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34
나는 작가다 134화
134화
“뭐? 공모전 이름에 욕을 넣자고?”
방금 내가 언급한 공모전 이름을 듣고서 당황하는 성용 형님.
그럴 만도 했다.
현재 K E&M은 갑자기 엄청난 규모로 커지면서 설아네 어머님 입에서 준 대기업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나중에 네버나 코코아와 비교하자면 아직 우스울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하긴 걔들은 대기업이 됐지.
이런 규모의 회사가 되면 점점 조심해져야 할 게 많았다.
사소한 것 하나가 기업 이미지를 망가뜨릴지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공모전 이름으로 ‘쓰바라마’라고 해서 욕설이 연상되니 성용 형님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대해서 난 씨익 웃었다.
“에이, 욕이라뇨. 사투리죠.”
“뭐?”
“쓰바라, 마! 하고서 경상도 사나이 하나 넣죠. 그래, 경상도 대표 연예인 한 명 구해서 모델로 세우죠. 누가 좋을지 선아 누님한테 여쭤봐야겠다.”
사실 내가 한 게 경상도 사투리가 맞는지 뭔지 모르겠다.
근데 언약이 세면 경상도란 이미지가 있으니 경상도 출신 대표 배우 한 명을 모델로 새우면 욕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적어지리라 여겼다.
성용 형님은 자신이 우려하던 바에 대한 대처 방안도 생각해서 공모전 기획을 들고 왔단 걸 알곤 혀를 내둘렀다.
“무슨 진행이 불도저냐?”
“빠르게 처리해야 글 쓸 시간 만들죠. 아직 불꽃새 이후로 러브콜은 오는데,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 들어오면 또 언제 연기를 할지 모르니까요.”
“배우 하는 거 귀찮다더니만.”
그렇게 말해놓곤 괜찮은 작품이 들어오면 연기할지도 모른단 내 말에 기가 차다는 성용 형님.
사실 연기하는 것도 맛을 들리니 재밌긴 했으나 아직까진 글 쓰는 게 더 좋았다.
일정 이상을 쓰고 나면 작가들이 일로만 느껴서 지겹기고 하고, 쓸 때 버겁기도 해서 편하게 가려고 하긴 했다.
흔한 케이스가 바로 ‘자가복제’였다.
자기가 잘나갔던 작품을 살짝 틀어서 신작으로 뽑아내는 걸 말했는데, 차라리 남의 작품만 표절하지 않는다면 그게 낫다곤 생각했다.
독자들 입장에선 매번 같은 글이 나오면 화나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내가 배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긴 했다.
“은근히 그거 하면서 감독물 소재가 잘 잡히더라고요. 가끔씩 환기도 시켜줄 겸 연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요새 신작으로 프로듀서 혹 감독물이라고 할 수 있는 걸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감독물 말고도 극작가물이 있긴 했는데, 이건 왠지 나중에 작가물을 쓴다면 쓰게 될 거다.
‘작가물, 왠지 마지막에 써야 할 것만 같지.’
종이책 시장에선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이 꽤 있었다.
항해물이나 주인공이 자살한다는 등 출판사에서 절대 작가에게 쓰지 못하게 하곤 했다.
그중 하나가 작가물이었다.
이상하게 작가물은 죽을 쒔으니까.
‘그나마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서 독자들이 소재를 받아들이는데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성공할 수 있었지.’
아니, 애당초 지금 내가 현대 직업 전문가물의 시장을 열지 않았더라면 전자책 시장이 오기 전까지 아예 전문가물은 여전히 외면받았을 거다.
내가 스포츠물과 전문가물을 쓰고, 독자들이 다른 게 없나 찾기 시작하면서 붐이 일었을 뿐.
하지만 이런 시장에서도 여전히 작가물은 외면 받았다.
다들 하는 말은 이랬다.
‘다른 직업군은 잘 모르니 열심히 자료를 조사하면서 쓰는데, 작가물은 자기가 잘 안다고 판단해서 아는 대로 대충 쓰고 본다. 그러다 보면 점점 글은 작가들이나 읽어야 재밌을 스토리가 되어버린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 작가물을 쓰는 작가들이 실수하던 게 그거였다.
너무 감정이입이 심해지면서 작가들끼리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버리게 된다는 것.
사실 지금 내 네임밸류라면 당장 써도 실패할 리는 없었다.
단지 내 직업을 다룬다고 생각하니 좀 더 진중하게 쓰고 싶었다.
극작가도 따로 뺀 이유가 그거였다.
어쨌거나 작가물을 쓰면서 이것저것 작가로서 활동하는 범위가 넓어야 장편이 가능했다.
때문에 난 작가물을 위해서 극작가 쪽 소재는 저장만 해둔 상태였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자 성용 형님이 나무랐다.
“배우들이 그 이야기 들으면 한 대 때리고 싶겠다.”
“별수 있나요. 전 배우는 부업이고, 작가가 주업인데.”
“그러냐?”
반응은 저래도 할 말이 없단 표현이다.
맞는 소리니까.
이제 이 이야기는 접고 난 쓰바라마 공모전으로 다시 화제를 돌렸다.
“예, 어쨌거나 계획은 이렇게 준비해 왔어요.”
난 집에서 하도 장르소설이 질이 낮다드니 발로도 쓰겠다느니 하는 독자들을 보면서 짜온 쓰바라마 공모전의 기획서를 넘겼다.
그걸 받고서 타이틀 첫 장을 넘기자마자 보인 걸 보고 성용 형님이 경악했다.
“어디 보자. 뭐? 총 상금 10억을 건다고?”
총 상금 10억!
대상 한 명에게 2억 원, 우수상에게 1억 원씩 세 명, 그리고 장려상에게 5천만 원 열 명에게 주겠다고 적어놨다.
반은 상금이고, 나머지 반은 10권까지 쓴다는 전제하에 주는 보장인세였다.
“그래야 아득바득 도전했다가 실패하지 않겠어요? 아마 독자였다가 쓰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해보려다가 포기할 걸요? 조건이 쉽지 않단 말이죠.”
“그렇긴 하네, 100일간 매일 쉬지 않고 5천 자 이상 연재면 한 번도 글써본 적 없는 사람들에겐 빡세지. 그리고 그 조건을 부합하기 위해서 KN월드에서 한 번도 연재해 본 적 없으며 공모전 공지 전에 댓글 100개 이상을 단 독자 한정이라······. 그중에 만약 해낸 사람이 있으면?”
매일 5천 자씩 100편을 쉬지 않고 쓴다.
정말 전자책 시장이 열리고 적응해야 하는 작가들한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뿐만 아니라 혹여나 작가들이 상금이 탐나서 몰래 참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건도 걸어뒀다.
혹여나 연재용 아이디랑 독자용 아이디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경우에 대비해서 만약 상금 받은 사람이 기성 작가란 게 밝혀질 경우 합법적으로 10배의 배상금을 물게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내가 차단한 이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내용이 전달될 것이며, 작가들 정보를 체크하기 위해서 각 출판사들에게 도움 요청도 할 것이다.
당연히 기브 앤 테이크다.
이에 관해서 나 역시 다른 출판사들에게 두 가지 대가를 줄 생각이었다.
하나는 KN월드에서 30%의 수수료를 떼어주는 대신 각 출판사들의 작품 역시 유료 연재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었다.
몇몇 출판사들이 KN월드 유료 연재 수익을 보고 따라서 만들긴 했으나 우리만큼 잘 되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비록 30%가 떼이더라도 자신들이 만들었거나 친한 출판사의 유료연재 사이트에서 파는 것보단 KN월드에서 파는 게 낫다고 여길 터.
언젠간 다른 출판사들과 우리 회사의 기준 미만인 작가들도 먹고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 걸 고려해서 현재 K E&M 독점인 유료연재의 기회를 줄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구실 좋게 이걸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원래 하려던 걸 이리 해주니 양심이 찔려서 하나 더 추가해서 넣어주긴 했다.
시스템 K E&M 계약 작품들만 내걸던 대배너에 출판사들마다 일주일씩 대표 작품을 넣어준다는 조건을.
이 조건이 절대 싸구려가 아닌 걸 증명하기 위해 KN월드에서 시작된 유료 판매 작품들 중 우리와 계약해서 대배너가 걸릴 때 증가하는 판매량이 어떤지 데이터화된 자료도 넘길 심산이었다.
물론, 이 무료 기한이 끝나면 이후 대배너를 랜덤으로 순서가 오가게 해서 한 5개에서 10개까지 동시에 걸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당연히 그때부턴 ‘유료’다.
아마 대배너로 늘어난 수익 맛을 보면 매달 몇백만 원은 내더라도 걸려고 할 것이다.
독점하려고 더욱 큰 금액을 부르는 곳도 있겠지만, 적당히 넘어온 금액들 중 평균가를 찾아서 전체에게 똑같이 지불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빠듯한 조건부 안에서 정말로 대상작이 나온다면?
“대상 중 퀄리티가 되면 2억 쏩니다.”
“정말?”
내가 너무 선뜻 2억을 내놓겠다고 하자 놀라는 성용 형님.
그에게 난 정확한 조건을 다시 되짚어줬다.
“말했잖아요, ‘퀄리티가 되면’요.”
몇몇 공모전들이 그럴 때가 있었다.
대상 탈 자격 있는 작품이 없어서 이번 회차엔 대상이 없다, 란 식으로 대상 없는 공모전 결과를 낼 때가.
나 역시 우리 K E&M 기준을 넘기지 못한 작품은 계약해 줄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아무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그렇게 허투루 나가게 둘 순 없지.
근데 성용 형님은 마치 내가 처음부터 대상이 없도록 정해놨다고 생각한 것처럼 반응했다.
“기준 미달로 대상은 없다고 할 생각이구나.”
“에이, 절 무슨 양아치로 보십니까? 정말 기준 미달인 작품들뿐이면 없는 거지, 기준만 넘기면 정말 2억 쏩니다.”
“만약 다 기준이 된다고 치면 10억 전부?”
“어차피 회사 돈으로 나가면 제 세금 아끼고 좋죠, 뭐. 10억쯤이야 정말 좋은 작가들 발굴만 가능하다면 얼마 안 되죠.”
내가 10억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자 성용 형님은 기가 차단 반응이었다.
“이젠 10억은 돈도 아니구만.”
“형님도 그리 생각하시잖아요?”
“누가 너무 많이 벌어다 주셔서 10억으론 이젠 눈 하나 껌뻑 안 하긴 하지. 문제는 세금 때마다 기겁할 뿐이지.”
성용 형님 역시 회사에서 오가는 돈이 얼만지 아니 10억은 큰돈처럼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세금은 아프지.
철이가 열심히 일해서 가진 돈에 비해 얼마 아닌 규모를 내더라도 내가 쓰는 게 아니라 딱히 뭐 해준 것도 없는 국가에게 공으로 갖다 바치는 돈이니까.
어쨌거나 성용 형님에겐 그쪽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에이, 어차피 그쪽은 철이가 알아서 하는데요.”
“철이가 맨날 투덜거리지 그래서.”
이제 보니 금액이 아니라 철이 때문에 말했던 건가?
녀석은 세금 많이 아껴서 지 인센티브로 퍼가는 주제에 뭘 투덜거린다는 건지.
“뭐라고요?”
“이렇게 세금 낼 돈 있으면 자기나 달라고 말이야.”
“지가 세금 감축시키면 어련히 일정 비율 지 건데, 욕심도 참 많아요.”
“나 같아도 눈앞에서 그 많은 돈이 사라지는 걸 보면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긴 하겠더라.”
“별수 없죠. 다 회사를 위해서 내는 건데요.”
“알지, 근데 가라를 많이 치면 엄청나게 아낄 수 있는데 너 때문에 그걸 못해서 자기 버는 돈 적다고 그러는 거지.”
하기사 철이가 항상 나한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조금만 더 손보면 엄청나게 절세할 수 있다고.
거기서 난 물었다.
그게 과연 합법이느냐, 불법이느냐에 대해서.
철이가 답하길.
합법의 교묘한 점을 이용해서 절세하는 건 이미 맥시멈이고, 좀 더 아끼려면 살짝 불법적으로 해야 한다고.
불법을 살짝 가미해서 절세하길 원하는 철이.
아무리 친한 친구이고 능력이 있는 건 알지만, 내가 정한 회사 이념이 벗어나질 않길 바랐다.
그런 철이에게 난 뭐라고 했는지 밝혔다.
“그래서 말했는데 말이죠. 만약 들켜서 세금 토해내야 하면 직접 총대 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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