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3
나는 작가다 013화
13화
계약된 출판부수보다 인쇄를 적게 찍는다.
“은근히 하는 곳이 많았지?”
보통은 순익을 남기기 위해서 팔릴 부수를 감안하여 계약부수보다 낮춰서 찍는 게 그랬다.
뭐, 무한 출판사를 차리려는 장 부장과 양 과장은 작가들에게 푸른숲 출판사에 대한 불신을 심기 위해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대개 작가는 이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담당자가 계약한 부수만큼 찍었고, 몇 부가 팔려 나갔다고 말하면 ‘그렇구나’ 할 수 밖에.
유일한 방법이 하나가 있다면 총판을 돌아다니거나 잘 나가는 총판 한 곳만 봐도 얼추 어느 정도 부수를 찍었는지 확인하는 게 있긴 했다.
하지만 대다수 집에서 글만 쓰는 작가들이다.
그런 귀찮은 짓까지 하면서 부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보장된 인세는 들어왔으니까.
게다가 총판을 통한 작품의 부수를 확인해서 얼마나 인쇄했는지 확인한다는 개념조차 몰랐다.
“애당초 경쟁 출판사의 작품 부수가 어느 정도 나왔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니…….”
작가가 알 턱이 없었다.
“어쨌거나 이건 계약하고 나서의 이야기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김두식 사장을 내 팬으로 만드는 쪽이려나?”
팬심으로 따르게 만들어서 나중에 거한 똥을 먹인다.
이보다 기분 더러운 똥이 또 있을까?
“분명 김두식 사장이 댓글을 달았을 텐데…….”
항상 김두식은 자신이 타게팅해서 계약한 작가들에게 술자리만 가지면 자랑스레 떠들어댔다.
‘사실 네 작품에 댓글 다는 독자 중 ‘삼식이’라고 있잖아? 그거 나였던 거 아냐?’ 하면서.
난 ‘삼식이’란 닉네임의 독자 댓글을 찾아보려고 했다.
남들보다 좀 더 관리해줘서 김두식 사장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
덕분에 서장부터 차근차근 댓글을 정주행했다.
서장의 댓글들은 대부분 이랬다.
-와, 서장 미쳤다.
-서장 한 줄? 뭐냐?
-근데 분위기 있는데?
-다음 내용 궁금하네, 보러 가야겠다.
다들 한 줄 서장에 관해 꽤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나 보다.
거기서 삼식이란 닉네임의 댓글도 보였다.
-한 줄의 서장, 정말 간결하고 단순하나 강렬하군요. 다음 내용이 궁금합니다.
꽤나 진지하게 달린 댓글.
평소 성정이 불같은 김두식을 생각하면 정말 안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뭐, 나름대로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저런 진지한 컨셉으로 댓글을 달았던 거지만.
거기에 난 팬 관리 차원으로 대댓글을 달아줬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다음 내용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른 독자들에 비해서 조금이나마 더 길게 남긴 댓글.
이 정도 해줬으면 김두식도 어느 정도 기분이 좋으릴라 생각했다.
김두식은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자기인 걸 알고 이리 했단 걸 모를 테니까.
어쨌거나 첫날 올렸던 10편의 댓글을 모두 재밌다고 호평일색이었다.
심지어 10편에서는 다들 다음 편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리고 연재 이튿날 올렸던 첫 편인 11화에선 ‘드디어 떴다!’라고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독자들의 반응을 보니 흡족스러웠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보냈던 내 직감이 말했다.
‘이 작품은 대박을 친다!’
대박 작품을 낼 수 있단 기쁨.
하지만 마냥 기쁨에 취해있을 수는 없었다.
여럿 봐왔다.
초반 성적에 취해 뒤로 갈수록 망가지는 작가들을.
흔히 작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대박이 나면 좋겠지. 하지만 오랫동안 이 시장에 있으니 대박으로 잘된 놈이 승자가 아니라 아직까지 버틴 채 쓴 작가들이 승자더라.”
처녀작부터 대박난 작가들은 많았다.
심지어 자기 성적이 더 좋은 데다 나이가 많다고 데뷔가 먼저인 어린 작가들을 무시하는 이들도 꽤 됐다.
하지만 결국 15년이 지나 유료연재 시장에서 미소를 짓는 건 대박을 친 작가들이 아니라 꾸준히 써온 이들이었다.
결국 대박 작가의 기준은 작품이 잘 되느냐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누구보다도 ‘작품을 성실하게 쓰느냐?’였다.
성실.
정말 중요했다.
이것만 돼도 작가로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한 권에 50만 원을 벌어도 한 달 내로 세 권만 쓸 수 있으면 150만 원이다.
가정이 있다면 어려울지 몰라도 혼자 먹고사는 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치만 부리지 않는다면.
‘만약 내가 생각한 대로 한 시간에 7천자를 유지할 수 있다면?’
매일 열 시간만 쓴다고 치면 하루에 7만 자씩 한 달 동안 210만 자의 원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210만 자.
지금 기준으로 권당 16만 자면 열 권하고도 세 권을 더 쓰고도 남았다.
열세 권.
권당 50만원만 잡아도 650만 원이다.
정말 상업작가에게 있어선 최고의 무기였다.
“거기다가 난 대박까지 쳤지.”
푸른숲 출판사가 제시한 조건인 ‘8천 부, 14%, 전권보장’을 기준으로 하면 권당 896만 원이다.
여기서 원천징수를 계산하자면 약 30만 원 언저리.
원천징수를 떼고 받는 권당 보장인세는 866만 원에 이르렀다.
이걸 한 달에 열세 권을 쓴다면?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익만 1억 하고도 천만 원이 넘었다.
어쨌거나 이 모든 계산의 기준은 따로 존재했다.
정말로 내가 시간당 7천 자 이상을 써낼 수 있는지가.
“그러려면 일단 드래곤 나이트로 확인해 봐야겠지?”
뭐든 내게 맞는 집필 성향부터 알아내서 황제 로키 원고를 쓸 때의 속도가 평균이 되도록 만들어야만 했다.
만약 그 집필 속도만 무기로 지닐 수 있다면 작가로서 먹고사는 덴 전혀 지장이 없었으니까.
***
북조아 사이트도 끄고 난 컴퓨터에 딱 하나만 켜 놨다.
2장까지 썼던 드래곤 나이트의 원고.
그 상태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06:18.
“딱 30분 안에 1, 2장이랑 이후 정해둔 시놉시스를 한 번 훑고 시작하자.”
깔끔하게 시간을 정해놓고 테스트하기 위해서 방금 이야기한 대로 작업했다.
1장의 내용은 이랬다.
입학식이 끝나고 각 신입생들에게는 실버윙 왕국에서 뛰어난 윙나이트가 되길 바라며 공중 몬스터 새끼를 지원해 줬다.
귀족가의 자제들은 입학시험 등수대로 와이번과 그리폰을 나눠줬고, 평민들은 그보다 급수가 떨어지는 그리폰과 말을 교배시킨 히포그리프를 나눠줬다.
히포그리프.
그리폰의 몸에 말의 머리를 지닌 녀석으로 공중전에서 와이번이나 그리폰보다 전투능력이 떨어졌고, 앞선 두 녀석과 다르게 브레스도 불가능한 놈이다.
그렇게 세 종류의 공중 몬스터를 파트너로 나눠주던 입학식에서 마지막 줄에 서게 된 주인공.
몰래 들어왔다고 여길 수 있었지만, 윙나이트 사관학교의 보안을 뚫고 들어왔다는 건 위신이 떨어졌다. 그래서 교관들은 주인공이 명단에서 누락된 평민 입학생 쪽으로 끌고 갔다.
문제는 파트너로 줘야 할 공중 몬스터 새끼의 배정이었다.
딱 명단에 맞춰서 왕국으로부터 지원받았던 터라 주인공에게 줄 공중 몬스터 새끼가 없었다.
거기서 교관 중 하나가 몬스터 하우스에 남는 와이번 새끼가 하나 있긴 하다고 했다.
본래 평민에게는 배정될 수 없는 와이번 새끼.
귀족들 중에서도 등수가 높은 입학생들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보통 와이번 새끼들은 잘 빠진 몸매와 커다란 날개를 지녔는데, 이놈은 특이하게 뚱뚱하고 날개도 작은 돌연변이였던 것이다.
공중 몬스터 새끼를 배정받지 못한 주인공은 교관을 따라 몬스터 하우스에서 녀석과 만나며 경악했다.
앞서 봤던 와이번들과 비교하며.
“아니, 왜 나는 이딴 비만도마뱀인데?!”
독자들이나 소설에서 자주 쓰이던 드래곤의 표현이었다.
비만도마뱀.
대놓고 주인공이 받은 하자 있는 공중 몬스터 새끼가 드래곤이란 걸 알 수 있게 만들어서 기대감을 준 것이다.
드래곤은 판타지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존재였으니까.
그렇게 비만도마뱀인 자신의 공중 몬스터 새끼를 본 주인공의 감정에서 장면을 끝냈다.
이어서 배정된 기숙사 방으로 갔는데, 거기에는 남장 여자인 공작가의 외동딸 아란이 있었다.
처음에는 말이 없고 시크한 미소년이라고 표현했지만, 천천히 독자들에게 녀석이 여자인 걸 어렴풋이 느끼도록 만들 캐릭터였다.
그렇게 아란과의 기숙사 생활이 시작된다는 걸로 1장은 끝났다.
2장에서는 수업이 주를 이뤘다.
대개 공중 몬스터 새끼들은 빠르면 반년에서 늦으면 1년 반이란 세월이 지날 경우 어느 정도 라이딩이 가능한 덩치로 변했다.
결국 그 전까진 라이딩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니 1학년 동안에는 주로 교감과 다양한 파트너들과 관련된 이론 교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타는 건 안 되도 어느 정도 몬스터들은 걷거나 나는 게 가능했다.
기숙사에서 교실로 갈 때 주로 파트너를 따라오게 만든 채 이동할 수 있었다.
반면에 주인공은?
배가 바닥에 닿아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날개도 덩치에 비해 너무 작아서 날지도 못하는 짐덩어리를 업고 다녔다.
거기서 주변 학생들이 주인공을 비웃었다.
그런 돼지 같은 와이번으로 제대로 된 윙나이트가 될 수 있겠냐면서.
안 그래도 이상한 와이번을 받아서 서운한데, 심지어 녀석이 성격도 좋지 않아 매번 주인공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2장 끝에선 주인공이 이런 대사를 쳤다.
“으아아, 나 집으로 돌려보내줘어어!”
절규에 찬 대사.
거기까지 한 번 퇴고의 과정을 거친 뒤 시계를 확인했다.
06:28.
“2분 남았네. 물 한 잔 퍼오고 쓰면 딱이겠다.”
부엌으로 가서 조용히 물 한 잔을 떠왔다.
이미 아버지는 6시 전에 출근을 했고, 어머니는 아직 주무시고 계셨기에.
조용히 방으로 돌아와서 자리를 잡으니 6시 30분이 됐다.
“좋아, 달려보자!”
새벽에 작성한 시놉시스를 이용해서 3장의 내용을 쭉 써내려갔다.
결국 주인공을 계속해서 놀림을 받고 자기편이 되어줘야 할 드래곤은 드래곤대로 귀찮게 하는 내용.
쭉 쓰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2장부터 해서 좀 고구마인데?”
상당히 주인공이 호구마냥 당하기만 하니 독자들이 답답해할 법한 스토리.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시기는 어느 정도 답답해도 독자들이 재미만 있으면 무덤덤하달까?
나중에 유료연재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편마다 결제를 하게 되니 독자들의 기준이 매우 날카로웠다.
고구마만 있는 편이 지속되면 답답해서 짜증난다고 접었다.
하지만 지금 시기의 연재는 그보단 인내심을 갖고 봤다.
그걸 감안하면 두 편에 걸쳐서 고구마를 주고, 마지막에 사이다를 줘도 큰 상관은 없었다.
근데 굳이 왜?
“고구마가 있는 걸 알면 사이다를 줘야지. 독자들 목 콱 막혀서 죽게?”
지금이야 작가들이 고구마와 사이다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니 그저 자기 글을 썼다만, 굳이 이 관계는 지금 시장에도 안 먹힐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센세이션할 거다.
바로, 바로 속을 시원하게 해주니까.
현재 내가 쓰는 편의 마지막에 줄 사이다는 다른 게 아니었다.
수업 중 자신과 파트너가 될 몬스터의 전투력을 측정 및 강화시키는 과목이 있었다.
사실 수업시간 도중에도 주인공은 고구마였다.
같은 방을 쓰는 아란의 경우 수석으로 입학해서 가장 등급이 높은 와이번을 받았다.
가장 강력한 와이번답게 아직 다른 파트너 몬스터들이 쓰지 못하는 필살기인 ‘브레스’도 쓸 줄 알았다.
다른 아이들의 경우에도 아란과 팀이 된 와이번처럼 브레스는 쓰지 못하더라도 타겟을 날렵한 움직임과 강력한 발톱으로 찢어발겼다.
반면에 주인공의 비만도마뱀은?
“공격해!”라고 외치기 무섭게 기다란 발톱이 달린 앞발을 움직였다.
하지만 앞발만 움직이고 말았다.
바닥에 낙서를 하듯.
다른 파트너 몬스터들처럼 타깃을 향한 적의도, 전투를 하려는 의지조차 느껴지지 않는 나태한 모습.
교관이고 학우들이고 전부 주인공을 비웃었다.
거기서 주인공은 창피해서 비만도마뱀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걸로 수업이 끝나는 부분까지 썼다.
“여기서 끝나면 고구마지. 하지만 모두가 떠난 훈련장에 남은 비만드래곤의 낙서. 거기서 뒤늦게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대한 불꽃의 구체 ‘파이어볼’이 생성된 뒤 타겟을 타격했다. 화르륵, 쾅!”
3화만에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모두가 조롱하던 비만도마뱀의 힘 중 하나를.
“좋았어, 여기까지 한 편 완성!”
‘컨트롤, Q, I!’
드래곤 나이트의 3화를 완성한 뒤 얼마나 썼는지 확인했다.
글자수 : 5,810자
편당 기본적으로 정해둔 글자수인 5천 자를 훌쩍 넘었다.
“사이다를 줄 수 있는 장면까지 쓰려고 하니 분량이 꽤 혜자구만?”
그렇게 드래곤 나이트의 3화 글자수를 확인한 나는 시계를 쳐다봤다.
07:18.
글자수와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48분간 5,810자라……. 한 시간으로 계산하면 7천 자를 약간 넘기는 건가?”
컴퓨터에서 계산기를 켠 다음 확인해 봤다.
“5,810자를 48로 나누고 60을 곱하면…… 7262.5자네?”
한 시간을 쭉 썼었더라면 7천 자를 넘게 뽑는 것도 가능했다.
그걸 확인한 나는 쾌재를 불렀다.
“나이스! 이거구나!”
난 깨달았다.
내게 가장 적합한 집필 스타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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