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37
나는 작가다 137화
137화
“하하, 걱정 마십쇼. 방금 이야기 드렸다시피 저희 드라마에 출연만 해주신다면 수정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맞습니다. 심지어 국민작가께서 수정하자고 하면 다 뜻이 있지 않겠습니까?”
요구사항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이다 못해 너무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니 내가 더 낯이 뜨겁다.
“이런 너무 띄워주시는데요?”
우리 세 사람을 지켜보며 식사하던 선아 누님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자 마무리를 지었다.
“자자, 출연도 정해졌고 준경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니까 이제 식사 좀 하자.”
“그러시죠.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난 선아 누님과 두 드라마 작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가 다 끝난 뒤에도 알아두면 좋은 작가들이었으니 2차로 맥주 한잔 걸치러 자리를 옮겼다.
술자리에서 간단하게 나중에 쓸 작가물에 대한 극작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조언도 받고 그랬다.
일단 극작가 부분에 대한 에피소드만 적은 뒤 원고를 보내주기로 약속했고, 선아 누님과는 배우 강서윤을 언제 볼지 정확한 날짜를 잡았다.
배우 강서윤 역시 날 보고 싶다며 오늘은 술을 마셨으니 다음 날 해장하고 모레 보자고 했다.
사실 맥주 몇 잔이 전부라 선아 누님에게 내일 봐도 상관없다고 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선아 누님이 말하길, “어디 나랑 코 삐뚤어질 때까지 한 번 달려?”라고 나오니 알아서 꼬리를 말았다.
굳이 대작을 하자면 질 리는 없는데, 분명 이 누님하고 대작했다간 다음 날 하루 온종일 해장하고 잠만 자야 할 거다.
정말 술 먹기로 작정한 날이면 모를까.
오늘 같은 날 그럴 수야 없지.
어쨌거나 적당히 마시고 들어와서 난 강서윤을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 전까지 작가물에 극작가물 에피소드를 넣는다면 어떻게 쓸 건지 고민하고 써내려 갔다.
원고를 쓰고, 자고, 쓰고, 자고를 반복한 뒤에야 난 선아 누님과 배우 강서윤을 만나러 움직였다.
제주식탁으로 갔는데, 약속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갔다.
미리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 다음 그냥 내가 주문했으니 내겠다고 하기 위해서.
막상 말로는 내가 찾아가니 선아 누님에게 사라고 했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배우 강서윤도 모델로 섭외하는데다가 잘나갈 드라마 작가들도 만나서 조언도 받게 됐으니 이 정돈 사야지.
근데 정말 예상과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들어가기 무섭게 날 알아본 이가 있었다.
“여, 이 작가! 여기야.”
“이, 일찍 나오셨네요?”
약속시간보다 15분을 일찍 왔는데, 이미 선아 누님과 배우 강서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이미 테이블에는 소주가 일곱 병이나 비어지고, 여덟 병째를 마시고 있었다.
아니, 이 누님이…….
“누님, 언제부터 마신 겁니까?”
“얼마 안 됐어. 서윤아, 우리 한 30분 있었냐?”
30분 만에 소주 여덟 병째라고?
아무리 둘이라지만 정말 주당이다.
그나저나 배우 강서윤도 주당이었나 보다.
강서윤은 30분이라는 선아 누님의 시간을 정정시켜 줬다.
“한 시간요.”
“뭐? 시간이 그렇게 됐어?”
자기랑 강서윤이 마신 시간이 한 시간이 됐단 걸로 놀라는데, 사실 한 시간 동안 이렇게 마신 것도 놀라울 정도다.
한 시간을 30분이라고 착각한 선아 누님에게 강서윤이 말했다.
“하여간 누님은 술만 들어가면 마시느라 집중해서 시간 개념이 없어지신다니까요.”
“아하하, 그럴 수도 있지. 자자, 이 작가. 앉아. 여긴 네가 그토록 원하던 배우 강서윤, 얼굴은 알지?”
“암요, 제가 부탁드렸는데요. 반갑습니다, 강서윤 씨. 이준경이라고 합니다.”
“옙! 반갑습니다.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서로 악수하는데 날 보고 싶었다고 해서 뭔가 싶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절요?”
“예, 이준경 작가님께서 쓰신 게임 리뷰들 잘 읽고 있습니다.”
소설 때문인가 했더니 그것 때문이었구나.
하드맥스부터 해서 네버까지 각종 게임 리뷰와 스토리들을 평상시에 작업했는데, 강서윤이 그 리뷰들을 보는 팬 중 하나였을 줄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출세한 것 같다.
어쨌거나 게임 리뷰 때문에 날 보고 싶어 한다면 당연히 게임을 좋아하리라.
그에 대해 물었다.
“아, 게임 좋아하시나 봐요?”
“좋아합니다. 그리고 요샌 이준경 작가님께서 쓰시는 게임 리뷰들을 더 좋아하죠. 덕분에 소설도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강서윤 씨 같은 배우 분께서 읽어주신다면 영광이죠.”
“아닙니다. 오히려 이준경 작가님 같은 분께서 절 모델로 쓰고 싶다며 이야기하셨다니, 제가 더 영광이죠.”
그렇게 나와 강서윤이 서로 칭찬만 해대니 선아 누님이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쳐다봤다.
“아주 그냥 서로 잘난 것들끼리 신났네, 신났어. 야, 술이나 받아.”
여덟 병째의 소주병을 들고서 받으라는 선아 누님.
이미 내가 올 걸 기다렸단 듯이 잔도 놓여 있었다.
빈잔을 들고 강서윤에게 말했다.
“암요, 누님께서 받으라면 받아야지요. 원래 모델 계약 건 이야기를 나누려고 왔는데, 이렇게 술판이 벌어져서야 오늘은 누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마시고 계약 이야기는 따로 자리를 가져야겠네요.”
“그래, 역시 이 작가야. 암, 그래야지. 오늘은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라구.”
나야 강서윤이랑 사이가 좋아지면 나쁠 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강서윤이 선아 누님에게 소주병을 받길 원했다.
“두 분이 그러시면 저도 따라야죠.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
“그래, 둘이 처음 보니까 서윤이가 따라줘라.”
선아 누님이 들고 있던 소주병을 강서윤에게 넘겼다.
그렇게 소주병을 받은 강서윤이 내 잔에다가 따라줬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잔을 받은 뒤 강서윤을 따라주려고 했다.
근데 갑자기 선아 누님이 소주병을 뺏어갔다.
휙!
“어?”
갑자기 왜 뺏어간 거냐며 쳐다봤다.
그러자 선아 누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마셔.”
“네?”
“마시라고. 우린 벌써 둘이서 두당 세 병 이상 비웠는데, 너도 맞춰서 달려야지?”
“아이고, 누님…….”
술 좋아하는 건 알지만, 이런 식으로 먹이려고 할 줄이야.
하지만 방금 전은 양반이다.
이어진 선아 누님의 말은 더 살벌했다.
“두 잔으로 시작할래, 병으로 시작할래?”
“……두 잔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래야지.”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선아 누님.
그 사이 난 방금 받은 소주를 들이켰다.
“캬! 그래, 이 맛이지!”
깔끔하게 한 잔을 비우자 선아 누님이 매우 흡족한 미소로 소주를 건넸다.
“옳지, 잘 마신다. 한 잔 더 받아.”
“옙!”
두 번째 잔을 받자 선아 누님이 강서윤에게 찡긋 윙크했다.
“그래도 양심이 있으니 이번엔 짠하자, 서윤아.”
“그러시죠.”
짠!
다 같이 건배한 후 새 잔을 비웠다.
거기서 난 재빠르게 소주병을 낚아챘다.
처음 보는 자리인데 나도 강서윤을 따라주기 위해서.
“이번엔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일단 나이순으로 누님부터…….”
“됐어, 둘이 초면이니 서윤이부터 따라줘.”
“누님께서 그러시다면야. 받으시죠, 서윤 씨.”
“감사합니다!”
“자, 누님도요.”
그렇게 우리 세 명의 잔이 모두 차자 선아 누님이 물었다.
“오냐, 역시 술은 소주지. 안 그러니?”
이거 딱 봐도 저번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미안해하는 표정 연기로 답했다.
“저번에 맥주만 마시고 헤어져서 아쉬우셨군요.”
“잘 아네. 자, 달리자.”
“그러시죠!”
그날 우린 정말 선아 누님이 원한 대로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셨다.
술 마시면서 친해지는 게 좋은 문화가 아니란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그 덕분에 난 배우 강서윤과도 더 친해졌다.
알고 보니 나보다 한 살 어리더라.
덕분에 톱스타 동생 하나가 생겼다.
문제는 다 좋지만은 않았다.
형, 동생하게 된 기념으로 강서윤네 집이 근처라고 해서 자러 갔는데, 어떤 정신 나간 파파라치가 이런 기사를 낸 것이다.
-국민 작가 이준경, 알고 보니 동성애자?
제목을 그렇게 걸고 내용에는 단 한 번도 접촉이 없던 두 사람인데, 절대 자기 집으로 누군가 초대하지 않던 배우 강서윤이 나와 함께 들어갔단 걸로 이따위 기사를 낸 것이다.
기사를 본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미친! 무슨 이딴 말도 안 되는 기사가!”
황당해하던 내게 강서윤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님, 어떻게 합니까? 제가 기자회견해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까요? 현재 소속사에서도 기자에게 소송을 걸겠다더라고요.”
강서윤의 소속사 역시 이 말도 안 되는 기사에 대해 황당해서 고소를 할 작정이었나 보다.
그럴 만도 하다.
한참 물오르는 배우를 동성애자로 만들어버렸으니 고소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
만약 강서윤의 소속사가 맡길 곳도 광해면 내가 하고, 아니면 따로 할 생각으로 물었다.
“네 소속사 담당하는 법무법인 어디야?”
“박앤김요.”
박앤김.
광해를 포함한 대한민국 삼 대 로펌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설마 그런 데서 맡기고 있을 줄이야.
“큰 데 맡기네.”
“대한민국에선 삼 대 로펌으로 불릴 정도로 큰 곳이긴 하죠.”
“그래, 너도 소속사 통해서 박앤김에 부탁해라.”
“형님도 고소하시게요?”
“해야지. 건들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지만, 먼저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게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겠어.”
“알겠습니다.”
평소엔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줘도 건들면 미친개만큼이나 무섭단 걸 보여줘야만 했다.
그래야 우습게 안 보지.
난 바로 설아네 어머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이 작가님.”
나인 걸 알아보곤 받자마자 답하는 설아네 어머님.
그녀에게 난 강서윤과의 거짓된 관계가 적힌 기사에 대해 물었다.
“기사 보셨죠?”
내 물음에 설아네 어머님은 재밌단 듯한 반응을 보이며 반문했다.
“아, 멋진 남정네들의 로맨스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농담이네요.”
“어머, 평소 작가님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 것 같았는데 꽤 신경 쓰이시나 봐요?”
평소의 난 설아네 어머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사람 좋은 걸로 알려져 있었다.
그만큼 잘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매우 차갑게 반응했다.
말도 안 되는 기사에 반응하기도 싫었기에.
단순히 내가 이 기사를 싫어하는 건 동성애자라고 쓴 것 따위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런 루머 정도라면 웃으면서 적당히 광해에 맡겼을 거다.
그런 루머와 다르게 이번엔 강서윤이 걸려 있었다.
내가 이러는 이유를 밝혔다.
“곧 있을 공모전 모델입니다. 이 이야기가 농담처럼 나왔는데, 서윤이가 우리 회사의 모델이 된다면 그 농담을 진짜로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나겠죠.”
공적으로 중요한 사안처럼 이야기하자 그제야 설아네 어머님 역시 사무적인 태도로 나왔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말도 안 되는 인터넷 기사들과 자료들 싹 내리고 진상규명 해드릴까요?”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내린다.
몇 번 간단한 루머 정돈 광해를 통해 해본 적 있던 일이다.
만약 이번에도 강서윤의 모델 건이 관련된 게 아니었다면 적당히 그런 식으로 했을지도 몰랐다.
파파라치 놈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지만 않았더라면.
난 원하는 걸 말했다.
“뭐하러 귀찮게 기사를 내립니까? 본보기로 한 명만 족치면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그런 짓을 안 할 텐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