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44
나는 작가다 144화
144화
럭키!
사람인큐브의 회장이 보고 싶단다.
나야 원하던 바다.
투자사 직원을 통해서 만날 장소와 날짜를 잡았다.
그렇게 난 히터로 인해서 많은 것들을 얻어냈다.
‘결국 새로운 작품은 시간을 좀 두고 써야겠구나.’
하기야 이렇게 쉴 때도 있긴 해야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쉬지 않고 소설을 써온 것 같았다.
보통 한 작품 내지 두 작품을 쓰고서 꽤 쉬다가 신작 준비를 하던 작가들과 비교하면 정말 강행군으로 달려왔다.
쉬지 않고 초장편으로 8질이나 냈으니까.
이쯤 되면 작품 활동 한 일 년은 쉬어도 되지 않나 싶었다.
근데 막상 신작을 안 쓴다고 해서 쉬는 것도 아니긴 했다.
다시 드라마 ‘히터’의 비중이 늘어나서 촬영 시간이 늘어났고, 여전히 영화 ‘판타지스타’의 주인공으로서도 신나게 축구도 해댔으니까.
진짜 미리 판타지스타를 쓸 때 안지훈 선수한테 축구를 배워둬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엄청나게 헤맸으리라.
뿐만 아니라 대학교를 다니며 웹툰을 해보기 위해 교육까지 받았다.
말이 좋아서 작품을 쉬는 거지.
이건 쉬는 게 아니다.
배우들도 보면 기겁할 정도의 스케줄이었다.
이걸 모르지 않았기에 히터와 관련된 이들이 전부 내가 요구한 걸 받아준 거다.
그 정도 받아주지 않으면 내가 무리해서 촬영 분량을 늘리지 않는단 걸 알기에.
만약 내가 그렇게 했다면 된통 당했을 거다.
시청률 하락.
이미 내 비중이 줄어들면서 미친 듯이 상승하던 시청률이 조금씩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아직까지 스마트폰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시기라 사람들은 TV를 꽤 봤다.
영 마음에 안 들어서 ‘히터’를 안 보기 시작하면 당연히 그 떨어진 시청률들은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에게 뺏길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다들 피곤해지는 거다.
자칫 잘못해서 시청률 1위 자리를 뺏긴다면?
방송국 관계자와 투자사 관계자는 위에서 미친 듯이 까일 거고, 그들이 당한 걸 감독과 드라마 작가들에게 전부는 아니어도 일정 비율 돌려줄 거다.
그래서 다들 내 요구를 들어준 거다.
앞선 세 군데야 성용 형님에게 말해서 처리하면 될 문제였으니 아예 위임했고, 마지막 한 가지 거래는 내가 직접 나서야만 했다.
사람인큐브의 회장과 만나는 미팅.
본사는 용인 죽전에 있었는데, 내가 서울 산다고 하니 63빌딩으로 오라더라.
거기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 ‘워킹 온 더 스카이’에서 보기로 했다.
약속한 날짜에 난 워킹 온 더 스카이로 갔다.
그곳에 들어서기 무섭게 입구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
“몇 분이시죠?”
“손님이 불러서 오셨는데요.”
“성함이……?”
“이준경입니다.”
“아! 김래원 회장님 손님이신가요?”
사람인큐브의 회장 이름이 김래원이었다.
맞다며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은 안쪽에 있는 방으로 날 안내해 줬다.
양식 레스토랑이었으나 방은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어서 그걸 열어줬다.
드르륵.
“들어가셔서 기다리고 계시면 곧 오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렇게 직원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난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은 문을 닫았다.
드르륵.
안에 홀로 들어온 난 쓱 룸을 훑어봤다.
천장에는 촛불 스무 개가 둥그렇게 된 등이 있었고, 벽 쪽에 앤티크한 장식장들이 있었는데 하나 같이 올드 보틀이라고 부를 만한 연도가 높은 양주와 와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부를 구경한 뒤 한쪽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반대편에도 의자가 있으니 김래원 회장이 오면 거기 앉으리라.
얼마 있지 않아 다시금 문이 열렸다.
드르륵.
문이 열린 곳을 쳐다보자 점잖게 생긴 사내가 아까 날 안내한 직원과 선 걸 볼 수 있었다.
직원은 사내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회장님, 손님분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맙네.”
“아닙니다.”
그렇게 김래원 회장이 안으로 들어오고 직원은 다시 문을 닫았다.
드르륵.
문이 닫히자 김래원 회장이 날 보더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오, 이준경 작가님이시구려. 반갑소, 나 김래원이라고 하오.”
한 사십 대처럼 보이는데 말투가 꽤 연륜이 느껴진다.
인사를 하며 김래원 회장이 손을 내밀었는데, 그걸 본 난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 맞잡았다.
“예, 반갑습니다. 이준경이라고 합니다.”
“허허, 잘나가긴 잘나가나 보오.”
“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뜬금없이 나한테 잘나간다니?
1조 이상 벌어야 가능한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님이 저러니 당혹스럽다.
김래원 회장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유를 밝혔다.
“보통 내가 손을 내밀면 ‘아이고, 회장님!’ 하면서 두 손으로 맞잡아서 말이지요.”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상대방은 1조 이상의 자금을 다룰 수 있는 대기업 회장이다.
엔간한 사람들은 두 손으로 맞잡으며 악수할 수밖에 없는 위치.
요새 내가 하도 갑으로 있다 보니 그런 개념조차 까먹었다.
근데 굳이 회장이래도 내가 그 정도로까지 을이 되어줄 필요는 없었다.
나름 혼자서 몇천억 수익을 만들고 있는 내가?
하지만 앞으로의 일이 있으니 적당한 겸손은 필요했다.
“아, 두 손으로 맞잡으며 인사할 걸 그랬네요.”
오히려 이런 내 말에 김래원 회장이 껄껄 웃었다.
“됐소. 차라리 이게 나도 마음이 편하구려. 그리고 또 내가 작가들에 대한 로망도 있거든. 아! 일단 나 앉아도 되겠소?”
“당연하지요. 초대해 주신 분은 회장님이신데 제가 앉으시라 마시라 할 순 없지요.”
“껄껄, 그렇소? 그럼 앉겠소이다.”
“예.”
나이도 많고, 회장님이니 먼저 앉길 기다려 줬다.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야지.
김래원 회장이 착석한 뒤 내게 자리를 권했다.
“우리 이준경 작가님도 앉으시지요.”
“예.”
착석하기 무섭게 김래원 회장이 내게 물었다.
“그나저나 나이가 몇이시오?”
“아직 이십 대입니다.”
정확한 나이를 밝히지 않자 김래원 회장이 묻길.
“초반?”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제 저도 후반입니다.”
이제 이십 대 후반인데 초반으로 봐주면 완전 고마울 따름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은 칭찬이니까.
내가 이십 대 후반이란 걸 듣기 무섭게 김래원 회장이 안광을 번뜩이더니 이번엔 반대로 자기 나이를 물었다.
“오호, 그렇구려. 난 몇 살처럼 보이시오?”
완전 자대 배치 받은 신병에게 말년 병장이나 할 법한 질문이구만.
거기에다가 난 보이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사십 대 초반이신가요?”
“껄껄, 고맙구만. 내일모레면 환갑이올시다.”
이야, 오십 대 후반이시구나.
그럼 지금 내 나이로는 서른 살 차이네.
아버지뻘이다, 아버지뻘이야.
어쨌거나 나는 김래원 회장과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 농담을 하나 던졌다.
“역시 돈이 많으시네요.”
“음? 갑자기?”
뜬금없이 돈타령을 하니 의아애하는 김래원 회장.
그에게 난 씨익 웃어 보였다.
“돈이 많으니 관리를 받으셔서 그렇게 젊어 보이시는 거 아닐까요?”
“뭐? 껄껄! 그것도 맞는 소리군. 우리 이준경 작가님께서 꽤나 재밌으신 분이올시다?”
무슨 말만 하면 빵빵 터진다.
그냥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는 스타일인가 싶었다.
어쨌거나 분위기는 꽤 좋게 띄워지는 것 같아 계속 드립을 쳤다.
“돈도 적은데 재미라도 있어야죠.”
“재밌군, 재밌어. 하긴 그렇게 재밌는 사람이니 글도 재밌게 쓰는 거겠지.”
“음? 제 소설을 읽어보셨나요?”
이건 또 예상 밖이다.
본래 김래원 회장이 무협지를 좋아한다는 건 알았다.
근데 판타지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김래원 회장은 어떻게 내 작품을 보게 됐는지 알려줬다.
“내가 무협지를 좋아해서 말이오. 근데 언제부턴가 판타지라는 장르가 득세하더구려. 어떨까 싶어 보려고 네버 지식인에 물어봤더니 ‘황제 로키’를 추천하더이다.”
세상에 내일모레 환갑인 분이 네버 지식인에 판타지 소설 추천을 받아서 황제 로키를 보다니.
이거 꽤 신선한 충격이다.
하기야 본래 IT기업으로 시작됐으니 인터넷과 멀진 않을 테고, 거기다가 무협지를 좋아하니 증권 어플도 ‘영웅좌’ 같은 무협 게임 같은 이름으로 지었겠지.
어쨌거나 내 팬이라고 하니 고맙다 인사했다.
이후 난 김래원 회장이 좋아하는 무협 쪽으로 이야기를 틀었다.
구무협부터 신무협까지 다 좋아한다고 해서 몇몇 신무협 작가들과 내가 소속된 K E&M과 계약했단 걸 알려주자 김래원 회장이 또다시 안광을 번뜩였다.
“혹시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구무협을 대표하는 4대 작가 중 한 명으로 ‘도궁주’라는 이가 있는데, 그가 ‘나우북’이란 전자책 사이트를 꽤 오랜 시간 동안 운영했었다.
그리고 무협이나 문화콘텐츠 쪽으로 관심이 많던 김래원 회장이 좋아하는 작가인 도궁주와 거래를 터서 나우북을 인수한 뒤 장르시장에 뛰어들었던 걸로 기억했다.
‘그때 인수비용이 60억이었나?’
아마 그 정도 금액이라면 자기가 팬인 작가들을 소속시킨 우리 K E&M을 인수할 생각일 거다.
하지만 방금 전 질문에 대해 답하면 인수를 포기할 거다.
왜냐하면 K E&M은 이제 한두 푼짜리 회사가 아니니까.
최대한 난 크게 티를 내지 않으며 대수롭지도 않단 듯 K E&M의 매출 규모에 대해 밝혔다.
“몇천억 됩니다.”
“뭐라고 했소? 몇천억?”
“예.”
“허어, 인수는 글렀구만. 세상에 출판사가 그런 큰 금액을 벌 줄은 상상도 못했소이다.”
“다 K E&M이 장사를 잘해서죠.”
성용 형님이 이 이야기를 들었으면 다 내가 한 거라고 했겠지만, 이 자리엔 없었으니 난 모든 공을 회사로 돌렸다.
내가 K E&M의 실질적인 주인이란 건 KN월드 정모 때 왔던 작가들 혹 그들로부터 소식을 들은 업체관계자들뿐이었으니까.
“하긴 그러니 방금 이야기한 작가들이 다들 그쪽에 계약을 했겠구려.”
“맞습니다.”
구무협 작가들을 제외한 신무협 작가들…… 특히 방금 전 김래원 회장과 이야기하면서 나왔던 이들은 대부분 K E&M 소속으로 되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시장에서 가장 크고 잘 해주는 업체인데 작가라면 누구나 계약할 수 있을 때 하려고 할 뿐이었다.
심지어 작가가 마구 늘어나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직원도 고용했고 말이다.
보통 출판사의 신입 편집자들은 박봉에 비해 너무 일이 많다고 느끼면 도망치곤 했는데, 우리 회사야 박봉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줬으니 신입 편집자들이 도망갈 일이 없었다.
덕분에 계속해서 작가들이 늘어나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고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 회사인 K E&M의 규모를 들은 김래원 회장이 아쉽단 어투로 중얼거렸다.
“역시 도궁주 작가가 가진 나우북 지분이나 좀 사들여야겠구만.”
지나가듯 읊조린 김래원 회장의 말은 듣곤 내가 물었다.
“나우북을 사시게요?”
내 물음에 김래원 회장이 감탄했다.
“허, 귀도 좋소. 아직 완전히 살 생각은 아니고 지분이나 좀 차곡차곡 쌓아둘까 생각 중이외다. 혹시 이준경 작가님도 나우북의 지분을 좀 살 생각이오?”
나우북의 지분을 산다?
거기에 대한 내 답변은 이랬다.
“아뇨, 제가 살 거면 그냥 사버리죠. 지분 자잘하게 사들이지 말고 화끈하게요. 어차피 얼마 안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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