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58
나는 작가다 158화
158화
날파리의 성공을 축하해 주기 위한 모임이 끝나고 며칠 뒤.
난 이신양 감독을 통해서 양상훈 감독과 만났다.
당연히 K E&M의 대표인 성용 형님도 동행했다. 물론, 양상훈 감독과 계약 관계를 가지려면 필요한 K 엔터의 고진규 대표도 합석했다.
“반갑습니다, 작가님! 양상훈이라고 합니다.”
“예, 이준경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저희 K E&M의 대표님이신 홍성용 대표님이시고요. 이쪽은…….”
굳이 고진규 대표는 소개할 필요가 없었다.
양상훈 감독이 먼저 알아봤다.
“진규 형님이시죠.”
“아! 아시는 사이라고 하셨죠?”
그러고 보니 고진규 대표도 알고 있었다.
이신양 감독이 우리 회사 식구가 되고 난 뒤 양상훈 감독과 만나기 전 한 번 고진규 대표와 자리를 잡았는데, 거기서 세 사람이 예전에 힘들 땐 같이 소주 한 잔 걸치던 사이였단다.
단지 막 엄청나게 친한 건 아니고 서로 선후배 사이로서 잘되자며 오다가다 한 잔씩 걸치는 사이랄까?
“맞습니다. 신양이랑 함께 소주 마시던 때가 있었죠.”
“형님께서 너무 잘되셔서 만나기 어려웠지만 말이죠.”
“바빠서 어쩔 수 없었네, 게다가 나 중간에 사업 한 번 말아먹기까지 했잖나?”
내가 돕기 전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려다가 말아먹었던 때를 언급하는 고진규 대표.
그 소식을 못 들었던 건 아닌지 양상훈 감독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지금 잘되는 사실도 빼먹지 않았다.
“그러셨죠. 그래도 이젠 잘나가시지 않습니까?”
“다 작가님 덕분이지.”
고진규 대표가 날 쳐다보며 흡족해하는 미소를 보였다.
거참!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부담스럽게도 쳐다본다.
하지만 부담감은 그만 주지 않았다.
양상훈 감독 역시 내게 부탁했다.
“저도 형님처럼 잘 이끌어주십시오, 작가님!”
고진규 대표야 우리 자회사인 K 엔터를 맡았으니 실질적인 K E&M의 주인이 나란 걸 알았다.
반면 이제 막 계약할지, 말지 하는 자리에 나온 양상훈 감독은 그걸 알 리가 만무했다.
당장 소개해 준 이신양 감독도 몰랐으니까.
난 그런 말 말라며 겸손을 떨었다.
“제가 이끌긴요. 다 고 대표님의 능력이 출중하셨던 거죠. 그리고 이신양 감독처럼 양상훈 감독님도 계약하시면 제가 아니라 고 대표님이 이끄시니 이쪽에 잘 보이셔야죠.”
내 겸손에 양상훈 감독이 실실 웃으며 함께 자리한 이신양 감독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흐흐, 그런가요? 근데 이 녀석이 작가님께 잘 보여야 한다고 해서…….”
거기서 갑자기 이신양 감독이 소리쳤다.
“이스트라다무스님을 믿습니다!”
만세를 부르며 이스트라다무스를 믿는단다.
설아가 감독 하나 제대로 버려놨다.
그게 또 이신양 감독을 통해서 양상훈 감독에게도 전달됐는지 갑자기 그걸 따라했다.
양팔을 들어 올리며.
“이스트라다무스님을 믿습니다!”
무슨 꼭 태양 만세라도 하는 것 같은 두 감독.
거기에 대해서 내가 할 말이 없었다.
‘이스트라다무스를 믿는다고?’
그럼 잘 믿는 거긴 했다.
과거로 회귀한 난 미래를 알았으니까.
양상훈 감독의 경우 좀비열차를 성공하고 이후 자기 색만 잘 지킨다면 충분히 그리 살 수 있었다.
미래를 아는 내가 이런 확신에 찬 걸 보고 예언자라면서 믿는다면 딱히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성공할 미래를 알고 투자한 게 맞았으니까.
그렇다고 이들에게 내가 과거로 회귀한 사람이라고 밝힐 순 없었다.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
“믿으시죠.”
* * *
양상훈 감독도 우리 회사 식구로 받아들인 뒤 난 일 년을 기다렸다.
일 년을 기다린 이유는 간단했다.
애니메이션 제작가 ‘가이아스’에서 ‘승천돌파 그림투스’를 제작했던 팀의 신작이 망하길 기다렸던 것이다.
마즈라의 대표가 부담감을 느끼고 나와서 회사를 따로 차린 근본적인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인터뷰로는 자신이 몸담았던 가이아스 측에서 정말 망할지도 모르는 기획을 수용하고, 망해도 큰 이야기가 없는 좋은 회사라곤 했으나 성공한 뒤 실패한 입장에서 부담감이 엄청났을 거다.
고진규 대표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고.
이럴 때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고 투자만 하겠단 식으로 자회사로 삼는다면 부담감도 적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내가 하는 투자나 가이아스가 지원하는 것과 같다 여기면 안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부딪혀 봐야 아는 일이니까.
여하튼 만화가물을 쓰던 작가의 자료 덕분에 난 적당한 시기로 2010년을 잡았고, 이 상황에서 성용 형님에게 이야기하고 일본으로 넘어갔다.
거의 반강제적으로 내가 강행한 일이긴 했다.
처음에 양상훈 감독을 데려와서 애니메이션 분야를 넓힐 수 있겠다고 했을 때 성용 형님도 긍정적이었다.
게다가 일 년 사이 양상훈 감독이 낸 작품들을 통해 우리 배우들이 성우도 하니 인지도도 높아졌다.
특히 자기 자랑일 수 있으나 내가 성우를 맡았다고 하니 스포트라이프의 광채부터가 달랐다.
덕분에 양상훈 감독은 꽤나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 전에 계약했던 이신양 감독도 배우를 겸하며 잘나갔고 말이다.
이로 인해 계약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도 더욱 늘어났고, 효인이를 중심으로 해서 내가 몇몇 신인 가수들에 대해 점지까지 해주면서 가수 쪽 파이도 매우 크게 움직였다.
그러니 이제 K 엔터는 걱정할 게 없었다.
고진규 대표가 계속해서 키우기만 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 잡으리라.
이제 그쪽보단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분야를 신경 써야지.
애니메이션.
사실 양상훈 감독을 데려오면서 한국형 애니메이션을 좀 더 대중화시키는 데 기여를 하긴 했다.
하지만 약하다.
여기서 내가 성용 형님에게 한술 더 뜨자며 말했다.
애니메이션 분야를 좀 더 확실히 잡기 위해 일본에 가야겠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성용 형님은 아주 해맑았다.
네가 간다는데 누가 말리겠니, 하면서 이야기하길래 내가 딱 말했다.
“회사 일인데 당연히 대표님도 가셔서 일하셔야죠.”
아주 해맑은 미소로 그렇게 말하니 밝았던 성용 형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안 그래도 쉴 만하니까 웹툰 던져서 못 쉬게 해놓곤 이제 좀 안정화돼서 쉬려니까 일본 가서 일하잔 내 말에.
물론, 거기서 내가 한마디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가자고 하면 누가 말리겠어요? 가시죠.”
울며 겨자 먹기로 결국 성용 형님이 따라붙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건으로 최근에 우리 식구가 된 양상훈 감독 역시 합류했다.
애니메이션 분야를 다루는 사람답게 일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더라.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일본 애니메이션 ‘승천돌파 그림투스’를 재밌게 봐서 사업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다 보니 미팅이 가능할 지 문의했다.
가이아스 측에선 매우 호의적이었다.
대표나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내 작품들도 좋아하는 데다가 한국에서 무너져서 더 이상 재건할 수 없을 것 같던 애니메이션 분야를 키운 회사라는 점에 대해 인식이 매우 좋았다.
그런 식으로 답변이 와서 난 개중에 ‘승천돌파 그림투스’를 정말 좋아하니까 그쪽 팀을 보고 싶다 이야기했다.
처음에 가이아스 측에선 자기들 콘텐츠를 제작해 주는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게 하긴 그렇단 식으로 나왔다.
하지만 갑자기 어느 날 답변이 왔다.
‘어차피 이 사람들 이번에 퇴사하기로 해서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좀 더 빨리 마즈라 대표가 가이아스에서 나간 뒤 새 회사를 차리려고 준비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대해서 일단 내 답변은 이랬다.
“안타깝긴 하나 일본에서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가이아스와의 만남은 꼭 한 번 해보고 싶군요.”
이런 내 답변에 가이아스 측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 미팅 날짜를 잡아드릴 테니 그때 뵙도록 하죠.”
가이아스 측에서 잡은 날짜에 우리 일행은 그들과 미팅 자리를 가졌다.
창단 멤버 중에서도 승천돌파 그림투스 팀을 관리했던 대표 이마이 사부로와 만났다.
“반갑습니다, 이마이 사부로입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자 가이아스의 대표 이마이 사부로가 일어나 손을 내밀며 한 인사다. 물론, 이 모든 건 양상훈 감독의 통역을 통했다.
“예, 저는 이준경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저희 회사 대표님이신 홍성용 대표님이시고, 여긴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신 양상훈 감독님이십니다.”
“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라니. 정말 감동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작가님께선 노벨문학상까지 타신 분이신데, 한국에서 유명한 만화 콘텐츠인 웹툰까지 그리시고요.”
“잘 아시네요.”
나에 대해 꽤나 잘 아는 것 같아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에 관해서 이마이 사부로 대표는 대수롭지 않단 듯 반응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준경 작가님을 모르면 공부가 부족한 거지요.”
“과찬이십니다.”
그렇게 인사치레를 시작한 이후 우린 이야기들을 나눴다.
대체로 이마이 사부로 대표가 내 팬이라는 점과 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히 그들과 협업을 하게 된다면 나쁠 건 없었다.
워낙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한 곳이니까.
하지만 그들과의 협업보다 내가 원하는 건 직접 하는 일이었다.
잘 구슬려 이야기하면서 난 기회가 되면 괜찮겠다고 한 뒤 은연중에 마즈라를 차리기 위해 나간 팀을 언급했다.
“그나저나 아쉽네요.”
“음? 어떤 게 말씀이십니까?”
“승천돌파 그림투스를 제작한 팀을 꼭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정말 좋아하시나 보네요.”
“예,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승천돌파 그림투스를 제작한 팀을 보고 싶단 내 말에 이마이 사부로 대표가 잠시 고민에 잠긴 듯하더니 갑작스런 제안을 내뱉었다.
“흠, 그럼 연락처를 드릴까요?”
승천돌파 그림투스를 제작했던 팀 쪽의 연락처를 주겠다.
마즈라의 대표와 연결해 주겠단 소리였다.
그에 대해 내가 매우 반가워했다.
“오! 정말요?”
“이미 나간 친구들이라 제가 따로 연락해 드리긴 그렇고, 연락처 정도라면 드릴 수 있습니다.”
연결까진 아니고 번호라면 줄 테니 알아서 만나라는 이마이 사부로 대표.
하지만 이게 어디인가?
이렇게라도 연락을 취할 수 있다면 내 입장에선 완전 고마울 따름이다.
“좋습니다. 연락처라도 주시면 제가 알아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즈라 대표의 번호를 받기 위해 휴대폰을 건넸다.
그렇게 내 휴대폰을 받은 이마이 사부로 대표는 바로 마즈라 대표의 번호를 찍지 않고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저도 작가님 번호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자신에게 내 번호를 줘야 마즈라 대표의 번호를 주겠단다.
어차피 이들과 연을 쌓아 나쁠 건 없었다.
물론이라며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렴요.”
“이건 제 번호고, 어디 보자. 이게 요츠히코의 번호입니다.”
이마이 사부로 대표가 영어로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번호를 저장해 주며 내게 휴대폰을 돌려줬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그 친구, 제가 참 좋아했는데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내게 마즈라 대표의 번호를 넘겨주며 그가 잘됐으면 한다는 이마이 사부로 대표.
보통 회사를 나간 이에게 이런 식의 이야기는 잘 안 할 텐데.
생각보다 이마이 사부로 대표가 마즈라 대표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좋아하셨나요?”
“아주 신선한 작품을 만들 줄 알던 친구였거든요. 하지만 승천돌파 그림투스로 너무 대박을 치고 나니 부담감이 커서 더 이상 못 있겠다고 하니 말릴 수도 없겠더라고요. 저야 여기가 제 회사지만, 그 친구는 아니니까요.”
부담감이라, 그럴 만도 하다.
내가 담당했던 작가들 중에서도 그런 이들이 있었다.
생각지 못하게 작품이 대박 나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이들이.
이마이 사부로 대표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 거다.
그 역시 대표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진 제작자였으니까.
당연히 그에게도 부담감을 느낀 적이 있지 않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대표님께서도 작품을 대박친 다음 생겨날 부담감이 어떤지 아시니까요?”
이렇게 물었다가 오히려 내가 반대로 질문을 당했다.
“그렇죠. 아! 이준경 작가님께도 그런 부담감이 있었나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