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37
나는 작가다 037화
37화
“어, 알아보는구나? 맞아, 이거 작업해 주신 형님이 그쪽 디자인팀 팀장이셔.”
예상한 대로 창세기록 일러스트를 맡았던 사람이 그려줬단다.
그 이야기를 한 후 성용 형님이 날 불렀다.
“아, 그리고 준경아.”
“예?”
“형우 형님이 혹시 한 번 볼 수 없냐고 하더라.”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표지를 그려준 일러스트레이터가 임형우일 거다.
임형우가 날 보자고 했단 이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잉? 그분이 저는 왜 보자고 하신데요?”
“그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시더라. 시간 되겠어?”
“어, 그게…….”
성용 형님이야 작품을 위해서 만나고, 철이야 세금이나 법인 문제 때문에 만났다.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 원고 작업 시간을 할애하긴 아까웠다.
흔히 작가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흔히 편집자들도 작가들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잘나가는 작품이 나오면 최대한 벌 만큼 벌란 소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한텐 조금 다르게 적용되긴 했다.
이미 차기작인 드래곤 나이트도 성공했으니까.
단지 이십 대인 지금 벌 수 있을 때 벌어두면 생활이 윤택해질 테니 최대한 원고를 뽑아내고 싶었다.
성용 형님 역시 그런 내 눈치를 봤다.
“역시 원고 쓰느라 힘들까?”
이렇게 말하니 거부할 수가 없다.
“아니에요, 형님. 아시는 형님이 보고 싶다는데, 그 정돈 제가 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표지도 이리 잘 뽑아주셨는데.”
“그래?”
목소리가 다소 밝아진 느낌이다.
하기야 아는 사람 부탁을 들어주면 꽤 자신감이 살지.
좋아하는 성용 형님에게 대답했다.
“네.”
“언제쯤이 괜찮겠어?”
“저야 항상 이야기 드리지만, 백수니 편하신 대로 하십쇼.”
“그럼 형우 형님하고 시간 조정하고 알려줄게.”
“예.”
그렇게 난 성용 형님하고 통화를 마쳤다.
휴대폰을 책상 위에 놓곤 이름 하나를 읊조렸다.
“임형우라……. 마지막으로 그 이름을 들었던 때가 아마 직접 차린 회사에서 데블 데스티니란 게임으로 떠들썩할 때였지?”
데블 데스티니.
일러스트레이터 임형우가 차린 회사에서 제작한 모바일게임이었는데, 이걸로 작가들 여러 사람이 몇 십에서 몇 백까지 썼었다.
워낙 일러스트가 잘 나와서 다들 데블을 뽑으려고 뽑기 시스템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했으니까.
결국 너무 심각한 과금성, 일러스트레이터들 중 몇몇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 그리고 한국형 게임이라고 하더니 일본을 대상으로 했단 게 들키면서 많은 한국 유저들이 탈주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으로 꼽히는 일러스트레이터였으니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문득 이렇게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일러스트레이터를 떠올리니 한 명이 더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자작 작가님은 뭐하시려나?”
일러스트 네임 zazak.
이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혔는데, 나중에 푸른숲 출판사와 계약한 작가가 표지를 외주로 맡기고 싶은 분이 있다 그래서 알게 됐다.
임형우 작가나 자작 작가, 두 사람 모두 삼고초려하며 부탁하면 바쁜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짬짬이 시간 내어 표지를 그려주곤 했다.
둘 다 실력도, 사람도 좋은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거기서 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럼 대한민국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두 사람을 보게 된 작가가 되는 건가?”
그리 말하면서 난 메일에 담긴 일러스트레이터 임형우 작가가 그려준 표지를 다시금 쳐다봤다.
“진짜 잘 나오긴 했네.”
점점 세월이 흐르면서 일러스트 표지들이 많아졌지만, 그것들과 견주어도 손색 없을 정도로 잘 뽑힌 황제 로키의 표지.
왠지 이런 표지를 받고 나닌 욕망이 꿈틀거렸다.
자랑하고 싶은.
하지만 어느 연재 사이트도 아직 이미지를 올릴 수가 없었다.
작가 개인 공간인 ‘마당’이 있기도 했지만, 이것보다 좀 더 나은 게 없나 싶었다.
“아! 네버 블로그 하나 팔까?”
네버 블로그.
네버란 포털사이트를 지식인과 함께 크게 키워준 콘텐츠 중 하나였다.
표지를 블로그에 올린 뒤 구경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주소만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네버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럼 스핑크스?”
네버 블로그와의 싸움에서 졌지만, 이 비슷한 시기에 유명한 서비스형 블로그였다.
하지만 이 또한 없었다.
“끄응, 그럼 프리채널이나 사이월드인가…….”
현재 시기에 블로그가 나오기 전 활발했던 두 사이트.
‘자유롭게 채널을 쓰자!’란 문구와 ‘너와 나의 사이!’란 문구를 썼는데, 동태를 살펴보니 지금은 프리채널이 사이월드보다 더 활발했다.
하지만 난 프리채널이 아닌 사이월드를 골랐다.
“내 기억이 맞다면 프리채널이 갑자기 머리에 총 맞았는지 유료화를 해서 사이월드가 급부상했었으니 여기다가 하자.”
‘자유롭게 채널을 쓰자!’란 문구를 써놓곤, 나중에 갑자기 유료화를 시작했던 프리채널.
덕분에 프리채널이 몰락하고 대다수 유저들이 사이월드로 옮겼다.
어차피 사이월드 역시 나중엔 네버에서 시작된 블로그 서비스에 밀렸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사이월드를 택한 뒤 이리저리 꾸몄다. 그래도 독자들이 와서 보는 작가의 공간인데 너무 허하면 그랬으니까.
사이월드 홈페이지를 어느 정도 꾸밀 무렵.
지이잉.
성용 형님으로부터 다시금 전화가 왔다.
“예, 형님.”
“내일 신림 어때?”
“신림요?”
갑자기 웬 신림인가 싶었다.
어차피 당산역에서 가려면 그리 오래는 안 걸리지만, 부천인 성용 형님을 생각하면 좀 가야 하지 않나 싶었다.
성용 형님은 어째서 신림에서 보자고 한 건지 이유를 밝혔다.
“어, 형우 형님이 너 어디 사는지 듣더니 그 정도면 중간이지 않냐고 하시더라고.”
중간이라 골랐다, 읊조린 뒤 좀 더 좋은 타협점을 제시했다.
“그럼 형님 부천에서 오기 편하게 신도림이 낫지 않을까요?”
“신도림은 역 주변에 딱히 만날 곳도 마땅찮고, 두 작가님들 모시는 데 내가 좀 고생해도 괜찮아.”
편집자인 자신이 좀 고생해도 괜찮다.
을이기에 할 수 있는 소리.
왠지 편집자였던 날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다르긴 했다.
진짜 을이라면 이런 내색도 안 하지.
누가 봐도 이건 생색이다.
영악하다며 나무랐다.
“흐흐, 생색내시는 겁니까? 누가 들으면 한 시간 더 걸리시는 줄 알겠네!”
“인마, 이렇게라도 생색내야지.”
뜨끔했는지 목소리톤이 좀 올라갔다.
재밌단 생각에 실실 웃으며 약속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어쨌든 내일 신림에서 보잔 거죠?”
“어, 7시에 보자고 하시더라. 더 일찍 보고 싶긴 한데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으셔서 정시퇴근도 겨우 하는 거라더라.”
“신림역, 7시. 알겠습니다. 신림이면 역시 순대겠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과 인기가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 시기에 신림하면 할 수 있는 말이 하나 있었다.
‘신림하면 순대!’
그랬다.
신림은 철판에 순대를 볶아먹는 게 유명한 동네였다.
예상대로 성용 형님 역시 순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순대 먹지?”
“저 못 먹는 거 없습니다.”
“좋네, 그럼 내일 보자.”
“예.”
약속을 잡곤 성용 형님과의 통화를 마쳤다. 그러고 다시 사이월드 홈페이지를 꾸몄다.
“다 꾸몄다. 그럼 이제 게시글을 좀 올려볼까?”
첫째로 작가로서의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첫 출간작인 황제 로키의 표지를 공개했다.
당연히 방금 만든 사이월드 홈페이지라서 보러오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다들 보도록 만들어야지.
이미 출간을 위해 연재를 끝마친 황제 로키에는 공지로, 드래곤 나이트는 오늘치 연재분이 올라가면 댓글로 알릴 생각이었다.
황제 로키의 표지가 나왔단 걸.
그리고 각 연재 사이트 말고도 알릴 곳이 하나 더 있었다.
꽤나 내 편이 되어주던 디사의 도서 갤러리.
거기다가 글을 올렸다.
제목 : 안녕하세요, 이준경 작가입니다.
내용 : 출간될 거라고 저번에 이야기 드렸던 황제 로키의 표지가 나왔습니다.
(사진)
아주 잘나가시는 분께서 해주신 덕분에 정말 멋있게 뽑혔죠?
좀 더 크게 보시려면 아래 사이트로 가시면 됩니다.
http://sy.syworld.com/home/1133/post/4699
종이책 출간되면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자 댓글이 우후죽순 달리기 시작했다.
-와, 표지 미쳤다.
-이건 소장해야돼!
-미친, 이거 임형우 아니냐?
-맞는 것 같은데?
-창세기록 일러스트레이터 임형우?
-와, 저거 뭐냐 뒤에 크로우랑 잔느인가? 색기 미쳤다. 나도 산다!
-여자 관심없어! 로키가 짱이야! 로키 완전 멋져!
-하, 내 판타지 소설 평생 역대급 표지다.
-진짜 대박이다, 표지!
-근데 저 밑에 저건 뭐야?
-사이월드라고, 프리채널이랑 비슷하게 사람들이 자기 일기장처럼 쓰는 사이트 있음.
-그럼 작가 일기장인가! 가서 봐야겠다!
-나도!
하나같이 표지를 보고 찬양했고, 다들 내 사이월드 홈페이지 주소를 보곤 넘어왔다.
그러자 0이던 일일 방문수가 삽시간에 우수수 오르기 시작했다.
넘어와서는 다들 내 인사글과 황제 로키 표지를 올린 게시글에 댓글을 남기고, 방명록에도 이것저것 글귀들을 남겨주고 갔다.
하지만 인터넷의 익명성은 무시할 수 없었다.
대다수 많은 독자들이 좋은 글귀를 남겨준 대신 익명성을 이용하여 질이 좋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일일이 그걸 신고, 삭제, 차단한 뒤 게시글을 하나 더 올렸다.
이런 경우 싹 다 정리할 거라고.
그렇게 정리하고 댓글로 독자들과 어느 정도 소통한 다음 원고를 쓰러 갔다.
얼추 하루에 목표량으로 잡은 원고를 모두 쓴 뒤에는 잠을 청했다.
그리고 찾아온 다음 날.
한창 연재를 시작했을 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연재 사이트의 투데이 베스트 확인이었다.
“이젠 할 필요가 없으니 사이월드나 들어가 볼까?”
황제 로키는 연재를 멈췄고, 드래곤 나이트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가끔 생각나면 한 번 보는 정도랄까?
어쨌거나 난 일어나기 무섭게 가장 먼저 사이월드부터 들어갔다.
“엥? 이게 뭐야?”
사이월드에 로그인하기 위해 접속한 나는 메인화면을 보고 놀랐다.
거기에 ‘베스트 홈페이지’란 칸이 있었는데, 거기에 내 홈페이지가 1위로 올라가 있던 것이다.
하루 방문자수 3만으로 몇천인 2등과 압도적인 차이로.
덕분에 내 홈페이지를 누르지 않고 메인에서 바로 넘어갈 수 있었다.
딸칵!
메인 화면에서 바로 내 홈페이지로 넘어오기 무섭게 걱정이 앞섰다.
어제도 몇백 명이 몰려들어서 귀찮았는데, 하루 사이에 3만 명이 댓글과 방명록을 남기고 갔다.
분명 어제 이상한 글 올리면 신고, 삭제, 차단을 할 거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량한 글들이 많았다.
보니까 작가 이준경의 홈페이지라서 온 게 아니라 사이월드 베스트 홈페이지라고 뜨니까 몰린 사람들도 꽤 됐다.
덕분에 이상한 광고글 올리는 사람도 엄청 많았고.
각종 광고, 악플 등 불량 댓글과 방명록들을 보니 꼭 길거리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월드컵 응원이 끝난 장소 같았다.
수많은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정리해야 하는.
“……미치겠다, 이거 언제 다 정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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