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7
나는 작가다 017화
17화
“여기 주문하신 사시미랑 술 나왔습니다. 나베는 좀 더 끓이면 갖다드릴게요.”
“아, 예. 고맙습니다.”
주문했던 술과 안주가 나왔다.
그럼 한 잔 해야지.
난 성용 형님에게 사케를 건넸다.
“그럼 저희 양 과장 호박씨나 깔 겸 한잔 더 해야겠죠?”
“옙!”
“자, 건배!”
“건배!”
짠!
한참을 사케로 달리며 슬슬 둘 다 술기운에 흥취했을 때다.
“그래서 양 과장이 아주 쓰레기라니까?”
내게 편히 말하는 성용 형님.
어느 정도 알딸딸해지자 둘이 편하게 형님 동생 하자고 내가 제안했다.
당연히 취한 이에겐 그보다 반가운 제안도 없으리라.
성용 형님은 덥석 물었고, 그때부터 쌓인 게 많았는지 양경철 욕을 쉴 새 없이 해댔다.
당연히 난 양경철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아니 계속 맞장구쳐주며 한 잔씩 마셨다.
“정말 쓰레기네요, 형님.”
“크! 네가 이해해 주니 너무 고맙다, 준경아! 한 잔 더 하자!”
이번에는 성용 형님이 먼저 내 잔을 따라줬다.
지금 자리는 갑과 을이 아닌 동생 이준경 대 형님 홍성용의 자리였으니까.
난 성용 형님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형님 잔은 제가 채워드리겠습니다.”
“좋지!”
그렇게 잔은 채우고 또 건배했다.
짠!
둘 다 건배하기 무섭게 단번에 입안으로 털어냈다.
그렇게 원샷을 한 뒤 서로 회 한 점씩 먹고 난 뒤였다.
성용 형님이 뭔가 생각난 것처럼 날 불렀다.
“아, 준경아!”
“예?”
“너 도서 갤러리 가봤냐?”
“도서 갤러리요?”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갤러리가 들어가는 걸로 봐선 디사에 있는 곳 같은데······.
디사.
‘디지털 사이트’라고 각종 주제의 커뮤니티들이 모여 있는 웹사이트다.
워낙 익명으로 많은 이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막장을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뭐, 식물 갤러리나 기타 음식 갤러리 같은 평화로운 곳도 있긴 했다.
근데 갑자기 성용 형님은 왜 도서 갤러리란 이름을 꺼낸 걸까?
성용 형님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 디사라고. 취향별로 갤러리란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웹사이트가 있거든? 개중에 도서 갤러리라고 있는데, 요새 네 황제 로키로 말 많더라?”
“제 황제 로키로요? 그게 판갤이 아니라 도서 갤러리에서 이야기가 되고 있다고요?”
판갤.
판타지 갤러리라고 해서 판타지 소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였다.
거길 언급하자 성용 형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판갤? 거길 또 어디야?”
그 반응에 난 뒤늦게 깨달았다.
“아, 제가 다른 사이트랑 착각했네요.”
빠르게 둘러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기억났다.
지금은 2002년도.
판타지 갤러리는커녕 장르문학 갤러리가 생기기도 전이었다.
‘아마 2005년도 즈음인가?’
도서 갤러리에서 장르문학을 무시하며 파벌 싸움이 일어나서 장르문학 갤러리가 따로 만들어진 게.
결국 거기서도 판타지랑 무협 독자들끼리 자기들 보는 작품이 짱이고, 너네가 보는 건 병신이다로 갈려서 2007년도에 한 번 더 나뉘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판타지와 무협의 대립보다는 라이트 노벨과 무협의 대립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기본적으로 팬덤이 두터운 작가들 빼곤 대다수 갤러리 유저들은 판타지 장르를 등한시 여겼다.
결국 판타지 갤러리는 거의 라이트 노벨 갤러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색이 짙었다.
나중에 유료연재 시장이 다가오면서 독자들도 한눈에 판타지 소설이 얼마나 잘 벌리는지 알게 되기 전까지.
그때부터 판도가 바뀌었다.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글로 돈 버는 게 판타지 장르로 가능하단 걸 알게 되면서.
결국 현실과 가까운 판타지 장르가 갤러리 지분을 잡아먹기 시작하자 라이트 노벨 독자들은 자기들만의 갤러리를 따로 신청했다.
‘신설 과정에 오류가 있어서 한 반 년은 웹소설 갤러리로 살았지, 아마?’
어쨌거나 현재는 도서 갤러리 하나에 모두 몰려 있었다.
그러니 도서 갤러리에 판타지 소설인 내 작품도 언급된 것.
스마트폰이 있던 시절이라면 바로 확인했겠지만, 지금 휴대폰으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마 성용 형님이 이미 내용을 본 것 같으니 물어보면 될 터.
“뭐라고 하나요?”
“반반이야.”
반반이라니? 무슨 치킨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좋다는 사람 반, 싫다는 사람 반요?”
“장르 독자들은 이거 꽤 센세이션하다고 하더라. 뭔가 한 편, 한 편이 한 권을 응축한 듯한 작가가 얼마나 머리를 굴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나?”
“나머지 반은요?”
“그냥 순수문학파라는 애들이 인정 못하는 거지. 그런 저급한 글 따위를 어따 들이대냐고.”
“저급······.”
순수문학파의 단어 선정에 꽤나 씁쓸했다.
장르문학을 쓰는 이들도 작가이거늘.
내 표정을 본 성용 형님이 달랬다.
“이해해, 원래 그런 곳이야.”
“뭐, 반은 그래도 제 작품을 좋아해 주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사실 그 반 중에도 뭐라 하는 애들이 있긴 한데······.”
“뭐라 하는 애들이 있다고요?”
“어, 라이트 노벨이라고 일본 소설 좋아하는 독자층이 있거든.”
어떤 독자들인지 이해가 갔다.
2005년도에 장르문학 갤러리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도 한국형 장르문학 독자들과 어느 나라 작품이 더 낫냐며 싸우던 애들이다.
모르는 애들도 아니니 그렇구나 싶었다.
“대부분 라이트 노벨 좋아하는 애들은 부수로 판타지 소설들을 까기도 하거든.”
부수로 깐다.
자기들이 보는 라이트 노벨은 일본부터 시작해서 다 합치면 막 몇십만 부씩 팔리는데, 만 부도 못 파는 책들 쓰는 작가들 수준이나 그거 팔아서 굶지는 않냐던 애들이 많았다.
거기서 나도 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막 자기들이 보는 라이트 노벨은 몇만 부, 몇십만 부 수준으로 팔리는데, 그에 비하면 몇 부 찍지도 못하는 거 보면 한국 장르 소설 수준이 뻔하다는 애들이죠.”
“잘 아네. 사실 몇 부 찍지 못해도 먹고사는 덴 지장 없는데······.”
“뭐, 걔들이야 알 리가 없죠. 기성 작가가 가서 자기 인세라도 까지 않는 이상.”
나중에 유료연재 시장이 열리면서 판도가 바뀐 판타지 갤러리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그 판도를 바꾸는데 몇몇 작가들이 큰 역할을 했다.
서너 명의 작가들이 자기 인세도 까고, 잘 버니까 피자도 이리저리 뿌리면서.
이미 대한민국 도서시장에서는 크게 판이 벌린 교육서들이나 아동서가 아니면 장르소설의 수익이 제일 컸는데 말이다.
오죽하면 몇몇 작가들이 인세를 까자 그 수익을 보곤 너도, 나도 덤벼들었다.
다들 판타지를 써서 글로 먹고살 거라며.
개중에 실제 작가가 된 건 소수였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못한 지망생들이 많았다.
‘글망생이라고 불렀던가?’
문득 그게 떠오르자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난 성용 형님에게 물었다.
“깔까요?”
“응?”
“방금 말한 거 있잖습니까? 작가가 자기 인세라도 까지 않는 이상 판타지 작가들이 잘 먹고사는지 모를 거라고.”
그제야 성용 형님은 내가 뭘 생각하는지 알아차렸다.
“설마 네 인세를 까겠다고?”
“네. 뭐, 못 깔 이유야 없지 않아요?”
“그야 까지 못할 이유가 없긴 하다만······.”
인터넷에 작가 인세를 깐다는 게 영 내키지 않나 보다.
그런 성용 형님에게 난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4권.”
“응?”
“다음 주 안으로 4권까지 원고 맞춰서 넘길게요. 보장인세 4권까지 한꺼번에 주세요.”
내가 던진 수에 성용 형님의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음 주 안으로 4권 원고를 넘겨줄 수 있다고?”
“네.”
투고 당시 내게 받은 원고가 2권까지였다.
한데 지금 시장에서 빠르게 쓴다는 작가도 한 달에 한 권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내가 두 권이나 더 되는 분량을 다음 주까지 써서 준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곰곰이 생각에 잠긴 성용 형님이 어렵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뭐, 원고만 넘어온다면야 보장 계약이니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어렵지 않으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럼 주세요.”
“내일 사장님한테 보고할게.”
“고맙습니다.”
“아니, 당연히 해줘야 하는 일인걸. 근데 엄청나네.”
다음 주까지 4권 원고를 주면 한꺼번에 인세를 주겠다는 성용 형님이 기가 차단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요?”
“너 권당 보장 인세가 900만 원 가까이 되잖아?”
“정확하게는 896만 원이죠, 원천징수까지 떼면 대략 860만 원.”
좀 더 세세하게 계산해내자 성용 형님이 혀를 내둘렀다.
“허, 대단하다. 벌써 그걸 계산해 둔 거야?”
“받아야 할 돈이니까요.”
그랬다.
받아야 할 돈은 잘 알아둬야지.
어쨌거나 나는 성용 형님이 감탄한 이유가 궁금했다.
“근데 뭔가 엄청나요?”
성용 형님은 방금 전 자신이 무엇에 감탄했는지 밝혔다.
“4권 원고까지 주고서 한 번에 받으면 거의 4천만 원이잖아.”
“네, 원천징수 떼면 대충 3,440만 원이죠?”
“거의 내 1년 반치 봉급을 한 번에 받다니, 너무 부럽잖아?”
지금 대리 월급이 160만 원이었던가?
그럼 연봉으로 칠 겨우 원천징수를 떼면 1,900만 원이 약간 안 됐고, 떡값 포함하면 한 2,000만 원이 좀 넘을 거다.
자신의 봉급과 비교해서 내가 받을 인세에 놀랐단 성용 형님에게 난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형님도 글 하나 쓰시지 그래요?”
“나도 글을 쓰고 싶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성용 형님도 중간중간 자기 책을 써서 내곤 했다.
대박은 없었으나 그래도 중박 정도 친 작품은 두어 개 됐다.
종이책 시장에서는 크게 빛을 못 봤다가 나중에 업계에서 영업력이 뛰어나진 채로 자기 작품 팔아서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했었지.
그걸 감안하면 성용 형님도 꾸준히 한 작품씩 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로 아예 전향하는 건 반대였다.
김두식이나 양경철에게 나중에 제대로 엿 먹이려면 뛰어난 영업자이자 편집자인 성용 형님의 도움이 꼭 필요했으니까.
어쨌거나 난 글을 쓰고 싶다고만 말한 뒤 조용해진 성용 형님에게 물었다.
“하지만?”
갑자기 성용 형님이 잔을 들이켰다.
단번에 입안으로 털어낸 뒤 잔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말했다.
탁!
“크으, 너처럼은 못 벌지.”
나처럼 못 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독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눈은 대리인 성용 형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높았으니까.
나중에 홍 부장이나 홍 대표로 불릴 때나 되어야 비슷해지리라.
근데 또 그때가 오면 글쓸 여유가 없을 거다.
총판만 영업을 뛰던 때와 다르게 유료연재 시장에선 이벤트를 더 좋게 받으려면 발벗고 뛰어다녀야만 했다.
각 플래폼들을 쉬지 않고 방문하면서.
어쨌거나 글을 쓰려면 유료연재 시장이 열리기 전인 지금이 적기였다.
나처럼 벌겠단 욕심으로 글도, 편집도 망쳐 버리면 곤란했지만 말이다.
그러지 않도록 내가 옆에서 잘 관리해야지.
유료연재 시장에서 뒤늦게 매니지먼트를 차렸으면서 누구나 탑이라고 생각하던 회사의 대표가 될 이였다.
그런 조력자를 둘 수 있다면 내 미래는 언제나 밝을 테니까.
한데 그 미래를 위해서 성용 형님이 아파트 한 채 살 돈을 잃는 건 바라지 않았다.
직장인에게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한 채.
그것도 지금 시기가 아니라 10년이 훌쩍 지나서 집값이 미쳐 날뛰는 때에 산 거면 정말 큰 금액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이루지 못할 금액이거나 평생 이자만 갚다 갈지 몰랐으니까.
때문에 난 성용 형님이 간간히 한 작품씩이라도 쓰도록 유도했다.
“왜요? 혹시 알아요? 재능이 있을지?”
“재능이 있어도 너만큼은 힘들지. 출간하고 성적을 봐야 하겠지만, 지금 네가 받는 조건만 봐도 판무 쓰는 작가 중 최상위권에 있는 사람들 수준이니까.”
여전히 나와 비교한다.
처음 이야기할 땐 부러움과 열등감이 아닐까도 싶었다.
한데 지금 성용 형님의 표정을 보니 알겠다.
이거 영업용 멘트다.
내 담당자라고 날 비행기 태워주려고 한 것이다.
뒤늦게 성용 형님의 표정을 알아본 나는 괜한 걱정이 앞섰단 생각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 그만 부러워하십쇼. 인세 들어오면 제가 거하게 한 번 쏠 테니.”
“오, 진짜?”
인세 들어오면 거하게 쏜다니 기뻐하는 성용 형님.
그에게 난 진짜라며 가슴을 탕탕! 쳤다.
“제 담당자님이신데 그 정돈 당연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아, 나 방금 한 얘기 절대 안 까먹는다?”
“걱정 말고 인세 지급이나 확실히 해주십쇼. 거하게 쏘겠습니다.”
“오케이! 그래, 이 맛에 편집자를 하는 거지.”
성용 형님이 기쁜 표정으로 자작했다.
잔이 있는 나와 다르게 자기 잔은 비워져 있기에.
그때 딱 병에서 흘러나오던 술이 끊겼다.
마지막 잔이었다.
“들어가서 4권 원고 쓰게 이만 막잔하죠.”
“오냐! 짠!”
내게 건배를 권했다.
거기에 나 역시 잔을 들고 부딪쳤다.
“짠!”
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