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09
나는 작가다 109화
109화
뭐, 솔직히 이미 이뤄진 것 같긴 했다.
다들 컨택이 아닌 투고를 하겠단 생각할 정도의 회사가 됐으니까.
어쨌거나 언급한 출판사와 차이점이 있다면 그곳처럼 잠깐이 아닌 평생을 그런 회사로 만들고 싶단 것이다. 그리고 난 그런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작가들과 계약한 작가들로부터 언제나 우상처럼 되어야겠지.
최종적인 목표는 ‘이준경 작가처럼 되기’란 희망을 심어주며.
계약한 작가들에겐 난 내 매출을 과감 없이 알려줄 거다. 그리고 계약한 작가들에게 허락을 구해서 새로 계약한 작가들에게도 그들의 수익까지도 알려줄 거다.
K E&M, 우리 회사와 계약하면 어느 작가보다도 풍족하고 잘 나갈 수 있단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선 필요했다.
연재 사이트의 독점이.
아직 먼 일이긴 하나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 이제 그 독점한 연재 사이트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거다.
각 연재 사이트이면서 동시에 플랫폼인 곳들의 매출을 합친 수백억에서 천억이 넘는 수익을 올려줄.
시장 자체 파이를 따지자면 몇천억에 이르렀으니 그마저도 독점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전자책 플랫폼의 독점은 하면 안 되지, 암.’
전자책 플랫폼의 독점은 오히려 독이다.
나중에 돈이 된다고 느껴서 대기업들이 나서서 돈 펑펑 쓰면서 연재 플랫폼을 만들어낸다.
그냥 돈 된다고 뛰어드는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이들과는 공생을 하는 게 맞았다.
돈 많은 기업이 돈 써서 시장 규모 키워준다는데, 굳이 그걸 맞는다는 건 바보짓이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키워준 파이를 집어삼켜야지.
내 회사를 위한 공생이란 그런 거다.
굳이 공생할 필요가 없는 연재 사이트와 다르게.
연재 사이트의 경우에는 내가 먹을 수 있다면 다 먹는 게 맞았다.
그리고 작가들도.
사실 처음에는 정말 독자들에게 보여줄 만한 글을 쓸 작가들만 모집해 볼까도 싶었다.
좋은 출판사 이미지를 위해서.
근데 성용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이게 참 어려운 일이란 걸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해서 작가들이 죽어나가면 시장도 죽어나갈 거라고.
성용 형님은 공생을 중요시 여겼기에.
솔직히 아예 부정할 순 없었다.
너무 높은 커트라인을 가진 채 작가들만 받는다면 많은 수의 이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게다가 성실하게 쓰는 작가들만 있으면 모르겠지만, 대다수 잘 나가는 작가들은 은근히 만필이라서 작품 공급도 늦어질지 몰랐다.
이래서 많은 수의 작가들이 죽는다면 방금 이야기한 미래의 전자책 시장의 매출 역시 깎일 수도 있었다.
나도 이건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계속된 성용 형님의 ‘공생 지론’에 대해 듣다 보니 깨달았다.
연재 사이트를 시작하기로 한 것과 더불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연재 사이트에서 컨택하는 브랜드를 하나 늘릴까요?”
“브랜드를 하나 늘리자니?”
갑작스러운 내 제안에 당황하는 성용 형님.
안 그래도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뜬금없이 브랜드를 늘리자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에이, 그래서 사람 많이 뽑으라고 말씀드렸는데.
어쨌거나 난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들잔 제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무실 내부 방 하나에 세 내주는 것처럼 해서 N북스로 하나 차리죠.”
“N북스? 그거 KN타워 때문에 K북스 이후 N북스라고 이름 지은 거냐?”
“캬, 눈치 빠르셔.”
성용 형님의 재빠른 눈치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럼 뭐, 푸른숲 출판사가 풀 출판사를 차린 것처럼 차리잔 거야?”
“맞아요. 근데 푸른숲 출판사처럼 독립으로 주지 않고, 그냥 브랜드만 하나 만들고 회사 자체는 K E&M의 안에 있는 자체 브랜드로 갈 겁니다.”
“뭐가 다른 건데?”
푸른숲 출판사는 풀 출판사를 만든 이유가 단순히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때문에 자체 브랜드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출판사로 만들었다.
성용 형님은 그것과 자체 브랜드를 늘리는 게 뭐가 다른지 물었다.
거기에 대한 답변은 솔직히 이랬다.
‘일단 푸른숲 출판사가 풀 출판사를 뺏긴 것처럼 안 뺏길 수 있죠.’
사실 이게 답이긴 한데, 이건 말하기 좀 그랬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건 N북스를 만들고 맡길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소리였으니까.
반대로 좋은 소리로도 이야기할 수 있기도 했고 말이다.
“일단 푸른숲 출판사처럼 풀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부당한 경우를 주지 않을 수 있죠. 고용 계약서는 동일하게 적용될 회사 내부 브랜드니까요. 그냥 새로운 사업부 개념이랄까?”
“그걸로 뭘 어쩌게?”
얼추 어찌 만들지 듣자 새로운 브랜드의 목적이 뭔지 묻는 성용 형님.
난 검지를 치켜세웠다.
“조건을 달리 할 겁니다.”
“응? 방금 자체 브랜드니까 똑같다며?”
확실히 방금 전 난 같은 회사니까 같은 조건으로 둘 거라고 했다.
‘고용 계약서’를.
작가에게 동일한 조건을 준다고 한 적은 없었다.
“그건 직원들 이야기고요.”
“그럼 방금 그 이야긴……?”
“맞아요, 눈치채신 것처럼 작가들 이야기입니다.”
“작가들에게 그런 부당한 처사가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텐데? 안 그래도 넌 회사 이미지를 제일 중요시했잖아?”
같은 회사인데 조건이 다르면 작가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긴 할 거다.
그 때문에 다들 계약서 내용 발설 금지 조항을 넣었지.
하지만 정당하게 처리하면 됐다.
이미 그에 대한 계획도 머릿속에서 다 꾸렸다.
“에이, 지금 K북스랑 계약한 작가들 조건이 솔직히 너무 좋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것보다 조금 낮춰도 다른 출판사 못지않은 조건으로 만드실 수 있죠?”
성용 형님에게 조건과 관련된 건 크게 관여하지 않기로 했으니 어떻게 할 진 맡겼다.
K북스와 계약한 작가들보단 낮지만, 다른 출판사보단 좋게 해줄 N북스의 계약 조건을.
“그리 이야기한다면 못할 건 없다만, 그럼 네가 말한 조건을 채운 작가들에겐 K북스로 컨택하고 그 수준 이하는 N북스로 컨택하란 거야?”
“맞아요.”
“그럼 N북스에서 컨택하는 기준은? 우리가 시작할 연재 사이트에서 그냥 투베 10위 안에 들면 되나?”
계약 조건은 자신이 맞출 수 있지만, 컨택 기준은 내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투베 10위 안에 드는 작품이라, 나쁘지 않긴 하다.
일단 성적으로는 어느 정도 독자가 본다고 증명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
근데 어느 정도 볼 뿐이다.
많은 독자가 끝까지 본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서 무료 연재 때 엄청난 조회수로 베스트 1위에 오른 작품들 중 유료로 가서 완전히 망한 것들이 꽤 됐다.
무료로 봐줄 가치는 있지만, 유료로 따라갈 가치는 없단 거다.
즉, 무료 연재의 베스트로는 유료로 팔기에 부족했다.
난 컨택의 기준을 거기로 잡으면 안 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투베가 아닙니다.”
“엥? 투베가 아니면?”
그럼 무슨 기준으로 컨택하냐는 성용 형님에게 난 이미 검지를 치켜세우고 있었기에 다음 손가락인 중지까지 꺼내 들었다.
중지를 치켜세우며 컨택 기준으로 뭘 잡을지 밝혔다.
“연독률을 보세요.”
“연독률을?”
“예, 연독률이 좋은 작가는 초반에 유입이 가능한 요소만 가르치면 돼요. 일단 연독률이 좋단 건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끝까지 믿고 따라갈 능력은 있단 거거든요. 단지 초반부를 흥미롭게 하는 재능이 없어서 유입이 적은 거니까, 그것만 가르치면 연독률 좋은 작가들이 K북스와 계약한 이들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흠, 그럴 듯하네.”
납득했단 표정의 성용 형님.
그럴 듯하다니.
이만한 기준이 어디 있다고.
난 성용 형님에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듯한 게 아니라 맞는 소리겠죠.”
“그래, 잘났다. 맞는 소리네.”
내 이야기를 그럴 듯한 정도가 아니라 맞다고 주입한 난 실실 웃으며 컨택 조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건 성용 형님이 정해야 할 계약 조건이 아니었다.
추가로 컨택할 때 쓰일 조건이기에 이야기한 거다.
“흐흐, 여튼 그렇게 컨택한 뒤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세요.”
“두 가지 조건?”
“첫째, 지금 쓰는 글을 팔고 싶으면 차기작 계약 후 판매량에 따라 회사에게 따른다. 둘째, 잘되고 싶다면 지금 작품을 회사와 상의 후 리메이크한 뒤 재연재를 한다.”
이 조건을 들은 성용 형님은 그제야 내가 왜 N북스란 브랜드를 만들자고 한지 납득했다.
“뭔가 계급 상승 같은 느낌으로 거쳐 가는 곳 느낌이구나, N북스는.”
“맞아요.”
정확하게 파악했다.
N북스에서 컨택된 싹이 보이는 작가들은 우리를 통해서 K북스로 갈 수 있다.
본인이 성장하길 원한다면.
혹여나 도움이 필요 없이 자기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의 손해는 감수하고 기회를 준다.
원래 대박이란 건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거니까.
만약 자기가 혼자 대박을 해낸다면 K북스의 조건으로 올려준다.
하지만 안 된다면 작가는 깨달아야 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단 걸.
그걸 깨닫고 배울 열정이 있는 작가라면?
당연히 끌고 갈 거다.
이 정도 노력이 없는 작가들은 필요 없다.
아무리 시장 매출 파이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괜히 악성이 될 수 있는 작가들을 받아서 시장 수명이 깎이도록 하는 것보단 나았다.
성실해서 매일 5천 자, 만 자 이상 뽑아낼 수 있는 작가라면 더할 나위 없긴 할 거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기보단 시장의 수명이 빠르게 줄어들지 않는 쪽을 택했다.
꾸준히 돈을 벌어줄 작가보단 독자에게 사랑 받는 작가들로.
성용 형님 역시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알겠다며 업무 사항으로 체크했다.
“흠, 좋네. 그렇게 진행하마.”
“예, 뭐 더 이상 하실 이야기는 없으시죠? 소주나 마저 마시죠.”
이야기하느라 채워두기만 하고 마시지 않던 소주잔을 검지와 중지를 치켜세웠던 손으로 잡으려고 했다.
그때 성용 형님이 뭔가 생각난 사람처럼 굴었다.
“아!”
“음?”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줄 알았더니 아직 더 이야기할 게 남았나?
성용 형님이 방금 떠올린 게 무엇인지 밝혔다.
“작가 커뮤니티는 어쩔 거야? 무림북이나 북조아처럼 하나 만들 거라며?”
아, 그게 있었구나.
연재 사이트를 만듦과 동시에 진행하려고 했던 또 다른 사안인 작가 커뮤니티.
현재 몇몇 연재 사이트가 망하면서 소규모였던 북조아와 무림북의 커뮤니티가 더욱 커졌다.
몇몇 커뮤니티는 그 외 다른 연재 사이트의 커뮤니티 작가들을 빼돌리기까지 하면서 키워 나갔다.
처음에는 작가들끼리 소통하잔 좋은 취지로 모였던 커뮤니티들인데, 언제부턴가 이게 장르판의 파벌이 되면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싸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생 따윈 없다니까.’
그러다가 대여점이 점점 망해가면서 기본적으로 팔리던 판매부수가 줄어들고, 더 이상 돈이 안 되는 장르판으로 바뀌자 다들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들 떠나고 나니 몇몇 커뮤니티들은 점점 사라져 갔고, 그나마 남은 작가들은 서로 싸우기보다 어떻게든 소설로 돈 벌기 위해 일하느라 바빠졌다.
이로 인해 결국 파벌마냥 편 가르고 싸우던 애들 놀음 같던 일들이 사라지나 싶었다.
한데 전자책 시장이 열리고 다시 장르판에서 먹고살 만해지니 다시 또 그런 파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떠났던 작가들도 돌아오는 데다가 서로 헐뜯고 힐난하는 경우도 돌아왔다.
공생은 개나 주란 듯이.
그나마 좁은 시장인데 예전과 다르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SNS까지 생겨나니 다들 말을 조심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런 걸 조심하지 않고 떠벌리고 다니는 이들이 꽤 많았다.
때문에 난 연재 사이트 독점에 이어서 또 다른 독점을 원했다.
‘작가 커뮤니티’의 독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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