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31
나는 작가다 131화
131화
“왜요?”
내가 생각해도 정말 얄미울 정도로 쳐다봤다.
아더만 작가 역시 내가 얄미운지 이까지 갈았다.
“이익, 홍 대표.”
말로는 나한테 어찌할 수 없다 느꼈는지 갑자기 성용 형님을 쳐다보는 아더만 작가.
갑자기 자길 부르니 당혹스러웠으나 일단 나이도 많고 최근에 성적이 좋은 작가니 성용 형님은 예의를 갖춰 답했다.
“예, 작가님.”
“앞으로 자네 출판사는 나랑 계약할 생각 말게! 이런 싸가지 없는 작가랑은 같은 데 못 있네!”
“어…….”
성용 형님은 아더만 작가의 반응에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날 힐끗 쳐다보기까지 했다.
비록 대표로서의 모든 권한을 넘기긴 했어도 실질적인 회사의 권력자는 나였으니까.
난처함이 묻어난 시선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껴졌다.
자신이 봤을 때 아더만 작가면 놓치기 아깝다 여기는 것 같다.
하기야 성적이 있으니 놓치면 아까울 만했다.
그 정도였으니 진형이가 페이퍼 출판사 사장한테 대차게 까였지.
하지만 난 안 아깝다.
아더만 작가를 쳐내고 다른 십 대 작가들을 데려올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이득이다.
게다가 말도 많고 구설수도 꽤 많은 양반으로 알고 있다.
작가를 꿈꾸는 십 대 여학생들한테 계약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추파도 던진 적이 있었다.
이런 인간은 오히려 내가 사양이다.
성용 형님이 어찌해야 할지 모르니 내가 직접 나섰다.
“고맙습니다.”
“뭐?”
갑자기 내가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자 황당해하는 아더만 작가.
하기야 싸가지 없다고 한 놈이 갑자기 감사하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을 거다.
더욱이 방금 자신이 이야기하던 건 회사와의 계약 건으로 대표인 성용 형님한테 한 것인데, 그에 대한 반응을 내가 보였으니 황당하리라.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가 할 말만 내뱉었다.
“안 그래도 저희 회사랑 계약하자고 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본인이 먼저 안 하겠다고 하시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저희 회사는 절대 아더만 작가님하고 계약하지 않을 겁니다.”
내 말을 들은 아더만 작가가 어이없단 목소리로 물었다.
“하, 그걸 왜 네가 정해?”
대표는 성용 형님인데 작가인 내가 답변한 게 이해가 안 갔으리라.
그러나 굳이 내가 실권자라고 밝히면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이 대화에서 중요한 건 아더만 작가 본인이 우리 K E&M과 계약하지 않았단 사실이다.
그걸 다시 상기시켜주며 제가 한 말을 돌이키게 해줬다.
“제가 정하다뇨? 아더만 작가님께서 정하신 겁니다. 저희 회사랑 계약 안 하신다면서요?”
“그, 그건…….”
아더만 작가가 물었던 건 K E&M과의 계약에 관해 내가 답했단 건데, 반대로 그가 직접 안 한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파고들자 머뭇거렸다.
딱 보니 이 아저씨 홧김에 계약 안 한다고 지르긴 했는데, 마음속으로는 우리 K E&M하고 계약할 생각을 가지고 온 것 같았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요새 잘나가는 작가들이 전부 우리 작가였던 데다가 점점 망해가는 대여점 시장으로 다들 판매부수가 떨어지고 있는데 K E&M 소속 작가들은 서점 시장까지 잡아먹으면서 예전작들보다도 몇 배를 팔아먹고 있었으니까.
작가라면 응당 우리 회사랑 계약하고 싶을 수밖에 없었다.
단지 그 기준을 내가 높여놔서 아무나 계약 못한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아더만 작가가 우리 K E&M과 계약하려는 일말의 희망을 남겨둔 것 같아 아예 뿌리째 뽑아버렸다.
“에이, 설마 남자가 한입으로 두말하시려는 건 아니죠?”
“안 해!”
아이고, 감사해라.
고마운데 식사라도 대접해야지.
난 아까 아더만 작가가 앉았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럼 식사라도 하시다 가시죠.”
“식사? 웃기고 있네. 얼마 되지도 않는 이런 싸구려 식사 따위 내가 사양하지.”
싸구려 식사라, 그래도 나름 우리 K E&M의 규모가 어떤지 보여줄 생각으로 꽤 비싼 데서 출장을 불렀는데 말이다.
아마 가격을 들으면 입이 떡하니 벌어지지 않을까?
어디 한 번 해보자.
난 이번 정모에 준비한 식사의 비용이 어떤지 밝혔다.
“음, 1인당 20만 원 잡고 나오는 식사인데 싸구려라니. 역시 잘나가시는 아더만 작가님이시네요. 어쩔 수 없죠. 마지막 식사라도 제대로 대접해 드릴까 했는데 본인이 싫다고 하시니 저쪽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뭐야?!”
순간 20만 원이라 말에 아더만 작가는 입이 떡하니 벌어지려다가 차마 체면을 생각해서 애써 닫았는데, 이어서 내가 그만 자리를 떠나 달라고 하니 인상을 팍 썼다.
나이 먹은 뚱보 아저씨가 인상 써봐야 겁도 안 난다.
이래봬도 편집자 생활을 오래하면서 인상 정말 험악한 작가들도 많이 봤고, 몇몇 작가들 중에는 조폭 생활을 했던 아저씨들도 있었다.
그런 아저씨들과 비교하면 눈앞에 있는 아더만 작가는 그저 나이가 벼슬인 것마냥 여기는 꼰대 중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꼰대에게 겁먹을 수야 없지.
난 오히려 싱긋 웃어주며 팩트폭행을 가했다.
“설마 저희 회사랑 계약도 안 할 거고, 식사도 안 하실 건데 계속 자리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랬다.
이 자리는 K E&M이란 회사가 작가들을 위해서 연 식사 자리다.
근데 우리 K E&M과 계약도 안 하고, 식사도 안 할 거라면 굳이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찌르자 아더만 작가 역시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안 해! 갈 거다!”
간다면서 발길을 돌리려는 아더만 작가.
하지만 아직 내 턴은 끝나지 않았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참! 그리고 저희 회사랑 척을 진다고 하셨으니 저희가 관리하는 연재사이트 KN월드에서 아이디도 삭제하겠습니다.”
우뚝!
짜증을 잔뜩 부리며 떠나려다가 갑자기 내가 KN월드의 계정도 없앤다고 하자 발걸음이 멈춘 아더만 작가.
더욱 인상을 쓰며 날 쳐다봤다.
“그건 왜 삭제해?”
계정을 삭제 당하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모습 봐라.
그럴 만도 하다.
현재 각종 연재 사이트에 있던 작가들이 우리 회사와 계약하기 위해서 다 넘어왔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들이 나 하나만 보고도 우르르 넘어왔는데, 다른 우리 K E&M 소속 작가들과 계약하기 위해 넘어온 작가들 때문에 다 옮겨왔다.
그렇게 KN월드는 현재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연재 사이트가 됐다.
이런 곳에서 자기 성적을 증명할 수 있다면?
꼭 우리 회사랑 계약하지 않더라도 다른 출판사에게 좋은 조건을 부를 수 있었다.
그런 노다지에서 쫓겨나게 생겼으니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으리라.
이미 내가 아니다 싶어서 차단한 이들이 있다.
아더만 작가 하나 추가하는 거?
일도 아니지.
그에게 정당하게 차단할 거라며 근거를 댔다.
덤으로 다혈질인 아더만 작가의 성격까지 이용해서 직접 나가떨어지게 만들 말까지 덧붙였다.
“어쨌거나 KN월드는 모든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을 위한 공간이긴 하나 최종적 목표가 저희와 계약하기 위한 작가분들을 발굴하기 위한 수단이거든요. 근데 굳이 저희랑 계약도 안 하신다 하시고, 거기다가 척을 진 저희한테 빌붙는 것도 아더만 작가님 입장에서 썩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잖습니까?”
“뭐?! 비, 빌붙어?”
어리고 싸가지 없단 여긴 놈한테 빌붙는단 소리나 들어서 화가 나나 보다.
화가 참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다루기 쉬워서 좋지.
난 빌붙는단 말에 격하게 반응하니 이걸로 집중공략했다.
“저희 K북스랑 계약할 의사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KN월드에 연재하는 거면 빌붙는 게 맞지 않을까요?”
“하, 안 해! 삭제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이게 최고다.
화가 잔뜩 난 상대방 속 긁을 땐 오히려 고마워하는 게.
또 내가 자신이 내뱉은 발언으로 감사 인사를 하니 아더만 작가는 성용 형님을 쳐다봤다.
“이익! 홍 대표, 나한테 이렇게 대우해도 어디 회사 잘 굴러가나 보자고!”
아니, 나랑 대화하다가 괜히 밀리니까 성용 형님한테 난리네.
난 지금 당신 상대가 나란 걸 알려주기 위해 끼어들었다. 그리고 굳이 아더만 작가가 우리 K E&M을 걱정해 줄 필요가 없단 걸 밝혔다.
“정말 인정 넘치십니다. 자기랑 계약할 곳도 아닌데 회사 잘 굴러갈지 걱정도 해주시고. 제가 잘 굴러가도록 매달 수십억씩 벌어주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정말 별거 아니란 듯이 수십억을 언급했다.
아더만 작가의 동공이 매우 흔들렸다.
“수, 수십억……?!”
당연히 그 말고도 주변에서 우리를 집중하던 작가들 모두 웅성거렸다.
내가 잘 버는 건 알았어도 설마 매달 수십억씩 벌고 있단 것까진 예상을 못했었나 보다.
어쨌거나 거기서 난 씨익 웃으며 아더만 작가에게 물었다.
“안 가세요?”
“그, 그게…….”
방금 전 수익 공개가 매우 아팠나 보다.
복싱 경기에서 턱에 한 방 제대로 꽂혀서 그로기 상태에 빠진 선수처럼 정신을 못 차리는 아더만 작가.
난 그가 한 말을 되돌려주면서 찔렀다.
정신 좀 차리라고.
“싸구려 음식 안 드신다면서요?”
“크흠, 간다. 가!”
그렇게 아더만 작가는 뒤돌아서선 성큼성큼 화난 발걸음으로 KN월드 정모 자리에서 떠났다.
그런 뒷모습에 대고 난 인사를 해줬다.
“안녕히 가십시오.”
마지막으로 나이 많은 분에 대한 예의를 차렸다.
그런 내게 성용 형님이 아까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준경아, 통쾌하긴 했는데 아더만 작가 놓친 건 좀 아까운데…….”
성용 형님의 심경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나 역시 편집자 생활을 오래 해본 입장에서 돈 되는 작가 한 명은 회사 입장에서 매우 아까운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기회 비용을 생각해 보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난 진지한 얼굴로 성용 형님을 불렀다.
“형님.”
“응?”
“저런 작가 하나 잘못 들여서 구설수 오르고 괜히 여기저기 사고 치면 그거 뒷수습하느라 성실하게 글쓰는 작가들한테 괜히 피해 주는 겁니다. 그냥 저런 사람은 돈이 돼도 안 받는 게 맞아요. 그리고 잘 봐요. 저 작가 이번 작품이 마지막일 겁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더만 작가는 황궁책사로 엄청난 성적을 거뒀으나 성실하지 못한 집필로 인해 판매부수가 팍 줄어든 이후 슬럼프가 와서 그대로 끝나 버렸다.
그것도 매우 지저분했다.
황궁책사를 빌미로 페이퍼 출판사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출판사란 출판사는 다 다니면서 선인세를 잔뜩 뜯어간 다음 동남아로 쨌던가?
‘그러고 보니 진형이는 선인세가 너무 많다며 말렸는데, 사장이 다음 작품 황궁책사 초반부처럼 성적내서 잘 팔면 메울 수 있다고 강제로 줬었다고 했지?’
덕분에 페이퍼 출판사에서는 아더만 작가 건으로 진형이를 나무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제일 큰 똥을 싸지른 게 사장이니 아더만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금기시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고 보니 아더만 작가 다음 권 나갈 무렵이면 진형이가 페이퍼 출판사 사장한테 대차게 까일 때지? 봐서 데려올 수 있으면 데려와야겠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