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60
나는 작가다 160화
160화
“그런 배려를 해드리면 안 온다라……. 작가님이신 분께서 언어의 뜻을 몰라서 이야기하시는 건 아닐 테니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계속된 모순의 말이 걸렸나 보다.
그전에 난 우리 회사에 대해 아는지 미야자키 요츠히코에게 물었다.
“제가 말씀드린 저희 회사가 혹시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단순 출판사가 아니라 이것저것 많은 걸 하시지 않습니까? 연예계, 영화제작, 음반제작 등등 많이 하시더군요.”
생각보다 미야자키 요츠히코는 우리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잘 아시네요.”
“솔직히 세계적으로 문화콘텐츠를 다루는 사람 중 이준경 작가님이나 K E&M에 대해 관심을 보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문화콘텐츠 쪽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다 관심을 갖는다.
나와 내 회사에게.
당연한 이야기다.
대한민국 내에선 소설로 시작해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어루만지는 회사로서 성공했고, 아직 세계적으로는 내 개인적인 소설 작품에 관한 것뿐이었으나 그 업적 하나만으로도 엄청났으니까.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를 칭찬처럼 하는 이에게 당연히 받는 것만큼 오만한 일도 없으리라.
일단 겸손을 갖췄다.
벼는 익을수록 숙이니까.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너무 큰 겸손이시군요.”
“아닙니다.”
“그래서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신 건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한 밑밥이시겠죠?”
맞다.
내가 미야자키 요츠히코에게 우리 회사를 소개한 이유는 본론으로 들어가긴 위한 밑밥이었다.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거기서 난 일단 미야자키 요츠히코를 띄워주고 들어갔다.
어떻게든 데려오고 싶었으니까.
양손을 들어 올리며 제스처를 취했다.
“못 당하겠네요. 맞습니다.”
“어떤 밑밥일까요?”
“저희 회사의 시작은 장르소설로 되었으니 가장 주력은…….”
“장르소설이겠군요.”
“맞습니다.”
“그럼 이준경 작가님께서 원하시는 건 그 소설들을 저희 측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길 바라시겠군요.”
자신과 자신이 데리고 나온 팀원들에게 뭘 바랄지 정확히 알고 있다.
비록 양상훈 감독이 있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연령층에게 접근성이 높은 건 그보단 미야자키 요츠히코 측이었으니까.
여기서부턴 조금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야겠단 생각부터 했다.
어쨌거나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해서 우리 회사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건 양상훈 감독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양상훈 감독과 동행한 것도 있었다.
이미 K E&M이란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때문에 자신을 데려왔는데, 굳이 또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제작팀을 자신에게 이야기 없이 섭외했단 걸 알게 되면 불만이 생길 테니까.
양상훈 감독에겐 미리 이야기를 해두긴 했으나 조심스러운 이야기인 건 어쩔 수 없었기에 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예, 만화의 경우 웹툰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준비하고 있으나 애니메이션은…….”
“양상훈 감독님이 있으시지 않으십니까?”
아, 이 아저씨 봐라?
아픈 델 찌르네.
안 그래도 잘 이야기하려는데 굳이 양상훈 감독이 있는데 자신을 섭외할 필요가 있냐며 훅 들어온다.
하지만 다행히 양상훈 감독이 내 편에 서서 잘 답변해 줬다.
“맞습니다. 제가 있긴 하죠. 하지만 제 애니메이션의 가치관은 실질적으로 우리 K E&M의 작품들 중 대다수와 맞지 않습니다. 물론, 맞는 작품들이 있긴 합니다. 주로 제 작품들은 대한민국 사회 그리고 인간관계의 감정을 다루거든요. 아무래도 미야자키 요츠히코님께서 하시는 애니메이션과 조금 느낌이 다르죠. 그리고 여기 이준경 작가님께선…… 아니,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편이 낫겠군요.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대표님?”
이미 다 이야기해 놓고선 이야기해도 되겠다니.
내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마음껏 하라며 어깨를 으쓱거려주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자 양상훈 감독이 미야자키 요츠히코 감독 설득에 나섰다.
아니, 그 전에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먼저 질문을 하나 던지긴 했다.
“대표님이요? K E&M의 대표는 홍성용이란 분이 아니십니까?”
우리 회사의 대표는 성용 형님이 아니냔다.
그에 대해서도 양상훈 감독이 답했다.
“대외적인 대표님은 홍성용 씨가 맞죠.”
대외적인 대표님이란 말에 미야자키 요츠히코 역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실질적인 K E&M의 주인은 이준경 작가님이시라는거군요.”
“맞습니다. 얼추 감은 잡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대화하시는 걸 잠시 옆에서 들어보니 미야자키 요츠히코 씨 역시 어느 정도 눈치채신 것 같았는데요?”
“사실 맞긴 합니다. 아무리 봐도 회사의 많은 분야와 수익을 이준경 작가님을 통한 게 보였으니까요. 그래도 대주주 정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예 주인이실 줄은 몰랐군요.”
그래, 나도 어렴풋이 미야자키 요츠히코 역시 그에 대한 사실은 얼추 인지하고 있단 느낌이긴 했다.
단지 미야자키 요츠히코는 확신이 서기 전까진 뭐라 할 수 없으니 그 정도 감만 지녔던 것.
하지만 이제 양상훈 감독을 통해서 내막이 어떤지 알게 됐으니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어쨌거나 양상훈 감독은 내가 K E&M의 주인이란 걸 빌미로 미야자키 요츠히코를 설득시켰다.
“그러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더 좋은 회사이지 않겠습니까?”
“음?”
“문화와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가 주인인 회사. 문화콘텐츠를 다뤄야 하는 우리 같은 직업을 지닌 사람들에겐 꿈과 같은 회사죠.”
“뭐, 반박은 하지 않겠습니다. 확실히 사업가 마인드만 가진 사람들보단 낫겠죠. 그런데 저희가 있던 가이아스도 대표님께서 사업가 마인드인 분이 아니셨습니다.”
양상훈 감독의 이야기만 들으면 창작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K E&M이란 회사가 좋단 걸 알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우리 회사와 계약한 사람들에겐 난 어느 분야에 있건 업계에서 최고 대우를 해줬다.
근데 미야자키 요츠히코는 그 정돈 가이아스도 해줬단 듯이 이야기했다.
여기서부턴 내가 나설 차례 같았다.
양상훈 감독와 미야자키 요츠히코 사이에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그런 분이셨으면 미야자키 요츠히코 씨와 그 팀원들이 적자를 보기 시작했을 때 본보기라도 보여주면서 한두 명을 자르거나 가차 없이 쫓아냈겠죠. 아니면 적자를 막기 위해 감봉을 했다던가요. 하지만 그곳은 그러지 않았죠. 오히려 작품이 망해도 책임조차 묻지 않으셔서 그게 부담감으로 작용했고요.”
“맞습니다. 그럼 이제 진짜 이야기를 해주시죠. 어떻게 제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배려 같지 않은 배려를 해주실 건지요.”
자기 팀에게 어떤 대우를 해줄 건지 묻는 미야자키 요츠히코.
그에게 난 지금부터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이 K E&M으로 올 경우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밝혔다.
“일단 여러분이 원하는 작품을 만드실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당연히 저희 회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순수 창작물은 저작권을 온전히 드릴 것입니다.”
“회사에서 저작권을 갖지 않고요?”
상당히 놀란 표정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팀원들을 꾸려서 제작할 경우 그 저작권은 회사가 가져갔다. 그리고 각 캐릭터나 스토리에 대한 직원에 따라선 저작권 지분을 나눠주곤 했다.
근데 회사에서 저작권을 갖지 않겠단 발언이 나왔으니 놀랄 만도 하다.
근데 회사도 돈이 들어가는데 마냥 공짜로 줄 순 없다.
“당연히 처음엔 가져야죠.”
“처음엔 갖는다?”
미야자키 요츠히코는 대관절 내가 무슨 이야기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다.
그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줬다.
우리 K E&M으로 어떻게 해줄 건지.
“대신 여러분의 순수 창작물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들어간 비용은 K E&M에서 전액 지원할 거고, 그 이상의 수익으로 지원한 비용을 탕감하면 저작권은 계열사라고 하나 미야자키 요츠히코 씨와 그 팀원들이 온전히 갖도록 해드릴 겁니다.”
“만약 탕감하지 못할 경우에는 저작권은 평생 K E&M에게 귀속되는 겁니까?”
처음에는 저작권을 준다고 했으면서 망할 경우 안 돌려주겠단 식으로 받아들였다.
맞다.
지금까지 이야기만 보자면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추가로 이야기한 조건을 듣는다면 다르단 걸 알 수 있었다.
“지금 그 조건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만약 저희가 전액 지원한 여러분의 순수 창작물인 애니메이션이 적자를 봤으나 저작권을 가져가셔야겠다면 K E&M의 소설이나 만화 원작을 애니메이션화 작업에 힘써주시는 겁니다.”
“K E&M의 원작을 한 편씩 제작할 때마다 저희가 지닌 순수 창작물인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을 돌려주겠다?”
“맞습니다.”
“그랬는데 저희가 순수 창작물이 아닌 K E&M의 작품만 계속 제작한다면요?”
저작권 때문에 골치가 아프니 차라리 부담감 없이 우리 K E&M의 원작만 애니메이션화 작업을 하겠다?
사실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단 걸 잘 알았다.
그렇게 만족할 팀이었다면 가이아스에서 나올 필요가 없었으리라.
근데 계약에 있어서 그런 부분을 물어보니 답변은 해줘야 인지상정.
만약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이 그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난 그래도 상관없단 듯이 답했다.
“그럼 더욱 좋은 거죠.”
“예?”
“저희 회사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만 쭉 해주신다면 함께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우리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할 거라면 충분히 계열사로 있어 줄 만하지 않은가?
그런 내 질문에 갑자기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웃음보를 터뜨렸다.
“하하하!”
“음?”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다른 경우의 수도 이야기해 보자는 것 같다.
뭔지 대충 감은 왔으나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직접 말하길 권장했다.
자신이 생각한 경우의 수를 말할 경우 즉각 답해준다면 그 임팩트는 매우 클 테니까.
어디 한 번 다른 경우의 수도 이야기해 보란 반문에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한 가지 가정을 들이밀었다.
“저희가 만든 순수창작물인 애니메이션이 하나 대박 나서 굳이 K E&M의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할 필요가 없어진다면요?”
그래, 이 가정도 꺼낼 줄 알았다.
만약 우리한테 투자를 받아서 미야자키 요츠히코 팀의 순수창작으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이 연이어 성공가도에 오른다?
이럴 경우 확실히 우리 K E&M의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해 줄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한 가지 기준만 선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추가로 꺼낸 가정에 난 한 가지 기준을 박았다.
“그 기준은 당연히 저희 K E&M을 통한 투자를 받는단 기준이겠죠?”
“그렇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K E&M은 원작들을 저희 팀에게 애니메이션 제작화를 요청하지 못한 채 투자만 하게 될 텐데요?”
자신들에게 원하는 건 애니메이션 제작인데, 정작 투자금으로 돈만 붓고 원하는 걸 못 가져도 괜찮냐는 질문에 난 싱긋 웃어줬다.
“괜찮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