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22
나는 작가다 122화
122화
당연히 주인공이 대상자는 아니다.
“말도 안 되지, 승승장구해야 하는 주인공이 매장 당하는 사건의 인물이면.”
국내 드라마를 찍는 도중 함께 출연하던 중년 배우 한 명이 변태 카톡 로그까지 드러나며 하차하게 되는 거다.
거기서 감독과 작가 모두 난처해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중년 배우는 주연급으로 쓰긴 어려워도 조연급으로 뛰어났으며, 작가가 시나리오를 쓸 때 딱 그만을 위한 캐릭터로 만들어놨기에 대체가 어려웠던 것이다.
누굴 넣어도 만족스럽지 못해하는 상황.
감독과 작가 모두 그 이야기를 주인공 유상준에게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다.
감독과 작가의 의견은 배우에게 배정된 배역이 아닌 이상 굳이 떠들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주인공 역시 일반적이지가 않았다.
이미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톱에 오른 배우인 주인공 유상준.
그였기에 웬만한 이야기들은 다 공유했다.
“거기서 주인공이 말하는 거지. 그럼 자신이 대체하는 건 어떠냐고.”
당연히 주인공이 그리 말하면 감독과 작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십 대 중반인 유상준이다.
한데 그가 중년 배우의 자리를 대체하겠다?
심지어 주인공 배역이면서 말이다.
감독과 작가는 당연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거기서 주인공은 이리 말하는 거다.
“중년 사내처럼 분장해서 1인 2역 해볼게요. 일단 해보고 감독님과 작가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어차피 ‘그분’을 대체할 배우가 없다면서요?”
주인공 유상준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감독과 작가는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더니 주인공 유상준에게 말했다.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거기까지 흡족하게 시놉시스에 키포인트 장면과 대사를 썼다.
이후 유상준은 감독과 작가에게 중년 사내로 분장한 후 마약 및 성추행으로 하차한 배우의 연기를 해냈고, 누가 봐도 이십 대 중반처럼 보이지 않는 중년 사내의 연기까지 해내며 감독과 작가뿐만 아니라 주변 스탭부터 해서 함께 연기 중이던 배우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결국 다들 괜찮다고 하니 그대로 유상준의 1인 2역을 진행하고 드라마가 상영되면서 대박을 쳤다.
“그리고 기사는 이렇게 나는 거지. ‘톱스타 유상준, 까도 까도 매력이 넘쳐’!”
이미 연기력이 뛰어나단 건 다들 알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나이를 벗어난 연기까지 가능하단 걸 알고선 다시 한 번 더 유상준으로 인해 세상이 들썩이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시놉시스를 짜니 18권 중반까지 나왔다.
이어서 뭘 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1인 2역으로 대박이 난 유상준이었으니 그와 관련된 사건들을 전개해 주면 됐다.
어느 제작사에서는 1인 2역 연기를 해 달라 하고, 이번에 중년 연기를 보고서 나이에 맞지 않아서 줄 수 없던 주연 배우 자리까지 캐스팅하게 되는 전개로.
이런 식으로 캐스팅되고 연기하는 사건을 쓰니 19권까지 끝났다.
그렇게 19권 시놉시스까지 완성한 난 심호흡을 한 번 했다.
“후우, 그럼 대망의 완결권인가?”
톱스타는 깔끔하게 20권으로 완결 칠 생각이었다.
그래서 남은 20권 시놉시스가 완결권 시놉시스가 됐다.
“이왕이면 은은하게 가슴 속에 남을 엔딩으로 유종의 미를 남기고 싶은데…….”
가장 깔끔한 엔딩은 전 세계 사람들이 배우를 물으면 ‘유상준’을 떠올리며 끝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전설로 남아버린 배우 같은 컨셉이랄까?
확실히 깔끔한 엔딩이다.
하지만 뭐랄까?
독자의 가슴 속에 남길 만한 엔딩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톱스타의 글은 대부분 성공적인 요소만 가지고 써왔다.
승승장구.
그렇게 해서 이미 헐리우드에서까지 섭외 1순위 배우가 되어버린 유상준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전설이 되었다고 하면서 끝나면 그리 임팩트 있는 마무리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이미 앞서 쓴 원고에서만 봐도 유상준은 전설적인 배우였으니까.
심지어 돈을 많이 벌면서 자기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감독까지 했다.
여기서도 현실에 있는 루머로 비교하며 주인공 유상준을 매우 뛰어나게 만들어냈다.
정말 잘나가는 타 배우가 있는데, 그 배우의 경우 자기가 감독 및 제작까지 했으면서 망할 수도 있단 생각에 사촌동생 이름으로 감독을 올린 뒤 개봉했다가 망친 영화가 있단 걸 썼었다.
‘역대급 망작’, ‘볼만한 건 가슴씬뿐’ 등 이런 평가가 남긴 작품이란 걸 이야기하며.
반면 그와 다르게 유상준은 떳떳하게 자기 이름을 감독으로 올리고, 주인공으로 뛰며 촬영하며 첫 작품을 완성시켰다.
주인공으로 연기를 하면서 감독을 어떻게 하냐고 할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도 유상준이 본인 연기할 땐 조감독에게 이리 촬영하라고 지시했으며 나머진 직접 촬영한 것이었다.
그리고 유상준이 직접 촬영한 작품은 천만 관객이란 기록을 세웠으며,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하려고 난리라며 마구 띄워줬다.
이렇게 자기 작품까지 찍어낸 유상준이 더 이상 뭘 이뤄내도 독자들에겐 ‘그냥 완결난 작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쉬지 않고 시놉시스를 써내려 가던 도중 난 연필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어떤 엔딩을 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난 작품 속 연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2018년이니까 2019년에 개봉할 만한 의미 있는 영화를 찍으면서 끝내면 괜찮지 않을까? 2019년에 개봉할 만한 의미 있는 영화…….”
고민하던 난 보통 기념하면 떠올리는 100주년이 떠올랐다.
2019년을 기준으로 100주년이면 1919년.
그 해를 떠올리기 무섭게 난 잊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사건 중 하나가 떠올랐다.
“3.1운동이 있던 해잖아?”
3.1운동.
1919년 3월 1일, 그때를 시작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여 전 민족이 태극기를 들고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이다.
일제 강점기에 있던 민족운동 중 최대 규모였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승국의 식민지에서 최초로 일어난 대규모 독립운동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무척이나 컸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우리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이렇게 자유로우면서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조상님들의 의미가 담긴 운동이란 거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3.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위인은 ‘유관순 열사’였다.
“유관순 열사…….”
주인공을 유관순 열사로 한 3.1운동 100주년 기념의 영화를 촬영하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주인공이 직접 연기할 순 없는 일 같았다.
여장을 하고서 연기를 펼친다?
나쁘지 않다.
그 의미가 너무나도 뜻깊지 않은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서 주인공 유상준이 여장이라도 해서 유관순 열사를 연기한다.
작가의 입장에선 매우 도전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상업 작가다.
독자들이 좋아할 내용을 쓰는 게 의무였다.
그리고 작가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무심코 적어버리는 내용들이 은근히 그에 반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면 난 작가 이준경에서 잠시나마 편집자 이준경으로 바뀌었다.
과연 작가 이준경의 이 스토리가 편집자 이준경이 보기엔 많은 독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내용인가?
“내용의 의미와 깊이는 나쁘지 않아. 하지만 역시 남자가 여장을 한다는 건 다소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
비록 연기를 위해서 잠시 여장만 하는 거지만, 장르소설에서의 금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TS’로 비칠 수도 있었다.
TS.
Trans-Sexual의 줄임말로 ‘성전환’을 나타냈다.
남자가 여자가 된다든지, 여자가 남자가 되는 요소를 말한다.
당연히 장르소설에선 로맨스가 아닌 이상 주로 주인공은 남자였으니 TS를 하게 된다면 남자가 여자가 되는 전개가 펼쳐졌다.
그리고 대부분 이 요소를 쓴 소설들은 망했다.
그나마 성공한 작품이 딱 하나 있긴 했지만, 그 또한 작가의 네임밸류가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이 요소는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됐다.
편집자 이준경 역시 그걸 지적했다.
“이렇게 하면 TS로 인식돼서 독자들에게 불편함을 줄지도 몰라. 그럼 독자의 가슴과 머릿속에 남기고 싶은 결말은 완전 물 건너가 버리는 거지.”
결국 난 좀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난 톱스타에서 주인공 유상준이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작품을 정했다.
“영화 제목은 대한독립만세, 주인공 이름은 유상준으로 간다.”
톱스타의 주인공 유상준이 작품에서 보여줄 마지막 작품은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대한독립만세’였다.
3.1운동을 주제로 한 작품이었고, 본래 작 중 주인공은 유관수 열사로 하려고 했으나 독자들에게 TS로 비칠 수 있어서 그냥 남자 주인공을 하도록 정했다.
유관순 열사가 했던 모든 걸 남자 주인공인 ‘유상준’이 하게 되는 것이었다.
우연찮게도 주인공의 성이 ‘유’ 씨이다 보니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 없이 본명 그대로를 쓰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유상준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개봉 영화로 ‘대한독립만세’를 찍고, 거기서 촬영을 준비하면서 외부적인 압박이 들어오는 걸 그렸다.
전 세계적인 배우인 유상준이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니 세계적인 시선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단 생각에 일본에서 압박을 가한 것이다.
오히려 유상준은 거기에 대해서 싸웠고, 대한민국 역시 그 압박을 견뎌내며 그를 응원했다.
국민들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도록 노력해 준 열사인 조상님들의 모습을 그려 달라며.
덕분에 유상준은 무사히 영화 ‘대한독립만세’를 촬영할 수 있었고, 계속 일본에서는 대외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없게 되자 각종 뒷골목 세력들까지 이용하며 몰래 촬영을 방해해댔다.
하지만 주인공 유상준은 그 고난을 이겨내며 영화 ‘대한독립만세’를 완성시켰다.
“여기서 엔딩은 유상준이 연기한 영화 ‘대한독립만세’ 시사회를 관람하나는 관객의 시점을 써서 끝내자.”
배우물 ‘톱스타’의 엔딩은 유상준이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완성한 영화 ‘대한독립만세’를 보는 관객의 시점으로 끝나는데, 거기서 유상준이 마지막 장면에서 유관순 열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존경하는 의미로 당신의 유언을 인용하는 대사를 치며 끝냈다.
그리고 스크린은 천천히 흐릿해지고, 마지막에 유언을 대사로 친 유준상의 모습이 점점 흑백의 사진으로 바뀌며 유관순 열사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곳에는 실제로 당신이 했던 유언을 적으며 끝냈다.
스무 살도 채 되지 못했던 꽃다운 나이에 나라의 독립만 바라며 세상을 떠난 한 소녀의 유언을.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다리가 부서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故 유관순 열사 유언 (1902.3.15~19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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