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24
나는 작가다 024화
24화
“케이이앤엠? 이게 무슨 업종으로 하려고 만든 업체명이냐?”
E&M이란 이름이 생소했나 보다.
녀석에게 난 법인의 전체 이름을 영어발음으로 읊어줬다.
“K Entertainment&management.”
“혀 한 번 더럽게 굴리네. 즉, 엔터랑 매니지먼트를 다루는 회사라…… 뭐, 연예인이라도 키우게?”
보통 사람들 기준으로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면 연예인 기획사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당장은 절세를 위한 거고 아주 만약에 회사가 운영이 된다면 작가들을 연예인처럼 키울 생각이다.”
“작가를 연예인처럼? 그래서 이앤엠이냐? 난 작가니까 책이랑 관련돼서 출판업 쪽을 생각했는데, 네가 말한 대로라면 작가 관리 업체로도 나쁘지 않겠군.”
흔히 작가들이 절세가 필요해서 법인을 만들 때 출판사를 차리긴 했다.
하지만 나중에 유료연재시장이 열리면 매니지먼트가 가장 큰 주축이 되었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출판사보단 매니지먼트가 낫다고 판단하는 경향도 많았고 말이다.
어쨌거나 뭐하는 업종인지 자세히 알아야 철이가 일처리를 대신해 줄 테니 난 정확하게 뭘 할 곳으로 키울 건지 설명했다.
“작가 관리뿐만 아니라 작품도 관리하게 될 거다. 연예인 기획사들이 가수나 배우의 노래나 작품을 기획 및 관리하듯이.”
“생각지도 못한 형태구만.”
나중에 이북 시장과 유료연재 시장이 늘면 너도, 나도 하겠단 생각이 드는 형태다.
잠시 고민에 잠긴 듯한 철이.
갑자기 녀석이 내게 제안을 하나 건넸다.
“야, 그럼 너 법인을 차릴 거니 사무실도 구해야 하지 않냐?”
“그래야지?”
“내가 가성비 좋은 데로 구해줄까?”
“사무실도 구해준다고?”
“어, 대신 한 가지 부탁 좀 하자.”
그래,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지.
뭘 바라고 사무실을 좋은 데로 구해준다는 건지 물어봤다.
“뭘?”
“나 법인 직원으로 넣어주고, 매달 월급 200만 원씩만 줘라, 만약 거기서 내가 네 세금 줄여줄 할당량 이상 채우면 월급 까고 받을게.”
“갑자기 왜?”
“왜긴, 아버지 밑에서 일하기 싫으니까 그러지.”
어떻게든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려는 철이.
철이 없단 생각에 혀를 찼다.
“쯔쯧,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게 그렇게 싫냐?”
“야, 나 중학교 때부터 방학만 되면 딴 애들 놀러갈 때 세무사 사무소에서 살다시피 했다. 근데 내가 아버지 밑에서 일하고 싶겠냐?”
생각해 보니 그랬다.
이 녀석, 십 대 때 열심히 아버지 밑에서 일했지.
그러니 세무사 시험을 붙은 것도 아닌데 꽤 상세히 알고 있는 거기도 했다.
“그 십 대의 청춘이 아까워서 이십 대의 청춘을 즐기려고 한 거냐?”
“빙고!”
바로 맞혔다며 좋아하는 철이.
녀석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흐음, 생각해 보니 요새 나도 작업할 공간을 따로 만들까도 싶었는데……. 좋아, 구해봐라.”
요새 자꾸 밥상머리에서 낙서한다고 부모님이 타박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니 슬슬 시놉시스에 집중이 깨질 때가 많아졌다.
때문에 안 그래도 작업실을 구할까 했는데, 법인 사무실로 하나 차려서 겸사겸사 쓰면 될 것 같았다.
“오케이, 보증금 어느 정도 선까지 가능하냐?”
보증금.
어차피 기한이 지나면 돌려받을 돈이니 건물살 돈에서 빠져나가거나 하진 않았다.
좋은 데로 구하려면 총알이 빵빵해야 좋으리라.
“어디 보자. 대충 쓸 돈들 빼면 4천 정도 남나?”
“좋아, 그럼 보증금 1, 2천에 월세 좀 괜찮은 투룸이나 쓰리룸 사무실용 오피스텔을 구해보마.”
“월세로? 그냥 3, 4천 주고 전세를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매달 쓸데없는 지출인 월세를 없애고 싶어 전세로 구하면 어쩌나 싶었다.
근데 오히려 월세를 해야 한다고 철이가 말했다.
“인마, 사무실 월세도 다 절세의 기본이에요.”
“그래?”
월세도 절세의 기본이라.
그리 말하니 구미가 당기긴 했다.
한데 철이의 입에선 또 다른 방법도 나왔다.
“어, 더 좋은 방법도 있긴 하다.”
“무슨 방법?”
“아예 대출 끼고 하나 사는 거지.”
“대출? 그럼 돈 빌리는 거니 갚아야 하잖아?”
빌린 돈 갚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었다.
그러나 잘 보라며 철이가 술 취한 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머릿속 계산기를 두들겼다.
“그래, 4천을 30%로 잡으면 얼추 1억 넘는 곳도 대출할 수 있네. 그럼 5년 상환대출로 7천만 원 받는다 치면…… 아버지 통해서 연결하면 연 이자를 8%정도로 받을 수 있으니 일 년에 내야 할 이자가 560만 원이네. 매달 이자가 46만7천 원쯤 되고, 원금이 3만8천 원 언저리씩 갚으면 되니 얼추 50만 원이네. 솔직히 이게 구하려는 오피스텔 월세보다 싸다. 단지 5년 동안 갚아야 한다는 게 문제긴 한데, 이건 네가 좀 더 낼 의향만 있으면 1, 2년짜리 대출로 줄여서 더 빠르게 갚아도 되니까.”
“그렇게 해서 절세를 하자?”
“어, 차라리 월세보단 이쪽이 나을걸? 절세율도 더 높이 당길 수 있고, 네 이름으로 된 투룸이나 쓰리룸 집도 한 채 생기는 거니까.”
“흐음, 대출이라…….”
철이의 의견을 듣고 나니 이쪽도 끌린다.
거기서 철이가 대출 쪽으로 힘을 실었다.
“어차피 올해 몇억 벌 거라며? 그럼 금방 갚지.”
금방 갚는 거야 문제가 안 됐다.
그렇게 해서 집을 사면 엄한 돈이 빠져나간다는 게 문제였지.
난처한 표정으로 원래 뭘 하려고 했는지 밝혔다.
“사실 열심히 모아서 청담동 건물을 하나 살 생각이었는데…….”
거기서 철이가 모르는 소리 말라며 오히려 그러니 더 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야, 청담동 건물 살 거면 더더욱 집 사면서 제테크해야지.”
“응?”
“우리 아버지가 세금 봐주는 국회의원한테 들었는데, 그 아저씨가 내년부터 집값이 폭등할 거라고 하더라.”
그러고 보니 10년 사이에 가장 많이 폭등한 시기가 2003년도부터 2009년 사이였다.
이후로도 집값이야 계속 오르긴 했지만, 저 시기의 폭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철이 때문에 생각난 기억.
덕분에 아예 거기 꽂힌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어, 그러니까 더더욱 올해 쌀 때 집 하나 사둬서 내년에 폭등하면 팔아야지.”
집값이 폭등하면 팔아서 건물을 사라는 건가?
거기서 철이가 말하려던 게 뭔지 깨달았다.
“그렇게 목돈이 늘면 대출할 금액도 늘어나니 건물 사기에 수월하다?”
내 물음에 철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바로 그거지. 그리고 엔간하면 5년 뒤에도 기회가 있긴 하지만, 1년 안에 최대한 많이 벌어놔라.”
갑자기 철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5년 뒤에도 기회가 있지만, 1년 안에 돈을 최대한 벌라니?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쳐다봤다.
“응? 그건 또 왜?”
“올해에 뭐가 있을까?”
“올해는 2002년 월드컵이 있고…… 글쎄, 또 뭐가 있나?”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자 철이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식아, 대선이 있잖아.”
“아아, 그렇지.”
그러고 보니 올해 대선을 치르고 DJ정권에서 MH정권으로 바뀌는 해구나.
“근데 대선은 왜?”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건물이 꽤 되거든?”
“근데?”
이 녀석이 갑자기 대선 후보들 건물 이야기는 왜 하나 싶었다.
그 이유를 철이가 알려줬다.
“내년에 그 후보들 중 표수 낮은 사람들이 소유한 건물을 확인해 뒀다가 대선 끝나면 살 준비해라. 아니면 총선을 노리는 게 매물은 많아서 좋은데, 그건 아직 2년은 더 기다려야 하니까.”
“아, 표수가 낮으면 대선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니 싸게 팔려나?”
철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의미가 뭔지 깨닫자 녀석은 날 칭찬했다.
“자식, 머리는 참 좋아요. 그 머리로 나랑 같이 한국대나 가지, 무슨 예술대학을 가서는.”
그랬다.
내 머리는 꽤나 비상했다.
수능 성적으로는 철이와 같은 대한민국 최고의 국립대인 한국대를 가고도 남았다.
그러나 갈 수 없는 이유가 다 있었다.
“그거야 한국대에는 문창과가 없으니까.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문창과가 없어서 전문예술대인 한국예술대를 갔다. 그리고 난 철이가 한 말에서 틀린 점이 있다고 하자 녀석이 물었다.
“무슨 말?”
“머리’도’ 좋은 거지. 키 작은 너랑 다르게.”
외모도, 키도, 머리도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철이보다 내가 뛰어났다.
그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주자 철이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씨발, 그냥 놀까?”
자신보단 우월한 내게 열등감을 느끼고 다시 이십 대 청춘을 즐기려는 철이.
녀석에게 난 술잔을 건넸다.
“인마, 술이나 한잔해.”
“오냐!”
짠!
철이와 건배 후 술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좀 더 가까워진 목표를 떠올리며.
‘내년에 건물 싸게 사려면 열심히 써야겠네.’
어쨌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글을 써야만 했다.
나는 작가니까.
철이와 만난 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적당히 술을 좀 깬 다음 오늘치 목표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집필에 집중했다.
중간에 철이를 만나고 온 시간 때문인지 저녁식사도 걸렀는데, 평소보다 늦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1시에 자서 5시에 일어나던 패턴이 2시에서 6시로 다소 미뤄졌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정한 목표는 달성했다.
황제 로키 8만 자와 드래곤 나이트, 용사무적을 각각 2만 자씩.
완성된 황제 로키 8권을 보면서 말했다.
“이걸로 900만 원 추가네.”
900만 원보단 약간 모자랐지만, 기분 좋게 올림해서 불렀다.
일단 직장인인 성용 형님은 자고 있을 수도 있는 시간이니 메일로 8권 원고를 보냈다.
그리고 각각 네 편씩 쓴 드래곤 나이트와 용사무적을 혹여나 오타가 있진 않을까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저장했다.
“슬슬 자볼까?”
하루 목표를 맞췄으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또로롱.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응?”
이 시간에 누구인가 싶었는데, 휴대폰 액정을 보니 성용 형님이었다.
새벽 2시니 잘까 싶었더니 이 시간까지 깬 채 일을 하고 있었나 보다.
“하기사 이 형님 꽤나 워커홀릭이었지. 이런 사수 밑에서 배워가지고 나도 만만찮았고 말이야.”
워커홀릭.
원래 장르 출판사들이 빡세게 굴러가는 것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일에 미친 사람들에게 붙는 이름이었다.
편집자란 직업에 의미를 갖기 위해서.
나 또한 사수인 성용형님의 영향을 받아 그런 이 중 하나였고 말이다.
어쨌거나 난 성용 형님의 전화를 받았다.
“예, 형님.”
“너도 지독하다. 벌써 8권이라고?”
방금 메일로 보낸 원고를 확인했나 보다.
금방 8권을 완성해서 보낸 날 보고 혀를 내두르는 성용 형님에게 말했다.
“열심히 벌어야죠. 이번에 도서 갤러리에서 이벤트 벌인 것 때문에 200만 원 허공으로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얼씨구, 지가 벌려놓고 허공은 무슨. 게다가 이거 또 넘기면 잔고에 900만 원이 추가되는 놈이.”
“흐흐.”
900만 원 추가될 생각에 즐거워할 때였다.
성용 형님이 다소 진지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야, 근데 준경아.”
“예?”
“내가 쭉 원고를 훑어보는데 꽤나 우울하다?”
우울하다.
작품이 우울할 일은 없었다.
한창 용병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주인공 로키의 이야기는 호쾌한 진행만 남았다.
그렇다면 원고가 아니라 다른 게 우울하단 소리일 터.
문득 난 한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혹여나 그 때문에 우울하다고 한 건지 확인해 봤다.
“왜요? 제 원고가 너무 완벽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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