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32
나는 작가다 032화
32화
“오늘 연재 중단한다면서 타 연재 사이트에 다음 내용 올린다고 한 공지 때문에 전화한 거냐?”
질풍의 마도사를 보냐는 질문에 성용형님 입에선 내가 뭘하고 싶었던 건지 곧장 나왔다.
“예.”
“그거 뭐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설마 너도 똑같이 하려고?”
갑자기 전화해서 질풍의 마도사 이야기를 꺼낸 연유가 뭔지 눈치채는 성용 형님.
누가 무당집안 아니랄까 봐 귀신같다.
“예, 저도 타 사이트 연재를 시작해 보려고요. 근데 게일 작가처럼 북조아를 내리진 않을 거예요.”
“그럼 넌 북조아를 포함해서 연재 사이트 전체에다가 다음 편을 올리겠다?”
“그렇죠. 만약에 잘돼서 1등이라도 먹으면 출판사도 좋잖아요? 띠지에다가 사이트 1등 이력을 더 넣어 홍보할 수 있으니.”
“그렇긴 한데, 출간이랑 맞으려나.”
“뭐, 최대한 맞춰서 해보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요.”
일단 출간일이 꼬이면 담당자들이 피곤했으니 어느 정도 감안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성용 형님이 괜찮을 거란다.
“아냐, 사장님 지금 완전 네 작품에 푹 빠졌으니 이런 제안을 해왔다고 하면 오히려 좋다며 출간일을 미루라고 하실걸?”
“그럼 다행이고요”
“그래, 바로 확인하고 연락 줄게.”
“예, 이따 전화 주세요.”
“응.”
성용 형님과의 통화를 끝마친 뒤 난 다시 도서 갤러리로 들어갔다.
그 사이 용사무적을 본 라이트노벨 독자들이 평가를 해줬을까 하며.
몇몇 라이트노벨 독자들이 수정된 용사무적의 원고를 보곤 좋아라 했다.
-뭐야, 같은 작가 맞아? 그 사이에 확 바뀌었는데?
-그러게, 저번하고 다르게 라이트노벨스러워졌는데?
-이 정도면 난 일러스트 박힌 라이트노벨로 나오면 소장한다. 토리가 귀엽네.
-토리 일러스트 궁금하긴 하다.
-근데 우리나라는 라이트노벨을 일본에서 가져오기만 하지, 우리나라 라이트노벨을 출간하는 업체가 없으니 못 보겠네.
“토리의 일러스트라…….”
그러고 보니 라이트노벨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일러스트였다.
글이 좀 부족해도 일러스트만 잘 뽑히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보는 독자들도 있었으니까.
한데 그리 라이트노벨을 떠올리니 우리나라 작가들로 그 장르를 다루던 업체가 떠올랐다.
“트리 노벨이 2007년도에 나왔었나?”
트리 노벨.
대여점 소설이라고 불리던 판타지와 무협을 내던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페이퍼’가 만든 라이트노벨 브랜드였다.
아마 그 회사 전까진 다들 일본에서 출간되는 라이트노벨만 번역해서 팔던 걸로 기억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도서 갤러리 유저들이 한 말이 확 와 닿았다.
“그럼 정말 토리 일러스트를 볼 수 없긴 하겠네. 아, 아니다!”
대여점 시장에서도 라이트노벨만큼은 아니어도 일러스트가 들어갔던 작품이 하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박지원 작가님이 북하우스 출판사에서 사비를 털어 마나레인저에 일러스트를 넣긴 했었구나.”
마나레인저.
흔히 전대물이라고 불리던 작품들을 한국형 판타지에 맞춰서 썼던 글이다.
여타 판타지 소설들과 다르게 라이트노벨처럼 일러스트가 들어갔다.
“흠, 나도 그렇게 해볼까?”
어차피 돈이야 충분하니 일러스트레이터만 잘 구해서 출판사랑 이야기하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성용 형님이다.
“예, 형님.”
“사장님이 너 편한 대로 하라고 하신다. 심지어 황제 로키면 타 사이트들도 1등할 거니 최대한 많이 따오라더라. 트로피마냥.”
“오, 정말요?”
“어, 최대한 맞춰줘야 드래곤 나이트 원고도 우리 주지 않겠냐고 은근히 말해 보라고 하셨다.”
“흐흐, 그렇게 말씀하셔도 제 뜻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미 몇 차례 이야기를 했기에 성용 형님도 드래곤 나이트 계약 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알았다. 그럼 꼭 1등해라.”
“옙, 제가 있는 트로피 싹 쓸어가서 안겨드리겠습니다.”
“그래.”
성용 형님과의 통화가 끝났다.
난 바로 황제 로키에 공지를 올렸다.
게일 작가와 차별화된 공지를.
제목 : 내일부터 다른 연재 사이트에서도 황제 로키를 올릴 생각입니다.
내용 :
안녕하세요, 이준경 작가입니다.
제가 처녀작인 황제 로키와 차기작인 드래곤 나이트를 북조아에서만 연재했는데, 슬슬 다른 연재 사이트의 독자님들도 좋아해 주실지 궁금해서 올려볼까 합니다.
서룡넷, 무림북, 북스월드, 데미안 등등.
북조아에서 보시던 분들이야 그냥 보시면 되겠지만, 북조아를 찾지 않는 독자님들께서도 제 황제 로키란 작품을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곧 종이책 출간일도 정해질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에는 종이책 일정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지를 올리고 나니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하나는 게일 작가에게 덴 독자들의 긍정적 반응.
-역시 이준경 작가! 누구랑 달라!
-누구는 다른 데서 성적 내겠다고 우리 버리던데……. 언제나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드래곤 나이트도 재밌어요!
-딱 봐도 질풍의 마도사 처단이네. 멋있다!
질풍의 마도사가 북조아는 연재를 중지하면서 다른 데에 다음 편을 올리겠다고 한 데 데인 독자들은 좋아라 했다.
반대로 몇몇 독자들은 껄끄럽게 여겼다.
-굳이 언급은 안 했어도 다른 작가 깎아내리는 것 같아 좀 그렇네요.
-누가 봐도 질풍의 마도사를 겨냥한 글이네.
-솔직히 황제 로키 때문에 1위 못하다가 할 만해졌더니 드래곤 나이트 올려서 다른 작가 싹을 밟은 이준경 작가 잘못도 있어 보이는데.
나로 인해 질풍의 마도사가 북조아에서 떠나기로 했다고 여기는 독자들.
이렇게 이야기하니 괜히 머쓱하긴 했다.
하지만 게일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대놓고 그를 저격한 거니까.
게일 작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을 노렸다고 생각할 거다.
독자들이 봐도 그리 여겼으니까.
그래도 감수할 만했다.
이렇게 해서 게일 작가의 못된 싹을 고칠 수만 있다면.
사실 고쳐질 인간이 아닐 것 같긴 했지만.
흔히 정의구현이라고 하던가?
만약 게일 작가가 사이트를 옮겨서 실패해서 나에 대한 증오만 생겨도 되니 깨달으면 좋겠다.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 준 독자들에게 함부로 배신하면 안 된다는 걸.
“결국 그건 작가 본인이 깨닫고 고쳐야 할 일이지만 말이야.”
***
타 사이트에 아이디를 만든 나는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 게시판을 팠다. 그리고 연재분을 그대로 올리면 됐다.
근데 왠지 모르게 작가로서의 욕심이 생겼다.
라이트노벨인 용사무적을 쓰면서 익히게 된 캐릭터성.
조금 판타지풍에 맞춰서 쓴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김성곤 작가의 호스트 기사단이나 강철 작가의 이세계 기마대 모두 유독 타 작품에 비해 10년 넘도록 팬덤이 넘쳤다.
흔히 기성작가나 짬 좀 먹은 편집자들은 신인 작가들에게 말했다.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소재, 캐릭터, 사건입니다.”
소재는 독자의 관심을 끌어주고, 캐릭터는 독자의 애정을 키워주며, 사건은 독자가 작품을 계속 볼 가치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요소를 포괄하는 게 캐릭터였다.
소재와 사건 모두 캐릭터가 있어야만 가능한 요소였고,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 작품이 오래 사랑받았다.
흔히 판타지나 무협의 경우 주인공만이 그 역할에 충실했다.
주인공만 잘 살리면 당장 팔 땐 재밌다며 잘 팔렸다.
근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주인공뿐만 아닌 동료와 악역 등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때였다.
나 역시 당장 인기몰이를 하지만,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단 욕구가 생겨났다.
“이왕 새로이 연재하게 되니 좀 더 주변 인물을 고쳐볼까?”
라이트노벨인 용사무적을 쓰면서 익힌 기법.
물론, 조심은 해야만 했다.
자칫 잘못하면 라이트노벨 성향으로 너무 치우칠 경우 대여점 시장의 독자들에게 흥미를 잃을지도 몰랐다.
대여점 작품으로 파는 장르소설과 라이트노벨의 독자들이 원하던 대리만족에 차이가 있기에.
만약 이 차이를 잡지 못한다면 수정하느니만 못할지 모르지만, 잡아낼 수만 있다면 좀 더 독자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심 끝에 난 결심했다.
“좋아, 해보자!”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에서 비중이 조금이라도 있는 캐릭터면 전부 손보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나같이 주인공과 밀접한 한두 캐릭터를 제외하곤 감정 표현이 약했던 캐릭터들을.
뿐만 아니라 주연급 캐릭터들도 손봤다.
어머니를 잃기 전 로키는 마냥 더 귀여운 막내아들로, 드래곤 나이트에서의 주인공 김진호는 좀 더 절규에 몸서리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주인공을 제외하면 황제 로키의 황제나 가츠 혹 드래곤 나이트의 아란 말고 인물들은 건드렸다.
이미 그 캐릭터들은 주인공과 중요한 연결고리를 지녔다 보니 신경 써서 표현했었으니까.
주로 황제 로키에서는 로키를 견제하거나 미워하는 황족들과 나중에 황성을 떠나 만나게 되는 용병들에게 신경을 썼고, 드래곤 나이트에서는 윙나이트 사관학교의 교관들과 다른 학생들 그리고 각 비행 몬스터들의 감정을 좀 더 살렸다.
어차피 황제 로키 원고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12권까지 뽑아낸 상황.
황제 로키를 쓰던 시간을 수정에 투자했다.
드래곤 나이트야 연재한 지 몇 편이 안 됐지만, 황제 로키의 경우 연재한 편수가 꽤 됐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하루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다.
“으음, 하루만 휴재할까?”
괜히 연재해서 수정되지 않은 원고를 더 많이 보여주는 건 역효과가 날 것 같았다.
만약 내가 휴재한다면 가장 쾌재를 부르는 건 게일 작가였을 거다.
연재를 중지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러나 이미 공지로 연재를 중지하고 타 사이트에 간다고 한 게일 작가.
이 상황에서 내가 연중한다면 1위를 하는 건 디즈니 작가였다.
디즈니 작가.
그러고 보니 이 작가도 꽤나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연재할 때마다 잘나가는 작가들 작품하고 붙으면서 만년 2등으로 머물렀다.
오죽하면 작가계의 콩진우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홍진우라는 프로게이머의 별명인 콩진우를 따서.
지금은 나랑 게일 작가 때문에 4등까지 밀렸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참 안타까운 작가였다.
어쨌거나 연재로 1등은 못해도 꾸준히 써서 잘 버는 작가 축에 있었지만, 만년 2등 작가 딱지를 항상 달았으니까.
거기서 난 결정을 내렸다.
“디즈니 작가라면 1등 자리 한 번 정돈 내어줘도 괜찮지.”
공지로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를 하루 휴재한다고 올렸다.
더욱 재밌는 글로 수정하겠다고 독자들에게 약속하며.
휴재를 하니 예상한 대로 디즈니 작가가 1등에 올랐다.
그렇게 하루 휴재한 채 이틀을 내리 수정에 몰두했다.
연재분 이상으로 수정을 마친 나는 올렸던 원고를 싹 다 교체했다. 그리고 연재를 하니 디즈니 작가에게 미안하게도 다시금 1등으로 올라섰다.
디즈니 작가는 작품으로는 황제 로키와 드래곤 나이트에 밀려 3등이었지만, 작가로선 다시금 2등 자리에 앉았고 말이다.
연재를 하고 난 뒤 난 한숨 잤다.
글이 재밌다며 독자들 중 많은 이들이 업로드하면 바로 반응해 줬지만, 그 시간대에 보지 못하는 독자들도 있었으니까.
한숨 자고 난 뒤 일어나서 좀 더 시간의 여유를 뒀다.
얼추 점심시간인 정오에서 오후 1시가 넘어야 가장 많은 댓글이 쌓였기에.
그때까지 원고를 썼다.
수정한 기법을 이용해서.
열심히 원고를 쓰던 중 알람이 울렸다.
띠로롱.
댓글을 확인하기 위해서 걸어둔 알람 소리였다.
“한 시인가 보네.”
원고를 쓰던 걸 멈추고 북조아에 들어갔다. 그리고 수정한 원고의 반응을 확인해 봤다.
소수의 독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췄다.
-음, 내용이 그대로인데 굳이 수정할 필요가 있었나 싶네요. 그대로도 재밌었는데.
-그러게요. 다시 올릴 필요까지 있었을까요?
-글이 재미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안 읽었을 듯.
안 그래도 수정하면 달릴 댓글들일 걸 예상했다.
편집자로 지내면서 연재를 하던 중 수정하던 작가들 작품에 꼭 달리던 댓글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려와 다르게 소수의 이런 댓글보단 오히려 우호적인 독자들이 많았다.
일단 황제 로키의 댓글들은 대체로 이랬다.
-와! 각성하기 전 로키가 더 귀여워졌네요! 사랑스러워!
-로키 같은 동생 있으면 좋겠다.
-심지어 각성 후에는 더 멋있어진 듯.
-이런 수정이라면 전 환영입니다.
-와, 황족들 그냥 볼 땐 나쁜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정된 원고로 보니 정말 싫다. 어떻게 사람이 저러지?
-수정 좋네요. 전보다 더 몰입됩니다.
-로키♡채은! 사랑해, 로키야!
어머니를 잃고 각성하기 전 귀여운 로키에 대한 팬과 각성 후 독해진 모습을 더욱 독자들이 좋아라 했다.
그리고 드래곤 나이트에선.
-와, 진호가 레이지 때문에 정말 불쌍하게 느껴진다.
-레이지가 원래 이 정도로 귀찮아했나요? 전보다 귀찮아하는 모습이 더 피부에 와닿네요.
-아란은 멋있네.
-아란도 아란인데, 아란의 와이번인 카이트도 최고예요!
-ㅋㅋㅋㅋ 교관들 레이지가 박살 낸 표적 보고 놀라는 거 봐! 진짜 웃기네!
-애들 졸라 얄밉네. 레이지가 얼른 지노랑 친해져서 다 꺾어 버려라!
다들 전보다 더욱 다양한 캐릭터들의 감정선에 이입하며 작품을 즐겼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반응도 좋고, 수정이란 수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조회수가 유지됐다.
그걸 보며 난 흡족스러웠다.
작가로서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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