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11
나는 작가다 111화
111화
빡글.
‘빡세게 글쓰자’는 작가들의 은어였다.
굳건히 집필하라는 ‘건필’과 같은.
그렇게 난 오늘부터 시작해서 내일까지 배우물 톱스타에 집중했다.
이틀 바짝 집중해서 간간히 써서 모았던 톱스타의 분량이 8권에 가까워졌다.
배우로 활동하기 전을 생각하면 정말 천천히 모았다.
“설마 주연 자리인데 내가 될라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만약 불꽃새를 들어갈 경우를 생각해서 최대한 써둬야겠다.”
불꽃새.
선아 누님이 날 추천하겠다고 했으며, 만약 그 추천이 제대로 성사된다면 하겠다고 했으니 해봐야지.
어쨌거나 그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최대한 톱스타랑 작가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킬 생각이었다.
“얼마나 유입됐으려나?”
각종 작품에 수십만 명, 사이월드 홈피에 오는 사람도 판타지스타 이후로 국민적인 작가가 되면서 수십만 명이 찾아왔다.
그들에게 내 신작은 오직 연재사이트 ‘KN월드’에서만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 몇만 명은 유입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날 떠들고 생각해 봐야 뭐하겠는가?
난 바로 연재사이트 ‘KN월드’을 연 뒤 관리자 아이디로 로그인했다.
“컥!”
그나마 하루 3만 명만 유입되어도 좋을 거라 생각한 나는 유입된 숫자를 보곤 깜짝 놀랐다.
3만? 그게 뭔가?
“30만이나 유입되다니.”
실질적으로 30만 명은 아니었다.
이틀간 사이트에 접속한 아이피의 수가 30만일 뿐.
“어디 보자. 첫째 날하고 둘째 날을 따로 볼 수 있게 했을 텐데……. 여기 있네.”
관리자 메뉴에 들어가면 연재 사이트 ‘KN월드’의 접속자 수, 가입자 수가 총 몇인지 보였다. 그리고 상세보기 버튼을 누르면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날짜별로.
이틀 동안 유입된 접속자 수를 확인해 봤다.
첫째 날 6만 그리고 둘째 날 24만. 그리고 첫째 날 가입자가 2만 명, 둘째 날 가입자가 4만 명에 이르렀다.
“총 가입자 수가 6만 명이라…….”
충분히 많은 숫자다.
신규 연재 사이트가 이틀 사이에 6만 명 유입?
숱하게 연재 사이트로 돈방석 좀 앉아보려다가 망했던 이들이 알면 기절초풍하다 못해 심장마비로 사망할 정도로 엄청난 수치였다.
보통 연재사이트들의 조회수나 유입을 보면 가입해서 로그인 후 접속하는 사람이 1이라고 치면 로그인을 안 한 채 찍히는 수치가 2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계산은 어디까지나 작품의 조회수를 보고 판단하는 방법.
그저 스치듯 지나가며 중복되는 접속자 수나 이런 데 적용하긴 그랬다.
“그럼 방법은 하나지.”
연재 사이트에서 접속자 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무료나 유료로 직접 독자들이 봐서 체크되는 조회수였다.
이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연재를 하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일단 회사랑 계약한 작가들한테 이야기해두라고 했으니 슬슬 연재 사이트도, 커뮤니티도 가입할 거고 지금 이렇게 접속한 사람들을 보면 읽을 거리를 줘야지.”
난 곧장 요근래 집필 중이던 배우물 ‘톱스타’의 원고를 열었다. 그리고 10편을 폭탄으로 투하했다.
기본적으로 조아북보단 북피아의 투데이 베스트 시스템이 가장 정상적인 연재를 위한 것처럼 느꼈기에 거기서 따왔다.
24시간 조회수로 등수를 매기는 시스템을.
사실 그걸 감안하면 10연참 같은 짓이 참 바보 같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기준은 컨텍을 받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유료 연재로 성공을 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다.
내가 하려는 행위의 목적은 컨텍이나 유료 구매수를 위한 독자몰이가 아니었다.
아니, 독자몰이는 맞구나.
우리 연재 사이트인 ‘KN월드’에서 볼거리가 있으니 가야 한다는 독자들의 목표를 세우기 위한 연재였다.
“이왕이면 볼거리를 풍부할수록 좋지.”
볼거리가 많아야 독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근데 아직 작품이 없는 연재 사이트.
거기서 그나마 볼거리를 가장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게 나였으니 그들에게 신작인 배우물 ‘톱스타’를 열 편이나 공개해준 거다.
이곳에 오면 아직 다른 작품은 없어도 국민적으로 스타가 된 작가인 내 신작이 있으니 봐야 한다는 목표를 새겨주기 위해서.
배우물 ‘톱스타’의 원고를 열 편이나 푼 뒤 난 아쉬워했다.
“아, 오늘 올릴 줄 알았으면 날짜고 고지할 걸 그랬네.”
내가 계약한 회사인 ‘K E&M’에서 새로이 연재 사이트를 연는데, 거기서 신작을 연재하게 될 거라고 언급만 했다.
아마 오늘 연재했단 걸 아는 사람은 적으리라.
“뭐, 별 거 있나? 또 공지하면 되지.”
그래, 사이월드 개인 홈피나 연재 사이트에 남겨놓은 작품 게시판에 홍보를 하면 그만이다.
난 홍보를 위해서 사이월드 개인 홈피에 들어갔다.
근데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엥? 쪽지가 어떻게 온 거지?”
사이월드 내 개인 홈피에 쪽지가 와 있었다.
누군가 보냈으니 왔으리라.
근데 이게 불가능했다.
개인 홈피에 있는 게시판 내 댓글이나 방명록 관리만으로도 빠듯하다고 해서 난 쪽지를 전부 수신거부했었다.
근데 쪽지가 오다니?
이 경우 하나밖에 없었다.
사이월드 자체에서 보낸 쪽지라는 것.
쪽지함을 들어가서 확인해 봤다.
그곳에는 이런 내용의 쪽지가 와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사이월드 관리자 ‘권범철’ 부장이라고 합니다.
사이월드에서 매일 끊이지 않고 핫 홈피로 선정되시는 이준경 작가님에게 제안 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여나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아래 제 번호로 연락 한 번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번호는 ‘011-xxx-xxxx’입니다.
“뭐야, 이게?”
사이월드 관리자가 왜 내게 회사 번호도 아니고 자기 개인 번호를 보내면서 이야기하자는 건가 싶었다.
예상이 안 가는 건 아니다.
굳이 하나 꼽자면 매일 수십만 명이 오고 가는 내 개인 홈피를 감안할 경우 광고가 목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이미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짜잘한 금액이나 요구하며 광고를 해달라고 하진 않으리라.
은근히 궁금증이 도졌다.
“과연 이 아저씨는 뭘 원해서 나랑 연락하고 싶어하는 거지? 일단 공지부터 올린 다음 한 번 문자나 보내보자.”
사이월드 개인 홈피부터 해서 각 연재 사이트에 있는 작품 게시판 공지로 신작 배우물 ‘톱스타’의 연재가 연재 사이트 ‘KN월드’에서 시작됐음을 알렸다.
알리고 한 번 새로고침을 눌러봤다.
“이야! 이준경, 너 많이 컸다?”
내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견하게 여겼다.
공지를 한 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십, 수백 명이 각 공지에 댓글을 달았다.
꼭 보러 가겠다며.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몇몇 독자들은 그냥 자기들이 보는 연재 사이트에서도 연재해 주면 안 되냐고 했다.
‘이건 미안하긴 하지만…….’
나도 작가이기 이전에, 편집자이기 이전에 독자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래서 잘 알았다.
그냥 자기가 읽기 편한 연재 사이트에서 읽고 싶어 하는 마음을.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나 회사가 잘되기 위해선 옮겨야만 했다.
만약 독자들이 편하게 보던 연재 사이트를 포기하지 못한 채 넘어오지 않는다면?
“그건 다 내가 부족해서겠지.”
정말 보고 싶다면 모두 넘어올 것이다.
이미 이틀 동안 연재 사이트에 접속한 수치만 보면 거의 다 넘어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긴 했다만.
“확실한 건 역시 조회수지.”
방금 올린 톱스타 열 편.
그게 알려줄 것이다.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내 신작을 보고 싶어 넘어올지.
다소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긴 했다.
이 시기에는 절대 건드려서 안 될 현대물이었다.
그것도 전문가물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물.
이미 현대물의 장르 중 하나인 스포츠물인 축구소설 ‘판타지스타’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면서 엄살을 부린다고 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얻어걸렸단 말이 잘 어울렸다.
정말 우연의 우연이 거듭되어 완성된 성적이었으니까.
뭐, 우연도 계속 겹치면 그게 곧 필연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 시기에 과연 배우물로 얼마나 큰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참 궁금하긴 했다.
그건 내일 보면 알겠지.
과감하게 연재 사이트를 껐다.
왜 과감하게 껐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계속 보게 되니까.’
사람을 호기심의 동물이라고 표현할 때가 있다.
그만큼 호기심은 사람에게 있어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작가에게 있어선 가장 큰 호기심은 바로 결과물이었다.
열심히 써서 올린 작품의 조회수, 매출과도 같은 결과물.
작가라면 누구나 겪었을 것이다.
자신이 올린 작품의 조회수가 얼마나 오르나, 유료 작품으로 전환한 뒤 과연 얼마나 벌릴까.
결국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새로이 오픈한 연재 사이트에서 시작한 신작의 성적.
이게 궁금해서 계속 새로고침만 누르며 성적을 확인할지도 몰랐다.
이렇게 과감히 꺼두고도 언제 궁금해서 다시 접속할지.
그리 생각하니 한 사람이 고마워졌다.
“권범철인가? 정확히 누구인진 몰라도 때마침 연락해 줘서 고맙네.”
내게 이야기할 게 있어서 연락해 달라던 권범철 부장.
그와 통화를 하고 나쁘지 않은 이야기라면 그걸로 어느 정도 시간을 때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장 좋은 건 무시하고 신작 분량을 늘리기 위해 집중하는 거겠지만, 사실상 그렇게 컴퓨터로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성적이 어떤지 확인할지도 몰랐다.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긴 했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랜선이라도 뽑고 써야지.”
정말 작가들 사이에서 마감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인터넷을 아예 끊어버린 뒤 외부와 단절된 채 자기 쓸 원고에만 집중하는.
솔직히 여태까지 연재한 걸 감안하면 하루에 성적 확인을 서너 번 하는 게 전부였던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나와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연재 사이트인 ‘KN월드’의 미래가 걸렸다 보니 좀 극단적으로 치닫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이 극단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난 권범철이란 사람이 보낸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대관절 무슨 일로 나와 연락하길 바라는 건지.
-안녕하십니까? 연락 부탁드렸던 작가 이준경이라고 합니다.
이미 내가 작가란 걸 알고 보낸 권범철 부장이었기에 이리 간단히 문자를 한 통 보냈다.
한데 이 아저씨가 날 엄청 필요로 했는지 문자를 보내기 무섭게 답장이 날아왔다.
-아! 작가님, 사이월드 관리자를 맡고 있는 권범철 부장이라고 합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시겠습니까?
-가능합니다.
-그럼 이 번호로 연락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문자로 통화를 허락하기 무섭게 권범철 부장이 전화했다.
또로롱.
“예.”
“아, 작가님! 이렇게 연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그나저나 무슨 용무로 이렇게 쪽지를 주셨던 거죠?”
“혹시 제가 작가님 편하신 곳으로 갈 테니 직접 봬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도대체 뭔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나 싶었다.
어쨌거나 잠시 컴퓨터에서 떨어질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직접 찾아온다고 했으니 근처 커피숍에서 이야기나 나눠보지.
“좋습니다. 커피숍 한 군데 주소 찍어드릴 테니 거기서 뵙죠.”
“알겠습니다! 제가 도착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난 권범철 부장을 만났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본론부터 꺼내라고 하니 그가 내게 말했다.
“작가님, 혹시 네버라고 아십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