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14
나는 작가다 114화
114화
“뭐? 강 대표, 그게 무슨…….”
“안 되면 넵게임 수익으로 메울 테니 이번엔 내가 정한 대로 가자, 이 대표.”
이준경을 섭외하는 걸로 들어갈 돈이 아깝다면 자신이 어떻게든 메우겠단 강봉수.
그는 직감한 것이다.
작가 이준경을 섭외만 할 수 있다면 돈이 아깝지 않단 걸.
하지만 직감은 직감일 뿐.
공동대표인 이해욱을 설득할 만한 결과물은 없었다.
굳이 있다면 하드 맥스의 케이스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합병만 하고 개인적으로 관리 및 운영 중인 넵게임에나 해당되는 결과지, 네버 전체를 위한 결과라곤 볼 수 없었다.
네버의 새로운 콘텐츠인 블로그.
그에 대한 결과물로 사이월드 미니홈피를 들먹이는 것도 어려웠다.
이미 사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작가 이준경만큼은 아니더라도 2, 30만 명을 데리고 있는 회원들도 꽤 많이 섭외해 뒀다.
솔직히 그들에게 들인 돈을 생각하면 작가 이준경이 제시한 금액은 터무니없긴 했다.
하나 같이 적게는 매달 100만 원에서 많아야 500만 원이었다.
심지어 기간들도 딱 3년에서 5년 정도로만 계약해 놨다.
많이 들어간다 해도 500만 원을 매달 받아서 1년에 6천, 그걸 5년 동안 준다고 치면 끽해야 3억이었다.
근데 작가 이준경은?
매달 1억이다.
1년마다 12억.
심지어 계약 기간도 평생해 달란다.
5년만 잡아도 60억인 돈을 네버가 망할 때까지 줘야 한단 소리였다.
현재 그의 나이가 이십 대 초중반이란 걸 감안하면 못해도 여든 살은 산다고 치면?
55년을 줘야 한다면 매년 12억씩 660억이란 금액을 지불해야만 했다.
55년이란 기간 동안에 걸쳐서 660억이라 네버에게 큰 부담은 되지 않았으나 적잖은 금액이다.
그 금액을 자기가 충당해서라도 데려오겠단 강봉수에게 이해욱이 정말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까지 데려와야 하는 거야?”
“내 촉이 말한다. 이준경 작가님과 계약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불하는 돈 이상의 결과를 얻을 거라고.”
“후, 그놈의 촉.”
솔직히 거액이 오가는 계약을 고작 ‘촉’ 가지고 결정한다는 건 사업하는 이에겐 말도 안 됐다.
근데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이미 충분히 이해욱은 강봉수의 그 촉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기에.
90년대에 ‘맥슨’이란 회사에서 각종 RPG게임을 내면서 사람들은 그것에 열광했다.
초창기에는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는 동양풍 2D게임을 만들어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좀 더 세련된 것들로 하나둘씩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말고도 2.5D를 이용한 게임들도 우후죽순 나타났다.
거기서 맥슨 말고 NK소프트란 회사에서 만든 ‘군주’란 게임은 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의 게임으로 우뚝 자리를 잡았다.
고작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쪼가리를 사람들이 현실에서 몇백만 원에서 천만 원도 넘는 거액에 거래할 정도로.
덕분에 다들 너도, 나도 온라인게임하면 RPG를 떠올리던 때 각종 간단한 스포츠를 온라인으로 접목시켜서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린 게 넵게임이었다.
그리고 이 기획을 짜낸 것이 바로 강봉수 대표였고.
심지어 갑자기 ‘야호’라는 포털 사이트가 부상할 때 뜬금없이 자신에게 ‘네버’란 포털 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왔다.
야호가 뜨면서 포털 사이트 ‘넥스트’가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그곳들은 양대산맥이라 불릴 정도로 견고했다.
과연 새로운 포털 사이트를 만들어서 들어가도 살아남기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근데 때마침 자신이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찰나 알고 지내던 강봉수가 넌지시 던진 것이다.
지금 포털 사이트 하나 만들어두면 꽤 괜찮을 것 같다고.
‘그럼 지가 하라고 했었지.’
그리 잘될 것 같으면 강봉수한테 직접 하라고 했더니 단호하게 답했다.
‘넵게임 하나만으로도 귀찮아.’
귀찮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뭔가 잘될 것 같아도 그냥 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그거에 집중했다. 뿐만 아니라 좀 하다가 지루하다 싶으면 남에게 팔아넘긴 뒤 새로 차리곤 해왔다.
웃긴 건 그때마다 운이 따라주는 건지, 아니면 머리가 정말 비상한 건지 하나같이 다 이득을 봤다.
이걸 모르지 않았기에 이해욱은 어디 한 번 믿어보잔 생각으로 포털사이트 ‘네버’를 만들고 ‘야호’와 ‘넥스트’란 거대해진 공룡과도 같은 포털 사이트들에게 싸움을 걸었다.
어디 한 번 누가 이기는지 보자며.
‘물론, 이 또한 강 대표 도움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지.’
강봉수가 제안해서 만들었으니 도우라고 했는데, 정말로 회사에 관련된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고 오로지 포털사이트 ‘네버’가 잘되도록 조언을 줬다.
그리고 결과는?
‘야호’는 사라졌고, ‘넥스트’는 이미 ‘네버’에게 밀린 지 오래였다.
그런 강봉수가 작가 이준경을 얼마를 주더라도 데려와야 한단다.
결국 이해욱이 백기를 들었다.
“후, 알았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해보자.”
“좋았어. 그럼 옆으로 넘어가자고.”
“그래.”
그렇게 이해욱은 강봉수에게 설득당한 뒤 옆에 있던 회의실로 넘어갔다.
작가 이준경과 계약하기 위해서.
* * *
똑똑!
“이야기 끝났습니다.”
노크 후 회의실로 들어온 강봉수가 말했다.
난 그에게 이해욱과 어떻게 결론을 지었는지 물었다.
“결과는요?”
“하겠습니다.”
“좋네요.”
“하하, 저도 좋습니다. 이렇게 대단하신 작가님을 모시게 돼서 말이죠.”
“대단은 무슨요. 그냥 판타지 소설 쓰는 작가 중 한 명일 뿐인 걸요.”
“그런 분 치곤 기부한 금액이 너무 크지 않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런 한 방 먹었네요.”
“하하, 그럼 계약하고 시간도 시간인데 점심에 낮술 한 잔 어떠십니까?”
똑!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입에서 청아한 뚜껑 따는 소리를 내는 강봉수.
“오전이니 낮술보단 아침술 아닙니까?”
“하하, 작가님이라 표현이 풍부하십니다. 아침술이건, 낮술이건 한잔하시죠.”
“맥주 말고 소주로 가죠.”
“오, 저야 오히려 환영입니다. 오히려 통풍 때문에 맥주는 잘 안 마시거든요.”
소주를 환영하는 강봉수.
통풍이란다.
나는 걸린 적이 없었으나 주변엔 꽤 많았다.
술을 달고 사는 게 작가들이나 그들을 관리하는 영업자들이었으니까.
맥주나 등 푸른 생선 등에서 생성되는 퓨린이란 게 쌓였는데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서 생긴다던가?
하여간 엄청 아프다고 했다.
아니, 아픈 게 맞을 거다.
내가 담당했던 작가 중 하나가 정말 힘겹게 혼자 사느라 휴대폰도 끊겨서 119에 전화할 수 없어 메신저로 내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발목이 너무 아파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응급실 좀 데려다 주면 안 되겠냐고.
도대체 뭐가 어떻게 아프길래 그러나 싶었다.
근데 또 담당하는 작가라면 잘 챙겨야지.
그래서 작가의 집으로 갔다.
문조차 열어줄 수 없다며 도어락 비밀번호까지 알려준 작가.
그 작가의 반에 도착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나한테 메시지를 보낸 이후 더욱 고통스러워진 통증에 아무것도 못한 채 식은땀만 뻘뻘 흘리면서 발목을 부여 쥐고 마구 구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 평소에 힘을 20%만 쓴다고 하던가?
그때 너무 놀라서 100킬로에 육박하던 담당 작가를 들쳐 업고 차까지 옮겼다.
응급실에 가보니 류마티스 관절염이니 통풍이니 하면서 발목 주변에 구멍을 내서 피도 빼고, 주사 맞히고, 링겔 꽂고, 약도 타주더라.
작가 필명이 ‘브레이크’였는데, 필명따라 작품 성적이 멈춘 것 같다고 나중에 ‘직진’이란 필명으로 바꾸고서 유료연재로 반등했다.
‘그러고 나서 나한테 고맙다며 잘했지.’
문득 통풍 이야기에 ‘직진’ 작가가 떠오른 난 그는 뭐할지 떠올려봤다.
‘樗甄?뭐하려나?’
한 가수로 인해서 생겨난 브레이크의 준말이 된 ‘?.
좋게 쓰이던 말은 아니었으나 다들 브레이크보단 부르기 편해서 그리 부르곤 했다.
통풍을 달고 살았던 樗見?떠올리며 난 강봉수의 통증에 공감해 줬다.
“으, 통풍이라니. 아프셨겠습니다.”
“아직 이십 대이실 텐데 걸려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통풍의 아픔을 공감해 줘서인지 나도 있나 물어보는 강봉수.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변에 알던 사람이 걸린 적이 있었거든요.”
“후우, 말도 마십쇼. 재발이라도 하면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덕분에 남들 맥주 마실 때도 소주를 마신답니다.”
“그렇군요. 아! 근데 대낮부터 소주로 달리셔도 되나요? 아직 업무시간이시지 않나요?”
아직 점심시간이 한참 남은 오전이다.
조금 늦은 아침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
이 댓바람부터 소주를 달려도 되나 싶었다.
그런 내 물음에 강봉수가 히죽거렸다.
“대표 좋다는 게 뭡니까? 제가 취해서 자도 직원들이 알아서 잘 일해 줄 겁니다.”
직원들이 일하니 자신은 소주를 마셔도 된다.
정말 무책임한 것 같은 소리일지도 몰랐으나 지금 계약을 하게 될 나랑 마시는 건 어찌 보면 대표인 그가 해야 할 업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굳이 업무라고 표현하기보단 대표의 이점을 어필하는 강봉수.
그에게 나 또한 히죽거렸다.
“그건 작가랑 같군요.”
“잉? 누가 대신 써주진 않잖습니까?”
자신은 일이 있으면 직원들을 굴리면 됐지만, 작가인 난 원고를 직접 써야 하는 대신 써줄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당연히 있지.
난 씨익 웃으며 답했다.
“대신 써주죠.”
“예? 대필 작가가 있으시단 말씀이십니까?”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이야기이긴 했다.
내가 글을 안 쓰는데 대신 써줄 사람이 있단 건 대필 작가란 소리였으니까.
어찌 보면 작가로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
갑자기 계약을 앞두고 내가 대필 작가라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다들 표정이 좋지 않다.
내포된 의미가 뭔지 밝혀야 할 때 같았다.
“대필 작가는 아니죠. 어제의 제가 써주는 거니까요.”
“음?”
대필 작가가 아니라 어제의 내가 써준다고 하니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난 좀 더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알려줬다.
“미리 써둬서 비축분을 마련해 두면 다음 날 정돈 글을 안 써도 된단 겁니다.”
그제야 강봉수가 납득했다.
“아아, 그렇군요. 근데 제가 아는 작가들하곤 다르군요.”
“음?”
자기가 아는 작가들하곤 뭐가 다르단 건지 모르겠다.
강봉수는 어째서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자기가 알던 작가에 대해 말했다.
“보통 작가들은 놀다가 마감일이 다가오면 부랴부랴 쓰는 거 아니었습니까?”
“어, 그렇기도 하죠. 근데 결국 똑같지 않습니까? 미리 써두고 노나, 놀다가 나중에 쓰나?”
“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어디 안주 잘나오는 데 있습니까? 오늘 점심도 ‘글쓰는 미식가’에 올릴 사진 좀 찍고 싶어서요.”
슬슬 잡담은 이 정도만 나누고 계약 후 갈 곳이나 정해보잔 생각으로 물었다.
강봉수는 계약을 하고 갈 테니 기념 삼아 고급지게 마시는 건 어떠냐며 먹으러 갈 곳에 대해 언급했다.
“그럼 아예 일식집에서 사케를 마실까요?”
일식집에서 사케라, 나쁘지 않긴 하다.
이 동네에서 일식집에 사케면 꽤나 단가가 나오리라.
하지만 요 근래 글쓰는 미식가에 일식을 너무 많이 올렸다.
어차피 비싼 밥이야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 굳이 거길 가지 않아도 됐다.
난 좀 더 평범하게 가길 바랐다.
“음, 사케는 좀 질리는데 한식 없습니까?”
“고급 한정식집요?”
“에이, 꼭 고급이 아니더라도요. 그냥 기사식당 느낌으로다가 돼지김치 두루치기라든지, 삼겹살이라든지 한국적인 음식이면 뭐든 좋습니다.”
“아! 있습니다.”
“어디죠?”
“저희 직원들 식사 지원해 주는 닭갈비집이 있습니다. 본래 닭갈비집인데 거기 사장님이 워낙 손맛이 좋으셔서 우리 직원들 점심 식사로 밥을 따로 차려 달라고 부탁한 게 있거든요. 닭갈비를 석쇠에 구워주는데 꽤나 맛있습니다.”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닭갈비집이라……. 나쁘지 않다.
뜨겁게 달궈진 석쇠 위에 올려서 철판보다 기름이 빠지면서 단백하며서도 맛있는 닭갈비.
입맛이 당긴다.
오늘의 글쓰는 미식가가 먹을 점심은 닭갈비로 정했다.
“거기로 가시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