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62
나는 작가다 162화
162화
“아니, 뭐 평생 노실 거라더니 무슨 사업 아이템을 기획하셨대요?”
본래 봉수 형님은 네버의 공동대표 자리까지 올라섰다가 너무 일만 한 것 같다고 쉰다며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갔었다.
하지만 쉬지 않고 일만 해오던 사람이 갑자기 일을 하지 않고 쉴 수 있을까?
그간 살아온 내 경험에 의하면 대답은 ‘아니오’다.
일만 하던 사람은 쭉 쉬다 보면 무료함을 느끼게 되어 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 이해를 못하기도 했다.
특히 어린 친구들이 그랬다.
평생 먹고살 돈이 있는데 굳이 일을 왜 하냐며.
근데 아니다.
평생 먹고살 돈이 있어도 일하던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일할 때 놀고 싶어 하던 것처럼 반대로 놀다 보니 일이 하고 싶어진다.
작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고, 전자책 시장이 열리기 전 종이책 시장.
지금은 내가 회귀한 이후 우리 회사 K E&M을 통해서 많은 게 바뀌었지만, 내가 회귀하기 전에는 종이책 시장은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열심히 써도 한 달에 50만 원…… 아니, 50만 원이 뭔가.
30만 원도 못 받아서 빌빌거리는 작가들투성이였다.
그나마 작가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있어서 투잡을 뛰면서 글쓰던 이들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가 그 처참해진 종이책 시장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갔다.
그러다가 스마트폰 상용화 시대가 오고 난 뒤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서 다시금 먹구름만 끼어있던 장르시장에는 빛이 생겼다.
30만 원도 못 벌던 작가가 한 달에 300만 원을…… 아니, 3000만 원에서 3억을 벌 정도로 엄청난 시장이.
그렇게 시장이 커지면서 빛을 본 사람들은 정말 평생 일 안 해도 될 정도의 억만금을 벌었다.
내가 담당했던 작가들 중에서도 꽤 있었다.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연재작이 잘돼서 매달 3000만 원 이상 버는 사람도 있었고, 연재를 안 해도 구작을 잘 가지고 있어서 가만히 앉아서도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을 가져가기도 했다.
그렇게 돈벼락을 맞은 작가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작가들이 이렇게 말했다.
“이제 글 안 쓰고 놀아도 되겠는데?”
천만에.
말만 그렇게 하지, 작가란 천성은 버릴 수 없었다.
이 경우 두 가지의 작가들이 있었다.
구작들만으로도 건물주마냥 매달 월세처럼 들어오는 인세를 받아서 신작을 안 써도 되는 이들과 신작 하나를 제대로 띄어서 더 이상 다른 걸 쓰지 않고 그것만 쭉 쓰는 이들.
하지만 결국 그 사람들 모두 초반에나 저리 말하지, 자기도 모르게 ‘신작병’이 도져서 신작을 쓰곤 했다.
신작병.
작가라면 누구나 다 있는 병이다.
신작을 쓰고 싶어 하는 병.
이 또한 두 부류가 있긴 했다.
연재하는 작품이 있는데 일정 분량 이상이 되자 왠지 신작을 쓰고 싶어 하는 부류 그리고 정말 돈벼락을 맞아서 이제 글 안 쓰고 논다고 하다가 무료함이란 놈이 생겨서 쓰고 싶어 하는 부류.
봉수 형님이 다 그 후자의 작가들과 같았다.
네버의 공동 대표로 수억금을 벌어서 평생 놀아도 될 양반인데, 자기 천직인 사업을 버리고 쉬려니 무료할 수밖에 없지.
때문에 평생 놀 거라고 했으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준비한 거다.
그래서 난 그 사업 아이템이 물어봤는데 봉수 형님은 시작부터 그 패를 까진 않았다.
“있어.”
뒷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난 피식 웃을 뿐이었다.
‘있으시겠죠, 메신저가.’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자신이 뭘 준비했는지 제대로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내가 먼저 이야기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어떻게 보면 봉수 형님 입장에선 내가 자기를 감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간 결국 여기서도 내가 취해야 할 자세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봉수 형님이 본인 입으로 직접 이야기토록 만들어야지.
너스레를 떨며 봉수 형님에게 동업을 요구했다.
“에이, 형님.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으면 같이하시죠.”
“흐음, 그럴까?”
먼저 연락 온 것도 그렇고, 어느 정도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나야 코코아톡을 우리와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코코아톡보단 그걸 이용해서 커진 플랫폼인 코코아페이지 때문에 노리는 거였지만 말이다.
사실 이걸 감안하면 코코아톡은 굳이 동업으로 가지 않아도 무방했다.
코코아페이지도 대기업 코코아가 직접 만든 곳이 아니었다.
사기업을 통해서 투자시켜 만들어 굴려보고 수익이 커지니 합병을 결정 내렸던 코코아페이지.
이걸 감안하면 꼭 코코아톡을 동업하지 않더라도 코코아페이지란 미래의 플랫폼 하나를 우리 K E&M이 먹는 게 가능했다.
봉수 형님과의 친분도 있거니와 나의 성공을 지켜봐 왔으니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단지 이왕지사 코코아톡도 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니 노려볼 뿐.
하지만 본인이 성공할 거라고 확신에 차 있다면 굳이 자기 밥그릇을 남에게 나눠주진 않겠지.
심지어 오랫동안 사업가로서 지내온 양반이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사업가로 지내오면서 평생 굶을 걱정 없는 재산이 있는 양반이니 밥그릇을 그리 아까워하지 않을까?
솔직히 코코아톡을 가져올 수 있단 희망이 거기서 나오긴 했다.
약간 나와 동업하길 고민하는 것처럼 대답했던 봉수 형님이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그럼 나 곧 한국 가니까 한 번 보자. 그때 내가 준비한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 이야기 좀 나누자.”
“아이고, 형님께서 준비하신 사업 아이템이면 무조건 대박이죠.”
“그런 아부는 이야기 듣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아부라, 틀린 거 아니긴 한데.
사실 이건 아부라고 보기보단 정해진 미래를 아는 회귀자의 팩트인데 말이야.
어쨌거나 난 봉수 형님이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짜를 듣곤 그날 스케줄을 싹 빼두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날은 봉수 형님에게 온전히 투자하는 게 맞았다.
아니, 그날이 뭐야?
원하면 몇 날 며칠을 투자해도 전혀 안 아깝지.
그렇게 투자해서 코코아톡이 우리 K E&M의 어플이 된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기회를 잡는 거니까.
* * *
“형님!”
우리 회사에 있는 카페에서 봉수 형님을 기다렸는데, 그곳으로 들어오는 걸 보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그런 날 보곤 봉수 형님이 양팔을 벌리면서 다가왔다.
“오, 준경이!”
이 형님이 미국에서 몇 년 있다 오시더니 전에도 제스처가 꽤 있긴 했는데, 어째 그때보다도 더욱 강조된 행동을 취하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날 보며 다가온 봉수 형님이 벌리고 있던 팔로 날 끌어안고 시작했다.
“이야, 잘 지냈냐?”
“아무렴요. 그나저나 형님은 잘 못 지내신 것 같습니다?”
본래 네버 공동 대표로 있던 봉수 형님은 매우 깔끔하고 댄디한 스타일로 다녔는데, 지금 날 찾아온 그는 몇날며칠 야근하고 온 개발자처럼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에다가 프리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방금 내 질문의 의도가 뭔지 알아차린 봉수 형님은 피식 웃더니 내게 반문했다.
“인마, 내가 다녀온 나라가 어디였냐?”
“미국이죠.”
“그래, 이게 미국식 프리한 모습인 거야. 잘 못 지낸 게 아니라.”
한 번 더 과장된 제스처와 함께 자신의 프리함을 드러내는 봉수 형님.
그렇다고 말하니 할 말이 없다.
웃을 수밖에.
“하하, 그래요?”
“어.”
“그래서 커피는 뭘로 드실 겁니까?”
“당연히 에스프레소지.”
“그게 미국식입니까?”
“암.”
“알겠습니다. 여기요.”
간단하게 봉수 형님이 뭘 마실 건지 듣고 나서 손을 들어 올렸다.
아르바이트생을 부르기 위해서.
하지만 사실 부를 필요가 없었다.
K E&M을 떠나서 대한민국에서 내 입지는 엔간한 탑 연예인보다도 더 넓었다.
이미 내가 카페에 들어왔을 때부터 K E&M에 다니는 직원들이며, 이 카페의 직원들이며, 심지어 오고 가는 손님들마저 내 쪽에 자기들 시선 중 일부를 할애하고 있었다.
때문에 손을 들기 무섭게 근처를 떠돌던 아르바이트생이 주문도 알아서 받아갔다.
“예, 작가님! 에스프레소 한 잔 주문 넣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아닙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봉수 형님에게 드릴 에스프레소 주문을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그렇게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한 뒤 난 다시 봉수 형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사업 아이템이 뭔지 이야기부터 좀 나눌까요?”
이렇게 우리가 만난 이유는 바로 그 사업 아이템 때문이었다.
귀국한 형님을 보기 위한 동생과의 자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미 그러기 전에 전화로 봉수 형님이 준비했다는 사업 아이템에 대한 대화를 하기로 했었으니까.
내가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봉수 형님이 못마땅해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자식, 내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사업 아이템 뺏고 싶어서 안달 났던 거냐?”
표정이나 말은 저렇게 했으나 난 다 알았다.
농담으로 저런다는 걸.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하하, 당연히 형님이 보고 싶었죠.”
“입술에 침이나 발라라, 이놈아.”
에끼, 거리면서 내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봉수 형님.
그의 말에 따랐다.
혀를 낼름거리면서 입술을 한 번 훔쳤다.
츄릅.
그렇게 입술을 아밀라아제로 적신 뒤 싱긋 웃어줬다.
“됐습니까?”
“아이고, 징한 놈.”
못 말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봉수 형님.
그에게 난 씨익 웃었다.
“원래 징했죠.”
“잘 아네.”
“암요, 잘 알고말고요. 어쨌거나 바로 하시기 그러면 커피나 한잔 여유롭게 하고 하도록 하죠.”
어차피 이렇게 말해도 본인이 먼저 이야기할 걸 알았으니 여유로운 티타임이나 갖자고 말했는데, 그런 내 예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중했다.
봉수 형님이 손을 휙휙 내저었다.
“아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널 만나러 온 것도 있으니 바로 하자.”
“그래요?”
“어.”
결국 자기가 먼저 사업 이야기부터 하자고 할 거였으면서 괜히 튕기긴.
어쨌거나 봉수 형님이 사업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기에 난 그 본론으로 들어가길 바랐다.
“그럼 알려주세요, 형님.”
“너 지금 문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문자 이야기가 나왔다.
딱 봐도 코코아톡을 위한 밑밥이다.
하지만 아직 봉수 형님으로부터 코코아톡에 관한 단서를 하나도 들은 적이 없는 상황.
일단 모르쇠로 나갔다.
“문자요? 한글? 훈민정음?”
“자식이, 누가 작가 아니랄까 봐 문자를 그렇게 받아들이기 있냐?”
질린단 표정으로 쳐다보는 봉수 형님에게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요?”
“휴대폰 문자 말이야.”
“뭐, 전화하기 그런 상황에선 말만 전달하기엔 나쁘지 않은 시스템이죠?”
“그 요금이 저렴하다고 느끼냐?”
“음, 기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뭐, 소량만 쓰는 사람들에겐 그 기준이 낮으니 전화에 비하면 저렴하다 느낄 수야 있지. 근데 나처럼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회사원들은 의외로 전화 말고도 문자도 엄청 쓰거든. 그나마 문자 무제한 요금제가 있을 땐 괜찮았는데, 각 통신사들이 그걸로 돈이 안 되니 폐지해서 이젠 문자 무제한도 없으니 요금이 꽤 나와.”
꽤나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봉수 형님.
슬슬 이 정도면 준비해 온 사업 아이템에 대해 물어도 될 것 같은데?
“그렇긴 하겠죠. 그래서 형님이 준비한 사업 아이템이 뭔데 갑자기 휴대폰 문자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나도 참 능글맞은 것 같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