, 연이 끊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요.”
“다행이네요.”
이 속도면 반년, 그러니까 올해 안에 A급 헌터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지독하네요.”
맨 끝에 앉아 있던 젊은 심사관의 말에 다른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예?”
“평일에는 반드시 게이트를 찾아 몬스터를 토벌했습니다.”
심사관들의 시선이 눈 앞에 펼쳐진 한율의 게이트 출입 기록 내용서로 향했다.
“개인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중 절반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영초, 영약을 구입했고요.”
이틀만 쉬고 닷새는 게이트에서 몬스터를 토벌하며 보낸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능력을 키우기 위해 사용하고 말이다.
“각성 후 한 달간은 능력에 적응하고, 전투에 적응해야 하는데 군인 신분이어서 그런지 전투 경험이 풍부해 각성하고 며칠도 지나지 않아 게이트를 방문했고.”
모든 심사관이 혀를 내둘렀다.
평균적으로 능력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가상훈련을 통해 전투 경험을 쌓아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한 달이다.
하지만 한율은 군인의 신분으로 몬스터 토벌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각성하고 바로 게이트로 향했다.
“모든 헌터들의 마나 확인이 끝난 후, 그 후에 가상훈련 심사에 들어가죠?”
처음에는 질투했던, 하지만 게이트 출입 기록을 확인하고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된 중년의 남성의 물음에 다른 심사관들이 중앙의 남성을 바라봤다.
“예. 맞습니다.”
“좋았어. 그럼 후딱후딱 끝내고 구경하러 갑시다.”
***
정치인들과 한바탕하고 복귀한 헌터 협회.
“시바아아아악! 으아아악!”
게이트의 변화로 위험을 느꼈다. 분명 정치인들은 위험을 느끼고 예비군 제도는 어려워도, 각 길드에 요청해 헌터들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말이 바뀌었다.
“아니 썅. 내가 브레이크 현상 때문에 요청했냐고! 각성 범죄자들 때문에 요청했지!”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엘리베이터 안.
김환성이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버럭버럭 소리치자 호위를 맡은 헌터들이, 그의 업무를 도와주는 비서진들이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게이트도 감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브레이크 현상이 가까워지면 각 길드에서 헌터들을 지원받는 게 어떠하냐.
그 말이 맞다. 헌터들을 장기 지원받으려면 용병 비용이 매우 나가는데 지원금이 부족하다. 그러니 브레이크 현상이 가까워지면 단기 계약을 맺어 헌터들을 지원받자.
“아니! 내가! 몇 번이나! 각성! 범죄자! 때문이라고! 그랬는데!”
김환성은 정치인들의 말에 바로 소리쳤다.
브레이크 현상 때문이 아니라 각성 범죄자들 때문에 길드 소속 헌터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자 하는 정치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각성 범죄자들도 이번에 너무 큰일을 저질렀으니 조용히 지내지 않겠는가.
“소 잃고! 앙!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 그건!”
각성 범죄자들의 움직임을 봉인하기 위해 헌터들의 지원이 필요한 거다.
“모를 리 없지. 그러니까 지원금을 작작 빼돌려야지! 개씹……. 아아아악!”
각성 범죄자의 행동을 봉인하기 위해 헌터의 지원을 받아 경비를 강화하려 한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 생각할 수 있는 거절의 이유는 단 하나다.
지원금을 너무 많이 빼돌려서 고용 비용을 지불할 수가 없다.
“그, 그래도 아군이 늘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헌터 지원 부서에 감사가 들어가고요.”
“그 전에 각성 범죄자 새끼들이 또 난리 치면?!”
경호원들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
임지혜가 씩씩거리는 김환성을 한 번, 입을 꾹 다물고 정면만 바라보는 경호원들을 한 번 바라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협회장님.”
“어? 왜?”
“한율 님께서 등급 재조정 심사 때문에 헌터 협회에 방문했다고 합니다.”
“한율 군?”
“예.”
“……끝났대?”
“아뇨. 가상 전투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마법사, 한율.
최단기간 C등급에 오른 헌터.
“……7층으로 가자.”
한율에 대한 깊은 호기심 때문일까.
잠시 침묵하던 김환성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임지혜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7층 버튼을 눌렀고, 경호원과 다른 비서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