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61
나는 작가다 161화
161화
“예?”
짐짓 당황하는 미야자키 요츠히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작 자신을 찾아온 본론과는 동 떨어진 가정을 내세웠는데, 그걸 내가 괜찮다고 해버렸으니까.
어째서 괜찮은지 그 이유를 알려줬다.
“어쨌거나 저희가 투자한 애니메이션이 성공한다면 저작권이야 온전히 미야자키 요츠히코 씨의 팀에게 드리겠지만, 투자자로서의 이득은 꾸준히 취할 수 있잖습니까? 저희 작가님들의 작품을 애니메이션화할 수 없단 건 아깝긴 하지만, 오히려 투자한 미야자키 요츠히코 씨의 팀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성공은 결국 흑자가 될 테니까요.”
길고 상세한 설명을 해주니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표정은 썩 좋지가 않았다.
“만약 투자해서 흑자만 낼 수 있다면 처음엔 본론인 것처럼 이야기하신 K E&M 원작들의 애니메이션화는 안 되어도 된다는 겁니까?”
“설마요.”
“방금 이야기하신 걸 보면 그렇잖습니까?”
그저 자신들에게 투자만 하고 회수하는 것만 생각한 것이라고 여겨서 언성이 높아진 미야자키 요츠히코.
당연히 화가 날 만하다.
딱 지금까지 이야기만 듣고선 미야자키 요츠히코에겐 난 창작가가 아니라 사업가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니까.
그저 쏟아 부은 돈만 회수할 수 있다면 모든 게 만사오케이인 사람처럼.
틀리진 않다.
기업이란 게 무엇인가?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이익을 보는 게 기업이다.
우리 회사 K E&M의 이익만 본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투자금을 들인 것 이상으로 미야자키 요츠히코 팀의 애니메이션이 성공해서 대가를 받는 것도.
그러나 내가 생각한 기준은 그것보다 한 발자국 더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발자국 더 내디뎌 본 결과가 뭔지 밝혔다.
“방금 이야기 드렸다시피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미야자키 요츠히코 씨의 팀으로부터 제작 못하는 건 아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작을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아!”
방금 전에 내가 한 말을 사업가 마인드로 받아들여서 좋지 못했던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표정이 바뀌었다.
바뀔 수밖에 없지.
내가 내다본 게 뭔지 알아차렸으니까.
피식 웃으며 미야자키 요츠히코에게 이제 알겠냐며 반응했다.
“이제야 눈치채셨군요.”
이후 미야자키 요츠히코는 내가 생각한 바를 정확히 짚어냈다.
“우리가 투자할 때마다 성공하면 K E&M의 애니메이션 장르에 대한 안목이 뛰어남을 입증하게 될 테니, 굳이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사에게 손을 쉬이 뻗게 될 수 있는 걸 노리셨군요?”
“맞습니다.”
단순히 미야자키 요츠히코 팀에게 투자해서 이득만 취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성공으로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팀을 섭외하겠단 것.
그게 바로 내가 한 발자국 더 내디뎌 본 결과다.
어쨌거나 원작의 애니메이션 제작이란 본론은 절대 놓치지 않겠단 의지를 표출하자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기분 좋게 웃어젖혔다.
“하하하! 이제 보니 작가님이 아니라 사업가시군요.”
단순히 돈만 보는 사업가가 아니라 우리 회사 K E&M의 원작들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원 소스 멀티 유즈를 노리는 사업가라고 봤으리라.
그런 미야자키 요츠히코에게 난 단언했다.
“아닙니다, 전 작가입니다.”
“누가 봐도 작가가 아닌 꽤나 시야가 밝은 사업의 수완가처럼 보이시는데요?”
시야가 밝은 사업의 수완가라,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의 날 그리 해석하고자 하면 못 할 건 없었다.
하지만 난 작가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미야자키 요츠히코에게 알려주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내던졌다.
“제가 방금 이야기한 것들이 어디서 나온 것 같습니까?”
“어디서 나오긴요, 그야 이준경 작가님의 머릿속에서 나왔겠죠. 아니면 유능한 컨설턴트 업자에게 어드바이스라도 받으신 겁니까?”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을 끌어들이기 위한 모든 사업계획이 어디서 나왔는가?
그에 대한 답변은 한 가지 제스처로 설명할 수 있었다.
검지로 내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아뇨, 미야자키 요츠히코 씨의 말씀대로 제 머리에서 나온 계획입니다.”
“그럼 사업가가 맞지요.”
유능한 컨설턴트 업자에게 어드바이스를 받은 게 아니라 직접 생각해 온 사업계획이란 말에 다시 한 번 더 날 사업가로 만드는 미야자키 요츠히코.
그에게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린 계획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린 계획.
어찌 보면 우스운 소리일 수도 있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소리니까.
미야자키 요츠히코 역시 그리 받아들였다.
“허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할 말이 없어지긴 합니다만…….”
뭐, 여기서 더 이야기해 봐야 쓰잘 데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내가 사업가냐, 작가냐로 언쟁을 벌일 필요까진 없다.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괜한 시간 낭비이며 심력 소모만 하리라.
슬슬 미야자키 요츠히코에게 답을 정해줬으면 했다.
“자, 저는 본론을 모두 꺼냈습니다. 이제 답변을 들으려고 합니다.”
“답변이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십니까?”
필요하겠지.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면서 데리고 나온 팀원들이 있으니.
근데 생각과 다르게 답변은 하루의 시간도 필요가 없었다.
내 제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자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갑자기 팀원들과 한 이야기에 대해 언급했다.
“사실 전 이미 팀원들과 가이아스에서 나올 때 이야기해 뒀었습니다.”
“어떤 걸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우리만의 작품을 하자고요.”
투자를 받지 않고 팀의 작품을 한다.
이 말만 들으면 거절처럼 보였다.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이 직접 순수창작물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든, 아니면 우리 K E&M의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하든 투자금 유치는 필수다.
한데 투자를 받지 않는다면?
이건 거절의 의사인가 싶었다.
“그럼 거절입니까?”
“근데 오늘 이준경 작가님을 뵙고, 양상훈 감독님을 뵙고 나니 왠지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거절은 아닌 것 같다.
나와 양상훈 감독을 보고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단다.
내겐 함께하고 싶단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섣불리 판단할 순 없는 문제.
미야자이 요츠히코가 자기 입으로 제대로 된 답을 내려주길 바랐다.
“무엇이 말씀이시죠?”
“방금 이준경 작가님께선 제가 이야기하셨죠?”
“어떤 걸요?”
“작가의 상상력으로 방금 절 설득할 계획을 짜셨다고요.”
“예.”
“상상력으로 모든 걸 해내겠다는 이야기가 왠지 창작욕을 불태워줄 것 같습니다. 양상훈 감독님께서 이야기하신 바가 그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군요.”
갑자기 양상훈 감독을 쳐다보며 싱긋 웃는 미야자키 요츠히코.
그에게 양상훈 감독 역시 똑같이 웃으며 답했다.
“맞습니다.”
내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이라도 한 걸까?
이거고, 저거고 좋다.
어쨌거나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말이나 표정을 보면 긍정적 요인이었던 것 같으니까.
미야자키 요츠히코는 나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 바에 대해 밝혔다.
“일단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하긴 해야 하지만, 아마 제 선택에 대부분 지지를 해줄 겁니다. 게다가 방금 이준경 작가님께서 제게 하신 이야기를 전해주면 녀석들도 같은 느낌을 받겠죠.”
“하하, 누가 보면 제가 엄청난 달변이라도 한 줄 알겠습니다.”
“엄청난 달변은 몰라도 엄청난 작가의 상상력을 몸소 느끼게 돼서 기분은 좋습니다. 과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창작자가 괜히 나오지 않는군요.”
갑자기 또 칭찬이 훅 들어왔다.
아직 내 사람도 아닌 이에게 오만해 봐야 좋을 게 없다.
다시 또 겸손의 자세를 취했다.
“그저 남들보다 더 많은 독자분들에게 사랑을 받는 거지요.”
내 겸손의 멘트를 듣곤 미야자키 요츠히코는 더욱 마음에 들어 했다.
“그 멘트도 마음에 드는군요. 그저 남들보다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라, 좋습니다. 당장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서 답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대화 중 놀라는 역할은 대부분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했었는데, 이번엔 내가 더 놀랐다.
“당장요?”
설마 이런 식으로 답변을 바로 듣는 상황이 올 줄은 예상도 못하고 있었다.
팀원들하고 단톡방이라도 파둔 건가?
하지만 이게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는 이어진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말을 듣곤 깨달았다.
“문자를 보낼 테니 다들 대기하고 있으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단체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문자를 보낼 테니 다들 대기하고 있으라니…….’
심지어 단체로 문자를 돌렸단다.
생각해 보면 그러는 게 당연했다.
아직 2010년, 스마트폰의 활성화가 갓 시작될 무렵인지라 대부분은 피처폰을 썼다.
심지어 제대로 상용화되는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기 전까진 어플들의 활용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코코아톡 개발과 해외에서의 등록은 2010년에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 조용한 걸 보니 개발 중이기만 한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코코아톡이 국내에서 완전히 입지를 잡고 활발하게 사용된 건 2011년이 다 끝나가면서부터.
사실 여긴 일본이니 코코아톡보단 네버라인이 더 활발했겠지만, 어쨌거나 2010년 초인 지금 시기에는 둘 다 없었으니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메시지라곤 문자가 전부였다.
‘그러고 보니 봉수 형님은 잘 지내고 계신가?’
대한민국에서 혁명적인 메신저 시스템인 ‘코코아톡’을 개발해 가지고 새로운 대기업까지 세운 강봉수.
아직까지 가족들과 미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얼마 안 남았다.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 후 코코아톡 발표를 올해 2010년 말에 했다.
그걸 감안하면 아마 지금쯤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왕이면 코코아톡까지 가져오면 정말 문화콘텐츠에선 엄청난 스펙트럼을 간질 수 있을 텐데…….’
문득 문자 이야기를 듣다가 떠올린 코코아톡.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우리 회사 K E&M의 원작들을 애니메이션화하기 위한 조력자로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 합류를 시키는 일이었다.
‘봉수 형님에겐 한국에 돌아가면 연락하자.’
일단 코코아톡의 주인인 강봉수에겐 지금 일이 끝나고 나면 연락하기로 한 뒤 난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답변을 기다렸다.
과연 우리와 함께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한 답변을.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보고 있던 휴대전화가 쉬지 않고 울렸다.
징, 징, 징, 징…….
아마도 팀원들로부터 답변 문자가 온 것 같았다.
그걸 보고 난 뒤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날 쳐다봤다.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한 채.
미야자키 요츠히코에게 물었다.
“뭐라고 합니까?”
그제야 포커페이스마냥 무표정인 미야자키 요츠히코가 밝게 웃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그 손을 맞잡았다.
* * *
성공적으로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을 우리 K E&M으로 합류시킨 뒤 먼저 애니메이션 장르를 위해 데려온 양상훈 감독과 서로간 합을 맞추도록 시켰다. 그리고 일본에서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원들과 시간도 좀 보내면서 적응한 뒤 이름을 정했다.
팀 케이제이.
비록 모기업이 우리 K E&M이긴 했으나 일본인으로 이루어진 미야자키 요츠히코의 팀이다 보니 한국을 영어로 한 ‘KOREA’의 약자인 ‘K’와 일본을 영어로 한 ‘JAPAN’의 약자인 ‘J’를 따서 붙인 팀명이었다.
처음엔 본래 그들이 써야 할 팀명인 마즈라가 있었으나 왠지 모기업의 이름은 가져가는 게 맞다면서 팀 케이제이로 바꿨다.
그렇게 팀 케이제이를 만들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한국으로 복귀하기 무섭게 난 봉수 형님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나보다 먼저 봉수 형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준경아, 잘 지냈냐?”
“예, 형님은요?”
“나야 요새 사업 아이템 하나 기획한 거 개발하느라 바빴지.”
사업 아이템 하나 기획한 거 개발하느라 바쁘다?
빙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