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27
나는 작가다 027화
27화
“뭐? 진짜야?”
데몬 덕분에 홍성용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 영업 자리.
거기서 대여점 협회 간부들이 전부 화들짝 놀랐다.
방금 전 홍성용이 한 말에.
“예, 진짜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이준경 작가님 작품인 황제 로키를 계약했습니다.”
그렇게 푸른숲 출판사가 황제 로키를 계약했다고 하니 데몬이 양경철을 불렀다.
“야, 양 과장.”
“예, 형님?”
“얼마 전에 나랑 이야기할 땐 황제 로키는 이야기한 적 없었잖아?”
“그, 그게…….”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준경 작가가 잘되는 꼴을 보기 싫어서.
덕분에 양경철은 쓸데없는 소리를 한 홍성용을 슬쩍 째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성용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이준경 작가의 황제 로키를 영업하는 데 집중했다.
홍성용이 데몬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형님이나 협회분들 모두 황제 로키를 아시나 보네요?”
그 질문에 데몬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왜 대여점 협회 간부를 하고 있겠냐? 대여점 협회에는 비디오 가게만 하다가 돈이 안 돼서 갈아탄 사장님들이 많긴 한데, 정말 판타지나 무협 소설을 좋아해서 장사하는 사장님들도 많다고. 그리고 여기 모인 간부직을 맡은 사람들이 전부 후자에 속하지.”
“아, 다들 판타지, 무협 소설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래, 그러니 우리도 북조아나 북피아 같은 데서 작품들을 보지. 일단 연재 성적이 좋으면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 작품이기도 하니까.”
대여점 협회를 처음 만난 홍성용 입장에선 새로운 정보였다.
그들이 연재 사이트의 성적으로 어느 정도 작품 퀄리티를 판단한다는 게.
납득했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다들 황제 로키를 아시는 거군요.”
“그래, 안 그래도 어디 출판사가 채갈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양 과장, 저놈은 그 중요한 사실을 왜 말하지 않은 거지?”
어느 정도 술이 좀 들어가서 자신의 취미 생활을 애들 장난으로 치부했던 게 풀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양경철이 황제 로키가 푸른숲 출판사에서 출간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다시 언짢아진 데몬.
홍성용은 자신 때문에 양경철이 심심찮게 까이니 한 번은 편을 들어뒀다.
“아무래도 이준경 작가님이 신인이다 보니 출판사 입장에선 좀 더 잘나가시는 기성 작가님들부터 홍보할 수밖에 없죠. 형님들이 연재 사이트를 보고 작품을 신뢰하듯, 저희도 기성 작가분들에게 더 신뢰가 가니까요.”
“흠, 그렇게 말하니 이해는 가는구만. 그래도 그렇지.”
납득이 간다는 데몬을 홍성용이 불렀다.
“형님.”
“응?”
“황제 로키, 곧 출간할 거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술잔을 건네며 황제 로키를 영업하는 홍성용.
그에게 데몬은 피식 웃으며 잔을 부딪혔다.
짠!
“걱정 말라고. 이미 연재 성적 때문에 두 권씩 받겠단 대여점들이 줄을 섰어.”
“그렇군요. 제가 담당하게 된 작품이라 잘됐으면 했는데, 형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우리 동생이 담당한다고?”
“예.”
황제 로키를 홍성용이 담당한다고 하자 데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흠, 그럼 내가 이렇게 만난 것도 기념이니 힘 좀 실어줘야겠구만.”
“힘이요?”
“우리 대여점은 세 권씩 받는다고 하마.”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말하는 데몬.
그러자 부협회장인 고석준부터 해서 다른 대여점 협회 간부들이 전부 반응했다.
“형님이 그렇게 하신다면 저희 집도 세 권씩 받아야겠군요.”
“그럼 우리 집도!”
“이러다가 다른 대여점 사장님들도 세 권씩 받겠는데? 반품 안 당하려면 표지 좀 멋들어지게 뽑아야겄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대여점 손님들 손이 갈 수밖에 없도록 표지를 멋들어지게 뽑겠습니다!”
안 그래도 표지도 김두식에게 말해서 장당 150만 원에서 200만 원 받는 유명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맡겨놨다.
표지라면 멋지게 준비 중인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아니꼬왔나 보다.
양경철이 괜히 시비를 걸었다.
“네가 뽑냐, 외주자가 뽑지.”
투덜거리는 양경철에게 데몬이 참다 못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인마, 양 과장!”
움찔!
갑자기 데몬의 호통에 양경철이 다소 주눅 든 목소리로 대꾸했다.
“예, 형님?”
“왜 후배 기를 죽이고 그러냐? 잘 해보겠다는데. 잘되면 출판사도 좋고, 우리도 좋잖아?”
“그, 그렇긴 하죠.”
“너 오늘 은근히 계속 마음에 안 든다?”
“죄, 죄송합니다.”
고개 숙인 채 사죄하는 양경철을 보니 데몬 역시 자신이 오늘 너무했다고 생각했는지 살짝 이동하며 술잔을 들이밀었다.
“됐고, 술이나 한잔 따라봐. 그래도 같이 마시던 정이 있으니 한잔해야지.”
“옙!”
양경철은 데몬에게 술잔을 따라줬고, 데몬 역시 양경철의 잔을 채워줬다. 그리고 홍성용도 잊지 않았다.
“자, 동생도 한잔 더하자고.”
“옙!”
그렇게 홍성용의 영업은 매우 성공적으로 흘러갔다.
장르시장의 새로운 전설을 향해서.
***
“드래곤 나이트랑 용사무적도 벌써 50편씩 쌓였네.”
황제 로키 11권 원고를 끝마친 뒤 드래곤 나이트와 용사무적을 각각 2만 자씩 써서 쌓은 비축분 50편.
그걸 확인한 나는 시간을 봤다.
“11시 20분이네. 오늘 두 작품 싹 다 연재를 시작해 볼까?”
오늘 하고 내일 10편씩, 모레부터 열흘간 3편씩.
이렇게 하면 총 50편의 비축분으로 12일을 연재할 수 있었다.
하루에 4편씩 쓰는 걸 감안하면 결국 그 12일 뒤에도 비축분이 48편씩 쌓이긴 할 거다.
어차피 3권 분량까지 연재하고 나면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서 팔 생각이지만.
어쨌거나 50편씩이나 모였으니 두 작품을 연재해도 나쁘지 않은 타이밍기도 했다.
슬슬 북조아에서 황제 로키를 볼 사람은 다 보고 있던 터라 선작이 늘지 않았다.
덕분에 이틀 전부터 선작 유입의 여지가 남아 있던 질풍의 마도사가 슬슬 1위로 치고 올라왔다.
북조아 투데이 베스트를 봤다.
1위에 있는 질풍의 마도사.
그 작품을 보며 난 재밌단 표정으로 말했다.
“과연 ‘게일’ 작가의 1등은 2일 천하로 끝날까, 아니면 3일 천하를 유지할까?”
질풍의 마도사를 쓰고 있는 헛바람 작가.
처음에는 황제 로키가 1등을 찍어서 큰 관심이 없었지만, 슬슬 내 자리가 뺏기기 시작하고 나서 관심이 갔다. 그러곤 난 질풍의 마도사가 어떤 작품인지 떠올랐다.
현재 제이크를 써서 꽤 잘 팔고 있는 작가인 게일.
그가 몸값을 올리기 위해 다른 필명으로 연재 중이었던 작품이었다.
지금은 부장이나 나중에 썬더버드 상무이사가 되는 이조한에게 들은 바도 있었거니와 출간할 땐 게일이란 필명으로 나갔기에 잘 알았다.
헛바람 작가가 게일 작가란 걸.
그렇기 때문에 내 차기작인 드래곤 나이트는 더욱 중요했다.
조작으로 작품의 이목을 끄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어쨌거나 신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한 발악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난 신인 작가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알게 된 ‘작가 이준경’이다.
“이번엔 정정당당하게 싸워봅시다.”
오로지 이준경 작가를 좋아하고, 그런 내 작품을 찾아보는 독자들과 신작인 드래곤 나이트를 보고 재밌어 해줄 이들만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
작가로서.
그래서 황제 로키에다가도, 도서 갤러리에도 홍보를 하지도 않을 거다.
“그럼 어디 한 번 승부수를 띄워볼까?”
난 작품 ‘드래곤 나이트’를 등록한 후 써뒀던 원고 중 10편을 폭참했다.
그렇게 드래곤 나이트의 연재는 시작됐고, 이제 결과가 어떨진 기다림만이 알려줄 뿐이었다.
***
“좋아, 이제 용사무적 차례인가? 이건 ‘만선’으로 올려야지.”
이준경의 신작으로 드래곤 나이트 원고를 올린 난 북조아에 만선이란 계정으로 접속했다.
만선.
라이트 노벨도 써보겠단 작가로서의 생각을 지니고 원고를 써나갈 때, 소유한 북조아 아이디 중 하나의 닉네임을 바꾼 것이다.
처음으로 써보는 라이트 노벨 ‘용사무적’이란 배에 많은 독자들이 가득 찼으면 해서.
만선으로 접속한 나는 용사무적의 원고 10편을 올렸다.
라이트 노벨의 첫 도전.
이준경이란 작가의 이름값 없이 순수하게 라이트 노벨로서 독자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완전 생초짜이면서 동시에 작품 하나 없는 신인인 만선.
이걸 감안하면 황제 로키 때처럼 초반 유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까도 고민했으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아니야. 순수하게 재밌는 라이트노벨을 쓴 건지 알고 싶으면 이 방법은 옳지 않아.”
사실 이젠 판타지를 쓴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연재 성적 조작은 더 이상 할 생각이 없었다.
이제 신인 작가가 아닌 한 작품 이상 계약해낸 당당한 기성 작가였으니까.
작가로서의 자존심이 더 이상 그런 편법은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트노벨 작가로서는 신인!
이걸 감안해서 조회수 조작은 할 생각이 없으나 한 가지 홍보 수단은 염두에 뒀다.
홍보이자 더불어 내 용사무적이 라이트노벨로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단.
도서 갤러리에 홍보하는 것이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추천
826879 / 생애 처음으로 라이트노벨을 썼는데, 혹시 어떤지 봐주실 수 있을까요? / 만선 / 2002.01.19 / 1 / 0
제목 : 생애 처음으로 라이트노벨을 썼는데, 혹시 어떤지 봐주실 수 있을까요?
내용 :
라이트노벨이 써보고 싶어서 썼는데, 아직 초짜라 재밌게 썼는지 감이 안 잡히네요.
이곳에 라이트노벨을 잘 아는 고수분들이 많다고 해서 한 번 봐주십사 하고 이렇게 부탁드려봅니다.
작품링크.
http://www.bookjoa.com/bookPartList.html?bookCode=198251
그렇게 북조아에 용사무적을 연재한 뒤 도서 갤러리에 홍보를 했다.
내가 제대로 된 라이트노벨을 쓴 건지, 또한 독자들이 재미있게 볼만한지 알아보기 위해서.
하려던 일을 모두 끝마친 나는 하품하며 말했다.
“하암, 그럼 한숨 잘까?”
드래곤 나이트의 성적도 이따 낮이나 되어야 알 수 있을 거고, 도서 갤러리에 올린 글도 뉴비이다 보니 시간이 한참 지나야 관심을 보여줄 것이다.
두 일 모두 시간만이 답을 내려줄 수 있었다.
난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한숨 자는 걸로 효율적이게 대체했다.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워서.
그리고 여느 때처럼 잠을 청한 네 시간 뒤 기상했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컴퓨터를 켰다.
네 시간이 알려줄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단 북조아부터 들어가서 투데이 베스트부터 봤다.
순위 / 작가명 / 작품명 / 선작 / 추천 / 조회수
1위 / 이준경 / 드래곤 나이트 / 2,300 / 7,908 / 41,807
2위 / 헛바람 / 질풍의 마도사 / 930 / 3,942 / 18,915
3위 / 이준경 / 황제 로키 / 13 / 23,908 / 31,801
4위 / 디즈니 / 토이 연대기 / 339 / 890 / 9,983
……
당당하게 내 신작인 드래곤 나이트가 1위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 선작 점수 덕분에 2등을 유지하고 있는 질풍의 마도사와 선작 유입이 적으나 조회수는 압도적인 황제 로키를 확인했다.
“게일 작가, 속 좀 쓰리시겠네.”
안 그래도 황제 로키나 질풍의 마도사에서 몇몇 독자들이 선작 덕분에 질풍의 마도사가 1위를 한다고 떠들어댔는데, 그런 내 신작이 다시 질풍의 마도사를 1위 밖으로 밀쳐냈으니 속이 안 쓰릴 수가 없으리라.
어쨌거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난 10위권까지 훑어봤으나 원하던 게 보이지 않아 금세 기분이 다운됐다.
순위에서 현재 내가 찾고 있던 건 처음으로 도전한 라이트노벨인 용사무적이었다.
용사무적은 좀 더 내려가야 등수 확인이 가능했다.
19위 / 만선 / 용사무적 / 120 / 710 / 3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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