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9
나는 작가다 019화
19화
“자, 그럼 황제 로키를 7권까지 썼으니 여유롭겠다. 이제 드래곤 나이트 비축분을 쌓아보실까?”
성용 형님과의 통화를 마친 뒤 나는 인세 지급일인 금요일까지 쉬지 않고 드래곤 나이트 원고에 집중했다.
보통 하루 7만 자를 쓰던 게 황제 로키로 10만 자 이상 쓰는 것도 적응이 됐는지 금요일까지 총 20만 자를 써냈다.
20만 자.
편당 5천 자를 기준으로 하면 총 40편이었다.
그렇게 드래곤 나이트 원고를 50편 이상 쌓아둔 금요일 오후 전화 한 통이 왔다.
또로롱.
전화 벨소리에 난 휴대폰을 쳐다봤다.
-성용 형님.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한 나는 곧장 받았다.
“예, 형님.”
“지급됐다. 확인해 봐.”
인세를 지급했단 소리다.
드디어 작가로서의 첫 인세가.
그 소식을 매우 반겼다.
“오! 고맙습니다.”
“고맙긴, 당연히 받아야 할 인세인데.”
“흐흐, 그래도 한두 푼도 아닌데 며칠 만에 지급해 준다는 게 쉽진 않잖아요?”
“안 그래도 사장님이 죽을상이셨다. 갑자기 6천만 원이 넘는 돈을 인세로 지급해야 한다니.”
“그래요?”
김두식이 죽을 맛이라니 기분이 좋다.
근데 성용 형님이 말하길.
“어, 그래도 내심 좋아하시더라.”
“예?”
방금 전에는 죽을 맛이라더니.
어째서 내심 좋아하는 건지.
황제 로키란 작품을 잡아둬서?
아니다.
그걸로 좋아하긴 이르다.
막상 출간했는데 망하면 내게 보장해 준 금액이 전부 적자로 돌아갈 테니까.
성용 형님은 어째서 김두식이 좋아하는지 알려줬다.
“네가 황제 로키를 7권까지 써서 주니 며칠 심심할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다 그러더라.”
“그렇군요.”
이건 내가 김두식이 싫어해도 독자로서는 고마워해야 할 이야기 같았다.
어쨌거나 국민이 없으면 국왕도 없듯, 독자가 없으면 작가도 없는 거니까.
갑으로서 짓눌러야 할 사장 김두식이 아닌 독자 김두식에게는 잠시나마 고마워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성용 형님은 인세가 지급됐으니 이제 할 거냐며 물었다.
“그럼 이제 통장 정리 하고서 도서 갤러리에 인증하는 거냐?”
“해야죠.”
“그래, 건승을 빈다.”
월오백이란 유동놈한테 건승이라.
솔직히 그럴 가치도 없다.
“건승은 무슨요. 이미 대놓고 이긴 싸움인데.”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팩트.
사실이기에 성용 형님 역시 뭐라 하진 못하고 그냥 웃고 말았다.
“큭, 그래. 수고해!”
“예, 형님도 수고하십쇼.”
그렇게 성용 형님과의 통화를 마쳤다.
“그럼 통장 정리 좀 하고 와보실까?”
컴퓨터를 끈 다음 모자만 꾹 눌러쓰고 집 앞 은행으로 향했다. 거기서 통장 정리를 하자 내역 하나가 추가돼 있었다.
20020113 도서출판 푸른숲 ₩60,650,240 ₩60,651,240 부천점
투고한 원고를 계약할 수 있단 생각에 부풀어 천 원만 넣어놓고 만든 통장.
원래대로라면 50만 원 계약금이 첫 개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잘한 금액을 떼고 6천만 원.
그게 작가로 데뷔한 내 첫 인세였다.
“크! 아, 맞다. 인증샷 찍어야지.”
ATM기 위에 통장을 펼친 뒤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찰칵!
이로써 월오백을 발라 버릴 준비는 모두 끝났다.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기 무섭게 컴퓨터에다가 아까 찍은 사진을 옮겼다.
컴퓨터에 월오백을 바르기 위한 무기를 준비한 뒤 읊조렸다.
“바로 올려 버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럼 예고장의 의미가 없지.”
예고장에는 저번 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올린다고 했다. 그래놓고 일찍 올려버리면 뭔가 김이 새지 않겠는가?
다들 이때 올라오기로 했다 생각하고 기다릴 텐데.
결국 난 예고한 대로 인증할 게시글 제목과 내용만 준비해 뒀다.
제목 : 안녕하세요, 이준경 작가입니다.
내용 :
저번 주에 예고했던 시간에 돌아왔습니다.
긴 말할 필요 없겠죠?
이게 제가 계약한 황제 로키의 첫 달 수익입니다.
(사진)
이렇게 벌 수 있었던 건 모두 독자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로 독자님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겠습니다.
이벤트 제목은 ‘독자 감사 피자핫!’.
제 메일 ‘ljk811111@never.com’으로 ‘이름, 번호, 은행계좌’ 이렇게 세 개를 작성한 메모지를 얼굴과 함께 인증해서 보내주세요.
그럼 독자님들께 ‘23,900원’을 보내드릴 겁니다.
뭐, 이리 애매한 돈을 보내냐고요? 제가 바로 사드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방법이 없어서 보내드리는 겁니다.
피자핫에서 요새 핫한 신제품 피자의 가격이 딱 ‘23,900원’이거든요.
몇 분이나 이벤트를 신청하실지 모르겠지만, 중복 참여도 인정합니다. 대신 방금 말씀드린 ‘이름, 번호, 은행계좌, 사진’이 모두 달라야 할 겁니다.
피자 한 판 더 먹겠다고 이걸 구해서 또 이벤트 응모를 하신다면 무조건 드립니다.
막상 제가 해보려고 생각해 보니 엄청 귀찮더라고요.
만약 하시는 분이 있다면 전 감탄하며 피자 한 판 더 사먹을 수 있게 추가 지급하겠습니다.
그럼 이벤트 참여는 딱 이번 주 일요일 자정까지 받는 걸로 하겠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된 이후에는 참여해도 안 보내 드릴 거니 기간 내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미리 예고한 저녁 시간에 올릴 게시글 준비도 끝났다.
난 이벤트 내용을 보곤 생각했다.
‘그나저나 참여하는 사람들은 많아 봐야 몇십 명이겠지?’
설마 피자값으로 천만 원 이상 나갈 일은 없을 터.
나가도 문제다.
돈 때문에?
아니다.
천만 원 이상 나간다는 건 몇백 명이 이벤트를 참여했다는 건데,
그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계좌로 돈을 싸주는 게 꽤 노가다가 되리라.
그냥 적당히 3, 40명 정도만 참여했으면 했다.
어쨌거나 저녁에 터뜨릴 축제 시간은 아직 멀었다.
저번 주 금요일에 성용 형님 하고 술 마신 뒤 들어온 11시 조금 넘었던 시간.
반면에 지금은 이제 오후 4시 30분이었다.
아직 일곱 시간가량이 남았다.
거기서 난 뭘 할지 고민했다.
‘원고를 더 써?’
근데 첫 인세가 들어오고 나니 뭔가 기분이 붕 떴다.
바로 원고를 쓰기보단 다른 것 좀 하면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그래, 도서 갤러리나 좀 보자.”
일주일 내내 짬날 때면 도서 갤러리를 들어갔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나와 내 작품에 대해서 다들 계속 관심은 갖는지, 어떻게 떠드는지 보기 위해서.
이번에는 그와 관련되지 않은 글들도 보려고 했다.
대체로 순수문학파 유저들은 장르문학파 유저들을 깔봤다.
그럼 보통 장르문학파 유저들도 맞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것들은 지들끼리 싸우느라 바빴다.
한국 판타지가 낫니, 일본 라이트 노벨이 낫니 하면서.
“라이트 노벨이라······.”
아주 나중에 일본 라이트 노벨을 볼 때가 떠올랐다.
지구인이 이세계로 넘어가서 게임 시스템을 쓰는 용사물들이 범람한 소재를 쓰던 라이트 노벨들.
그걸 보면 우리나라 독자들이 판타지 소설을 양산형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그게 무슨 차이가 그리 크단 건지.”
문득 그쪽으로도 손을 뻗어볼까 싶었다.
대신 처음 접하게 될 장르이다 보니 차기작으로 쓰던 드래곤 나이트와 다르게 라이트노벨은 계정을 다른 걸 하나 팔까 싶었다.
라이트 노벨을 써보잔 생각이 들기 무섭게 난 시계를 쳐다봤다.
도서 갤러리 눈팅만 하는데 한 시간을 써서 벌써 오후 5시 30분이었다.
“어차피 밥 먹을 시간이네? 좋아, 방금 떠올린 소재 시놉시스 정리하면서 저녁이나 먹자.”
서랍에서 시놉시스 공책을 꺼낸 뒤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어머니가 차려놓은 반찬과 밥을 꺼냈다.
간단하게 저녁상을 차린 난 밥상에서 시놉시스를 적어 내려갔다.
“피씨방 아르바이트 중인 갓 전역한 이십 대 초반을 주인공으로 하고, 카운터 자리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심심한 신이 만든 게임을 하고······.”
쉽게 신이 만든 게임을 깬 뒤 개발자 수준 낮다고 하는 주인공.
그러자 카운터용 컴퓨터에서 메시지가 온 거다.
신이 보낸 메시지.
어디 한 번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면서 방금 주인공이 깬 게임의 두 번째 시리즈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도록 용사를 시키는 이야기.
저녁식사를 하면서 쉬지 않고 적어 내려간 시놉시스.
얼추 식사가 끝나가니 5권 분량까지의 스토리를 짜냈다.
“음, 일단 시놉시스는 여기까지 쓰자. 어디 보자, 시간이······ 6시 30분이네. 그럼 11시까지 얼추 원고를 뽑아보면 되겠네.”
이미 황제 로키는 7권 분량, 드래곤 나이트는 50화가 넘는 분량이 쌓였다.
황제 로키 같은 경우에는 12권에서 완결을 치거나 더 이어 쓸 수 있도록 11권까지만 준비할 생각이었다.
4권까지 판매부수가 괜찮다 싶으면 12권보다 더 많이 쓰기 위해서.
드래곤 나이트.
슬슬 황제 로키의 선작수가 늘지 않아 질풍의 마도사에게 1등 자리를 뺏기게 되면 시작해볼까 싶었다.
첫째 날과 둘째 날 10편씩, 셋째 날과 넷째 날은 5편씩하고 쭉 2편씩 할 생각이었다.
이러면 2주 이상 연재가 가능했다.
두 작품 모두 비축분이 여유로우니 방금 시놉시스를 짠 작품에 며칠은 집중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괜히 또 원고에 집중하다가 시간가는 줄 모를까 봐 11시에다가 알람을 맞췄다. 그리고 설거지를 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시놉시스 공책을 올려놓고 고민에 잠겼다.
“그 전에 제목을 뭘로 하지?”
제목.
소설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꽤나 영향을 크게 줬다.
당시 봤던 라이트 노벨 테이스트를 감안한다면 ‘PC방 알바의 비난은 용사로 거듭났다’나 ‘PC방 알바의 용사담’과 같은 게 쓰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성공을 목적으로 뒀으니 라이트 노벨 테이스트의 소재와 캐릭터성을 살려놨으니 제목은 어느 정도 북조아 독자층과 타협을 보는 게 맞다고 여겼다.
“흐음, 용사······ 무적?”
용사무적.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주인공이 용사가 된다는 소재도 담겨져 있고, 또한 무적이라고 칭하면서 먼치킨인 점도 어필할 수 있었다.
“좋았어, 용사무적으로 하자.”
마지막으로 봤던 라이트 노벨의 스토리와 캐릭터 감성을 떠올렸다.
천천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 위해서.
라이트 노벨이란 장르의 도전을.
***
또로롱.
알람이 울렸다.
용사무적 원고를 쓰던 걸 멈췄다.
기지개를 쭉 켜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으, 벌써 11시인가?”
저번 주에 올린 예고장을 올리기 위해서 맞춰둔 알람이었으니 시간이 틀릴 리가 없다.
정확하게 저녁 11시인 걸 확인한 나는 용사무적 원고의 글자수를 확인했다.
‘컨트롤, Q, I.’
타닥!
단축키를 누르자 3권 원고의 글자수가 나타났다.
글자 : 32,830자
“6편이 좀 넘네. 일단 예고한 것부터 처리하고 좀 더 쓰다 자야겠다.”
쓰고 있었던 용사무적 원고를 저장한 뒤 껐고, 난 아까 준비해 둔 게시글 내용과 도서 갤러리 사이트를 준비했다.
도서 갤러리에 접속하니 하나 같이 내 이야기밖에 없었다.
곧 올라온 내 인세 인증과 이벤트가 뭔지 다들 궁금하다며.
아직 예고 시간이 남았다.
“무슨 글들이 올라왔는지 좀 볼까?”
오늘 도서 갤러리 유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대부분의 지분은 나와 월오백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월오백은 애들이 고정닉을 파라고 하니 정말로 팠다.
차마 내가 부르는 월오백은 쓰기 싫었는지, ‘오백만’으로 고정닉을 만들어서 놀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시간이 다가왔다.
예고의 시간이.
미리 준비해 뒀던 게시글을 올렸다.
그렇게 영원히 키위위키에 기록될 ‘이준경 축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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