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16
나는 작가다 116화
116화
한별 컴퓨터.
작가들이야 잘 버니까 SG그룹에서 1킬로그램도 안 나가는 노트북을 만들어서 그걸 사거나 아니면 파인애플 쪽을 좋아해서 파인북 에어 같은 걸 샀지만, 편집자들의 월급으로는 살 생각조차 못할 금액이었다.
정말 사려면 작심하고 적금 넣어서 반 년 혹 1년은 모아야 겨우 살까?
그런 편집자들 사이에서 한 줄기 희망이 되어준 노트북이 나왔으니 그게 바로 한별 컴퓨터에서 만든 노트북 ‘인민 에어’였다.
본래 이름은 한별 노트북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겐 인민 에어라고 불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별 컴퓨터는 자신들의 상품에 별 하나를 새겨 넣었다.
로고마냥.
한데 얘네가 가격 대비 성능은 파인애플 사의 파인북 에어 못지않은 데다가 심지어 디자인도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
거기에다가 자기들 트레이드마크인 별 하나를 심어서.
그 별 하나가 꼭 인민들의 별 같다며 붙은 별명이었다.
비록 불리는 이름은 ‘인민’이었으나 그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많은 이들을 노트북에서 구원해 줬으니까.
덕분에 이쪽 회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그 구원을 받았던 이 중 한 명으로서.
한별 컴퓨터는 인민 에어란 유명세를 떨치기 전까지 이런저런 컴퓨터 부품 사업을 하던 ‘스파크’란 회사였다.
대기업이 아니면 우후죽순 죽어나가는 시장 분위기에 결국 하던 걸 접고 노트북 하나에 집중하기로 했는데, 그때 바꾼 이름이 ‘한별 컴퓨터’였다.
대표 ‘한별’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바꿨다.
한별 컴퓨터는 노트북에 집중하나 정말 아슬아슬하게 회사가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가 됐다.
그러다가 ‘인민 에어’란 유명세를 떨치면서 노트북 시장 매출 1위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약간 느낌이 장르 작가랑 비슷하다.
다들 죽어나갈 때 꿋꿋이 버텨서 자기 몸값을 올렸던.
대체로 이미 잘된 물건들을 이미테이션하다시피해서 그들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파는 형식으로 그랬는데, 아마 이 아저씨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면 후발자로 출발해서 재벌에 오르는 건 IT업체 샤오유의 대표가 아닌 그였을지도 모를 정도로 기가 막힌 기술력을 보였다.
“분명 지금 시기에는 한별 컴퓨터가 아니라 스파크로 있을 텐데…….”
인민 에어로 성공하기 전까지 정말 아슬아슬한 운영을 했던 걸로 기억하니 분명 투자라면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
나처럼 회귀하지 않는 이상 자신이 나중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거라곤 상상하지 못할 테니까.
그나마 노트북에 집중한다는 발상으로 적자만 보던 회사를 흑자로 돌리긴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발상을 이루기 전.
적자인 회사이니 투자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잘하면 PDA를 변형해서 단가가 저렴한 태블릿PC나 리더기의 개발할지도 몰랐다.
아니, 했으면 좋겠다.
그럼 굳이 인민 에어를 기다릴 필요 없이 우리와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사업이 가능할 테니까.
“뭐, 일단 지금 생각한 것들 모두 한별 대표가 투자를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이니…….”
그랬다.
막 상상의 나래를 열심히 펼쳤으나 이 모든 건 내가 생각한 것처럼 적자에 허덕이는 한별 대표가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당연히 그 일은 내가 아니라 다른 이를 시킬 생각이었다.
“좋아, 이번에도 철이를 시켜야지.”
이미 한 차례 고진규 감독의 영화사에 가서도 잘해 왔으니 이번에도 내가 지시한 대로 잘해 주길 바랐다.
한별 컴퓨터에 제안할 방법은 별거 없었다.
사실 투자라기보단 적자인 회사를 인수한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단, 조건은 한별 대표가 계속 일해주는 것이며 대신 회사에 관련된 모든 권한은 흑자만 보면 건들지 않겠단 조건으로.
적자일 시 내가 바라는 대로 주력 사업을 바꿀 수 있으며, 그 계획과 신제품 개발에 관해 제안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강제가 아니라 더욱 나은 방향을 위해 이야기를 나눈단 의미였다.
인수했단 이유만으로 강제적인 핸들링을 한다면 분명히 한별 대표가 떠날 테니까.
사람 기분 나쁘지 않게 하며 이야기 잘하는 철이를 통해서 조율하며 나아간다면 분명히 한별 대표도, 나도 밝은 미래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난 그걸 위해서 철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철이야.”
* * *
철이에게 한별 컴퓨터를 부탁한 뒤 난 KN월드에서 작가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벌써 가입자 수가 1만에 육박했다.
개중 작가 지망생이 2천, 실질적으로 기성인 작가가 100명 정도가 등급별로 나눠져 있었다.
성용 형님한테 관리할 사람을 뽑으랬더니 잘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성 작가 100명 중 12명이 현재 회사 작가 게시판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미 그들이 가입하기 전 난 지망생들, 일반 기성 작가 그리고 소속 작가들이 필요로 할 만한 이야기들을 적어놨다.
다들 댓글로 좋은 정보 감사하다며 우르르 남겨놨는데, 개중 하나 삐딱한 글이 보였다.
제목 : 데뷔 날짜가 명확한데 그로 인해 선, 후배 작가의 관계를 갖는 게 어째서 나쁜 겁니까?
커뮤니티 내에선 선, 후배나 나이의 고저를 막론하고 모두 존댓말을 쓰도록 만든 조항 때문에 저러나 싶었다.
대관절 이게 누구인가 싶어서 게시판 작성자 아이디를 봤다.
-게일.
아주 익숙한 필명이다.
황제 로키를 연재할 때 날 아니꼽게 봤던 그 작가였다.
요새 하도 시장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다 보니 꽤 관심 밖으로 두고 있는 게 많았다.
그중 대표적인 게 나를 적대적으로 여겼던 게일 작가나 무한 출판사를 차린 장도철하고 그와 사이가 틀어졌는지 여전히 푸른숲 출판사에 남아 있던 양경철이었다.
어차피 게일 작가야 이제 나한테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 년 사이 작품도 옹골차게 말아먹었고, 양경철은 푸른숲 출판사에서 김두식 사장에게 아주 거하게 까이면서 굴렀다.
마지막으로 양경철을 꼭두각시마냥 조종하면서 자기 잇속을 챙겼던 장도철.
이 아저씨도 내 기억이 맞으면 슬슬 무한 출판사를 접을 때가 됐다.
방금 게시글 작성자였던 게일 작가를 필두로 여기저기서 조건 좀 세게 불러서 이름 있는 작가들을 데려왔으나 하나같이 전부 말아먹거나 다른 데 가기 바빴다.
이때 생긴 게 한국북스였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식품 회사 중 하나이 한양 식품, 그곳에서 만화책을 유통하던 한양코믹스가 있었는데 거기서 장르소설 쪽에도 뿌리를 뻗기 위해 만든 곳이었다.
이미 식품회사로 돈도 많고, 코믹스로도 어마어마하게 벌다 보니 장르소설 쪽도 먹기 위해 아주 거하게 총알을 들고 나왔다.
잘나가는 작가들에겐 몇억 쏘는 건 우습게 했고, A급 작가들에겐 5천만 원, 신인들에겐 3천만 원도 막 쏴줬다.
나중에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 대박 작가들은 얼마 아닌 것처럼 여길지 모르나 지금 시기에 이 금액은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점점 대여점도 줄어들어서 출간부수가 줄어드는 시기에.
나중에는 대여점이 너무 적어져서 기존 단가로는 도저히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자 책자를 신조판이라고 해서 작게 만들기까지 했으니까.
딱 장도철이 차린 무한 출판사가 각기 다른 출판사들과 계약한 시장에서의 A급 이상 작가들은 다들 거길 가려고 했다.
돈을 많이 주니까.
그건 나중에 신조판 시장에서 한양북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 참고로 한양북스란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이곳이 한양출판사의 소설 부문 브랜드였다.
이미 한국북스라고 해놓고 왜 한양북스가 한양출판사의 소설 부문 브랜드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중에 한양북스를 흑자로 만들면서 한양코믹스와 합쳐 한양 출판사를 만드는데, 이 이전에 한양북스를 하기 전 한양 코믹스가 뛰어들었던 브랜드가 한국북스였기 때문이다.
한양북스로 바뀐 건 단순히 한양 출판사란 브랜드화를 위해 이름을 바꾼 게 아니었다.
한국북스로 한 번 뛰어들었다가 수십억 적자만 보고 쫓겨났다가 나중에 다시 도전해서 흑자 회사로 만들었기에 한양북스가 있을 수 있던 것이다.
생각보다 만화책 유통대로 장르 소설 역시 돌리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 거하게 말아먹은 한국북스.
이때 많은 작가들이 후회했다.
갑자기 사업을 접는다면서 강제로 조기 종결을 쳐야 했으니까.
근데 웃기다.
다들 그렇게 후회하고선 나중에 한양코믹스가 다시 장르시장에 뿌리를 뻗으려고 만든 한양북스에서 또 돈을 많이 준다고 하니 다들 우르르 넘어갔다.
결국 또 각자 개인들과 맞지 않는다며 원래 있던 고향 같은 출판사들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양북스는 한국북스로 한 번 밑바탕 삼은 게 있어서인지 쉽게 망하지 않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겨우 흑자로 바꾼 뒤 전자책 시장까지 쭉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어쨌거나 게일 작가 덕분에 이런저런 상황들이 떠오른 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마 곧 장도철은 작가들 한국북스에 싸그리 뺏겨서 개털이 돼서 상상미디어나 가게 될 거고, 게일 작가는 주변 작가들한테 부탁부탁 해서 한국북스에 들어갔다가 강제로 조기 종결친 다음 자기가 부탁했으면서 왜 데려갔냐고 지인들과 싸우겠지?”
어차피 내가 쑤시지 않아도 알아서 자폭할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괘씸한 건 용납할 수 없다.
난 충분히 이 연재 사이트와 커뮤니티의 주인으로서 한 가지 조치를 취했다.
일단 내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커뮤니티에서 게일 작가를 추방했다. 그리고 몇 개의 아이디를 더 찾았다.
“어디 보자. 김두식, 장도철, 양경철 이 아저씨들 쓰던 아이디가……. 아, 찾았다. 다들 잘 가요.”
게일 작가에 이어서 김두식, 장도철, 양경철 세 사람을 커뮤니티에서 쫓아냈다. 그러고 나서 관리자 아이디로 접속했다.
“커뮤니티만 쫓아내면 분명 다른 게시판에서 깽판 치겠지?”
안 치더라도 칠 거라고 여겼다.
고로 난 네 사람의 아이디를 KN월드에도 영영 다신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뻥 차버렸다.
작품 활동도, 컨택 쪽지도 보낼 수 없도록.
아! 컨택은 할 수 있겠구나.
다른 직원들이나 지인들에게 아이디를 빌리면 될 테니까.
“흠, 어쩌지?”
마음 같아선 그 아이디들도 싹 날리고 싶었다.
“그래, 가이드만 주고 알바생한테 시키자. 어차피 그러라고 주는 시급인데.”
난 성용 형님에게 문자를 한 통 보냈다.
-형님.
-왜?
-지금 보내주는 아이디랑 앞으로 우리 사이트 푸른숲 출판사랑 풀 출판사로 보이는 아이디는 전부 밴 해주세요.
그렇게 문자를 보낸 뒤 일단 내가 찾아낸 아이들을 싹 다 적어서 보냈다.
-이 아이디가 누구인데?
-김두식, 장도철, 양경철, 게일요.
-……푸른숲 출판사랑 싸우려고? 무한 출판사랑도? 그리고 게일 작가까지?
굳이 적을 만들어야 하냐는 의문.
적이 될 걸 알면서 싹을 자르지 않는 게 더 못난 짓이다.
난 단호하게 쳐냈다.
-싸그리 밴 해주세요.
-굳이 그렇게 싸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좁은 시장에서 싸워봐야 뭐하냐는 마인드였던 성용 형님.
그것도 지금 내가 회귀하지 않았다면 나중엔 어차피 김두식을 적으로 돌릴 형님이었다.
이제 자기 회사인 SY북스를 차리겠다고 하니 응원해 주기보단 쌍욕을 하면서 헤어졌으니까.
어차피 적이 될 건데 지금은 그걸 모르니 좋게 좋게 지내잔 성용 형님의 말에 난 기가 찼다.
-형님.
-응?
-소설에서 형님처럼 굴면 독자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뭐라고?
딱 성용 형님처럼 주인공이 좋게 좋게 가자며 적이나 적이 될 줄 아는 놈들을 살릴 때 달리는 독자들의 댓글.
그 세 글자를 밝혔다.
-‘고구마’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