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03
나는 작가다 103화
103화
“왜 그래?”
나랑 같이 옥상으로 올라가던 도빈 형이 물어봤다.
어째서 발걸음을 멈췄는지 알려줬다.
“아, 엑스트라 배우 중에서 얼굴 꽤 잘생긴 친구가 있어서요.”
“뭐? 잘생긴 친구? 너 설마 그쪽?”
“그쪽이라뇨?”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갑자기 도빈 형이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마치 가슴이 들킨 여자마냥 행동한 도빈 형이 사레들릴 소리를 내뱉었다.
“나도 좋아하는 건 아니지?”
뭔 소린가 했네.
날 게이로 만들 생각인가?
웃기지 말란 듯이 반박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 여자 좋아하거든요?”
“농담이야. 그나저나 누군데?”
대관절 내가 관심을 보인 엑스트라가 누구길래 올라가던 걸 멈췄는지 묻는 도빈 형.
그에게 난 검지로 한 엑스트라 배우를 가리켰다.
“저 친구요.”
훤칠한 키에 요 근래 유행하는 일본풍 샤기컷을 한 청년.
마지막에 유해발굴단 중 한 명으로 나왔던 엑스트라 배우였다.
도빈 형 역시 그 친구를 보더니 납득했다.
“잘생기긴 했네. 여자 여럿 울리겠는데?”
여자 여럿 울리기야 하지.
이 형이 작품 좀 자주 찍어서 막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면 모를까.
생각보다 대한민국 탑배우치고 찍는 작품수가 적었다.
덕분에 대한민국 내에서야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을 정도로 탑스타였지만, 생각보다 해외에는 많이 알려지질 못했다.
그나마 가장 잘 알려진 건 역시 헐리우드 스타로 도약하는 고병훈 정도랄까?
어쨌거나 이건 미래의 일이고.
지금 당장은 이미 영화 ‘애국가를 부르며’가 천만관객을 찍기도 전부터 유명한 김도빈이었으니 당장 해줄 이야기는 뻔했다.
“형보다야 하겠습니까?”
아직 내가 지목한 친구는 유명해지기 전이니 아직은 도빈 형이 더 많은 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래서 한 칭찬인데,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달까?
도빈 형 역시 날 칭찬했다.
“그러는 동생보다 할까?”
나나 자기보다 더 할까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그 친구에 관해 말해 버렸다.
“에이, 그래도 한류스타만큼은 안 되죠?”
“응? 한류스타?”
도빈 형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데뷔도 안 한 친구인데 한류스타라고 할 순 없었다.
그랬다.
방금 내가 확인한 그 엑스트라 배우는 미래의 한류스타였다.
애써 방금 이야기한 대상이 내가 말한 엑스트라 배우가 아닌 도빈 형이라며 둘러댔다.
“흐흐, 형님이 한류스타가 되실 거지 않습니까? 나중에 잘되면 저나 좀 챙겨주십시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분께서 고작 좁아터진 한국 땅덩어리에서 배우 하는 놈 등골을 빼먹으려고 하냐?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인마.”
“흐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용히 준비된 음식과 술을 즐기던 그 엑스트라 배우가 우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혹시 잘못 봤다고 생각한 건지 잠시간 우리를 쳐다보기만 한다.
우리 역시 조용히 쳐다봤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뒤늦게 사내가 자신을 보고 있단 걸 깨달았는지 허겁지겁 뛰어왔다.
“배우님들,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잘생겨서 쳐다봤어요.”
“예? 아! 감사합니다, 선배님!”
갑자기 내게 엄청 예우를 갖추는 엑스트라 배우.
당혹스러웠다.
선배라니.
“선배님요?”
당황하는 내게 십 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던 엑스트라 배우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어째서 내게 선배님이라고 한 건지.
“저는 엑스트라인데, 선배님은 조연이시니…….”
“제가 그쪽 엑스트라 시작보다 늦게 시작했을걸요, 연기?”
맞다.
만약에 이거 이전에 엑스트라를 했다던가, 아니면 나보다 먼저 투입됐었더라면 연기를 그가 먼저 했을 거다.
하지만 엑스트라 배우는 쉽사리 내게 선배란 딱지를 떼어내질 못했다.
“그래도 조연이시니…….”
이렇게 질질 끌기보다 확실히 끊기 위해서 도빈 형을 쳐다봤다.
“참 애매하네요, 도빈 형.”
“응?”
“배우들은 어떻게 선후배를 그어요?”
“그야 이것저것 따지면 복잡하니 데뷔작으로 가야지. 그게 제일 깔끔해.”
데뷔작으로 따진다.
난 다시 엑스트라 배우를 쳐다봤다.
“이거 이전에 찍은 작품 있어요?”
“아뇨, 이게 처음입니다.”
“그럼 그쪽 데뷔작도 이거, 내 데뷔작도 이거니 선, 후배가 아니라 동기네요?”
“어, 그게…….”
감히 엑스트라 배우인 자신이 조연 배우와 동기가 되는 게 맞나 싶단 표정이다.
하기야 그럴 법도 하다.
조연급부턴 앞으로 작품 활동이 꽤나 안정적으로 가능한 위치였지만, 엑스트라 배우는 고진규 감독이 언급했던 것처럼 정직원이 아닌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와 같은 위치였다.
그러니 조연 배우인 내가 엑스트라 배우인 자신과 동급이 되려고 하는 게 당혹스러울 법도 했다.
굳이 이렇게 계속 불편해한다면 다른 쪽으로 서열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선, 후배가 싫다면 형, 동생이 되어야지.
난 엑스트라 배우에게 나이를 물었다.
누가 봐도 십 대 후반으로 보이니 나보다 동생인 건 맞았지만, 정확한 나이가 어떤지 모르니 확인해 봤다.
“몇 살이에요?”
“열여덟 살입니다.”
지금 내 나이 스물세 살. 그리고 앞에 있는 엑스트라 배우는 열여덟 살.
내가 한참 형이네.
“그냥 형이라고 불러요.”
“아! 예, 선배, 아니, 형!”
또 선배라고 부르려다가 형이라고 급하게 바꾸는 엑스트라 배우.
그에게 이름을 물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얼굴만 같을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이름이 뭡니까?”
“김준재라고 합니다.”
“김준재라…….”
입으로는 김준재의 본명을 읊었지만, 난 속으로 다른 이름을 떠올렸다.
‘용맹준재.’
용맹준재.
나중에 대한민국 삼 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곳 중 한 곳인 ZM엔터테인먼트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5인조 그룹이 있었다.
‘동양신화’.
용맹준재, 아샤진수, 무적창모, 비밀유지, 우노운하.
이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ZM엔터테이먼트의 보이그룹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수많은 여성들이 자지러지게 한 이들이다. 그리고 현재 내 앞에 있는 게 그 멤버 중 하나인 용맹준재였다.
동양신화가 나중에 불화가 쌓이면서 찢어지고 그러는데, 개중에 가장 깔끔하게 연예계 활동을 제일 잘하는 이였다.
어렴풋이 연예계물을 쓰던 작가 한 명이 영화 ‘애국가를 부르며’를 쓰면서 문득 용맹준재가 엑스트라로 등장했단 사실을 쓴 적이 있단 게 기억났다.
‘그걸로 독자들에게 꽤 큰 흥미를 유발했었지.’
덕분에 나 역시 영화 ‘애국가를 부르며’에서 용맹준재가 있단 걸 알았는데, 굳이 기억은 하지 않았으나 지나가다가 용맹준재를 보고 그 사실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얘는 지금 동양신화 데뷔 때문에 연습생일 텐데, 영화 엑스트라 배우를 하고 있네? ZM엔터테인먼트에서 배우로 키우려고 출연해 보라 한 건가?’
의문이다.
분명 용맹재준은 나중에 배우로 승승장구하긴 하지만, 그 전까진 내가 알기로 동양신화 활동에만 전념한 걸로 알고 있다.
한데 왜 엑스트라 배우를 하고 있나 싶었다.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쳐다만 보자 재준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리 보세요?”
“잘생겨서.”
내가 자신을 잘생겨서 쳐다봤다고 하니 재준이 당혹감에 찬 표정으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혹시 형 그런 취향…….”
아니, 이 사람들은 왜 멀쩡한 사람을 자꾸 게이로 몰고 가는 거야?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아니거든?”
이런 내 반응을 본 옆에 있던 도빈 형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후후, 아까 내가 물어본 건 그대로 물어보네.”
“아, 아니라고요.”
그렇게 나와 도빈 형이 이야기를 나누자 재준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나저나 준경이 형 하고 도빈 선배님을 올라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갑자기 자신을 보느라 옥상에 가던 걸 멈춰서 물어본 것 같았는데, 난 그것보다 아직 내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는데 알고 있는 재준을 보곤 신기했다.
“어? 내가 내 이름을 알려줬었나?”
“중간에 투입된 엄청난 연기력을 지닌 신인 조연배우라고 떠들썩한 형인데, 촬영장에서 형 이름 모르면 간첩이죠.”
“아, 그래?”
“예.”
재준과 나의 이야기를 들은 도빈 형이 씨익 웃었다.
“봐라, 네가 이렇게 유명하다니까? 물론, 다른 걸로도 유명하지만 말이지.”
갑자기 투입된 신인배우로서 유명도 하지만, 다른 걸로도 유명하다는 말을 던진 건 도빈 형이 내가 작가 이준경인 걸 알아서였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내가 숨겨 달라고 했으니까.
근데 그리 부탁한 건데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니 나도 모르게 예민해졌다.
“형!”
“이크, 농담도 못하겠네. 앞으로 안 하마.”
그리 신신당부했던 건데 농담으로 써먹어 가지고 내가 화를 내니 앞으로 안 하겠다는 도빈 형.
하지만 이미 재준이는 그에 관해 관심을 가졌다.
“음? 다른 걸로 뭐 유명한 게 있으세요?”
난 도빈 형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알아서 정리해요.’
내 시선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도빈 형이 피식 웃으며 둘러댔다.
“아냐, 아냐. 그냥 해본 소리야. 근데 준경아.”
“예?”
“이제 올라가야지. 선배님들 다 기다리고 계시겠다.”
생각해 보니 선배님들이 기다리네.
미래의 한류스타를 보고 반가워서 친해지려고 했지만, 일단 내가 앞으로 배우를 더 안 하더라도 영화계에 통하려면 그들에게 밉보여선 곤란했다.
뒤늦게 선배님들이 기다린다는 걸 깨달은 난 아차 싶었다.
“아! 그래야죠!”
“그럼 저도 자리를…….”
우리가 옥상으로 간다니까 다시 아까 자리로 돌아가려는 재준이.
난 녀석을 불렀다.
“재준아.”
“예?”
“같이 갈래?”
“예?”
재준이는 짐짓 당황했다.
그럴 만도 하다.
고작 엑스트라 배우인 자신에게 감독, 스탭, 주연, 조연, 까메오로 출연해 준 유명 연예인들이 있는 자리를 데려가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얼마나 놀랐으면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
그런 재준이에게 한 번 더 물었다.
“도빈 형이랑 나랑 같이 올라가는 옥상으로 갈 거냐고.”
“제, 제가요?”
“싫어?”
“시, 싫진 않은데…….”
“그럼 따라와.”
내가 같이 옥상으로 가자고 하니 재준이는 아주 예의를 갖추며 인사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한류스타가 이렇게 고마워하면 내가 더 감사하지.
그렇게 난 재준이를 포함해서 도빈 형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재준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보니까 연습생이 맞단다.
하지만 제대로 데뷔가 잡히지도 않고, 아직은 ZM엔터테인먼트도 연습생을 마구 받아서 키워줄 정도까진 크지 않아서 데뷔를 못하고 떠나 보낼 경우가 많다고 했다.
몇몇 집안이 좋은 친구들과 다르게 재준이의 경우 썩 좋은 형편도 아니었기에 아르바이트를 엄청 뛴댔다.
개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이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란다.
연예인이 꿈이기에 가수 말고도 배우가 하고 싶다는 재준이.
하지만 침울한 표정으로 말하길.
“만약 내년에도 데뷔 못하면 어디 공장이나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생계가 위태해서…….”
그런 재준이를 본 난 머릿속에서 소재가 번뜩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연습생, 그간의 경험과 성장을 위한 배움 그리고 데뷔. 마지막으로 한류스타로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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