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40
나는 작가다 140화
140화
“그, 그게…….”
당황하는 황보순.
이제 나한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다시 한 번 더 황보순에게 물었다.
“왜 안 쓰셨어요?”
다시 내뱉은 질문.
여기서 황보순이 할 대답은 두 개밖에 없다.
첫째, 만약 서번트 증후군이라던가 그런 식의 천재라면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보순이 천재가 아니라면?
둘째, 본인이 쓴게 아니다.
황보순은 두 번째 내 질문에도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게…….”
말을 더듬거리기만 할 뿐, 대답은 없다.
거기서 내가 취할 태도는 하나뿐이다.
“왜 안 쓰셨어요?”
세 번째 질문.
만약 이 질문에도 대답을 안 한다면?
또 한다.
네 번째도, 다섯 번째도.
어떻게든 대답을 들어야 황보순에 관한 답이 내려질 테니까.
“그, 그게…….”
이번에도 뭐라 답하질 못하는 황보순.
그에게 네 번째로 물었다.
“왜 안 쓰셨어요?”
이쯤되면 황보순도 알 거다.
자신이 대답하지 못할 경우 난 계속해서 이 질문을 던질 거란걸.
뒤늦게 황보순은 대답을 꺼냈다.
“사, 사실 제가 쓴 글이 아니에요…….”
끝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
하지만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와 성용 형님의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심 이럴 거란 걸 알면서도 아니길 바랐다.
장르시장의 미래를 위해 일해줄 새로운 작가였으면 했기에.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황보순은 그저 누군가의 ‘말’에 지나지 않았다.
방금 전 성용 형님과 함께 탄식했던 난 금방 감정을 추스리곤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군요.”
“예, 예, 죄, 죄송합니다…….”
일단 공모전 요강에 어긋나는 일이니 잘못된 거란 걸 모르진 않았다.
뭐, 좋다.
그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과연 황보순의 아이디를 이용해서 몰래 쓰바라마 공모전에 끼어든 쓰바라마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뿐.
난 휴대폰에 있는 녹음 기능을 틀었다.
지금부터 있을 이야기는 법적인 증거가 될 테니까.
휴대폰을 책상에 올린 뒤 황보순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대신 이야기해 주셔야겠습니다.”
“네, 네? 뭐, 뭘요?”
“누굽니까? 우리 황보순 독자님에게 이런 걸 시킨 사람이?”
“그, 그건…….”
말하기 어렵다는 듯한 반응.
이것 참, 좋게 말할 때 말해주지.
아무리 어린애라고 해도 좋게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첫째, 공모전 요강을 어겼다.
반칙을 쓴 이를 곱게 여길 생각 따위 없었다.
둘째, 배신감이 크다.
나나 성용 형님 모두 의심은 했으나 제발 아니길 빌면서 장르시장의 미래를 책임져 줄 신인 작가이길 바랐다.
아니란 사실에 너무나도 배신감이 크다.
셋째, 인간이 아니다.
어린애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인간.
용납이 안 된다.
하지만 황보순이 누구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처단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실토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어린애한테 하기엔 좀 미안하긴 했으나 내 회사와 장르시장의 미래를 생각하면 세게 나가야만 했다.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모전 요강 보셨죠? 만약 공모전에서 잔머리를 굴리면 법적인 대응을 강경히 할 거라고요. 또한 얼마 전에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어린 분이라서 뉴스를 보진 않을 테니까. 형님, 여기 본체에 랜선 좀 꽂아주세요.”
“오냐.”
황보순이 쉽사리 내뱉지 않겠다면 겁이라도 줘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낼 생각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건 얼마 전 사건 덕분에 수월했다.
유시민과 황보순이 정말 자기가 글을 쓴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랜선이 뽑힌 본체. 거기다가 성용 형님이 랜선을 꽂기 무섭게 난 인터넷부터 들어갔다.
인터넷에서 얼마 전 나와 서윤이를 게이로 만든 파파라치에 대해 법적 대응했던 걸 보여줬다.
특히 파파라치가 앞으로 절대 이렇게 살지 않겠다며 무릎 꿇고 눈물까지 흘리며 사과하는 사진이 박힌 기사를 보여줬다.
다 큰 어른이 저렇게까지 사죄하는 걸 보여주면 어린애 입장에선 지레 겁먹으리라.
황보순에게 그걸 보여주며 물었다.
“자, 보시면 알겠지만 얼마 전 절 농락한 이에게 행했던 법적 대응입니다. 무섭죠?”
“네, 네…….”
“만약 황보순 씨에게 아이디를 빌린 작가가 누구인지 말씀해 주시지 않는다면 아마 모든 법적인 책임은 그쪽이 물으셔야 할 겁니다. 방금 보여드린 기사처럼 전 절대 어리다고 봐주거나 그런 거 없습니다. 자, 말씀하시죠. 누가 한 거죠?”
“그, 그게…….”
여전히 쉽사리 대답을 못하는 황보순.
거기서 난 황보순을 한 번 달랬다.
“만약 답하지 않고 황보순 씨가 모든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본인이 당하진 않을 겁니다.”
“저, 정말요?”
미성년자이다 보니 자신이 죗값에 대한 벌을 달게 받지 않는다고 하니 밝아지는 표정.
그렇게 안도할 때가 기회다.
더욱 겁을 주기 좋은.
“물론이죠. 대신 성인인 황보순 씨의 부모님 그리고 형이나 누나가 있다면 그분들이 대신 법의 심판을 받겠죠.”
“그, 그런…….”
방금 전까지 자신에게 법적인 처벌이 없을 거라고 해서 안도하던 황보순의 표정이 악마라도 마주한 것처럼 어두워졌다.
악마?
그까짓 것 못할 게 없다.
이렇게 어린애를 이용해서 자기 이득 챙기려는 작가만 잡을 수 있다면 악마가 아니라 마왕…… 아니, 마신이라도 될 수 있었다.
겁을 잔뜩 먹은 황보순에게 난 다시 물었다.
황보순의 아이디를 빌려 연재한 작가가 누구인지.
“싫으면 부세요. 누굽니까?”
“그, 그게…….”
끝까지 대답이 느려터진 황보순에게 난 처음으로 언성까지 높였다.
“누구냐니까요?!”
그제야 황보순이 움찔! 하더니 정체를 밝혔다.
자기 아이디로 대신 연재한 작가가 누구인지.
범인은 나도 아는 작가였다.
“아, 아더만 작가님요…….”
“아더만요?”
“네, 네…….”
아더만.
KN월드 정모에 나와서 십 대 작가들을 무시하고 꼰대처럼 굴던 작가다.
그 때문에 나한테 한 방 제대로 먹기까지 했지.
설마 그가 황보순을 이용해서 연재를 할 줄이야.
두 가지는 확실해졌다.
첫째, 확실히 아더만 작가가 글을 잘 쓰긴 한다.
둘째, 글을 잘 써도 인성이 쓰레기라 필요가 없는 인간이다.
어차피 KN월드에서 쫓아냈기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거라 여겼는데, 아주 알아서 자기를 처리해 달라고 발악을 한다.
원하는 대로 이번에 깔끔하게 시장을 떠나게 만들어줘야겠다.
일단 황보순에게 아더만과 무슨 관계인데 아이디를 빌려준 건지 물었다.
“무슨 사이입니까?”
“도, 독자인데 아이디를 빌려 달라고 하셨어요…….”
정말 나쁜 인간이다.
자기 팬인 독자를 이용했다니.
“그렇군요. 무언가 대가를 받기로 한 게 있나요?”
“화, 황궁책사 사인본을 주신다고 하셨어요…….”
얼추 아더만 작가와 독자 황보순 사이에 있던 거래도 녹음했다.
거기서 난 황보순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좋습니다. 그럼 한 가지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무, 무슨 부탁요?”
갑자기 내가 부탁을 한다니까 동공이 흔들리는 황보순.
그냥 단순히 겁이 많은 아이 같았다.
하지만 아더만 작가에게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인물이다.
난 황보순에게 뭘 부탁할 건지 밝혔다.
“참고로 부탁이라고 말씀드렸으나 황보순 씨에겐 거부할 권리가 없습니다. 거부하셔도 되긴 하는데, 그럼 아까 이야기 드렸던 것처럼 모든 책임은 본인의 가족이 지게 될 테니까요.”
“뭐, 뭐든 할게요!”
“좋습니다. 아더만 작가가 이번에 행한 일에 대해서 증인이 되어주셔야겠습니다. 그것만 해주신다면 모든 법적인 책임은 아더만 작가에게 묻고, 황보순 씨에겐 묻지 않겠습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내 물음에 황보순은 잠시 고민하는 듯싶었으나 가족이 더 중요했으니 증인이 되기로 했다.
“아,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사건이 정리되자 난 씨익 웃었다.
“좋습니다. 괜한 사건으로 유시민 작가님만 시간을 허비하셨네요. 일단 출출하니 식사나 같이할까요?”
“저, 저도요? 저, 전 잘못한 사람인데…….”
잘못을 저지른 점에 대한 미안함이 있긴 한가 보다.
비록 유시민처럼 우리 회사의 기둥이 되어줄 작가로 키울 순 없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선 중요한 인물이니 잘 달래둬야지.
난 황보순도 같이 가자고 했다.
“중요한 증인이 되셨으니 밥 한 끼는 대접하겠습니다. 같이 소고기나 먹으러 가죠.”
“오오, 소고기!”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과 성용 형님을 데리고 근처 소고기집으로 향했다.
맛있게 먹고 난 뒤 난 광해에 연락했다.
이번 건에 관해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 * *
쓰바라마 공모전의 발표 날짜.
대상 후보였던 황보순이 빠지면서 아슬아슬하게 밀려났던 작가 한 명이 수상자로 추가됐고, 이런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도 모든 작가와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발표했다.
독자의 아이디를 빌려서 참여했던 작가가 있었는데, 아직 그게 ‘아더만 작가’란 건 밝히지 않았다.
여론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면서 우리에게 그 양심 없는 작가가 누구인지 밝혀 달라고 했지만,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면 발표하겠단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참가했던 독자들에겐 이번 경험담을 적으면 유료연재 작품을 볼 수 있는 ‘K 코인’을 1,000개씩 주기로 했다.
K 코인.
KN월드에서 연재되는 유료 작품을 볼 수 있는 화폐로 원화랑 수치가 같았다.
한 편을 보기 위해선 100원의 가치를 지닌 100개가 필요했었다.
어쨌거나 그런 리뷰 페이지를 여니 다들 K 코인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리뷰를 남겼다.
정말 성실하게 연재하는 작가 분들이 대단하단 걸 느꼈다던가, 앞으로 작가 분들을 함부로 욕하면 안 되겠다던가, 수상한 작가들을 축하해 주는 메시지 등등.
공모전을 연 취지가 제대로 먹히자 나나 준비한 K E&M 직원들 모두 흡족해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내가 더 흡족스러운 건 설아네 어머님으로부터 왔던 연락이다.
“이 작가님.”
“예, 부대표님.”
“이미 공모전 요강에 다 적혀 있었던 거라서 처벌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대상 상금을 아더만 작가가 지급하는 게 가능하단 거죠?”
“네, 심지어 지금 여론도 좋아서 무리 없을 것 같아요.”
대상 상금 2억.
공모전 요강에서 법적 대응에 관한 것들이 자잘하게 쓰여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요건에 맞지 않은 이가 편법으로 수상 후보에 올랐다간 사실이 밝혀지면 그 상금 모두를 대신 지불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었다.
본래 대상 후보작은 카리스마였는데, 이게 기성 작가가 독자 아이디를 빌려서 편법을 저지른 작품인 걸 밝힌 뒤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으로 대상 수상자의 상금 2억을 받아낼 거라고 공지도 했다.
그 공지에 대해서 KN월드 내 작가나 독자들 모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여론을 내비췄다.
덕분에 설아네 어머님은 아더만 작가에게 2억을 토해내도록 만들 수 있단다.
“그럼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알겠어요.”
그렇게 설아네 어머님을 통해서 아더만 작가를 공격했다.
며칠이 지나자 내게 전화 한 통이 왔다.
누구냐고 물으니 발신자가 정체를 밝혔다.
“저, 저기 저 아더만 작가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