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12
나는 작가다 112화
112화
‘네버를 아냐고?’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
전자책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연재 사이트인 북피아를 제외하고 있는 플랫폼 중에서 판타지와 무협 장르가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양대산맥 중 하나가 네버였다, 코코아페이지와 더불어.
거길 내가 모를 리가 만무하다.
한데 갑자기 그 포털사이트 ‘네버’가 사이월드 관리자인 권범철 부장의 입에서 왜 나왔나 싶었다.
“네버, 알죠. 근데 거긴 왜요? 사이월드 이야기를 하시려고 오신 게 아니었나요?”
“어찌 보면 사이월드 관련 이야기이기도 하죠.”
네버를 언급해 놓곤 이제 와선 또 사이월드 관련 이야기이기도 하다니.
대관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쳐다보자 권범철 부장이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사실 제가 네버 쪽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거든요.”
“오, 축하드립니다. 안 그래도 요새 포털사이트 중에서 갑자기 1위로 올라간 곳이잖아요?”
“그렇죠.”
“근데 어차피 거기 가실 분이 제게 사이월드 관리자로서 찾아오신 연유가……?”
스카웃 제의를 받았으면 곱게 네버로 가면 되지, 왜 굳이 사이월드 관리자로서 날 찾아왔나 싶었다.
그 물음에 권범철 부장이 난처한 듯이 이야기를 꺼냈다.
“거기서 제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무슨 조건요?”
“최근에 네버에서 시작한 ‘블로그’란 시스템을 아시나요?”
스카웃 조건이 뭔지 물어봤더니 갑자기 웬 블로그 타령인지.
그나저나 나한테 블로그를 아냐니?
모를 리가.
내가 회귀한 시점으로 아직 네버 블로그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사이월드 개인 홈피를 썼다.
하지만 나중에 가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규모가 커지며 비슷한 콘텐츠 중 대한민국 최고로 군림하는 게 네버 블로그였다.
그거랑 자기 스카웃 조건이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뭐, 상관은 있긴 한가?
내가 네버 블로그를 대체해서 사이월드 개인 홈피를 쓴 거니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하겠지.
근데 왜 굳이 자기 스카웃 조건과 블로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의아해하는 내게 권범철 부장이 이야기했다.
“제가 지금 사이월드에 있지만, 계속 승진을 시켜주지 않는데 네버에서 블로그 콘텐츠 관리자로 연봉의 두 배를 요구했습니다.”
역시 블로그 콘텐츠 관리자로 스카웃한 건가?
근데 참 세게도 불렀다.
연봉의 두 배라니.
“꽤 세네요.”
“세죠. 근데 거기에 조건이 하나 붙었습니다.”
연봉 두 배면 엄청 센 게 맞으니 고개를 끄덕거리던 범철 부장이 갑자기 검지를 치켜세우며 한 말이다.
옮기기 위해선 조건이 하나 필요하다.
“무슨 조건요?”
“사이월드 접속자수의 과반수를 쥐고 계신 이준경 작가님을 모셔오란 것이었습니다.”
아아, 그런 건가?
권범철 부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가 왜 네버로부터 스카웃 제의까지 받았으면서 사이월드 관리자란 이름으로 날 만나자고 한지 알게 됐다.
자신이 연봉 두 배의 회사로 옮기기 위해선 내가 필요해서였다.
어차피 네버 블로그가 활성화되면 옮길 생각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회귀한 뒤 내가 너무 승승장구하면서 사이월드 개인 홈피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가도록 만들면서 이쪽이 망조가 보이지 않아 쭉 써야 하나 고민하긴 했다만.
그런데 이런 식으로 네버 블로그 쪽과 연결고리가 생긴다면 옮겨야지.
하지만 나로 인해 권범철 부장이 이득을 보게 되는 거니, 당연히 내 쪽에서도 받아내야 할 건 받아내야지.
기브 앤 테이크.
심지어 내가 그가 이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난 연봉을 두 배로 늘려준 은인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내게 최대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움직여줄 터.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꺼냈다.
“그래서 제가 옮기면 뭘 해주실 수 있는 겁니까?”
“광고비를 드리겠습니다.”
“광고비요?”
“예.”
정말 뻔한 대가였다.
네버의 블로그란 콘텐츠를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날 영입하려고 했고, 그걸 유지 및 운영해 주는 비용으로 광고비를 주겠다.
거기에 대해서 난 막 질렀다.
“얼마나요? 매달 1억씩 주실 수 있나요?”
“예? 그, 그건…….”
짐짓 당황하는 권범철 부장.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매달 1억씩 달라니.
1년이면 12억이다.
블로그 광고비로 내줘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일 것이다.
뭐, 너무 욕심이 크다고 이 자리가 파토 나도 난 크게 상관없었다.
굳이 돈에 대한 미련은 이제 없었으니까.
만약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수락해서라도 블로그란 콘텐츠를 살리고자 한다면 나야 공돈이 생기니 좋았고, 안 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손해 볼 건 없으니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물론, 수락해 주면 좋긴 하겠지.
굳이 나한테 매년 12억씩 쓰지 않아도 알아서 성공할 콘텐츠였다.
네버의 블로그란 콘텐츠는.
하지만 나처럼 과거로 회귀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걸 알 리가 없지.
다들 미래를 잘 알았으면 너도, 나도 가상화폐에 전 재산을 꼴아 박았으리라.
아, 막상 또 다 알고 있어서 지르면 폭락하려나?
가상화폐는 나중에 이야기가 나오면 좀 질러두기만 하고, 일단 지금은 권범철 부장에게 집중해야지.
난 당황해서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는 권범철 부장에게 물었다.
“왜요? 제 사이월드 개인 홈피에 들어오는 사람들 다 옮겨가면 꽤 유입 폭이 팍 늘 텐데요? 게다가 제가 한다는 걸 알고 나면 사람들도 네버 블로그를 이용할 거고요.”
참 그럴싸하게 둘러댔다.
비용이 좀 커도 댁들이 날 데려가면 일단 기본적으로 수십만 명의 유입자를 늘릴 수 있다며.
나중에 성공해서 수천만 명이 쓰는 네버 블로그.
난 그걸 아니 정말 되도 않는 똥배짱이란 걸 알았지만, 당장 새로운 콘텐츠를 성공가도에 올리려는 입장에선 혹할 수밖에 없는 소리였다.
어쨌거나 자신의 이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무조건적으로 날 데려가야 했는지 권범철 부장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네, 네버 측과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반년에서 일 년 정도라면…….”
반년에서 일 년 정도의 기간을 둔 계약이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권범철 부장.
그에게 난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기간을 정했다.
“아뇨, 제가 원하는 건 평생 계약입니다만?”
“펴, 평생요?”
두둥, 소리라도 들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권범철 부장의 동공이 흔들렸다. 심지어 손도 덜덜 떨어서 휴대폰을 아슬아슬하게 쥐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놀랐으면 휴대폰을 손에서 놓칠 것만 같은 권범철 부장에게 난 이 정도는 해줘야 수지타산이 맞다며 한 번 더 똥배짱을 부렸다.
“그 정돈 받아야 제가 옮기는 수고를 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죠. 제 사이월드 개인 홈피에 있는 것들 다 지우고 네버 블로그로 옮겨 달라고 하는 걸 텐데, 그런 수고를 감수할 시간에 작품에 집중하면 기본 수십억을 법니다. 아시죠? 최근에 제가 기부했던 금액. 게다가 네버 입장에서도 수십만 명이 넘는 이용자수가 불어나면 그 정도 수익은 손해 보는 게 아닐걸요?”
솔직히 이런 똥배짱을 부린 가장 큰 이유를 하나 꼽자면 내 네임밸류도 있었다.
설마 단순히 네버에서 사이월드 개인 홈피 조회수만 보고 권범철을 움직이진 않았으리라.
퇴사 후 이직이다.
조용히 가도 모자랄 판국에.
연봉 두 배를 협상하며 날 어떻게든 데려오라고 시켰다.
이건 사회적으로 내가 미치는 영향력을 알기에 그랬으리라.
어차피 내게 돈을 쓴다면 그건 권범철 본인의 돈이 아니라 네버란 회사 자금이다.
허락만 받으면 자신은 연봉 두 배란 엄청난 이득을 취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관리해야 할 콘텐츠인 블로그를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인물로 날 데려갈 수 있었다.
만약 이게 안 된다면 권범철은 두 배의 연봉을 포기한 채 사이월드에 그대로 남으면 그만.
뭐, 사이월드 내부적으로 무슨 일이 있으니 이직할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으나 그걸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어쨌거나 권범철은 이러나저러나 네버 측으로부터 피드백이 있어야 일의 진행이 가능하단 걸 밝혔다.
“으음, 아직 이직하고 그쪽 분들하고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 입장이기에…….”
“그럼 이야기해 보고 연락주시죠.”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전화 좀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저야 뭐.”
어깨를 으쓱거리며 편한 대로 하라고 했다. 그러자 권범철 부장이 잠시 통화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권범철 부장.
얼마 있지 않아 자리로 돌아오더니 내게 말하길.
“대표님들께서 한 번 뵙고 싶다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대표님들요?”
“아, 네버가 공동대표로 운영되고 있거든요.”
공동대표.
맞다.
지금 시기에 네버는 공동대표 체제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아냐고?
나중에 생길 전자책 플랫폼인 네버 때문일까?
아니다.
내가 지금 시기의 네버가 공동대표로 운영된다는 건 전자책 플랫폼 때문이긴 했으나 그쪽이 아니라 ‘코코아페이지’ 때문이었다.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신규 플랫폼이었던 코코아페이지.
이 기반을 마련해 주고 키우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게 코코아톡이었다. 그리고 ‘코코아톡’은 동시에 네버에게 밀려 죽어가던 포털사이트 ‘넥스트’까지 인수하며 신흥 대기업으로 우뚝 선 기업이 된 곳.
이 모든 기반을 마련한 게 바로 지금의 네버에 있는 공동대표 중 한 명이었다.
아마 이름이 ‘강봉수’였나?
난 알고 있단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아, 그렇죠. 강봉수 대표님이랑 다른 한 분이랑 하고 계시죠?”
“어? 강 대표님과 아시는 사이십니까?”
내가 네이버 공동대표 중 한 명인 강봉수의 이름을 언급하자 두 눈이 휘둥그레진 권범철.
강봉수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 따윈 전혀 없다.
애당초 편집자로서 일할 때 연락해 본 건 코코아페이지 쪽 사람들이 전부.
코코아톡 쪽과는 연락을 취할 일도 없었으니 강봉수 대표랑 연결고리가 생길 리가 만무하다.
그저 코코아페이지 때문에 코코아톡에 관해 알아보다 알게 된 사실일 뿐.
이에 관해선 적당히 둘러댔다.
“아뇨, 그냥 신문으로 본 적이 있어서요.”
“그렇군요.”
“예.”
“그럼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네버의 대표들이 직접 나설 정도라니.
이건 기회다.
현재 네버의 공동대표이자 나중에 코코아톡을 만들어낼 ‘강봉수’와 친해진다면 전자책 플랫폼 매출 순위 1인 ‘코코아페이지’의 자리를 거머쥘 가능성도 농후했다.
난 일말의 고민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죠.”
“예? 지금요?”
자리에 일어나서 당장 가자고 하니 당황하는 권범철.
그에게 난 싱긋 웃으며 말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당장 가죠.”
“자, 잠시만요. 네버 쪽에 문자를 한 통 보내보겠습니다.”
설마 자리를 잡더라도 날짜 상의 정돈 할 줄 알았는데, 지금 당장 가자고 할 줄은 몰랐는지 권범철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쨌거나 네버 쪽에도 시간이 괜찮은지 물어보긴 해야 할 테니 권범철에게 확인해 보라고 시켰다.
“그러세요.”
권범철은 휴대폰으로 네버 쪽에 전화를 걸었고, 간단하게 당장 미팅이 가능한지 확인 후 내게 말했다.
“된답니다. 가시죠. 제가 미팅이 끝나고 집까지 다시 모셔오겠습니다.”
나도 차가 있으니 주소만 찍어주면 어련히 알아서 갈 텐데, 권범철이 태워준다고 하니 마음만 받으려고 했다.
“어, 그렇게까진 안 하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 때문에 이리 번거롭게 움직이시는데 그 정돈 해드려야죠.”
그냥 따로 내 차 타고 가겠다 말
“뭐, 굳이 그리 이야기하신다면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예, 가시죠.”
“네.”
난 권범철 부장을 따라 그의 차에 탔다. 그리고 역삼동으로 향했다.
흔히 네버나 각종 게임회사들의 사옥을 떠올리면 분당 혹 판교를 떠올렸지만, 그건 나중 이야기이고 지금은 대부분 강남 쪽에 포진해 있었다.
아직 ‘그린캐슬’을 짓기 전 네버는 역삼동에 그냥 흔한 빌딩 중 하나였다.
빌딩에 도착한 난 권범철과 함께 대표들을 만날 미팅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꽤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다부진 사내가 내게 손을 먼저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작가님. 강봉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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