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01
나는 작가다 101화
101화
“서, 석진아! 진짜냐? 정말로 태진 형을 봤다고?!”
영진이 석진의 말을 듣고 물었다.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그러자 석진은 짜증난 표정으로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내가 우리 형도 못 알아보는 모질이인 줄 아냐?”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근데 정말 태진 형이 북괴군으로 있단 말이야?”
“그래, 분명 맞았어. 우리 형이었다고.”
“근데 왜 같이 안 왔어?”
“젠장, 나도 모르겠어. 분명 우리 형이 맞는데, 날 못 알아봤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석진.
그에게 영진은 이해할 수 없단 듯이 쳐다보며 물었다.
“그게 말이 돼?”
“나도 모르겠다고!”
“아이고, 깜짝아! 이 새끼야, 모르면 모르지. 왜 화를 내고 그래? 아, 아니다. 그래, 형이 동생인 널 못 알아봤으니 제일 속상한 건 너겠지. 근데 왜 진짜 못 알아본 거지? 아! 설마!”
괜히 자신에게 짜증낸 석진을 보며 역으로 화가 났던 영진은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잘 생각해 보니 가장 답답한 건 자신보다도 동생인 석진이리라.
뒤늦게 이해한다는 듯이 다독여 주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린 영진.
그 반응에 머리를 쥐어뜯던 석진은 영진에게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생겼냐는 듯이 바라봤다.
“왜?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어?”
“너희 형, 기억상실증인 거 아니냐?”
“뭐?”
“그렇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태진 형이 널 못 알아봐?”
“기억상실증…….”
석진은 영진의 도움으로 자기 형 태진이 기억상실증이라 동생인 본인을 못 알아본 걸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영진은 석진에게 큰 도움이 될 단서를 던져줬다.
“너 그런 거 없냐?”
“뭐?”
“태진형이 동생인 널 알아볼 만한 거.”
“동생인 날 알아볼 만한 거……. 아!”
석진은 황급히 자기 품을 뒤졌다.
그곳에선 하모니카 하나가 나왔다.
기억상실증 속에서도 동생 석진을 태진이 떠올릴 만한 물건에 대해 묻자 나온 하모니카를 보며 영진이 물었다.
“웬 하모니카?”
“이거 형이 나한테 첫 월급으로 선물해 줬던 하모니카다. 여기 형이랑 내 이름도 새겨놨어.”
영진에게 보라며 하모니카를 들이미는 석진.
확실히 낡은 하모니카에는 김태진과 김석진의 이름 석 자가 하나씩 박혀 있었다. 위, 아래로.
이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영진은 석진이 꺼낸 하모니카를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이거야! 다음 전쟁 때 행여나 태진 형 만나면 보여주면서 말해봐.”
“뭐라고?”
“이 자식은 그것도 내가 알려줘야 돼? 형, 나 석진이야! 몰라보겠어? 당연히 이래야지!”
“그건 내가 아까 전쟁통 속에서 이미 했던 말인데…….”
이미 전쟁통 속에서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형 태진을 보고 석진 역시 같은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영진은 이번엔 차이가 있지 않느냐며 다시금 하모니카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인마! 이번엔 네 형이 선물해 준 하모니카가 있잖아! 그러니 꼭 해봐!”
하모니카를 통해서 꼭 형 태진의 기억이 돌아와서 형제가 함께 돌아오길 바라주는 친구 영진에게 석진은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래, 고맙다.”
“자식, 친구끼리 고마운 게 어딨어? 서로 돕고 살아야지.”
“알았…….”
석진이 영진의 말에 대답할 무렵.
쾅!
폭음이 터졌다.
한 사내가 소리를 내질렀다.
“북괴군이다아앗!”
그 외침과 동시에 석진과 영진 그리고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전쟁을 준비했다.
영진은 전쟁통에 언제 또 헤어질지 모르는 석진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되새겼다.
꼭 태진을 만나서 하모니카를 보여주라며.
“석진아, 꼭 태진 형 만나면 보여줘. 알았지?”
“그래, 그리고 너도 꼭 여기서 살아남아서 같이 만나자.”
“당연하지!”
사망 플래그를 세운 영진의 대답.
그 대답을 끝으로 전쟁터의 긴박함 속에서 나와야 할 소리가 아닌 촬영장 감독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오케이! 두 분 다, 이걸로 갑시다!”
영화 ‘애국가를 부르며’의 감독인 고진규가 한 소리였다. 그리고 방금 전 석진역을 맡았던 도빈 형이 상대 배역인 영진역을 소환한 내 어깨를 토닥였다.
“수고했어, 준경아.”
“예, 형도요.”
“그나저나 연기 배워본 적 없다 그러지 않았냐? 왜 이리 잘하는 거야? 누가 보면 네가 주연인 줄 알겠다.”
“에이, 그래도 대한민국 대표하는 미남인 형한테는 안 되죠. 게다가 두준 형님까지 있는데 제가 낄 자리는 없죠.”
“없긴, 무슨. 보니까 말죽거리 쌍절곤에서도 너 때문에 대본 대거 수정했다더만.”
말죽거리 쌍절곤의 대본 수정.
고진규를 통해서 신하가 내 정체에 대해 알게 되더니 이런 이미지로 만들면 곤란하다더라.
그때부터 시나리오에 있던 캐릭터 하나를 전면 수정했다.
주연인 고상욱이 맡은 한수 역, 그 주변에는 유독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거기서 부잣집 도련님인 상준역을 내가 맡게 됐는데, 사실 이 상준이란 캐릭터가 집에 돈만 많은 찌질이 그 자체였다.
한데 아직 다들 입들 조심해 줘서 내 정체가 뭔진 밝혀지지 않았다.
그나마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는 몇 명도 감독들이 잘 관리해 준 덕분에 조용히 넘어가 주는 대신 내가 누구인지 알려줬고 말이다.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내고 방금 씬을 마치자 고진규 감독이 소리쳤다.
“자자! 점심 식사하고 촬영합시다! 다들 여섯 시간 넘게 쉬지 않고 연기하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새벽부터 나와서 촬영하던 영화 ‘애국가를 부르며’.
여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촬영하고 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됐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알린 고진규 감독은 내게 다가왔다.
“우리 준경 씨, 나랑 식사 좀 하시죠.”
“그러시죠.”
초반에는 우리 작가님이라고 말실수를 좀 했던 고진규 감독이었는데, 이젠 꽤나 자연스럽게 날 ‘준경 씨’라고 부르면서 끌고 다녔다.
점심식사 동안 둘이서 자리를 잡자 고진규 감독이 말했다.
“그럼 제가 쓴 ‘애국가를 부르며’는 언제쯤 출간되는 겁니까?”
상영도 아니고 출간을 내게 물었다.
고진규 감독과 이야기해서 그가 작성한 시나리오인 ‘애국가를 부르며’을 소설로 찍어서 팔아줄 테니 원고를 만들어오라고 이야기했다.
이 또한 내가 그와 나눈 거래를 위해서 제시한 조건부 중 하나일 뿐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고진규 감독 입장에선 ‘애국가를 부르며’의 시나리오를 소설책으로도 남길 수도 있는 동시에 K북스를 통해서 팔 수 있단 건 완전 남는 장사였다.
아예 안 팔면 돈이 안 생기겠지만, 판다고 치면 추가 수익이 발생되니까.
어쨌거나 그로 인해 성용 형님을 통해서 고진규 감독이 소설화시킨 원고를 넘겼단 걸 들었다.
원고만 넘어왔으면 찍는 거야 별문제 없지.
이제 출간이나 판매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돌리고 돌린 성용 형님의 손을 탔으니 원고만 있으면 끝이었다.
인쇄, 물류, 영업 등등 이런 외적인 요소들이 원고가 있어도 출간을 못하도록 만들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돈으로 해결이 가능했고, 돈이라면 썩어 넘치는 출판사가 우리 K E&M의 K북스였다.
때문에 고진규 감독에게 출간은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 나온 출간 일정도 알려주면서.
“원고는 넘겨주셨으니 영화 개봉과 동시에 출간할까 싶습니다.”
“영화 개봉과 동시 출간이라……. 괜찮네요.”
괜찮을 수밖에.
영화는 스크린에 오른 다음 내려가면 끝장이다.
그때 아니면 소설과 시너지를 내면서 팔기가 어려웠다.
당연히 상영과 동시에 출간해서 팔아야만 그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출간 일정을 마음에 들어 하는 고진규 감독에게 난 피식 웃으며 식사를 즐겼다.
“뭐, 많이 팔아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저희도 남는 장사니까요.”
내 말에 고진규 감독이 오히려 저자세로 나오며 부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덧붙이며.
“어휴! 제가 부탁을 드려야죠. 많이 팔아주시라고. 그게 팔리면 팔리는 만큼 제 용돈이 늘어나는 건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제가 전에 했던 작품들도 소설로 파는 건 어떻게 생각 좀 하셨어요?”
우리 K북스에서 출간한 책들이 대한민국 출판사들 중 이익률 최상위란 걸 알게 된 이후로 ‘애국가를 부르며’ 말고도 내심 자신의 전작들을 소설화시켜서 팔고 싶어 했다.
안 그래도 고진규 감독이 중간에 말아먹은 건 좀 어렵겠지만, 꽤 잘나갔던 겨울나무관이나 피쉬의 경우 잘하면 구색 맞추기가 가능해 보였다.
어쨌거나 꽤나 상영 시기 기준으로 치면 대박친 영화들이었으니까.
내심 성용 형님하고 철이를 통해서 만약 고진규 감독의 겨울나무관이나 피쉬 역시 소설화로 판매하게 된다면 영화 재상영이 가능할지 방법을 모색해 달라고 했었다.
이때 가장 큰 역할을 해준 건 철이였다.
영화 ‘애국가를 부르며’의 투자자 입장으로 보냈더니 사귀게 된 여배우 김은정, 그녀 아버지가 영화계에서 꽤 큰 힘을 지닌 분이라더라.
덕분에 이번에 그녀가 참여한 고진규 감독의 ‘애국가를 부르며’가 잘만 되면 겨울나무관하고 피쉬 두 작품의 재상영을 고려해 주겠다고 했단다.
철이가 그 이야기를 전달했을 때 난 콧방귀가 절로 튀어나왔다.
‘잘만 되면?’
천만관객짜리 영화다.
심지어 일 년에 두세 개씩 나오던 시기도 아닌 이 어려운 시기에.
잘됐단 표현이 오히려 무색하리라.
하지만 아직까지 그 미래를 아는 건 나뿐이니 적절한 선에서만 이야기했다.
일단 출간 날짜는 두 작품의 10주년이란 것부터 밝혔다.
“겨울나무관하고 피쉬 두 작품 모두 10주년에 맞춰서 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럼 그때 10주년 기념 재개봉 투자도……?”
“이왕지사 책 팔 건데, 최대한 할 수 있는 쪽으로 해야죠. 그러려면 당연히 이번 영화가 잘돼야 한다는 거 아시죠?”
“암요, 들었죠. 꼭 성공할 겁니다. 제 촉이 말합니다. 준경 씨까지 합류하면서 일단 대한민국 여심은 다 흔들 수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배우진이 잘생긴 건 잘생긴 거지만, 갑자기 저한테 맞추는 이상한 짓은 절대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영화를 투자한 이유는 우리 대한민국이 지닌 분단의 아픔이 도드라져야만 한다고요.”
자꾸 말죽거리 쌍절곤의 신하 감독처럼 고진규 감독도 이상하게 나한테 맞춰서 시나리오 수정을 할지, 말지 계속해서 고민하길래 괜한 짓으로 천만 관객 영화를 말아먹을까 봐 항시 경고했다.
“아, 아무렴요.”
이 아저씨, 또 자기한테 해준 것들이 신나서 몰래 수정하려고 했구나.
반응을 보니 딱 보였다.
민주주의이기 이전에 자본주의 국가이니 그럴 수밖에 없기야 하다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에혀, 됐습니다. 대신 감독님께서 배우들 설득 좀 잘 해주시죠.”
이제 그만 내가 고진규 감독에게 해준 것들에 대해 받기로 한 조건이나 조율했다.
고진규 감독은 내가 부탁한 걸 떠올리곤 반응을 보였다.
“아! 작가님이 쓰시는 배우물에서 본명이 나오도록 하는 거요?”
“예.”
“걱정 마시죠. ‘애국가를 부르며’에서 촬영하는 동안 나오는 배우들 본명은 무조건 쓸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감독님만 믿고 전 그대로 원고를 쓰겠습니다.”
내가 고진규 감독에게 전화해서 내걸었던 조건.
‘애국가를 부르며’에서 ‘영진’역을 맡아줄 테니, 이번에 내가 쓰는 배우물인 신작 ‘톱스타’에서 써먹을 영화제목과 배우들 이름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건 단순히 고진규 감독이 저술한 ‘애국가를 부르며’를 소설화시켜서 팔 때 동시에 ‘톱스타’도 출간하며, ‘애국가를 부르며’와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어차피 천만 관객이 터질 작품이지만, 투자라는 명목하에 내 돈이 들어갔으니 그걸로 뽑아낼 수 있는 건 최대한 뽑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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