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43
나는 작가다 143화
143화
결국 자기는 여유롭다고 놀리던 성용 형님은 내가 시키니 별수 없이 웹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지금 시기에 출판사가 할 만한 업무는 아니었다.
보통 웹툰을 중요시 여기게 되는 것도 전자책 시장이 활발해지고 난 후였다.
지니고 있는 1차 창작물이자 원작인 소설을 ‘OSMU(One Source Multi Use)’하기 위해서 2차 창작으로 웹툰화시켰다.
전자책 시장이 활발해지기 전 몇 번의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이 경우는 정말 특수한 케이스였다.
미리 선구안을 지닌 출판사가 시도를 해보려고 하거나 아니면 그림 작가가 원작 소설의 팬이어서 협업하려고 하거나 하는 경우였다.
사실 푸른숲 출판사에서도 전자책 시장이 오기 전 몇 번의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일단 원작자인 소설가와 웹툰을 그려야 하는 만화가의 견해 차이가 사소하게 빚기 시작하면 거의 그 작업은 망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둘 다 작품에 관해선 자존심 높은 작가들이다.
때문에 소설을 웹툰화할 때 괜히 사소한 시비가 붙으면 대개 실패로 끝났다.
그나마 원작자인 소설 작가가 만화 작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언변과 콘티 실력이 있으면 다행이다.
이러면 만화 작가가 수긍하지 못하는 부분도 납득하는 과정이 생겼다.
근데 이마저도 안 되면서 원하는 것만 장황하게 설명하고 정확히 전달하지 못할 경우 두 작가 사이에 핀트가 어긋나고, 그게 곧 오해로 번지면서 작업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때문에 성용 형님에게 웹툰 사업을 시작시키면서 당부한 게 있었다.
정말 작가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웬만하면 원작자로서 2차 저작권에 대한 계약서만 쓰고 만화가에게 온전히 맡기도록 진행하라고.
정말 본인이 하고 싶다 그랬다가 엎어지면 작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괜히 원작자인 소설가과 웹툰을 준비해야 하는 만화가가 싸우면 서로 남탓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특히 거기서 1차 대상은 서로였고, 2차 대상은 자신들을 연결해 준 업체다.
업체 이미지를 생각하면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둬선 안 됐다.
성용 형님 역시 내 이야기를 듣더니 납득하곤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
이때 철이한테 연락이 왔다.
“어, 철아.”
“재단 대표님아.”
“뭐냐, 그 이상한 호칭은? 재단 문제로 뭐 할 거 있냐?”
“지금 국문과, 문창과 그리고 데뷔하려는 작가랑 수익이 적은 작가 지원하고 있잖아.”
“그렇지?”
“근데 이번에 영화랑 웹툰도 한다며?”
“어.”
“돈 쓰자.”
“웬일로 네가 돈을 쓰자고 다 하냐?”
“영화랑 웹툰 쪽 하는 애들도 키우자고.”
“왜? 절세하게?”
“그것도 그건데 우리 자기가 영화 쪽 사업도 하면 지원하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
“얼씨구, 회사 자금은 자기 애인한테 잘 보이기 위해 쓰시겠다?”
“뭐, 하루이틀이냐? 그리고 너한테도 나쁘진 않은 이야기잖아.”
“그렇긴 하다만,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무슨 조건?”
“영화건, 웹툰이건 준비하는 사람들 재단에서 장학금 지급하려면 연계해야 할 교육기관도 찾아야 하잖아.”
“알았다, 내가 찾으마. 근데 웹툰 쪽은…… 흠.”
“그건 애니메이션 학과 있는 대학교들 찾아서 연결해 봐.”
“아, 그런 학과가 있냐?”
“있다. 아직 웹툰 쪽으로는 크게 퍼지진 않았을 것 같긴 한데, 아마 곧 있으면 그쪽도 웹툰 판이 돈 된다는 걸 알고 그쪽에 맞춘 교육 시스템을 만들 거다.”
“뭐야, 또 예언이냐?”
“무슨 예언?”
“너 맨날 의미심장하게 미래 일 던지면 다 맞추잖아. 지금도 웹툰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보이는데, 잘된다까진 아직 솔직히 잘 모르겠던데?”
“잘되는 걸 떠나서 잘되어야지. 우리가 시작할 사업인데.”
“무조건 잘된다는 소리군.”
“아주 내가 주식 뭐 사라고 하면 다 살 기세다?”
“오! 좀 집어줘봐. 나도 주식부자 좀 되어보자!”
“됐거든. 성용 형님하고 상의해서 방금 이야기한 거나 잘 처리해.”
“알았다.”
그렇게 철이와 통화를 마친 뒤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흠, 영화랑 웹툰 쪽에 기부라……. 그럼 그림 그리는 교수들하고도 연결고리가 생길 텐데…….”
은연중에 작가물 주인공이 웹툰도 직접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또 직접 해보는 게 맞는데…….”
직접 해본다.
축구물이야 어쩔 수 없이 안지훈 선수로부터 조언을 듣고, 직접 기술을 배우는 정도 선에서 끝났었다.
내가 직접 축구 선수가 뛸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반면 배우물을 위해서는 직접 배우로 뛰어봤다.
극작가물 역시 직접 해보기도 하고, 감독들과 극작가들로부터 조언도 받았다.
이번에 웹툰은?
하려면 직접 해보는 게 낫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묻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좋았다.
반면 백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직접 해보는 편이 훨씬 작품을 위한 경험으로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당장 쉽사리 도전하기엔 애매했다.
“일단 초반에만 바짝 찍으면 나중엔 역할이 좀 줄어든다고 했으니까…….”
주연 중 한 캐릭터로 발탁되긴 했으나 주인공의 남자친구 역할은 시나리오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
게다가 수정하면서 내 입장에 대한 고려를 부탁하며 임팩트 있게 치며 분량도 줄였다.
그러니 당연히 히터의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여유가 생길 거고, 거기에 다다르면 어느 정도 성용 형님과 철이가 영화나 웹툰 쪽으로도 길을 터놓은 상태일 테니 그때 배워 보자고 생각했다.
이때까지 몰랐다.
내가…… 아니, 나뿐만 아니라 감독과 드라마 작가들마저 간과한 점이 있었단 걸.
* * *
히터의 촬영이 어느 정도 착수된 지 반 년.
그렇게 드라마 히터가 방영을 시작했다.
내 기억 속에서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냈던 경쟁작도 사라진 지금에다가 내가 출연한단 소식이 뜨면서 히터의 시청률을 동시간대 드라마 중 1위를 찍었다.
첫 방영 때부터.
다들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당연하다.
자신들의 드라마가 시청률 1위를 찍었는데 누가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문제는 나였다.
그 사이 사고라도 쳤냐고?
인기가 많은 게 사고라면 사고를 친 거겠지.
시작하자마자 시청률 1위의 드라마가 된 ‘히터’.
당연히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해 나갔다.
문제는 내 분량이 줄어든 화부터 생겨났다.
갑자기 내 비중이 줄어들자 날 보려고 본다던 시청자들이 전화나 게시판으로 엄청나게 문의를 해댔단다.
내가 왜 이리 나오지 않느냐며.
덕분에 감독이나 드라마 작가, 뿐만 아니라 방송국 관계자들까지 다들 내게 미안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작가님, 혹시 다음 촬영부터 비중을 좀 높이면 안 되겠습니까?”
이런 질문이 날아올 때마다 난 답하길.
“처음부터 이렇게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촬영을 수락한 거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촬영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난 성용 형님과 철이가 뚫어놓은 연결 기관으로 애니메이션 학과가 있는 학교에서 청강하기로 약속 받은 뒤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한데 여기서 갑자기 촬영해야 할 비중이 늘어난다면?
나 혼자 엄청난 강행군을 뛰어야 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지금 히터뿐만 아니라 판타지스타도 촬영하는 중이었다.
이건 심지어 여러 명의 주연이 아니라 단독 주인공인 작품이다 보니 엄청난 촬영 시간을 요구했다.
때문에 처음 조건을 그대로 드러냈다.
진짜 작품들 완결이 났기에 망정이지.
여기다가 신작들 마무리도 안 된 상황이었으면 답도 없었다.
그랬다.
히터가 방영된 이후 쓰던 신작들을 모두 완결까지 낸 다음 난 태블릿으로 그리는 걸 배우고 있었다.
즉, 집필 중인 작품이 없는 상황이기에 일정 부분 여유가 있단 소리.
그럼 왜 나한테 연락한 이들에게 처음 조건을 드러냈느냐?
내 말에 다들 이렇게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작가님, 뭐든 원하시는 게 있으면 맞춰 드릴 테니 분량 조금만 늘리면 안 되겠습니까?
감독, 극작가, 방송국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사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나한테 분량 좀 늘려서 출연해 달라고 부탁해 왔다.
심지어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주겠다면서.
일단 감독에게.
“감독님, 그럼 저희 회사 작품 하나 맡아주시죠.”
“좋습니다! 뭐든 작가님 작품이라면 드라마화로 손색이 없겠죠. 방송국 관계자에게도 잘 이야기하겠습니다. 대신 분량 더 늘려주시는 거죠?”
“알겠습니다.”
이어서 극작가들.
“좋은 대본 있으면 저희한테 하나 촬영 맡겨주세요. 그럼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고진규 감독님을 데려가서 K 필름이라고 차리셨다고 하셨죠? 좋습니다. 다음 작품 무조건 작가님네 회사가 차린 제작사에 맡기겠습니다. 그럼 더 나와 주시는 겁니다?”
“아무렴요.”
세 번째로 방송국 관계자.
“작가님, 지금 게시판이고 전화고 난리도 아닙니다. 제발 분량 좀 늘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번에 저희가 광고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광고, 저희 방송국에서 빵빵하게 넣어드리겠습니다. 아무렴 작가님께서 출연하시는 드라마인데 당연히 넣어드려야죠. 뿐만 아니라 저희가 다른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다가도 붙여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사.
“출연료 늘려드리겠습니다.”
“저는 돈이 그리 아까운 사람이 아닌데요.”
“그럼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솔직히 투자사에게 원할 건 없긴 했다.
자체적으로 제작사도 갖고 있고, 돈도 있으니 그들에게 대놓고 바랄 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원할 게 있긴 했다.
투자사의 이름은 ‘씨네마트리’.
‘사람인큐브’란 회사의 자회사였다.
이곳의 경우 아주 기똥찬 것들을 갖고 있었다.
첫째, 주식 증권 회사인 ‘성장증권’.
둘째, 인력고용 창출을 위한 사이트인 ‘고용코리아’와 ‘고용인’.
이 두 가지가 꽤나 쏠쏠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원한 게 아니다.
원한다고 줄 것들도 아니고.
이 기똥찬 것들이 가능토록 한 기술이 있었다.
‘사람데이타’라는 IT기술을 다루는 자회사였는데, 여기가 나중에 장르시장에도 뛰어든다.
근데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진 않았다.
씨네마트리도 있고 해서 영상화도 가능하고, 꽤 큰 기업 반열에 들면서 돈도 많았으나 너무 늦게 장르시장판에 뛰어들어서 평이한 수준의 티어로 분류됐다.
그럼 여기가 왜 뒤늦게 장르시장판에 뛰어들었느냐?
여기 회사 주인이 무협지를 참 좋아하더라.
그래서 성장증권에서 다루는 어플리케이션 이름도 ‘영웅좌’였다.
내가 원하는 건 회장을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성장증권을 통해서 사람인큐브는 미국, 홍콩, 중국, 일본, 인도네이사 등의 주식 매매 거래가 매우 활발했다.
즉, 이 회사가 꽤나 전 세계에 있는 회사들과 거래를 하니 연락하고자 한다면 못 할 게 없는 곳이었다.
현재 이탈리아를 통해서 유럽권으로 소설을 팔고, 그게 소문을 타면 미국이나 각국에 퍼지긴 하는데 이게 한계가 있었다.
계속 이탈리아에 있는 칠리아노 출판사를 통해서 하니 수수료도 떼이고, 정말 잘 팔리지 않으면 세계 판매가 이탈리아에서 멈춰 버리곤 했다.
만약 여기서 회장과 만나서 무협 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우고 친해진다면 우리 K E&M이 직접 전 세계에 출간할 루트가 확보되지 않을까?
하지만 투자사에서도 당장 결정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그건 한 번 상부에 보고는 해보겠습니다.”
히터의 투자 담당자가 그리 말했다.
일개 자회사의 직원이 모기업의 회장님에게 왈가왈부할 순 없으리라.
하지만 생각보다 일처리가 빨리 됐다.
얼마 있지 않아 투자사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장님께서 보고 싶으시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