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0
나는 작가다 010화
10화
“으, 잘 잤다.”
예상과 다르게 밤을 새고 아침 일곱 시에 잠이 들었다. 그러고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열한 시였다.
네 시간 정도를 잔 거다.
아침도 안 먹고 점심이 다가오는 무렵 일어나서 배가 고팠지만, 눈을 뜨기 무섭게 한 일은 딱 하나였다.
틱!
컴퓨터 본체의 파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여전히 느린 컴퓨터가 한참 있다 바탕화면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비~ 또로롱.
바탕화면이 뜨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딴 게 아니다.
북조아 사이트 접속.
당연히 내가 잔 사이에 얼마나 성적이 올랐을까 확인해야지.
접속하기 무섭게 메인화면에는 투데이 베스트란이 보였다.
성적이 보이자마자 난 헛바람을 들이켰다.
“헉!”
순위 / 작가명 / 작품명 / 선작 / 추천 / 조회수
1위 / 이준경 / 황제 로키 / 10,853 / 23,890 / 309,800
2위 / 헛바람 / 질풍의 마도사 / 4,420 / 4,720 / 90,100
3위 / 디즈니 / 토이 연대기 / 3,380 / 4,120 / 78,700
…….
그 네 시간 사이에도 성적이 미친 듯이 불어났다.
2, 3위 작품들은 비비지도 못할 만큼.
내 작품이지만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거 거의 뭐 종이우산 작가나 산해경 작가가 북피아에서 천외천을 찍었던 수준인데?”
나중에 유료연재 시장이 열리고 모두의 혀를 내두르는 작품들을 공개한 종이우산 작가와 산해경 작가.
두 사람의 성적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작가들 입에서 앓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저 작품은 그냥 천외천 베스트란을 따로 만들어야 돼!”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거대한 성적으로 1, 2위 자리를 절대 넘겨주질 않으니 하는 소리들이었다.
맞붙을 상대가 그 둘뿐이니 서로 싸우라며.
물론, 어디까지나 작가들의 희망사항일 뿐.
언제나 두 작가가 1, 2위를 다퉜으니 오죽하면 작가들 사이에선 북피아 3등은 실질적 1등이란 이야기까지 돌았다.
한데 지금 내 성적이 딱 그랬다.
현재 북조아의 투데이베스트 2위인 질풍의 마도사나 3위인 토이 연대기는 이미 서른 편도 넘었다.
반면에 내 작품은 어제 갓 열 편이 올라간 신작이니 저 성적이면 가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매김을 선보인 격.
뿐만 아니라 아직 오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오후까지 독자가 붙을 걸 감안한다면 이 성적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냥 높아지는 게 아니라 최소 두 배에서 최대 세 배 이상까지 뛸 터.
유료연재 시장과 달리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 봤다.
그래서 대개 성적은 투데이베스트가 초기화되는 자정부터 오전까지가 대다수 독자 중 3분의 1이 봤고, 하교나 퇴근한 사람들이 저녁에 3분의 2정도로 보곤 했다.
즉, 잘하면 조회수 100만도 하루 만에 달성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거나 로그인하지 않고 메인에서 투데이 베스트만 확인할 무렵.
꼬르륵.
내 배가 허기지다고 아우성이다.
“일단 밥부터 먹자.”
배가 고프면 일할 때 집중력이 깨졌다. 물론, 너무 배가 부르면 부르는 대로도 깨졌지만 말이다.
난 부엌으로 갔다.
아버지야 새벽 일찍부터 나가서 일하시니 당연히 안 계셨고, 어머니는 낮에 문화센터로 출근 도장을 찍으셨다.
결국 집에는 혼자 있었는데, 식탁으로 가보니 밥상보가 보였다.
“이야, 이것도 오랜만에 보네.”
우산 대가리만 똑 떼어놓은 것과 같은 밥상보.
이때까지만 해도 바로 가족들 밥을 차려주지 못할 때 미리 차려놓고 덮어놓는 물건이었다.
“결혼한 뒤로는 본 적이 없었지.”
워낙 바쁘게도 살았으니까.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니느라 집에 제때 들어가지 못했고, 수정이를 유학 보낸 뒤로는 쭉 기러기 아빠였으니 이런 게 올라올 기회가 없었다.
괜히 씁쓸해졌다.
거기서 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짝!
양손으로 볼을 세게 때렸다.
“으, 좀 살살 칠걸.”
볼이 뜨거워질 정도로 아리다.
그래도 정신 하나는 번쩍 들었다.
난 밥상보를 쥔 채 말했다.
“그래, 어머니의 귀한 식사를 앞에 두고 이러면 안 되지. 게다가 이젠 꽃길만 걸을 거라고.”
그리 말하면서 밥상보를 들어 올렸다.
거기엔 간단한 밥상이 튀어나왔다.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흰쌀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배추김치와 멸치볶음.
전형적인 가정식이었다.
하지만 이 가정식을 보니 새삼 마음은 따뜻해졌다.
이미 과거로 돌아온 뒤 몇 번이고 먹은 집밥이지만, 다시 먹을 수 있단 감동은 여전히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자리에 앉은 뒤 수저를 들곤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
“꺼억, 잘 먹었다.”
벌써 몇 번이나 먹은 집밥이지만, 너무나 맛있어서 한 번 먹을 때마다 두 끼씩 챙겨먹었다.
그러니 포만감은 극도에 다다르고, 트름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마 주변에서 보면 이상하게 볼 지도 몰랐다.
나이는 이십 대 초반인데 완전 하는 짓은 아저씨니까.
안 그래도 요 이틀 사이에 어머니한테 엄청 잔소리를 들었다.
넌 무슨 애가 벌써부터 네 아빠처럼 행동하냐고.
별수 있나?
나도 아빠였던 적이 있었고, 완전히 아저씨가 다 됐었는데.
그래도 어머니가 아빠보다 낫다고 한 건 있었다.
이렇게 식사를 하고 나면 설거지를 하니 아버지한테 뭐라 하셨다.
제발 아들 좀 보고 배우라며.
피식,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부모님을 떠올리니 절로 행복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실실거리며 설거지를 마무리한 뒤 난 방으로 돌아갔다.
“자, 그럼 두 번째 작업을 해볼까?”
두 번째 작업.
작품 성적을 늘리기 위한 거다.
그건 바로 대댓글을 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독자들과 소통하며 팬덤을 형성하고, 처음 찾아온 독자가 보기엔 댓글수가 많은 걸 보고 궁금해서라도 한 번은 보게 만드는.
난 대댓글을 달기 위해 아이디를 접속했다.
“헉!”
접속하기 무섭게 난 깜짝 놀라서 두 번째 작업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깜짝 놀란 게 만든 건 쪽지함에 뜬 붉은 바탕 속에 들어 있는 ’11’이란 숫자였다.
내게 다른 이들이 11개의 쪽지를 보냈단 소리.
대충 감은 잡혔다.
아마도 컨택 쪽지이리라.
연재사이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출판사들이 쪽지를 보낸다.
계약을 하자고.
그걸 흔히 컨택 쪽지라고 불렀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쪽지함을 들어가니 11개 전부 각 출판사에서 온 컨택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출판사 ‘상상미디어’입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출판사 ‘야루’입니다.
-작품 너무 재밌습니다. 저희 ‘책창고’와 함께하시지 않…….
-작가님, 홍성용 대리입니다.
-출판사 ‘썬더버드’입니다.
…….
현존하는 장르 출판사 중 이름 좀 알려진 곳들은 다 왔다.
중간에 익숙한 이름도 있었다.
푸른숲 출판사의 홍성용 대리.
난 섭섭하단 투로 말했다.
“네 번째라니, 당연히 가장 먼저 쪽지를 보내줄 줄 알았는데.”
하지만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성용 형님의 쪽지였다.
쪽지 내용에는 시작이 이랬다.
-아침부터 전화를 몇 번이나 드렸는데, 주무시고 계신 것 같아 이리 쪽지를 보냈습니다.
“응? 전화를 몇 번이나 드렸다고?”
난 책상 위에서 충전 중인 휴대폰을 집었다.
액정에는 ‘부재 중 통화 13건’이 보였다.
자느라 전화를 못 받은 것이다.
“이크, 아홉 시에 성적 보기 무섭게 전화했었구나.”
부재 중 통화 내역을 보니 두 개는 양 과장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성용 형님이 걸었다.
성용 형님의 전화를 받지 못한 건 미안했지만, 한편으로 양 과장을 생각하면 아주 고소했다.
아마 죽을 맛일 거다.
자기가 비웃기까지 했던 내 작품이 북조아에서 아주 크게 한 방을 터뜨렸으니까.
혹여나 이걸 딴 출판사에 뺏기기라도 하면 사장이나 부장한테 오지게 깨질 터.
내 투고로 인한 계약이 물거품된 걸 양 과장이 성용 형님에게 떠넘긴다 해도 어쨌거나 같이 자리했던 상급자는 그였으니까.
양 과장이 깨질 생각에 싱글벙글 웃으며 쪽지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자 계약 조건으로 이건 어떠냐며 제안이 와 있었다.
조건의 내용은 ‘5천 부, 10%, 전권 보장’.
처음 이야기 나온 조건에 비해서 꽤 좋아졌다. 아니, 꽤가 아니지. 이 정도면 신인한테 해주는 조건치곤 최상급이었다.
“하지만 작품 성적이 있는데, 이 정도론 택도 없지.”
난 분명 푸른숲 출판사에서 나오며 말했다.
“제일 좋은 조건으로 컨택하실 준비나 하시죠. 그럼 이만.”
제일 좋은 조건.
신인 기준으로는 거의 최고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기성 작가 중 최고들인 S급은 더 좋은 조건을 받았다.
6천 부, 12%, 전권 보장.
심지어 이 위로 정말 손에 꼽는 SSS급이라고 분류되면 7~8천 부, 12~14%, 전권 보장도 있었다.
나중에 시장이 나빠져서 S급 작가들의 고정 부수가 떨어지긴 해도 저 조건부는 꽤나 유지가 됐다.
5천 부, 14%, 전권 보장 정도?
이것만 해도 권당 500만 원이 넘었다.
15년차 편집자인 내 월급보다 많았다. 물론, 내가 만년 과장이 아니라 부장으로 있었다면 저것보다 많이 받았을 거다.
결국 한 번을 부장 자리에 오르지 못해서 15년간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500만 원도 안 된 거지.
어쨌거나 나는 아직 푸른숲 출판사가 제의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일 좋은 조건이 아니었으니까.
근데 비단 이건 푸른숲 출판사뿐만이 아니었다.
쪽지에 계약 조건들을 쓴 곳들도 보면 대부분 비슷비슷했다.
단지 하나 같이 푸른숲 출판사보단 조금 낮았다.
부수가 4천 부이거나 퍼센티지가 8%였다.
어쨌거나 이런 조건들을 보곤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메모장을 열고서 쭉 내용 하나를 써내려갔다.
-죄송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작품이라 좀 더 성적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종이책을 찍어서 팔아야 하는 출판사’분’들에게도 성적이 확실한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직 한 30편까지는 연재하고 계약을 생각할 겁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아! 참고로 절 제일 높게 봐주신 푸른숲 출판사에겐 감사합니다.
저 같은 초짜에게 ‘5천 부, 10%, 전권 보장’이라니.
다시 한 번 감사한 말씀드리며 좀 더 연재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좋아, 이렇게 싹 답 붙여서 답장을 보내자.”
방금 메모장에 쓴 내용을 출판사 열한 곳에 보냈다.
아주 노골적인 내용이었다.
너네 말고 다른 출판사들도 컨택 쪽지를 보냈으며, 심지어 개중에 가장 높은 조건으로 푸른숲 출판사가 ‘5천 부, 10%, 전권 보장’을 불렀다.
푸른숲 출판사라면 그 사이에서도 꽤나 인지도가 높은 곳인데, 거기서 저리 불렀다고 한다면 다른 출판사들을 데려가기 위해해 더 높은 조건부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욕이야 하겠지.
‘저 작가는 돈에 환장해서 개념이 없다’라고.
이 당시에는 그런 소문을 많이 냈다.
작가들이 조건부에 큰 욕심을 내지 못하게 하려는 어느 정도 제약적인 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전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왜 신경을 쓰는가?
지금 여기서 내가 ‘갑’인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