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47
나는 작가다 147화
147화
‘대한민국 장르시장의 대세 KN월드, 웹툰 시작!’
내가 그린 웹툰 판타지스타의 일러스트에 사인회를 마친 뒤 그날 자정 여기저기서 난 각종 기사와 광고들의 문구였다.
현재 KN월드에서 준비한 웹툰은 날 포함해서 서른 명의 작가를 구했다.
일단 당장 연재 원고를 가져다 준 고마운 작가들이고, 아직 고마운 작가들은 더 남아 있었다.
본래 차기작으로나 아니면 현재 계약 중인 곳과 어떤 원고가 나을지 골라내기 위해 준비한 원고들이 있던 이들이 연재를 시작했고, 우리와 함께 웹툰을 해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인 작가도 마흔 명에 가까웠다.
이 중에선 우리 회사에서 만든 장학재단의 장학금을 받는 신인들도 있었고, 대부분은 내가 얼굴 좀 팔아서 계약한 이들도 꽤 있었다.
내 팬이라 꼭 같이 일하고 싶단 작가분들이 좀 있더라.
이 중에서 30% 정돈 잘나가거나 영상화에 수월한 장르소설들을 원작으로 준비시켰다.
어쨌거나 웹툰화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우리 회사가 장르소설가들에게 내세울 강점 중 하나로 삼을 수 있었으니까.
대부분은 원작자로만 남겨 놨다.
그래야 별문제가 안 생기니까.
개중에 자신이 스토리 작가가 하고 싶단 이들이 있었는데, 딱 3화까지 콘티를 짜서 만화 작가가 봤을 때 ‘아니다’라고 하면 손대지 못하게 만들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간 웹툰 진행이 더뎌지다 못해 회사 이미지에 큰 피해가 올 테니까.
만약 3화까지 만화작가가 보고 이 정도 콘티면 오케이다?
능력이 되는데 안 쓰는 것도 우습지.
그렇다면 나도 오케이다.
하지만 만화작가가 봤을 때 아니다?
그럼 노다.
만약 정말 자기 작품이니 스토리 작가를 한 채 웹툰이 하고 싶다?
그럼 본인이 그림 작가를 구해와서 계약하라고 할 거다.
단, 계약서 작성에 앞서 두 사람이 5편까지의 작업을 보고한 뒤 일주일마다 ‘작품’이란 이름이 붙을 만큼 퀄리티를 유지하며 진행할 수 있는 걸 보이면 말이다.
어쨌거나 웹툰 사업도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본래 웹툰들이 나중에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서 광고비용 말고도 ‘미리보기’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이걸 이용해서 꽤 큰 수익을 창출해 냈다.
아직 규모는 네버 웹툰에 비하면 멀었지만, 이 미리보기 시스템을 먼저 선보인 게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내게 네버 공동대표 중 한 명인 강봉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랜만이야, 이 작가.”
“봉수 형님도요.”
“요새 바빠, 아주?”
요새 바쁘다.
만약 내가 K E&M의 실질적 주인이란 걸 몰랐더라면 단순히 영화를 찍고, 웹툰을 그려서 그렇다고 여겼으리라.
하지만 강봉수 대표는 알았다.
K E&M의 실질적인 주인이 나란 걸.
이 정도 패는 까줘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당연했다.
장르시장의 판도를 바꿔줄 ‘물건’을 쥔 사내였으니까.
아니, 만약 강봉수 대표만 잘 끌어들일 수 있다면 장르시장의 판도가 아니라 K E&M을 대기업으로도 만들 수 있었다.
나중에 그가 말든 코코아톡의 영향은 대한민국에서 무척이나 컸기에.
“대기업 대표로 일하시는 형님보다야 바쁘겠습니까?”
어쨌거나 지금도 네버의 공동 대표로 일하니 바쁜 사람이다.
보통 대기업의 주인하면 회장이었지만, 공동 대표로서 쭉 그걸 지켜온 사람이다.
하긴 생각해 보면 강봉수 대표가 나간다고 남아 있는 이해욱이 회장으로 바뀌진 않았다.
생각해 보면 네버나 코코아 모두 회장이 아닌 의장이란 이름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공동대표로서 대표로 있던 강봉수였는데, 갑자기 자신에게 바쁘지 않냐고 하자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이제 네가 더 바쁘겠다.”
“예? 그게 무슨 소리세요?”
이제 내 더 바쁘겠단 말을 이해할 수 없단 듯이 반응하자 강봉수 대표가 그간 기다렸단 말을 꺼냈다.
“나 대표 그만두려고.”
강봉수가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이건 그토록 내가 기다리던 ‘물건’의 탄생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네버의 공동대표를 하던 강봉수 대표는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난다.
가족들과 그만 쉬면서 놀고 싶다며.
진짜긴 했다.
정말 가족들하고 외국으로 나가서 한 5년은 놀면서 쉬기만 했다.
하지만 5년 뒤 돌연 강봉수 대표가 귀국하며 시대를 뒤흔들 ‘물건’을 들고 왔다.
‘코코아톡’이란 어플을.
엄청난 물건이다.
어플 하나로 대기업에 오를 정도였으니까.
근데 강봉수 대표가 그 신호를 보인 것이다.
“네버 대표직을 그만두신다고요?”
“어.”
“뭐, 좋은 사업아이템이라도 만드셨습니까?”
혹여나 코코아톡을 벌써 생각하고 그만두는 건가 싶었다.
근데 사실 말이 안 되긴 했다.
코코아톡이 실질적으로 효율을 볼 수 있던 건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였다.
지금도 고가로 스마트폰이 거래되긴 했으나 아직 대중화가 되기 이전이다.
실질적으로 스마트폰이 대중화가 되는 건 2010년 정도.
아마도 코코아톡이란 어플에 대한 준비는 그때부터 생각한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니, 또 모르지.
지금은 스마트폰이 고가라고 하나 나중에 대중화가 되면 현재 꽤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통화와 문자를 어플로 무료 제공할 걸 구상하고 있을지도.
하지만 아직 강봉수 대표는 코코아톡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사업아이템은 무슨. 그런 게 있었으면 네버에서 했겠지.”
지금은 진짜 그냥 쉬려는 건가 싶었다.
뻔히 이유를 알면서 물어봤다.
“그럼 왜 그만두시는데요?”
“너 때문이지, 뭐.”
“예?”
순간 당황했다.
그냥 쉴 생각이라고 할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네버 대표 자리를 물러나는 게 나 때문이라니?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다.
휴대폰 너머로 강봉수 대표의 씁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널 보니 이제 그만하고 난 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말이다.”
“에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쉴 때가 된 사람이 코코아톡을?
말도 안 되지.
하지만 강봉수 대표는 정말 나 때문이란 듯이 이야기했다.
“내가 게임이랑 문화콘텐츠 쪽으로 관리하던 거 알지?”
“암요.”
“웹툰도 총괄하는 친구가 따로 있긴 한데, 최종 결정권자는 나로 되어 있거든.”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예상이 갔다.
하지만 조용히 듣기로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하며.
“근데요?”
“야, 그거 신박하더라?”
“음?”
“미리보기 시스템이었나?”
역시 그걸 이야기하려고 했구나.
난 강봉수 대표와 웹툰 미리보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 저희 웹툰에 만들어둔 시스템요?”
“그래, 그거 돈 좀 만질 것 같더라. 안 그래도 너네 연재사이트에서 유료연재 시스템인가 하는 걸로 매출 꽤 짭짤한 것 같던데, 그 사이에 이런 걸 준비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소설은 매일 연재가 가능한데, 웹툰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게다가 소설처럼 팔자니 그 작업에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큰 수익 창출이 어려울 수도 있고 하니 그런 식으로 마케팅한 거죠.”
“대단해.”
“대단하긴 무슨요.”
사실 내가 대단한 건 아니었다.
미래를 알고 있단 게 대단한 거지.
어쨌거나 그렇게 칭찬하던 강봉수 대표가 말했다.
“그래서 난 쉬려고.”
“네?”
굳이 자기가 쉬겠다는데 말릴 의무는 없었다.
근데 거기서 갑자기 강봉수 대표가 누군가 한 말을 인용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채플린이 인생을 두고 했던 말이네요.”
“그래, 지금 내 인생이 그래.”
“예?”
“왠지 네가 바쁠 때 멀리서 쉬고 놀며 구경하고 싶거든. 나까지 바쁘면 비극이지만, 내가 쉬면서 널 보면 희극이니까.”
문득 얼마 전 성용 형님이 떠올랐다.
자기는 여유로운데, 내가 바쁜 걸 보니 즐거워했던가?
덕분에 내가 열심히 일을 떠안겨 줬지.
강봉수 대표는 그럴 수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열심히 잘 쉬어야 좋은 ‘물건’이 나오리라.
그저 강봉수 대표의 기분을 맞춰주기만 했다.
“뭔가 저만 손해 보는 느낌의 말이네요.”
“야, 나도 그만큼 일했으면 이제 그만 쉬어야지.”
그러고선 5년 뒤에 코코아톡을 만들어서 오겠지.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강봉수 대표와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며 그가 나와 함께 하도록 만드는 게.
얼마 있지 않아 강봉수 대표는 정말로 네버를 그만두고 가족들과 함께 외국으로 나갔다.
이후 난 연락도 종종 하고, 성용 형님이 외국 출판 시장과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 따라 나가며 얼굴도 자주 보곤 했다.
한 반년을 그렇게 만났지만, 아직까진 열심히 놀고 있다고만 하니 좀 더 기다려야지.
맨날 볼 때마다 봉수 형님이 하는 이야기라면 한결같았다.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 놈이 맨날 얼굴을 보이니 희극인 비극과도 같다나?
그러니 더더욱 찾아가기도 했다.
날 보고 희극을 느끼면 일할 생각이 안 들지 않겠는가?
어쨌거나 이렇게 반년 사이에 난 히터 촬영도 겨우 마무리 지었고, 판타지스타 웹툰 역시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신작으로 준비하던 ‘탐정’은 중간에 연재를 시작해서 잘만 나갔다.
하지만 탐정은 단순히 소설에서 끝나지 않았다.
히터의 드라마 작가들과 고진규 감독에게 시나리오로 써서 보여줬더니 꽤나 호평이었다.
다들 말로는 어디 하나 건들 데가 없다곤 했으나 그래도 거기가 전문가들이니 잘 보고 조언해 달라고 했다.
반 년 사이에 탐정의 영화 시나리오가 완료됐는데, 뿐만 아니라 드라마 시나리오도 꾸릴 수 있었다.
내가 출연한다는 조건부가 붙으니 방송국들은 서로 드라마 시나리오는 자기들한테 달라고 난리였다.
조건부가 참 곤란했다.
내가 주연이어야 한다는 점.
근데 드라마뿐만 아니라 고진규 감독이 또 날 주인공으로 쓰려고 했다.
심지어 우연찮게 이 이야기를 선아 누님과 서윤이에게도 했는데, 두 사람 모두 관심을 보이면서 함께 촬영하는 조건으로 날 내세웠다.
결국 신작 ‘탐정’ 역시 드라마와 영화가 진행됐다.
내가 주인공이 회귀한 탐정 역을 맡았고, 밑에서 해커 능력으로 뛰어난 꽃미남 조수가 서윤이 그리고 우리에게 정치권이나 재벌들 정보를 주는 청담동 바의 마담으로 선아 누님이 정해졌다.
그리고 배우들이 추가로 정하는데 고진규 감독이 나한테 오디션을 봤던 리스트를 가져왔다.
그걸 보고 내가 물었다.
“이건 왜요?”
“그래도 작가님 작품이니 어울리는 친구들을 골라주셨으면 해서요.”
“와! 이거 직무유기예요, 고 감독님! 영상에 어울리는 배우를 뽑는 건 직접 하셔야죠?!”
누가 봐도 그럴싸한 이유였다.
내 작품이니 잘 어울리는 배우들을 고를 것 같다.
그래, 나쁘진 않은 이유였는데 그래도 이런 것까지 내가 하면…… 음?
고진규 감독에게 직무유기라고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훑어보다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굳이 꼽자면 나의 뮤즈와 같은 배우랄까?
바 마마에서 날 힐링해 주던 아이가 효인이라면 영화나 드라마에선 이 친구만 보면 기분이 좋았다.
항상 사랑스러워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달까?
그녀에 대해 적힌 종이 한 장을 뽑아서 고진규 감독에게 넘겼다.
“딴 건 모르겠고 탐정 사무실 옆집 식당 딸, 이 친구로 하죠.”
감독이 내 작품이니 직접 뽑으라고 가져왔으니 이 정도 혜택은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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